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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Penulis: 애니
기억이 맞다면, 민도하는 며칠 동안 지방 출장이 잡혀 있었다.

오늘 항공편으로 B시에 돌아오는 일정일 거였다.

강서이는 일부러 민도하 소식을 찾아본 적은 없었다.

다만 김설이 강서이에게 민도하의 출장 취향과 주의사항을 물어보면서, 어쩔 수 없이 들은 것들이 있었다.

민도하가 어떤 항공편을 선호하는지, 어느 호텔을 잡아야 하는지, 식사는 뭘 피하고 뭘 챙겨야 하는지.

귀국은 당일에 바로 돌아오는 걸 좋아하는지, 아니면 다음 날로 미루는지까지.

민도하를 그렇게까지 잘 아는 사람은 적어도 이 바닥에서는 강서이만큼 확실한 사람이 없었다.

김설은 강서이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전화기 너머에서 거의 울먹였다.

김설은 계속 투덜댔다. 자기가 전생에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이번 생에 벌을 받는 거라면서.

그래서 민도하의 ‘임시 비서’가 돼서 일정 잡고 동선 정리까지 다 떠맡게 됐다고.

강서이는 김설에게 물었다.

“내가 나간 뒤에, 민 대표가 수석 비서 새로 안 뽑았어?”

김설이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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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54화

    그 정도 속내를 강서이가 못 알아볼 리 없었다.다만 노아리의 연기가 조금 서툴다고 느꼈을 뿐이었다.강서이 곁에는 배우 한지수가 있었다.노아리의 연출은 한지수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티가 났다.강서이는 노아리에게 잠시 시선을 뒀다가 바로 거뒀다.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원래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회사로 돌아온 뒤 강서이는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김설에게 종합감기약을 타 달라고 했다.김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침에는 멀쩡했는데 영승반도체 한번 다녀오더니 왜 감기에 걸렸어요?”“거긴 냉방을 무슨 전기요금 안 내는 것처럼 틀어 놨더라. 온도를 최저로 해 놓았는데 난 냉방기 바로 밑에 앉았거든.”“20분 동안 찬 바람을 그대로 맞았어. 협의가 빨리 끝나서 다행이지, 더 오래 있었으면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지도 몰라.”강서이는 농담하는 게 아니었다.생각만 해도 아직까지 뼛속까지 차가운 느낌이 남아 있었다.영승반도체라는 이름을 듣자 김설은 바로 기분이 나빠졌다.“내연녀 노아리 사장이 또 뭔 짓을 한 거 아니에요?”강서이가 피식 웃었다.“우리 설이 씨가 지수랑 며칠 붙어 있더니 말투까지 닮아가네.”노아리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건 바로 한지수였다.김설도 며칠 한지수와 함께 지내더니 그 영향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었다.김설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대표님은 웃음이 나와요?”강서이는 실제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주변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든 예전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노아리도, 민도하도 이제는 강서이의 기분을 좌우할 수 없었다.그래서 웃을 수 있었다.김설만 속이 상했다.“오늘 아침 기사 보셨어요? 노아리 사장이 또 박사 학력으로 기사 엄청 뿌렸던데요. 영승반도체 주가까지 다시 올랐어요. 진짜 끈질겨요.”“기사 몇 개랑 학력 하나만으로 다시 살아난 것 같아?”강서이는 이미 구조를 보고 있었다.김설이 눈을 크게 떴다.“그 뒤에서 민도하 대표가 밀어준 거예요?”강서이는 대답 대신 웃으면서 컵에 남은 감기약을 다 마셨다.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53화

