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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Author: 애니
장재영의 발표가 끝난 뒤 강서이가 마이크를 받아서 짧게 덧붙였다.

“장재영 회장님이 함께해 주시는 만큼 SH테크가 한 단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강서이가 어떻게 장재영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곧 사람들 사이를 돌았다.

강서이는 장재영을 임원으로 영입한 게 아니었다.

SH테크의 새로운 파트너로 초대한 것이었다.

배준석이 객관적으로 평했다.

“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라면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장재영 회장님이 전 회사와 계약을 조기에 끝낸 것도 결국 그 문제 때문이었고.”

직업상 사람의 심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라, 배준석은 이런 부분에 나름의 견해가 있었다.

“조직이 굴러가는 바닥에는 결국 이해관계가 있어. 하지만 실력 있는 사람에게 명확하게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건 사람을 얻는 첫 단계야.”

“강 대표가 장재영 회장님한테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짚은 거지. 장 회장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전혀 이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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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4화

    장재영의 발표가 끝난 뒤 강서이가 마이크를 받아서 짧게 덧붙였다.“장재영 회장님이 함께해 주시는 만큼 SH테크가 한 단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소문은 빠르게 퍼졌다.강서이가 어떻게 장재영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곧 사람들 사이를 돌았다.강서이는 장재영을 임원으로 영입한 게 아니었다.SH테크의 새로운 파트너로 초대한 것이었다.배준석이 객관적으로 평했다.“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라면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장재영 회장님이 전 회사와 계약을 조기에 끝낸 것도 결국 그 문제 때문이었고.”직업상 사람의 심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라, 배준석은 이런 부분에 나름의 견해가 있었다.“조직이 굴러가는 바닥에는 결국 이해관계가 있어. 하지만 실력 있는 사람에게 명확하게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건 사람을 얻는 첫 단계야.”“강 대표가 장재영 회장님한테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짚은 거지. 장 회장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말을 마친 배준석이 성이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이런 부분은 강 대표한테 좀 배워. 좋은 리더는 사람을 움직이려면 먼저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는 걸 알거든.”“이번엔 네가 져도 억울할 건 없어.”...병실 밖.야간 근무 중인 간호사 두 명이 서로 802호에 들어가라며 미루고 있었다.“우리 가위바위보 하자. 진 사람이 들어가는 걸로.”“좋아.”몇 번 주먹을 내고 난 뒤 한 명이 졌다.진 간호사는 한숨을 푹 쉬었다.“아,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이긴 간호사가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어차피 해야 할 일이야. 빨리 갔다 와.”“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기나 해? 상전도 그렇게는 사람 안 부리겠다.” “난 병원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지, 그 여자 하녀가 아니거든? 돈 좀 있다고 사람을 얼마나 깔보는지 몰라.”진 간호사는 약을 준비하면서도 계속 투덜거렸다.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걸 본 동료가 얼른 눈짓했다.“누가 온다. 그만 말해.”성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3화

