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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Author: 낙화
“응. 아주 성공적으로.”

정루아가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도준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덕분에 큰일을 해결했어.”

허도준이 피식 웃었다.

“할머니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이네. 대단한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우리 친구잖아? 친구끼리 이 정도는 당연히 돕고 사는 거지.”

정루아가 진심으로 벅차올라 말했다.

“너 같은 친구라면 진짜 열 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어.”

허도준이 어이없다는 듯 맞받아쳤다.

“장난해? 땡처리도 아니고.”

정루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정말 고마워, 도준아. 이 은혜는 꼭 갚을게.”

그녀의 목소리에는 남다른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하지만 허도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정말 별일 아니라니까. 그 빚 갚고 싶으면 내 변호사 수임료나 두 배로 쳐주든가?”

“그래.”

정루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가장 큰 짐을 덜어낸 데다, 더 이상 구태윤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정루아의 마음은 구름 위를 걷듯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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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64화

    구태윤의 미간이 서서히 펴지며 목소리도 한결 누그러졌다.“하준아, 왜?”“작은아빠, 집에 안 와요?”녀석은 앳된 목소리로 뜸을 들이며 말했다.“작은아빠 보고 싶어요.”하지만 구태윤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오늘 밤은 안 돼. 시간이 늦었는데 너도 일찍 자야지. 할머니랑 엄마 말씀 잘 듣고.”“하지만 작은아빠가 보고 싶은걸요...”구하준이 고집을 부렸다.“작은아빠가 와서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안 돼.”구태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거긴 증조할머니랑 할머니, 엄마도 다 계시잖아. 난 지금 작은어머니랑 같이 있어야 해서 안 돼.”구하준이 묵묵부답했다.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장옥경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하준이가 널 엄청 찾는데 어쩌겠어. 집을 며칠째 비웠으니 얼굴 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지.”구태윤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엄마, 진짜 하준이가 날 찾아서 그러는 거예요? 손주 보기 귀찮아서 나한테 떠넘기려는 거 아니고?”“이 자식이 아주 입만 열면!”장옥경이 욱하며 성을 냈다.“내 친손주인데, 뭐가 귀찮아!”“그럼 왜 애한테 엄마 휴대폰까지 쥐여주면서 전화하게 한 거죠?”구태윤이 코웃음을 쳤다.“엄마, 아빠가 보고 싶으면 그냥 솔직하게 찾아간다고 하시지 그래요.”“이 망할 자식이!”장옥경이 욕설을 퍼부었다.“제 마누라 하나 단속 못 해서 도망치게 생긴 판국에, 어디서 엄마한테 감 놔라 배 놔라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가 뚝 끊겼다.구태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내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고개를 든 순간, 실망으로 물든 정루아의 눈동자와 마주쳤다.잠시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난 절대 어디 안 가.”...정루아는 간이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까무룩 잠이 들었다.그 곁을 지키던 구태윤은 의자에 앉아 의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훑어내렸다.단지 너무 지친 탓에 정루아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63화

    “응. 아주 성공적으로.”정루아가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도준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덕분에 큰일을 해결했어.”허도준이 피식 웃었다.“할머니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이네. 대단한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우리 친구잖아? 친구끼리 이 정도는 당연히 돕고 사는 거지.”정루아가 진심으로 벅차올라 말했다.“너 같은 친구라면 진짜 열 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어.”허도준이 어이없다는 듯 맞받아쳤다.“장난해? 땡처리도 아니고.”정루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정말 고마워, 도준아. 이 은혜는 꼭 갚을게.”그녀의 목소리에는 남다른 비장함마저 묻어났다.하지만 허도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정말 별일 아니라니까. 그 빚 갚고 싶으면 내 변호사 수임료나 두 배로 쳐주든가?”“그래.”정루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가장 큰 짐을 덜어낸 데다, 더 이상 구태윤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정루아의 마음은 구름 위를 걷듯 가벼워졌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침대 곁에 앉았다. 입꼬리는 당최 내려올 기미가 안 보였다.한편, 병실 밖.구태윤은 복도 벽에 기댄 채 안에서 새어 나오는 통화 소리를 듣고 있었다.허도준이라니?‘그 자식이 도와줬다고?’허도준한테 그런 능력이? 왜 그는 전혀 몰랐지?구태윤의 눈동자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분명 자신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전화를 받은 그는 긴 다리로 복도 구석으로 걸어갔다.수화기 너머에서 한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윌리엄 박사의 휴대폰이랑 노트북을 해킹해 봤는데 오늘 아침에 수신한 해외 메일이 하나 포착됐어요. 다만 이미 삭제한 상태였습니다. 발신자 주소까지 흔적도 없이 지워졌고요.”구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러니까 결국 아무것도 못 건졌다는 소리야?”한민혁이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네.”“그래?”구태윤의 시커먼 눈동자에 위험한 살기가 어렸다.“사람 붙여서 윌리엄 감시해. 그리고.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62화