    공교롭게도 여진이 강서이에게 안내한 자리는 냉방기 바로 아래였다.찬 바람이 계속 목덜미로 파고들었다.등 전체가 서늘하게 저릴 정도였다.강서이는 앉은 지 5분도 되지 않아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추위를 오래 견디기 싫어서 업무 이야기를 평소보다 더 빠르게 진행했다.다행히 민도하도 일 처리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20분도 지나기 전에 중요한 내용은 거의 정리됐다.민도하가 서류를 덮고 업무 밖의 이야기를 꺼냈다.“‘문심’ 첫 IPO 준비한다며?”“응.”이 정도 소식은 강서이가 따로 발표하지 않아도 업계에 퍼질 수밖에 없었다.“내부 팀은 다 꾸렸어?”민도하가 다시 물었다.꽤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노아리도 그 질문에 민도하를 한 번 더 쳐다봤다.강서이 역시 민도하가 필요 이상으로 묻는다고 느끼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건 민 대표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민도하는 의외로 솔직했다.“네 첫 IPO잖아. 전 상사 입장에선 한 번에 성공했으면 좋겠어. 이쪽은 내가 너보다 경험이 많으니까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마음만 받을게.”강서이의 대답은 짧았다.민도하와 더 얽힐 마음이 없다는 뜻이 분명했다.도움을 청할 생각도 없었다.그런데 민도하는 거절을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계속 화제를 이어 갔다.“‘문심’이 이번에 상장하면, 내가 갖고 있던 최단기간 상장 기록을 깨게 될 거야.”민도하는 말을 멈추고 강서이를 똑바로 바라봤다.“해냈네. 축하해. 예전에 내가 네 능력을 낮게 봤던 건 미안하고.”강서이는 수상하다는 눈으로 민도하를 봤다.‘오늘 왜 이래?’노아리를 앞에 두고 도움을 주겠다고 하지 않나, 사과까지 했다.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강서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에 여진이 다시 문을 두드렸다.뒤에는 선도기술의 손 대표가 서 있었다.손규원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멋쩍은 듯이 웃었다.“어, 벌써 다 끝난 겁니까? 제가 너무 늦었네요.”늦은 데 대한 사과도 덧붙였다.민도하가 답했다.“거의 정리됐습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52화

    노아리는 시간이 아주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뜻밖에도 이예수는 아직도 자지 않고 있었다.현관문이 열리자 이예수가 벽시계를 먼저 봤다.새벽 3시였다.이예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여긴 네가 밖에서 살던 곳이 아니야. 행동 좀 조심하면 안 되니?”노아리는 흥이 깨졌다는 듯 가방을 소파에 던졌다.몸도 그대로 소파에 늘어뜨렸다.입에서는 건성으로 대답이 흘러나왔다.“알았어요.”이예수는 노아리 목깃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붉은 자국을 발견했다.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당장은 지적하는 대신 주의를 줬다.“내일은 목 올라오는 옷 입어. 도하가 보면 곤란하잖아.”그 말을 듣고서야 노아리가 뒤늦게 목을 만졌다.이예수는 다시 말했다.“네가 재수 없는 기운을 몰고 온다는 소문도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야. 빨리 분위기를 바꿀 방법을 찾아. 헛소문이 사실처럼 굳어지면 작은 일이 큰일이 돼.”이예수가 잠을 못 이루고 있던 이유도 그 문제 때문이었다.요즘 상류층 사모님 모임에서 계속 은근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특히 변수린을 중심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심했다.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를 써도 그 사람들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아직 그 모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예수에게 내세울 수 있는 건 ‘민도하의 장모가 될 사람’이라는 애매한 지위뿐이었다.그마저도 약혼 상태라 큰소리를 칠 수도 없었다.오늘도 누군가가 빈정거리듯 말했다.약혼은 약혼일 뿐 결혼은 아니고, 민씨 집안 문턱을 정말 넘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힘 있는 집안끼리 약혼했다가 깨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마지막까지 가기 전에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노아리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내일 기사 나가요. 안 좋은 소문은 어느 정도 덮일 거예요.”이예수는 조금 안심했지만 또 다른 부분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둘 다 잡아야 해. 도하 쪽은 진전이 없어?”노아리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딸의 표정만 보고도 이예수는 대강 알아챘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51화

    서한승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 소파에 서태우가 누워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서태우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잠시 동안 서한승을 봤다.“왜 이제 와? 한참 기다렸잖아.”“무슨 일인데?”서태우는 바로 게임을 껐다.팀원들에게 욕을 먹든 말든 지금은 서한승의 대답이 더 중요했다.“점심때 통화에서 아리가 한 말. 그거 진짜야?”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그래서 아예 서한승 집까지 찾아와서 직접 확인하려고 했다.물론 오는 동안 나름대로 추측도 해 봤다.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였다.서한승이 노아리를 일부러 자극하려고 그런 말을 한 거라는 것.이유는 흔한 남자 심리라고 생각했다.전 여자친구가 완전히 자기 사람이 아니게 되면 괜히 빼앗긴 기분을 느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상대를 자극하는 경우가 있다는 식이었다.서태우는 자기 추측이 맞다고 믿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거짓말이지? 아리가 열받으라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잖아. 강서이를 좋아할 리가 없지.”서한승은 물을 반 잔 정도 마신 뒤 천천히 답했다.“누가 거짓말이래?”평소보다 말투는 느렸지만 확신은 더 선명했다.서태우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곧 귀 안쪽에서 웅웅 울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몰려왔다.전화 너머로 들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서한승의 입으로 직접 확인하니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서태우는 입만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겨우 목소리를 되찾은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을 말했다.“그럼 아리는?”“아리는 너 곁에 6년이나 있었잖아. 인생에서 6년이 몇 번이나 있다고.”서한승은 냉담한 표정으로 답했다.“아리가 하는 말을 다 믿냐?”“하지만...”서태우는 뭔가 증명하고 싶었지만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서한승이 먼저 물었다.“걔가 나 따라서 외국까지 갔고, 거기서 6년 동안 곁을 지켰으니 마음이 깊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서한승의 눈에는 냉기가 비쳤다. 말끝에는 짙은 비웃음도 묻어났다.“난 아예 다른 나라에 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50화

