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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Author: 애니
강서이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별거 아니에요. 물건도 전달했고요, 저는 이제 회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아무 데나 들어가서 허기부터 채우고 싶었다.

식사로 속을 달래고, 기분도 좀 가라앉혀야 했다.

민도하는 곧 이어질 ‘장모님 챙기기’ 일정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었는지 강서이의 태도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서이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 대충 점심을 먹었다.

음식이 들어가니 약간 나아졌고, 다시 프라임로드투자로 돌아갈 생각에 차로 향했다.

그러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기 너머의 설명을 들은 강서이의 표정이 확 변했다.

“저 바로 근처예요. 지금 바로 갈게요!”

강서이는 거의 뛰다시피 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주차하고, 심장이 조여드는 걸 느끼면서 병원 입구로 달려갔다.

급하게 달리다 누군가와 부딪쳤다.

깔끔하게 정장 차림을 한 중년 남성이었다.

머리 한 올 흐트러짐 없던 사람이 있었고, 예상치 못한 충돌에 그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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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6화

    강서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굳어졌다.민도하는 여전히 강서이의 팔을 잡고 있었다.평소처럼 느슨한 말투가 아니라 사람을 누르는 듯 차갑고 단정한 목소리였다.“우리 처음 잤던 날, 네가 분명히 말했어. 마음에 둔 사람이 있으니까 나더러 부담 갖지 말라고.”민도하는 말을 잠깐 끊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이어 갔다.“그 사람이 서한승이었지?”강서이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민도하가 그날 자신이 했던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두 사람의 첫 관계는 사고에 가까웠다.그 전에도 강서이는 민도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려고 먼저 다가간 적이 있었다.하지만 민도하는 거절했다.그때 강서이는 순진하게도 민도하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여자의 외모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고, 상대가 약해졌을 때 틈을 노리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믿었다.그래서 어렵게 얻은 해외 유학 기회를 포기하고 민도하 곁에 남아서 창업을 함께했다.처음 1년 동안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보며 달렸다.힘든 일도 많았고 성과를 얻는 기쁨도 함께 맛봤다.강서이는 매일같이 부딪치며 일하는 사이 민도하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그렇다고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선을 지키며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했다.조금이라도 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평생 그 마음을 숨긴 채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아무도 모르는 깊은 밤에만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 볼 뿐이었다.달빛 아래에서 한 번 들여다보고, 민도하 때문에 생긴 흔적을 손끝으로 더듬어 본 뒤.날이 밝기 전 다시 단단히 감춰 두었다.그 외로운 짝사랑의 균형을 무너뜨린 게 바로 그날의 사고였다.프라임로드투자는 설립 1년 만에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민도하는 회사의 사회적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성적이 우수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거 후원했다.학교 측에서는 장학생들이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로 후원 감사 행사를 마련했다.원래 강서이도 민도하와 함께 참석해 사람들을 상대할 예정이었다.하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5화

    윌리엄 교수가 답했다.“Moli는 제가 WT비즈니스대학교에서 가르칠 때 지도했던 박사과정 제자입니다.”기자가 놀라며 말했다.“노아리 사장님이 윌리엄 교수님의 제자였군요. 전혀 몰랐습니다.”윌리엄은 노아리를 아낌없이 칭찬했다.“Moli는 아주 뛰어나고 능력도 좋아요. 자랑스러운 제자입니다.”그 이력 때문에 다른 기자들까지 노아리 쪽으로 몰렸다.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이사랑이 미리 섭외한 사람들이었다.정확히는 노아리와 이사랑이 함께 세운 계획이었다.윌리엄 교수의 전화를 받았던 날부터, 노아리는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지 계산해 두었다.재벌가에서 며느릿감을 볼 때 흔히 따지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비슷한 집안 배경을 갖췄거나, 학력과 능력이 뛰어나거나.첫 번째 조건은 노아리에게 어려웠다.민씨 집안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집안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러니 두 번째 조건을 최대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이예수가 바로 그 점을 깨닫고, 큰돈을 들여서 노아리의 유학과 학업을 지원했다.높은 학력과 뛰어난 두뇌를 가진 며느리를 좋은 조건으로 보는 상류층의 인식을 이용한 것이었다.그 부분이야말로 노아리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점이었다.‘강서이는 애초에 내 상대가 안 돼.’노아리는 자신만만하게 강서이가 있는 쪽을 봤다.강서이는 이쪽에 관심이 없는 듯 서한승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정말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신경 쓰이면서 아닌 척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노아리는 후자라고 생각했다.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것뿐일지도 몰랐다.“Moli, 이쪽을 봐 주세요.”한 기자가 노아리의 영문 이름을 불렀다.조금 전 윌리엄 교수가 그렇게 소개했기 때문이다.노아리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서한승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서이도 소리를 듣고 이쪽을 봤다.‘Moli?’‘노아리 영문 이름이었나?’‘이런 우연도 있네.’강서이가 예전에 WT비즈니스대학교에 지원했을 때 사용한 영문 이름도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4화

