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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Penulis: 애니
프라임로드투자 산하에는 여러 기술 산업이 걸쳐 있었다.

그중 가장 잘 나가는 분야는 단연 반도체 회사였다.

민도하 역시 반도체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프라임로드투자를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렸다.

강서이처럼 아직 업계 문턱도 제대로 넘지 못한 작은 회사와는 다르게, 프라임로드투자 산하 기술 계열사 정도 되는 규모라면 이런 최상위 산업 서밋에서 언제나 환영받는 쪽이었다.

초대장을 받는 것쯤은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었다.

강서이도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강서이는 무의식적으로 민도하와 다시 엮이는 일을 꺼리고 있었다.

다시 접점이 생기고, 다시 관계가 이어지는 일이 불편했다.

그래서 생각만 했을 뿐, 실제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런 강서이에게 예채정이 한마디를 건넸다.

공적인 일은 공적인 일로 보면 된다고.

사적인 감정까지 한데 섞어 버릴 필요는 없다고.

사업 이야기는 사업으로만 하면 된다고.

이 바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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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8화

    노아리는 강서이가 결국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가서 좀 쳐. 나도 조용히 좀 쉬고 싶다.” 고상만이 강서이를 떠밀듯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강서이도 장재영과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라고 생각해서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그때 노아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공평하게 팀을 나누는 게 좋겠어요. 제가 장 회장님과 한 팀을 하고, 강 대표님은 도하랑 한 팀을 하죠. 가볍게 내기처럼 쳐 보면 어때요?”노아리가 이런 제안을 한 건 장재영과 빠르게 친분을 쌓기 위해서였다.민도하와의 관계에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그래서 민도하가 강서이와 같은 팀이 되는 것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노아리는 끝으로 그럴듯한 이유까지 덧붙였다. “도하는 골프를 워낙 잘 치잖아요. 장 회장님이 불리하실까 봐 실력을 좀 맞추자는 거예요.”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강서이가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었다.장재영은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노아리가 정한 방식이라서 민도하 역시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강서이는 노아리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나누는 것도 별로 공평해 보이진 않는데요.”“그럼 강 대표님은 어떻게 치고 싶으세요?” 노아리가 자신만만하게 눈썹을 들었다.“장 회장님은 민 대표랑 치시고요.” 강서이가 또렷하게 말했다. “저는 노 본부장님, 아니, 노 사장님과 칠게요.”뜻밖의 제안에 노아리가 잠깐 말을 잃었다.‘자기 실력을 그렇게 모르는 건가?’노아리는 해외계 은행에서 근무할 때, 접대와 모임으로 가장 많이 했던 운동이 골프였다. 실력도 상당한 편이었다.그런 자신에게 강서이가 정면으로 승부를 걸다니,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한번 제대로 꺾어 줘야겠네. 자기가 뭐든 잘하는 줄 아는 모양이니까.’“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노아리의 승부욕이 단번에 달아올랐다.강서이를 이길 자신도 충분했다.장재영도 흥미를 보였다. “재미있겠네요. 그럼 추첨해서 어느 쪽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7화

    노아리는 민도하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 그 역시 강서이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표정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시선만큼은 꽤 집중되어 있었다.노아리가 자신을 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민도하의 눈썹 끝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노아리는 이유도 모른 채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막 민도하를 부르려던 때였다.강서이가 펜을 내려놓고 태연하게 말했다. “다 했어요. 교수님, 한번 봐 주세요. 맞는지요.”장재영이 놀라면서 물었다. “벌써요?”기껏해야 5분 남짓이었다. ‘그런데 벌써 다 풀었다고?’노아리조차 잠깐 놀랐다.고상만은 답이 적힌 문제지를 받아들더니 안경을 한 번 고쳐 쓰고 진지하게 살펴봤다.강서이의 풀이 방식부터 과정, 답까지 차례로 확인한 뒤였다.고상만의 눈에 반가운 빛이 돌았다. “맞아! 정확해. 올해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의 풀이보다도 훨씬 더 깔끔하네!”그 말을 듣자 노아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말도 안 돼.’‘강서이가 어떻게 저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고상만은 기분이 좋아진 듯 장재영에게 웃으며 말했다. “대회가 끝난 뒤 주최 측이 이 문제를 온라인에 공개해서 다양한 풀이를 받았거든요. 그중 한 사람이 지금 서이가 푼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풀었어요.”놀라 있던 노아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금세 납득했다.‘그러니까 강서이는 온라인에서 본 풀이를 그대로 외운 거네.’‘하마터면 진짜 실력인 줄 알 뻔했잖아.’하지만 노아리에게는 강서이를 들춰낼 여유가 없었다. 오늘 이곳에 온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장재영과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아까 장재영의 태도가 다소 미지근했던 만큼, 노아리는 어떤 화제로 거리를 좁힐지 고민했다.“회장님께서 골프를 정말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리도 꽤 잘 치는데, 같이 한 게임 어떠십니까?”옆에 있던 민도하가 노아리 대신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장재영에 대해 조금만 알아본 사람이라면, 그가 골프광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민도하가 골프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6화