    강서이는 소문난 일벌레답게 식사 내내 업무 이야기만 했다.식사가 끝난 뒤 서한승이 두 사람을 차까지 직접 배웅했다.차가 한참 멀어진 뒤에도 서한승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한지수는 룸미러로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서한승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감탄하듯 말했다.“진짜 지독하게 한결같다.”“뭐가?”강서이는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는 얼굴이었다.한지수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설마 서한승이 너 좋아하는 거 모른다고는 하진 마.”강서이는 한지수에게 숨기는 게 거의 없었다.그래서 솔직하게 인정했다.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한지수가 바로 물었다.“그럼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난 별다른 생각 없어.”한지수는 답답해서 대신 속이 탈 지경이었다.“너 진짜 사람한테 느끼는 욕구는 다 사라지고 돈 벌 욕심만 남은 거야? 민도하한테 한 번 크게 데였다고 모든 남자를 피할 필요는 없잖아.”“그 정도로 극단적인 건 아니야. 그냥 아직 내가 다른 생각을 할 만큼 마음 가는 사람이 없는 거지.”강서이가 무슨 옛날 사람도 아니었다.누구 한 사람 때문에 평생 마음을 닫고 살 생각도 없었다.다만 7년이나 이어진 관계를 끝낸 뒤라 지쳤다.당분간은 쉬고 싶었다.자신을 식물처럼 생각하며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햇볕을 쬐는 그런 삶.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햇빛과 양분만 흡수하며 조용히 살아 보고 싶었다.꽃을 피우지 않아도 되고 열매를 맺지 않아도 됐다.잎이 지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데 집중해야 더 잘 자랄 수 있었다.실패한 관계를 지나오며 강서이는 한 가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끝까지 자신과 기쁨도 고통도 함께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뿐이었다.자신이 든 우산 하나가 남의 집 처마보다 더 든든할 때도 있었다.강서이는 남자에게 꽤 실망한 상태였다.“남자들이 어떤지 너도 알잖아.”한지수도 그 말에는 반박하지 못했다.한지수 역시 제대로 된 남자를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주변에는 이상한 남자만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49화

    민도하의 눈빛이 약간 날카로워져 있었다.노아리의 표정이 곧 어두워졌다.기분이 상했다.그때 서한승이 늦게 도착했다.“서이야, 많이 기다렸어? 아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가 좀 길어졌어.”“아니요.”강서이는 서한승에게 웃어 보인 뒤 구정태에게 인사했다.“총장님, 저 먼저 가볼게요. 오늘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식사 한 번 살게요.”“그래요.”구정태가 흔쾌히 대답했다.서한승도 다른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강서이와 나란히 걸어갔다.“뭐 먹고 싶어?”“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너 예전에 능이백숙 좋아했잖아. 그 집 아직도 하나 모르겠네.”강서이가 조금 놀라며 서한승을 봤다.“그걸 아직도 기억해요?”“당연하지. 네가 좋아하는 건 전부 다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서한승은 말을 하며 또 강서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눈빛과 손길 모두 다정했다.멀리서 보면 오래 사귄 연인처럼 보일 정도였다.구정태는 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 윌리엄 교수 일행에게 말했다.“저희도 식사하러 가시죠.”노아리가 조심스럽게 민도하를 불렀다.“도하야.”민도하는 잠깐 시선을 멈췄다가 담담하게 강서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가자.”그제야 노아리는 마음을 놓았다.민도하가 강서이에게 흔들린 건 아니었다.강서이가 유명 경영대학원의 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분명 의외였다.하지만 그 정도로 민도하가 마음을 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강서이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성과를 내든 민도하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애초에 강서이라는 사람 자체를 마음에 두지 않았으니까.그렇게 생각하자 노아리의 기분도 조금 풀렸다.다시 민도하의 팔에 팔짱을 끼고 오늘 행사에서 얻은 성과에 대해 이야기했다....반가운 일은 강서이가 좋아했던 능이백숙집이 아직도 영업 중이라는 점이었다.강서이는 간판을 바라보며 감탄했다.“이 집이 아직까지 있을 줄은 몰랐어요.”서한승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장님이 꾸준한 사람인가 보지.”강서이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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