    “쉿.”서한승이 검지를 입술 앞에 세우면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행사가 이미 시작했다는 뜻이었다.곧 미소를 지으며 강서이를 다정하게 바라봤고, 예전처럼 손을 뻗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노아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민도하가 물었다.“왜 그래?”“한승이 왔어.”노아리가 담담한 척 답했다.민도하는 노아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마침 서한승이 강서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민도하는 잠깐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관심이 없다는 듯 냉담했다.시선 역시 오래 머물지 않고 곧 거두었다.하지만 노아리의 신경은 계속 그쪽으로 향했다.서한승이 강서이를 보는 눈이 달랐기 때문이다.비슷한 모습을 여러 번 본 적도 있었다.지금까지 서한승이 강서이에게 보였던 특별한 관심과 행동을 떠올리자, 하나의 추측이 떠올랐다.그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속에서 차가운 기운이 계속 올라오는 느낌이었다.어떻게 해도 억누를 수가 없었다.노아리는 답을 꼭 확인해야 했다.행사 도중 서한승이 자리를 비우자, 노아리도 적당한 핑계를 대고 뒤따라 나갔다.서한승은 강당 밖 나무 그늘 아래에서 통화 중이었다.노아리는 망설이지 않고 가까이 다가갔다.“네가 마음에 품고 있던 그 여자... 설마... 강서이야?”서한승의 표정이 잠깐 멈칫하며 굳어졌다.노아리를 바라보는 눈은 싸늘했다.노아리는 진실을 듣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더 다급한 목소리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네가 7년 동안 마음에 담아 둔 여자가 강서이냐고.”서한승은 통화 중인 상대에게 말했다.“지금 일이 좀 생겼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전화를 끊은 뒤 노아리를 바라봤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태연하게 던진 한마디였지만 노아리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까지 떨렸다.“대답해. 강서이 맞아?”서한승이 날 선 눈으로 노아리를 바라봤다.잠시 침묵이 이어졌다.마침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3화

    한지수는 그 모습을 보자 속에서 불이 치솟았다.‘민도하가 우리 서이한테 어떻게 저럴 수 있어?’나타난 뒤로 지금까지 민도하의 시선은 강서이를 무심하게 한 번 스쳤을 뿐이었다.오래 머물지도 않았다.마치 강서이라는 사람을 모르는 것처럼 굴었다.7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버려지는 건가 싶었다.한지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민 대표, 잘 오셨네요. 그럼 직접 말해 보세요. 둘 중 누가 먼저 남의 관계에 끼어든 건데요?”이 일에서 혼자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어림도 없었다.한지수는 민도하까지 반드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민도하가 강서이와의 과거를 부정한다면, 지난 7년 동안 강서이가 그에게 해 준 일을 전부 사람들 앞에서 말해 버릴 작정이었다.민도하가 한지수를 차갑게 바라봤다.경고처럼 느껴지는 눈빛이었다.한지수는 피하지 않았다.민도하는 한지수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강서이를 짧게 봤다.그 뒤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수 씨는 그런 말 못 들어봤습니까? 관계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라는 말.”...“서이야, 그때 네가 나를 말리면 안 됐어! 그 둘 입을 그냥 다 찢어 놨어야 했는데!”한지수는 얼음물을 한 병째 들이켰다.그래도 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민도하가 그렇게 양심 없는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 한마디로 강서이가 지난 7년 동안 한 모든 일을 부정해 버렸다.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한 병 더!”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한지수는 차가운 물이라도 더 마셔야 진정될 것 같았다.“얼음물 너무 많이 마시지 마.”강서이는 미지근한 물을 한 병 건넸다.표정은 담담했다.민도하의 대답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건 사실이었다.한여름인데도 가슴속이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다.마음속에 일었던 파문도 차츰 잦아들었다.구정태 총장이 직접 강서이를 찾아와서 여러 번 사과했다.아래 직원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생긴 오해라며 미안해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2화