    민도하는 강서이의 말을 꽤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노아리가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였다.노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도하야, 나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그제야 민도하가 정신을 차렸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눈이 노아리를 보자 조금 누그러졌다.“왜 그래?”“몸이 안 좋아.”“병원으로 가자. 내가 같이 갈게.”민도하는 망설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가려고 하자 남유환이 물었다.“행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가?”“아리가 몸이 안 좋대. 병원에 같이 가려고. 너희끼리 있어.”민도하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노아리를 데리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단상에 선 강서이는 행사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누가 남고 누가 나가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였다.그렇다고 두 사람을 오래 신경 쓰진 않았다. 축사를 마친 뒤 장재영을 단상으로 초대했다.장재영은 발목을 삐어서 걷는 게 불편했다. 강서이가 직접 다가가서 부축했다.그 모습을 눈여겨본 배준석이 성이남에게 물었다.“장재영 회장님, 다치셨어?”성이남은 중간에 자리를 뜬 노아리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 사실을 전혀 보지 못했다.“그랬어요?”“걷는 자세가 평소와 다른 거 못 봤어?”배준석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확실히 걸음이 불편해 보였다.배준석이 조용히 말했다.“그래서 강 대표가 계속 장재영 회장님 곁에 있었던 거구나. 다른 손님들한테 인사할 틈도 없이 챙기고 있었네.”그제야 이유를 이해한 눈치였다.성이남은 잠시 말을 잃었다.호텔에서 장재영을 만났을 때 진한 한약 냄새가 났던 것도 떠올랐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호텔을 나설 때 가까이 붙어 있었던 건...’‘장재영 회장이 걷기가 불편해서였던 건가?’‘다른 이유가 아니라?’윤성미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성이남은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표정도 무거워졌다.그때 장재영이 마이크를 받아 들고 말을 시작했다.먼저 자신을 초대해 준 강서이에게 감사했고, 행사 내내 세심하게 챙겨 준 데 대해서도 고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2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이번 총회의 발기인이 단상으로 초청됐다.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단상에 오른 사람은 바로 강서이였다.기대에 차 있던 노아리의 눈이 그대로 굳어졌다.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서태우는 숨까지 들이마셨다.무심코 옆의 남유환을 붙잡았다.“내가 지금 잘못 본 거지?”남유환은 인상을 쓰며 서태우의 손을 떼어 냈다. 애써 갖춰 입은 정장이 구겨질까 신경이 쓰였다.아직 강서이에게 인사도 못 했으니 최소한 겉모습은 단정하게 유지하고 싶었다.하지만 서태우는 눈치도 없이 다시 남유환의 팔을 잡았다.“분명 내가 잘못 본 거야. 강서이가 왜 저기 올라가 있어?”강서이가 이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문제는 발기인 자격으로 단상에 올라서 축사까지 한다는 점이었다.행사장 곳곳에서도 낮은 웅성거림이 번졌다.성이남이 미간을 찌푸린 채 배준석에게 물었다.“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강 대표가 발기인이라고요?”배준석은 강서이에게 온 신경을 빼앗긴 탓에 성이남의 말을 듣지도 못했다.대답이 없자 성이남이 옆을 돌아봤다.배준석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감탄이 가득했다.행사장 안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단연 노아리였다.노아리는 조금 전 강서이를 위해 박수까지 쳤다.손바닥에 남은 따끔한 감각이 마치 보이지 않는 뺨을 맞은 것처럼 느껴졌다.강서이는 당당하고 침착했다.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처음 이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긴장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주변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여유롭게 마이크를 들었다.“귀한 걸음을 해 주신 내빈 여러분과 협력사 관계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 총회의 발기인을 대신해 자리를 맡게 된 강서이입니다.”대리 발기인이었다.그 사실을 감안해도 놀라움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이 자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강서이를 높이 평가하고 신뢰해서 민두해가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뜻이었다.그 정도의 신임이라면 재계가 술렁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1화

    성이남이 궁금했던 건, 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업계의 선두인 영승반도체는 물론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자랑하는 성세그룹과의 협업까지 기꺼이 포기했는지였다.“강 대표님.”배준석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배준석은 시청을 대표해서 이번 행사에 참석한 참이었다.행사장에 들어선 뒤부터 시선은 줄곧 강서이에게 머물렀다.강서이 주변에 인사를 건네러 온 사람들이 조금 뜸해지고 나서야 배준석이 다가왔다.성이남에게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배 과장님.”강서이도 배준석에게 인사했다.“머리는 이제 안 아프세요?”배준석이 신경 쓰는 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강서이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이제는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다행이네요.”성이남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투가 묘하게 느껴졌다.배준석과 오래 알고 지냈지만, 누군가를 저렇게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강서이를 바라보는 눈빛도 평소와 달랐다.성이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문득 배준석이 예전에 B시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배준석은 강서이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다가와서 축사 원고 이야기를 꺼냈다.강서이는 장재영을 잘 챙겨 둔 뒤 그 사람과 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배준석도 더 붙잡지 못했다.머릿속에 떠오른 추측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진 성이남은 결국 배준석에게 물었다.“강 대표님과 많이 친하십니까?”“그럭저럭.”배준석은 모호하게 답했다. 친하다고 하기엔 아직 거리가 있었다.그렇다고 안 친하다고 하기엔 강서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성이남은 그 짧은 대답만으로도 의미를 알아들었다.배준석은 직업 특성상 인간관계의 선을 분명하게 긋는 사람이었다.그런 배준석이 ‘그럭저럭’이라고 말한 것 자체가 성이남의 짐작을 확인해 주는 셈이었다.성이남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대체 강서이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건가?’‘아니, 강서이는 대체 얼마나 사람의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0화