    그러자 고상만은 다시 인상을 찌푸린 채 강서이를 흘겨봤다.강서이는 고개를 더 푹 숙였다.고상만의 반응을 본 노아리는 소리 없이 웃었다.고상만은 학벌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었다. 노아리가 명문대 박사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자, 자연스럽게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눴다.앞서 논문 이야기까지 나온 터라, 고상만은 내친김에 올해 수학 경시대회에 출제됐던 문제라며 한 문제를 내밀었다.노아리도 겸손하게 받아 들고 꼼꼼히 문제를 살폈다.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문제였다.노아리는 좀처럼 펜을 들지 못한 채 한참 머리를 굴렸다.옆에서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던 민도하가 물었다. “너무 오래 손을 놓아서 감이 좀 떨어졌어?”노아리가 멋쩍게 웃었다. “들켰네. 문제를 안 푼 지 꽤 오래됐거든. 나한테도 좀 어렵다.”“그럴 수 있죠.” 고상만이 말했다. “실력도 꾸준히 갈고 닦아야 유지되는 법이니까요. 일을 시작하고 나면 신경 쓸 데가 많아져서, 예전처럼 문제 하나에 오래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요.”장재영도 호기심에 문제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확실히 난이도가 있네요.”고상만이 물었다. “장 회장님도 한번 풀어 보시겠습니까?”장재영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교수님, 저한테까지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이런 문제를 손에서 놓은 지가 몇 년인데요. 이제는 머리가 예전처럼 안 돌아갑니다.”아무도 선뜻 풀어내지 못하자 고상만은 제법 아쉬워했다.고상만이 문제지를 거두려던 참이었다.노아리가 옆에서 줄곧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던 강서이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럴 때는 아예 끼어들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하긴, 끼어들 능력도 없겠지.’‘눈치는 있네.’그렇다면 굳이 봐줄 필요도 없었다.“강 대표님도 한번 풀어 보실래요?” 노아리가 불쑥 입을 열었다.갑자기 지목을 당하자, 강서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눈에는 짜증이 스쳤다.고상만도 강서이를 바라봤다. “서이야, 너도 한번 해 볼래?”강서이가 대답하기도 전이었다.노아리가 먼저 말을 이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5화

    노아리는 오늘 이곳에 온 것만으로 이렇게 큰 수확을 얻게 될 줄 몰랐다.반도체 업계의 대부를 알게 되는 데다 고상만 교수까지 직접 만날 수 있었다.고상만은 강서이를 봤을 때만 해도 반가워 보였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두 사람까지 발견하자 표정이 미묘하게 차가워졌다.불쾌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강서이가 가까이 오자, 고상만은 일부러 두어 번 콧방귀까지 뀌면서 마음속에 쌓인 불만을 드러냈다.‘바로 저 남자 때문에 내가 이렇게 좋은 제자를 놓쳤지!’‘머리가 그렇게 좋은 애라서, 조금만 더 밀어붙였으면 지금쯤 학계에서도 자기 자리를 만들었을지 몰라.’‘지금처럼 인맥 하나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몸을 낮출 필요도 없었을 거고.’‘서이 자신이 남들이 찾아오는 인맥이 됐을 텐데!’‘그 좋은 앞날까지 포기하게 만든 남자가 마음은 다 받아 놓고 배신하더니...’‘이제는 다른 여자와 대놓고 약혼까지 해?’‘서이 청춘과 재능만 아깝게 됐잖아!’찔리는 데가 있는 강서이는 고상만의 불평을 받고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평소답지 않게 얌전히 눈을 내리깔았다.그 모습은 그대로 노아리의 눈에 들어왔다.노아리는 조금 놀랐다.‘고상만 교수님은 강서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잖아.’‘하긴. 내세울 것도 없고 머릿속도 빈 강서이 같은 사람을 고상만 교수님이 좋게 볼 리 없지.’노아리는 자신감을 되찾고 두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영승반도체 총괄사장 노아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골프채를 닦던 장재영의 손이 멈췄다. “영승반도체라고요?”“네, 맞습니다.” 노아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영승반도체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선도 기업이었다. 장재영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자기소개를 들은 장재영의 표정은 오히려 조금 차가워졌다.“그렇군요.”장재영은 짧게 대답하고 다시 골프채를 닦는 데 집중했다.너무 담담한 반응이라 노아리는 무슨 말로 대화를 이어 가야 할지 난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4화