    주변에서 터지는 웃음과 수군거림에 노아리는 몹시 불쾌했다.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말을 왜 그렇게 수준 낮게 하세요?”그 말을 듣자 한지수가 웃었다.“수준이 그렇게 높으신 분이 남의 연애에는 왜 끼어들었어요?”주변의 웅성거림이 더 커졌다.“겉보기엔 멀쩡한데 남의 남자나 뺏은 사람이었어?”“진짜 별로다. 난 저런 사람이 제일 싫어.”“저 회사는 지원하지 말자. 괜히 엮이기 싫다.”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하던 노아리의 표정이 사람들의 말에 조금씩 무너졌다.체면을 완전히 잃기 직전에, 누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남의 연애에 끼어든 사람 말입니까? 제가 보기엔 여기 다른 사람이 해당되는 것 같은데요.”성이남이었다.강성대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상황을 마주칠 줄은 몰랐다.노아리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모습을 보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그때 전화를 마친 강서이가 돌아왔다.성이남의 말을 그대로 들은 강서이는 고개를 들었다.성이남도 비난과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강서이를 보고 있었다.강서이는 어이가 없어 잠깐 멈췄다.‘지금 성이남이... 나더러 남의 연애에 끼어들었다는 건가?’‘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한지수도 성이남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알아차리고 눈을 크게 떴다.‘세상에, 저 정도로 상황 판단을 못 하는 사람이 있어?’한지수가 따져 물었다.“말 똑바로 해요. 누가 누구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건데요?”노아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눈에는 냉기가 비쳤지만 겉으로는 오히려 점잖은 척 성이남을 말렸다.“됐어. 사람도 많은데 괜히 일 키우지 마. 저런 사람이랑 말 섞어서 뭐 해.”노아리가 대범하게 넘어가는 척할수록 성이남은 더 억울하게 느꼈다.성이남이 한지수를 차갑게 바라봤다.“그 질문은 강 대표님께 하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이제 강서이도 확실히 알았다.성이남이 자신을 두고 한 말이었다.“노아리 사장님이 성 대표님께 그렇게 말했나요?”강서이는 화를 내지 않았다.말투도 차분했다.대신 성이남 뒤에 서 있는 노아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1화

    고상만은 결국 바둑돌을 탁 내려놓았다.“안 둬, 안 둬. 너랑 바둑 두는 게 제일 재미없어.”성이남이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교수님, 제가 급한 일이 좀 생겼습니다. 다음에 와서 제대로 두겠습니다.”고상만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성이남은 곧장 강성대로 향했다.노아리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디에 있는지 물으려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노아리를 발견했다.성이남은 핸드폰을 내리고 바로 그쪽으로 걸어갔다.졸업 시즌은 기업 채용 시즌이기도 했다.학교에서는 여러 회사가 채용 부스를 차릴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따로 내주었다.강서이와 한지수는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덕분에 꽤 눈에 띄는 위치를 잡았다.행사장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다.두 사람은 직원들에게 부스 설치를 지시하는 중이었다.정문으로 들어온 노아리는 멀리서도 강서이를 바로 알아봤다.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강서이가 뭘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하자,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면서 윌리엄 교수의 뒤를 빠르게 따라갔다.구정태 총장은 윌리엄 교수 옆에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노아리가 윌리엄 교수의 제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라 노아리에게도 상당히 정중했다.노아리가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총장님, 저희 회사도 오늘 채용 일정이 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눈에 잘 띄는 자리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구정태가 흔쾌히 답했다.“그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총장님.”노아리는 인사를 마치자 영승반도체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다.영승반도체도 이날 강성대에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었다.다만 출발이 늦어서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해 고민하던 참이었다.노아리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 뒀으니 당장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잠시 뒤 노아리는 영승반도체 직원들을 데리고 강서이의 부스로 향했다.강서이 쪽은 막 설치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지원자를 받을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노아리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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