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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Author: 애니
노아리가 원하기만 하면, 민도하는 반드시 전폭적으로 밀어줄 거라는 그 말.

노아리가 원하기만 하면, 민도하는 노아리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노아리에게는 과시할 만한 힘이 있었다.

그래서 노아리는 하장현을 빼내려는 자리에서도 그토록 자신만만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달랐다.

강서이의 마음 한구석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 번졌다.

아픈 것도 아니고, 견디기 힘든 것도 아니었다.

다만 불편했다.

결국 강서이는 협업에 동의했다. 민도하가 내민 조건이 지나치게 좋았기 때문이다.

돈과 자원이 제 발로 굴러들어 오는데,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민도하는 노아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면 정말 아끼는 게 없었다.

프라임로드투자의 핵심 기술까지 외부와 공유하겠다고 나섰으니까.

협업이 성사되자 손규원은 꽤 기분이 좋아 보이며, 두 사람의 잔에 계속 술을 따랐다.

강서이가 막 술잔을 들려던 때, 민도하가 말을 끼워 넣었다.

“강 대표는 술 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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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8화

    꽤 오래전 일이었는데도, 그 말을 하던 민도하의 냉정한 표정은 아직도 선명했다.강서이가 업무 중 성희롱을 당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상대는 함부로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중요한 고객이었다.너무 무서워서 눈시울을 붉힌 채 민도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그때 돌아온 대답이 바로 그 말이었다.그 뒤로 강서이는 무슨 일이 생기든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해졌다.그때 너무 상처를 받아서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은 걸지도 몰랐다.민도하가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까지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도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노아리였다면, 민도하는 절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차이를 확인할 때마다 강서이의 상처만 더 깊어졌다.강서이의 말을 들은 서한승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이야, 계속 혼자 버티기만 하면 지쳐.”강서이도 힘들다는 건 잘 알았다.하지만 이 세상에서 자신 말고 누굴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그런데 서한승이 다시 일깨워줬다. “너한테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건 잊었어? 그분이라면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강서이의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다. “혹시...”바로 알아듣자 서한승의 눈에 웃음이 차올랐다.“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분.”다음날 강서이는 한의사 하강진과 함께 찾아갔다.하지만 고상만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미리 자리를 피해 버렸다. 강서이는 허탕을 치고 말았다.아예 전화도 받지 않으니 강서이도 난감했다.‘그 연세에 아직도 진료받는 게 그렇게 무서우신가?’...그 시각, 고상만은 식사 모임에 참석해 있었다.평소라면 아예 나가지도 않았을 자리였다.오늘은 강서이를 피하려고 눈에 띄는 모임에 무작정 나온 것이었다.하필 민도하가 마련한 자리일 줄은 몰랐다.고상만을 보자 안상철은 곧장 자세를 낮췄다. “교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속으로는 노아리의 인맥에 감탄했다.‘노 사장... 고상만 교수까지 초대하다니.’다른 참석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고상만 교수는 수년 전부터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7화

    안상철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함께하지요.”강서이는 노아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노아리의 눈에는 원하는 걸 손에 넣었다는 우쭐함이 묻어 있었다.노아리의 옆을 지나던 강서이가 걸음을 잠깐 멈췄다.흥미롭다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노 사장님은 남의 걸 뺏는 게 그렇게 좋으세요? 스스로는 가치를 증명할 자신이 없어서요?”노아리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입가의 미소도 바로 사라졌다.안상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강서이는 가볍게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 대표님, 다음에 뵙겠습니다.”노아리를 더 몰아붙이지는 않았다.민도하가 끔찍이 아끼는 사람이었으니까.노아리의 체면을 깎는 건 민도하의 체면을 깎는 것과 같았다.그토록 노아리를 감싸는 민도하가 이번 일로 강서이에게 등을 돌리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영승반도체가 SH테크에 공유한 자원과 거래망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만큼,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강서이가 연이도에게 전화하려던 참에 서한승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전화를 받자마자 서한승이 물었다. [너 영안 회계법인이야?]“어떻게 알았어요?” 강서이가 뜻밖이라는 듯 살짝 놀라면서 되물었다.[나도 근처야. 네 차를 봤어.]서한승이 전화 너머로 말했다. [잠깐 보자. 할 얘기가 있어.]서한승의 차는 건물 앞에 세워져 있었다. 강서이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서한승의 차를 발견했다.동시에 민도하도 눈에 들어왔다.민도하 역시 누군가를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서한승과 마주치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건물에서 나오는 강서이를 본 서한승이 민도하에게 말했다.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왔네.”민도하의 서늘하고 무심한 시선이 강서이에게 닿았다.강서이는 그대로 민도하를 지나쳐서, 환하게 웃으며 서한승에게 다가갔다.“많이 기다렸어요?”“별로.” 서한승은 습관처럼 손을 뻗으면서 강서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곁에 있던 민도하는 주머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6화

