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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Autor: 애니
강서이는 민도하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서한승 앞에서.

가슴 한가운데가 단번에 답답해졌다.

민도하는 또다시 프라임로드투자 규정을 들먹였다.

언제나 프라임로드투자 규정이었다. 늘, 언제나, 끝까지.

결국 그 규칙을 지켜야 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서이 하나뿐이었다.

팽팽한 기류가 그대로 굳어버리려던 때였다.

마침 퇴근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강서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사직서를 민도하에게 내밀었다.

“이제 퇴근 시간이네요. 그럼 더는 프라임로드투자 규정 안 지켜도 되는 거죠? 대표님.”

그 말을 끝내자마자, 강서이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자기 자리로 향했다.

민도하의 표정이 어떻든 더는 돌아보지 않았다.

민도하의 낯빛이 좋을 리 없었다. 온몸에 싸늘한 기운이 내려앉아 있었다.

서한승의 시선은 민도하 손에 들린 사직서로 향했다.

“도하야, 내가 알기로는 강서이가 진작에 사직 얘기 꺼냈잖아. 그런데 아직도 승인 안 한 거야?”

“그건 프라임로드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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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2화

    ‘뭐긴.’‘노아리 일인데 급하지 않을 리가...’강서이의 관심은 그쪽에 있지 않았다. 민두해에게 몇 가지를 더 물은 뒤, 병실을 나섰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강서이는 병실로 돌아간 뒤, 이튿날 아침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강윤희에게 먼저 가겠다고 알렸다.안내 데스크에 들러서 당직 간호사에게도 인사했다. 남은 검사 결과가 정확히 언제 나오는지, 언제 받으러 오면 될지도 함께 물었다.그때 그쪽으로 노아리와 민도하가 걸어왔다.노아리가 민도하에게 말했다. “도하야, 우리 엄마 때문에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민도하의 목소리는 보기 드물게 부드러웠다. “번거롭긴. 네 일이 내 일이지. 진작 말했으면 어머님도 고생 안 하셨잖아.”마음이 따뜻해진 노아리가 민도하의 팔짱을 꼈다. “일하는 데 방해될까 봐 계속 전화하기가 그랬어.”“앞으로는 그런 걱정은 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VIP 병동은 정말 조용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한마디도 빠짐없이 강서이의 귀에 들어왔다.하지만 마음에는 아무 동요도 없었다. 강서이는 간호사가 알려 주는 시간을 메모 앱에 꼼꼼하게 적었다.간호사가 친절하게 말했다. “검사 결과는 저희가 대신 받아 드려요. 대표님은 일 바쁘시면 나중에 오셔도 돼요. 꼭 시간을 맞추실 필요는 없어요.”그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강서이임을 확인하자 노아리는 무심한 눈길을 거두었다. 대신 민도하에게 몸을 더 바짝 붙였다.민도하도 강서이를 봤지만 눈빛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두 사람은 금세 멀어졌다.병실을 돌고 돌아온 다른 간호사가 동료에게 푸념했다. “빈 병실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또 입원했대요?”“민 대표님이 부탁해서 조정했다나 봐요.”강서이가 있어서인지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두 간호사 모두 썩 반갑지 않은 눈치였다.강서이는 그제야 알았다. 민도하가 아까 급히 떠난 건 노아리의 어머니에게 VIP 병실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미래의 장모에게 정말 정성도 지극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1화

    한지수는 더 신이 났다. “민도하는 매일 먹어도 안 더러운데 넌 듣기만 해도 더러워?”“그만하라니까!”강서이가 젓가락이라도 던질 기세를 보이자 한지수가 얼른 항복했다. “알았어, 안 할게. 어쨌든 애인이 바람피우는 것도 모른 채 당분간 더 살라고 그러지 뭐.”강서이도 같은 생각이었다.식사를 마쳤을 때 강서이가 주문한 퀵 배송이 도착했다.민두해가 좋아하는 가게의 갓 만든 약과였다.VIP 병실을 마련해 준 덕을 많이 봤으니,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게 당연한 도리였다.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강서이는 민도하도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민도하는 강서이를 보자 몸을 살짝 틀었다. 깊은 눈을 들어 한 번 바라보았다.여전히 무심했고, 별다른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강서이는 진인자에게 상자를 건넸다. 인사만 하고 곧바로 나갈 생각이었다.그런데 민두해가 상장 주관사 이야기를 꺼냈다.강서이도 몇 군데에 연락해서 계속 협의하고 있었다. 다만 제안받은 계획들이 조금씩 아쉬웠다.“추천할 만한 곳이 두 군데 있어.” 민두해가 미리 준비해 둔 자료를 건넸다.자료를 받아 본 강서이는 놀랐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상장 주관사 두 곳이었다.‘문심’의 사업이나 규모로는 아직 협업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곳들이었다.주로 기업 가치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회사들을 상대했으니까.그래서 강서이는 애초에 이 두 곳과 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민두해는 강서이의 망설임을 알아차렸다. “내가 소개하면 검토는 해 줄 거야.”강서이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창업이라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여럿 만난 덕분에 조금은 덜 힘들게 걸어갈 수 있었다.“‘문심’에는 SL증권이 더 맞을 것 같아. 비슷한 일을 맡아 본 경험이 있거든. S시 합중투자 상장도 주관했는데, 심사 접수부터 승인까지 88일밖에 안 걸렸어.”민도하도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강서이 역시 마음은 SL증권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SL증권이 코스닥 기술기업 상장 분야에 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0화