    “저녁? 네가 정해. 난 다 괜찮아.”“응. 길어도 30분이면 끝나. 미리 예약해 두면 도착하자마자 먹을 수 있을 거야.”“아, 금고에서 서류 하나만 꺼내 줘. 초록색 라벨 붙은 거. 제일 위에 있어. 이따가 밥 먹고 가는 길에 곽 대표한테 갖다주자.”강서이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아주 잠깐 멈췄다.노아리가 민도하의 금고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다는 게 뜻밖이었다.하지만 금세 자신이 괜한 데 놀랐다는 생각이 들었다.‘민도하가 노아리한테 뭘 숨긴 적이 있기는 했나?’‘늘 있던 일이잖아.’민도하가 통화를 끝낼 즈음 강서이도 완성된 마지막 수정안을 민도하에게 보냈다.민도하는 내용을 확인한 뒤 별다른 이견 없이 바로 서명했다.회의를 마치며 민도하가 예의상 물었다. “마침 저녁 시간인데 같이 밥 먹을래?”강서이도 형식적인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답했다. “됐어. 둘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 없어. 맛있게 먹어.”일행이 응접실에서 막 나오자 노아리가 도착했다.누가 봐도 민도하를 만나러 온 모습이었다.노아리는 강서이를 보자 차갑게 한 번 훑더니, 고개를 쳐든 채 그대로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잠시 뒤 안쪽에서 노아리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도하야, 식당 예약해 놨어. 이제 같이 가자.”“응.”...강서이는 차에 타자마자 진재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예요?”“바로 B시로 오세요. 중요한 얘기 있어요.”“꿈결엔진 인수 건에 관한 얘기예요.”이봉석은 막다른 곳까지 몰려서 꿈결엔진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인수 시점이었다. 강서이가 진재언에게 바로 연락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애초에 진재언에게 맡길 회사를 따로 세울 계획이었다.처음부터 사람을 뽑고 설비와 자산을 하나씩 마련하느니 이미 갖춰진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었다.‘마다할 이유가 없지.’생각해 보면 노아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노아리가 불꽃놀이 사고를 터뜨리지 않았다면, 이런 가격에 회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13화

    강서이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다음 일정까지 삼십 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여진은 세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하고 곧바로 차를 내왔다.바로 옆 응접실에서는 다른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이봉석이 민도하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하소연하고 있었다.말만 들어 보면 사정이 정말 처참했다.심지어 김설까지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아내는 집을 나갔고, 아들이 다니던 명문 사립학교 학비조차 더는 낼 수가 없었다.연로한 아버지가 쓰러졌는데, 치료비도 마련하지 못해 아직 병원에 누워 있다고 했다.이 정도라면 이봉석이 프라임로드투자 입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운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정말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민도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지. 내가 개인적으로 일부를 보상해 줄게. 나머지는 꿈결엔진을 매각해서 정리해.”민도하가 제시한 해결책이었다.이번에도 노아리의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자기 돈을 쓰려는 모양이었다.처음 있는 일도 아니어서 강서이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민도하에게는 언제나 노아리가 모든 것보다 우선이었다.이봉석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민 대표님, 대표님 정도 규모의 사업을 하시는데, 조금만 도와주셔도 꿈결엔진을 다시 살릴 수 있잖습니까?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민도하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속내는 읽히지 않았다. “이 대표가 오늘 아리한테 찾아와 난동만 부리지 않았어도,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망신만 안 줬어도 꿈결엔진을 살리는 쪽을 생각해 봤을 거야.”“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이 조건이 싫으면 안 받아도 돼. 그럼 나도 한 푼도 안 줄 거야.”“기자회견을 열고 싶으면 열어. 기자가 과연 몇 명이나 올지, 어느 언론사가 그 이야기를 보도할 수 있을지도 한번 보자고.”“해 보고 싶으면 해 봐.”“마지막에 누가 먼저 무너지는지 확인해 보자고.”옆 응접실에서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리벽 너머에 있던 김설조차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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