    구기민은 윤성미의 유언에 따라 추모식을 열지 않았다.대신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바다로 가서 직접 유골을 뿌렸다.강서이에게 그나마 위안이 된 건, SL증권과의 협업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SH테크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덕분에 윤성미의 마음에 마지막까지 걸려 있던 일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강서이는 G시에 이틀 더 머물렀다.떠나기 전에 구기민이 강서이를 따로 만났다.SH테크는 윤성미가 평생 공들여 일군 회사라며,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굳이 자신이 부탁하지 않아도, 강서이가 윤성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리라는 건 구기민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강서이는 SH테크를 반드시 더 크고 탄탄한 회사로 키우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강서이를 바라보는 구기민의 눈길은 어딘가 허전했다. 강서이 너머로 다른 누군가를 보는 듯했다.떠날 채비를 하던 강서이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떠올라서, 구기민에게 다시 근황을 물었다.“공교롭게도 출장을 갔어요.”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강서이는 수행비서 연이도와 함께 밤 비행기로 B시에 돌아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월요일 새벽이었다.마중 나온 김설은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평소보다 말수도 눈에 띄게 적었다.의아해진 강서이가 물었다. “왜 그래? 남자친구랑 싸웠어?”“그런 거 아니에요!”“그럼 무슨 일인데?”“거의 얘기가 끝났던 회계법인이랑 법무법인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꿨어요. 저희랑 계약하지 않겠대요.”윤성미를 배웅하는 강서이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김설은 그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강서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바스테크에서 접촉했어?”김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분을 참지 못하고 말을 쏟아 냈다. “프라임로드투자는 회계팀도 법무팀도 따로 있잖아요. 노아리 사장은 자기 회사 사람들 두고 왜 굳이 우리가 협의하던 곳을 가로채요? 일부러 이러는 거잖아요!”대놓고 괴롭히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강서이는 미간을 꾹 눌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5화

    민도하가 눈꼬리를 살짝 들었다. 어딘가 무심한 어조였다. “고마워.”두 사람이 원래 별실로 돌아갔을 때, 노아리는 고인수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동문이실 줄은 몰랐어요. 이러면 더더욱 한잔해야겠네요.”고인수도 웃었다. “그럼요. 한잔해야죠.”자리에 앉은 민도하가 물었다.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밌어?”노아리가 바로 이야기해 주었다. “고 대표님도 WT비즈니스대학교에서 공부하셨대. 동문인 거지. 도하야, 정말 신기하지 않아?”“그러게. 신기하네.” 민도하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래도 술은 마시지 마. 요 며칠 몸도 안 좋다며.”고인수가 감탄했다. “두 분 사이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오늘 직접 보네요.”노아리가 수줍게 웃었다. “부끄럽네요, 대표님.”“무슨 말씀을요. 좋은 일이지요.”고인수는 강서이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협상이 어떻게 끝났는지 궁금한 눈치였다.강서이가 곧바로 말했다. “대표님,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함께해요.”고인수는 바로 알아들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서로 알아 가는 계기가 된 셈 치죠.”강서이가 가려 하자 고인수가 붙잡았다. “강 대표님, 오신 김에 식사라도 같이 하시죠.”“아니에요. 일이 남아서 먼저 가 볼게요. 맛있게 드세요.”노아리의 붉은 입술이 득의양양하게 올라갔다.민도하가 전에 강서이의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민도하가 마음에 두는 건 언제나 자신뿐이었다.강서이는 노아리에게 조금도 위협이 되지 못했다....강서이가 ‘문심’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배준석이 다급하게 그로스캐피탈로 찾아왔다.강서이도 의아했다.민도하와 합의한 건 어제인데 배준석은 오늘 벌써 알고 있었다. ‘소문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강서이가 그대로 물었다.배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따로 알아볼 필요도 없었어요. 벌써 소문이 다 났던데요.”“어떻게요?” SH테크 일로 바빴던 강서이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4화