    한지수가 조희경보다 더 큰 목소리로 받아쳤다. “들켰으니 말할게요. 그래요, 이제 안 숨길 거예요. 어머니라고 불러 봐요!”“절도 한번 하면 더 좋고요! 시집오려면 새 시어머니 허락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말싸움에서 한지수가 진 적은 없었다.그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모두 확 바뀌었다.이예수는 자극이라도 받은 듯 더 심하게 토했다.노아리가 다급히 이예수를 챙겼다. 조희경만 한지수에게 맞섰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젊은 사람이 못된 것만 배워서, 남의 새엄마가 될 생각이나 하고! 회장님이 나이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마음이 들어요?”한지수는 화내기는커녕 웃었다. “말씀은 잘하시네요. 기회가 없어서 그러시지, 그런 기회가 오면 따님이라도 침대에 밀어 넣고 싶으실 텐데요?”‘고상한 척은...’“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데, 어떻게 마음이 드는지 궁금하시면 노아리 씨한테 물어보세요. 노아리 씨가 잘 아실 테니까.” 한지수가 장난기 어린 눈으로 노아리를 보았다.이예수를 부축하던 노아리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조희경이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이예수가 단호하게 끊었다. “그만해요! 나 몸이 안 좋으니까 병실로 좀 데려다줘요.”조희경은 못마땅했지만 더 말하지 못했다.세 사람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한지수가 시원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상대도 안 되는 것들이.”의기양양한 한지수를 보면서 강서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속 시원해?”한지수가 답했다. “완전!”“그럼 됐어.”한지수가 물었다. “나한테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강서이는 담담하게 웃었다. “왜? 남들이 나한테 더러운 말 보태는 게 무서웠으면, 민 회장님하고 가깝게 지내지도 않았지.”“그렇지! 착한 사람 노릇 안 하면 착하게 굴라고 협박해 봐야 안 먹히는 거야!”한지수는 대학 때부터 남다른 정신세계로 앞서 나갔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오래 함께 지냈기에 강서이도 그 배짱을 조금은 배웠다.한바탕 속을 풀고 나서야 한지수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9화

    그 한마디가 모녀의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두 사람의 표정은 아주 좋지 않았다.그때 간호사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지 물었다.노아리는 아직이라고 답했다.간호사가 서둘러 달라고 했다. “진료에 필요한 결과라서요. 검사부터 받고 오셔야 해요.”이예수가 물었다. “수면으로 바꿔 주면 안 돼요?”일반 내시경 검사에는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간호사는 난처해했다. “수면 검사는 미리 예약하셔야 해요. 예약이 없으셔서 지금은 일반 검사만 가능합니다.”조희경이 노아리에게 물었다. “예약 안 했어?”노아리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네, 안 했어요.”그런 것까지 어떻게 생각했겠는가.전에는 이예수가 입원하든 노아리가 입원하든 모두 민도하가 알아서 해 주었다.VIP 병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 관리를 받았으니 따로 예약할 필요도 없었다.조희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수면 아니면 정말 고생인데. 도하한테 전화해서 좀 알아봐 달라고 해. 이 병원에 투자했으니 한마디만 하면 될 거 아냐.”이예수도 거들었다. “그래, 도하한테 전화해 봐. 나 정말 맨정신으로 위랑 대장 내시경은 하기 싫어.”노아리는 어쩔 수 없이 민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바쁜가 봐요.” 노아리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민도하가 노아리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을 리 없다는 걸 모두 알았다.일 때문에 핸드폰을 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노아리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럼 어떻게 하지? 도하 일 끝날 때까지 기다려 볼까요?” 조희경이 망설이며 물었다.이예수는 더 큰 일을 생각해서 그냥 견뎌보기로 했다. “됐어요. 그냥 받을게요. 매번 도하한테 부탁할 수도 없잖아요.”“아직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다 아리 일도 잘 안 풀리고 있잖아요. 이런 사소한 일까지 도하를 귀찮게 하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죠.”게다가 민두해도 같은 병원에 있었다.민두해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8화

