INICIAR SESIÓN“사장님, 또 오셨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이경환은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누가?”
“김지혜 씨입니다.”
이경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또?”
그날 이후로도 지혜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경환이 자신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성 몰래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고 싶었다.
지혜는 매일같이 이른 아침부터 직접 장을 봐서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피로 회복과 위장에 좋은 한약재를 달여 따뜻한 차를 텀블러에 담아 이경환의 비서실로 향했다.
처음에는 비서실 직원들조차 난처해하며 그녀를 가로막았지만, 지혜는 매일 눈도장을 찍으며 무언의 성의를 보였다.
성북동의 프라이빗 갤러리 마당은 푸른 잔디와 은은한 햇살, 하얀 장미와 연한 분홍빛 리시안셔스가 정원 곳곳을 장식했고, 작은 유리병에 꽂힌 꽃들이 테이블 위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정원 중앙에는 순백의 꽃으로 장식한 아치가 세워져 있었다.그 아래로 길게 이어진 버진로드 양옆에는 작은 꽃다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화려한 샹들리에나 웅장한 무대는 없었다.대신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복이 있었다.오늘은 이진성과 황시아의 결혼식 날이었다.거창한 하객들의 번잡함 대신, 양가 친인척과 극히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된 조용하고 아늑한 가든 파티 형식의 결혼식이었다.이창수 회장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한 공간인 만큼, 예식의 모든 풍경은 따뜻하고 품격 있었다.신부 대기실.고미혜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시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시아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어깨선이 부드럽게 드러나는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우아했다.허리부터 자연스럽게 퍼지는 드레스는 임신 초기인 시아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특별히 제작한 것이었다.시아는 눈부시게 하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며 다가간 주연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와, 시아 언니…… 진짜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고마워요, 주연 씨. 이렇게 와서 챙겨 주니까 떨리지 않고 든든해요."시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지만, 주연의 눈동자 한구석에는 순간 묘한 부러움과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때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지 몰랐다.
“사장님, 또 오셨습니다.”비서실장의 말에 이경환은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누가?”“김지혜 씨입니다.”이경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또?”그날 이후로도 지혜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이경환이 자신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성 몰래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고 싶었다.지혜는 매일같이 이른 아침부터 직접 장을 봐서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피로 회복과 위장에 좋은 한약재를 달여 따뜻한 차를 텀블러에 담아 이경환의 비서실로 향했다.처음에는 비서실 직원들조차 난처해하며 그녀를 가로막았지만, 지혜는 매일 눈도장을 찍으며 무언의 성의를 보였다."회장님, 또 그분이 오셨습니다. 이만 가져가시라고 전할까요?"“이번에는 뭐 하러 왔대?”비서실장은 잠시 망설였다.“음식을 가져오셨답니다.”“음식?”이경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직접 만드셨다고 합니다.”“그래서?”“사장님께 드리고 싶다고…….”이경환은 손을 내저었다.“돌려보내.”“알겠습니다.”비서실장이 나가자 이경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별난 여자네.”이경환은 다시 서류를 펼쳤다.그러나 잠시 후 비서실장이 다시 들어왔다.