    강서이는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이건 얘기할 여지가 없어.”민도하는 기분 나빠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게 몸을 뒤로 기대며 차분하고 무심하게 말했다. “내 조건부터 듣고 결정해도 되잖아.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일 수도 있으니까.”민도하를 잠시 바라보던 강서이가 미간을 폈다. “좋아. 얘기해 봐.”민도하가 가볍게 웃었다.비웃음 같았다.옆에 있던 노아리도 붉은 입술을 업신여기듯 끌어 올렸다.강서이는 개의치 않았다.이번에는 민도하가 노아리를 위해 얼마나 내놓을지, 어떤 좋은 조건을 제시할지 궁금할 뿐이었다.이런 협상은 당연히 단둘이 해야 했다.일어선 민도하가 노아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안심시키려는 동작이었다. “금방 다녀올게.”노아리는 너그럽게 굴었다. 민도하와의 관계를 굳게 믿는다는 듯이. “편하게 얘기하고 와.”그러면서도 강서이가 나갈 때는 깔보는 눈길을 던졌다.‘민 회장님이 좋아해 주면 뭐 해?’‘도하한테 강서이는 아무것도 아닌데!’‘도하가 신경 쓰는 건 나뿐이야.’민도하의 기록을 깨고 B시에서 가장 빠르게 회사를 상장시킨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민도하는 곧바로 움직였다.직접 SL증권 고인수에게 연락하고, 강서이가 계약하기 전에 와서 기회를 가로챘다.민도하는 강서이를 다른 별실로 데려갔다. 안에서는 직원이 미리 차를 우려 놓고 있었다.테이블에는 보기 좋은 다과가 몇 접시 놓여 있었다.몇 년 전 SNS에서 크게 유행했던 꽃설기도 있었다. 한창 인기일 때는 구하기도 힘든 디저트였다.당시 자회사 상장 때문에 쉬지 않고 야근하던 프라임로드투자 직원들을 챙기려고, 강서이는 한밤중부터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그 떡을 샀다.수량이 한정돼 있어 강서이 자신의 몫은 남겨 두지 못했다.보다 못한 여진이 결국 반 상자를 나눠 주었다.맛을 보니 정말 괜찮아서 강서이는 그 일을 민도하에게도 이야기했다.일에 바빴던 민도하는 그 메시지에 답을 하지도 않았다.그 뒤로는 강서이도 잊고 지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3화

    눈앞에 온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리 없었다.이예수의 말이 끝나자, 여전히 휠체어에 앉아 있던 민두해가 눈꺼풀을 들고 한번 쓱 훑었다.아무 감정도 없는 시선인데도 이예수는 괜히 물러서고 싶어졌다.노아리도 얌전하게 인사했다. “회장님.”민두해는 노아리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표정은 담담하고 거리가 있었다.그래도 노아리는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었다. “도하가 곧 올 거예요. 먼저 모셔다드리라고 할까요?”옆에 있던 진인자가 차가운 눈길로 노아리를 보았다. “괜찮아요. 회장님은 모시러 오는 분이 계세요.”말이 끝나자마자 마침 강서이가 도착했다.민두해 앞에 차를 반듯하게 세운 뒤, 강서이가 곧바로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민두해는 진인자의 부축을 받으면서 일어났다.조금 전까지 차갑고 무심했던 표정이 강서이를 보자 한결 부드러워졌다. “왔구나.”“제가 부축할게요.” 강서이가 민두해를 부축하면서 차로 향했다.진인자도 얼른 뒤를 따랐다.그 자리에 남은 모녀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노아리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예수도 화가 났지만 그래도 노아리보다는 참을 줄 알았다.“도하 곧 온다. 표정부터 가다듬어.”그러면서 강서이의 차가 떠난 방향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강서이도 오래 기고만장하진 못할 거야.”민두해가 소개해 준 덕분에 강서이는 SL증권 고인수 대표와 순조롭게 이야기를 나눴다.고인수는 ‘문심’의 전망을 밝게 봤고 강서이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반드시 ‘문심’을 상장시키겠다며 자신 있게 약속했다.그 말을 듣고 강서이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주말 이틀도 쉬지 않았다. 회사에 남아 SL증권에서 요구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야근을 이어 갔다.월요일, 고인수를 만나 자료를 전달하려고 약속 장소에 간 강서이는 민도하와 노아리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세 사람이 아는 사이인 줄 모르는 고인수는 웃으며 소개했다. “강 대표님, 이쪽으로 오세요. 인사 나누시죠. 영승반도체 민 대표님, 이쪽은 바스테크 노 사장님입니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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