    “오늘 오전에 장 회장님을 뵈려고 호텔에 갔어. 그때 강서이 대표가 선물 상자 몇 개를 들고 장 회장님 객실 문을 두드리는 걸 봤어.”성이남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두 사람은 오후가 돼서야 함께 호텔에서 나왔고...”노아리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강서이는 정말 어디까지 바닥을 보여 주려는 거야.’이번 행사에 들어오기 위해 호텔방까지 직접 찾아갔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성이남 역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이틀 사이에 강서이가 서로 다른 남자와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연달아 봤다.상대들의 나이 차이도 상당했다.장재영은 강서이보다 24살이나 많았다. 그런데도 저럴 수 있다는 생각에 성이남은 이해할 수 없었다.‘정말 어이가 없네.’강서이를 향한 성이남의 반감은 더 커졌다.반대로 자신의 실력으로 차근차근 자리를 만들어 온 아리 선배가 더 귀하게 느껴졌다.성이남은 민도하가 돌아오기 전에 자연스럽게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헸다.아리 선배의 행복한 시간을 자신이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민도하는 금방 돌아왔다. 노아리가 유심히 본 바로는 장재영에게 다녀오는 동안 강서이와는 따로 말을 섞지 않았다.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았다.민도하는 강서이를 마치 없는 사람처럼 철저히 무시했다.그 사실을 확인한 노아리의 기분은 한층 좋아졌다.민도하가 돌아오자 노아리는 다시 그의 팔을 끼며 물었다. “민 회장님은 언제 오신대?”“내가 물어볼게.”민도하는 노아리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직접 민두해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노아리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민 회장님이 대표 발언자로 무대에 오르신다고 들었어. 급하게 찾지 말고 말씀이 끝나신 다음에 인사를 드리자.”그때는 행사장에 있는 모든 시선이 민두해에게 모일 터였다. 자신이 적당한 때에 나타나 인사를 하면, 민두해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바깥의 소문도 자연스럽게 잠재울 수 있었다.민도하도 그러자고 했다.그 뒤로는 노아리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29화

    노아리는 저도 모르게 민도하의 팔을 더 꼭 끌어안았다. 가장 자신 있고 우아한 미소를 지은 채, 민도하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에게 인사를 돌았다.지금 B시 재계에서 민도하가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해서, 대부분은 상대 쪽에서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노아리도 민도하 곁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하나같이 B시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사들이었다.한창 대화가 무르익던 중 행사장 입구 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말했다. “장재영 회장님이시네요.”“어? 옆에 있는 분은 그로스캐피탈 강서이 대표 아닌가요? 두 분이 왜 같이 오셨지?”노아리의 얼굴에 걸려 있던 완벽한 미소가 그대로 굳어졌다.조금 전까지 노아리와 즐겁게 대화하던 사람들 상당수가 방향을 바꿔서 장재영과 강서이 쪽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아리 주변에는 몇 사람만 남았다.노아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강서이를 바라봤다.강서이는 장재영의 팔을 부축하듯 끼고 밝게 웃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서태우도 슬쩍 다가와서 강서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둘이 왜 같이 왔지? 누가 정식 초청이고 누가 동반 참석이야?”노아리는 싸늘한 얼굴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너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그야 장 회장님이 정식 초청자겠지. 저 정도 영향력이면 당연하잖아.”그 정도 판단은 서태우도 할 수 있었다.장재영은 반도체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자 기술업계의 대표적인 원로였다.‘그렇다면 강서이는 장재영의 동반자로 이 행사에 들어온 건가?’서태우는 오히려 그 점이 더 궁금해졌다. “그런데 강서이는 어떻게 장 회장님이랑 저렇게 가까워진 거야?”노아리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너도 강서이 오래 알았잖아.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서태우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예전에 자신들이 강서이를 그렇게 싫어했던 것도 결국 비슷한 이유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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