민성이 자신과의 결혼을 추진하려 아버지와 부딪치고 있었지만, 지혜는 마냥 그 뒤에 숨어 있고 싶지 않았다. 민성에게 ‘아버님의 허락부터 받아오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한 여자의 아내로 당당히 서기 위해 자신이 직접 부딪쳐 볼 수 있는 일은 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누가 봐도 예의 바르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지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좋아. 김지혜, 할 수 있어.”그렇게 지혜가 찾아간 곳은 이경환 사장이 있는 사채 사무실이었다.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부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복도에는 덩치가 큰 남자들이 오가고 있었다.그중에는 셔츠 소매 아래로 문신이 드러난 사람도 있었고, 목덜미까지 문신이 올라온 남자도 있었다.그들은 지혜를 발견하자 낯선 사람을 보듯 바라봤다.“누구십니까?”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지혜는 긴장했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이경환 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남자는 지혜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미리 약속을 잡고 오면 당연히 문전박대당할 것을 알았기에, 무작정 찾아온 무모한 발걸음이었다.말로만 듣던 덩치 큰 사내들과 온몸에 문신을 새긴 이들이 무리 지어 오고가는 서슬 퍼런 공기 속에서, 지혜는 기다리라는 말한마디에 비서실 쇼파에 앉아 무려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을 앉아 있었다"대표님께서는 약속되지 않은 외부인과는 면담하지 않으십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비서의 냉정한 통보에도 지혜는 꿈쩍하지 않았다.거의 세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이경환은 비서실장을 다시 불렀다.“그 여자 갔나?”비서실장이 난처한
“아버지!”최진태는 면담실로 들어오는 최명진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머리에는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어떻게 됐어요?”최명진은 아들을 바라봤다.“앉아라.”“아버지, 그 여자랑 합의는요?”최명진의 얼굴이 굳어졌다.“앉으라고 했다.”진태는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다.그는 한동안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아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뒤처리도 해주었다.그것이 아버지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내가 이 아이를 잘못 키운 건가.’최명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진태야.”"이 일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아느냐……최재혁이야. 작정하고 너를 매장하려고 판을 짠 거라고!"순간 진태의 표정이 굳어졌다.“……누구요?”“뉴럴링크 대표 최재혁.”진태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요?”최명진은 차갑게 아들을 바라봤다.“앉아라.”“그 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최명진은 직접 최재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최재혁 대표와 통화할 수 있겠습니까?”최명진은 비서에게 연락처를 확인한 뒤 직접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최재혁입니다.”최명진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최 대표, 나 최명진이오.”재혁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오랜만입니다, 대표님.”그 목소리에는 놀라움도, 반가움도 없었다.최명진은 입술을 비틀었다.“내가 왜 전화했는지 알고 있겠지?”“글쎄요.”재혁은 느긋하게 대답했다.“무슨 일로 연락하셨습니까?”그는 분노와 초조함이 뒤섞인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다."최재혁 대표! 자네 아내 일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내 아들에게 이런 함정을 파놓은 거요?"하지만 전화 너머 들려온 재혁의 목소리는 벼락처럼 차갑고 단호했다."최명진 대표님,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함정을 파다니요? 법조계에 오래 계신 분이 그런 소릴 하십니까. 우리가 최진태씨에게 여자를 붙여서 방에 밀어 넣기라도 했습니까? 술과 여자에 환장해서 제 발로 짐승 짓을 하다 걸린 걸 왜 남 탓을 하십니까.""최 대표……!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법적으로 고발하고 함정 수사로 물고 늘어질 수 있어!"재혁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마음대로 하세요. 애초에 지희 씨가 최진태에게 접근한 적도 없고, 그 잘난 아드님께서 룸에서 저지
법무법인 ‘최&박’의 대표이자 대한민국 법조계를 뒤흔드는 최명진은 아들 최진태의 구속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로펌 내에서 가장 유능하다는 특급 변호사들을 총동원하고, 사방으로 인맥을 통해 어떻게든 유치장 문턱을 넘지 않게 하려 발버둥 쳤다.하지만 피해자 측인 김동혁과 김지희를 변호하는 법률 대리인의 명단을 확인한 순간, 최명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뭐라고?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고?”최명진 대표의 목소리가 법무법인 최&박의 대표실에 울려 퍼졌다.그의 앞에는 법무법인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형사 전문 변호사 세 명이 앉아 있었다.책상 위에는 최진태 사건에 관한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자네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가장 나이가 많은 박상훈 변호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번 사건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뭐가 좋지 않다는 건가?”“피해자 측에서 제출한 증거가 너무 확실합니다.”“그리고 상대방 변호사측이…”재혁과 민성은 이번 사건에 김지희측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들은 물론이고, 재계와 법조계에서 악명 높은 특급 인력들을 붙여 주었다.이 정도 수준의 변호인단을 꾸리려면 웬만한 재력과 배경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피해자 측 변호인은 누구인가?”최명진의 질문에 박상훈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인단 명단입니다.”첫 번째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