    노아리도 진작에 품었던 생각이었다.특히 협업 논의를 위해 영승반도체에 갔을 때, 민도하가 강서이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뒤부터 그랬다.민도하는 ‘문심’의 상장을 도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이예수가 말을 꺼내자 모녀의 생각은 바로 맞아떨어졌다.노아리가 물었다. “아빠는 언제 돌아오세요?”“다음 주.”“아빠가 금융감독원 맹수호 국장님이랑 친하잖아요. 국장님께 얘기 좀 해 달라고 해 주세요.” 노아리가 말했다.이예수도 그 방법을 떠올린 참이었다. “걱정 마.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더 중요한 일에 신경 써.”“지금 다들 강서이가 도하의 최단 기간 상장 기록을 깰지 궁금해하잖아. 이때 네가 강서이보다 먼저 그 기록을 깨면 모두 널 다시 볼 거야. 민 회장도 마찬가지고.”“네가 해내기만 하면 단번에 앞설 수 있어. 이보다 멋지게 만회할 기회가 어디 있겠니?”...주말 내내 강서이는 병원에 머물며 강윤희의 검진을 챙겼다.검사 항목이 많았다. 수면 위·대장 내시경도 그중 하나였다.미리 예약해야 하는 검사라 강서이는 한 달 전에 김설에게 예약을 부탁해 두었다.다만 VIP 병동 간호사는 예약을 안 했어도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특별 관리를 받는 병실이라 각종 검사도 별도 경로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확실히 편리했다. 강서이는 병원에 VIP 병실을 미리 확보해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강윤희의 건강이 늘 좋지 않아서 필요할 만했다.내시경 검사가 끝난 뒤, 강서이가 강윤희의 휠체어를 밀면서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통로에 줄지어 선 사람들에게 길이 막혔다.앞에 가서 사정을 알아보고 온 간호사가 설명했다. “새치기 문제로 환자분들 사이에 다툼이 생겼나 봐요. 병원에서 직원들을 보냈으니 잠깐만 기다리시면 됩니다.”검사는 다 끝났으니 강서이도 몇 분 기다리는 건 괜찮았다.병원은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구경하던 사람들이 흩어졌다.강서이는 그 틈에서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7화

    민두해가 떠난 뒤에야 민도하는 이예수가 일반 병실에 입원하도록 했다.민두해에게 대놓고 무안을 당하자 모녀는 둘 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강서이는 이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오후에 잠에서 깼을 때, 병원으로 찾아온 한지수가 간호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그 재밌는 구경을 놓쳤단 말이야?” 한지수가 아깝다는 듯 허벅지를 쳤다.한지수의 생생한 설명을 끝까지 듣고 나니 강서이도 좀 아쉬웠다.한지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민도하는 노아리를 진짜 사랑하나 봐. 아주 죽고 못 사는 수준이야.”“왜?” 수박을 먹던 강서이가 물었다.“인터넷에서 그러잖아. 남자가 사랑을 보여 주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첫째, 돈을 쓰는 거. 둘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나머지는 다 연기래!”강서이도 충분히 공감했다.수박을 한입 베어 문 한지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민도하는 대체 언제 망하냐?”...강윤희의 병실은 이렇게 편안하고 느긋했지만 이예수 쪽은 사정이 달랐다.이예수의 입원을 마무리한 민도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노아리는 병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모녀 모두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다.특히 민두해가 강서이를 대하는 태도와 노아리를 대하는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생각에 속이 쓰렸다.돌아온 뒤로 노아리가 민두해를 만난 건 겨우 몇 번뿐이었다.그때마다 민두해는 노아리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밖에서 노아리를 아들의 연인으로 인정한 적도 없었다.이예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전에도 몇 차례 만나 뵙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아예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이번에는 얼굴을 보긴 했으나 민두해는 반가워하지 않았다.“민두해 회장, 아주 노망이 났나 봐!” 이예수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누가 자기 식구가 될 사람인지도 구분을 못 해.”“제가 민 회장님한테 얼마나 무시당했는지 이제 아시겠죠?” 노아리도 이예수 못지않게 분했다.“그래도 도하의 아버지라는 건 달라지지 않아.”화가 나도 이예수는 이성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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