    구태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분명 윌리엄 박사와 머리를 맞대고 짜 둔 수술 일정이었다. 그런데 자기 멋대로 계획을 뒤엎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추궁했다.“누가 당신을 매수한 거지?”윌리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소름 돋을 정도로 예리한 직감이었다.그렇다고 발설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딱 잘라 말했다.“지금 당장 수술실 들어가 봐야 합니다. 다른 문의는 수술 끝나고 하시죠.”전화가 뚝 끊겼다.구태윤은 칠흑 같은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바로 한민혁을 호출했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한민혁은 영문 모를 표정으로 물었다.구태윤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시했다.“요 며칠 누가 윌리엄에게 접근했는지 알아봐. 그리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도.”한민혁이 대답했다.“네!”속으로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즉시 실행에 옮겼다.구태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수술실 앞 복도.정루아는 벤치에서 초조한 눈으로 수술실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구태윤이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루아야, 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거야?”정루아는 척추를 꼿꼿이 세우며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무슨 소리야? 전혀 못 알아듣겠는데.”“내가 윌리엄한테 준 돈이 얼만데. 그 양반이 내 뒤통수를 칠 리가 없거든.”구태윤의 짙은 눈동자에 의심이 서렸다.“말해봐, 누가 너를 도와줬지?”혼란스러운 건 정루아도 매한가지였다.순간, 허도준이 했던 말이 뇌리에 번뜩 스쳐 지나갔다.‘설마 진짜 도준이가? 하지만 어떻게...?’구태윤을 감쪽같이 따돌리고 수술을 앞당기게 하다니.정루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쌀쌀맞게 내뱉었다.“나도 몰라.”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은 당연했다.더 이상 구태윤의 협박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었고, 외할머니도 무사히 수술을 마쳤으니 타협할 리 만무했다.게다가, 소송을 취하할 생각 따위 애초에 없었다.구태윤은 입을 다물고 그녀의 곁에 앉아 틈틈이 휴대폰으로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61화

    정루아는 창밖의 시커먼 밤하늘을 멍하니 응시했다. 마치 자신 역시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아무리 발버둥 쳐도 기어 올라오지 못하는 기분이었다.“나도 모르겠어. 대체 왜 이렇게까지 질척거릴까? 내가 자길 얼마나 싫어하는지 정녕 눈에 안 보이나?”허도준이 코웃음을 쳤다.“그냥 집착일 뿐이야. 한때는 사랑하다가 왜 마음이 떠났는지, 그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고 있잖아. 늘 네가 떼쓰고 억지 부린다고 혼자 착각하는 꼴이라니,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정루아가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이제 와서 그런 얘기 해봐야 아무 소용 없어. 너까지 이혼 소송 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 결국 도루묵이 돼버렸네. 정말 미안하다, 도준아.”잠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내 허도준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직 소송 취하하지 마. 딱 이틀만 기다려줘.”정루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내가 어떻게든 방법 찾아볼게.”잔잔하던 심장박동이 다시금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정루아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너... 지금 진심이야?”배성 그룹 1인자, 배진욱조차 쉽사리 구하지 못했던 의사를 허도준이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하지만 자세한 설명 따위는 생략했다.“일단은 알아보는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금방 연락할게.”“그래.”정루아가 대답했다.이미 벼랑 끝까지 몰릴 대로 몰린 상황이었다. 여기서 더 나빠질 게 뭐 있겠는가.다른 길 따윈 없었다. 그러니 매달려 보는 수밖에.허도준이 급히 전화를 끊었다.정루아는 한참 동안 창가에 서 있다가 병실로 돌아왔다.며칠 밤낮을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했다.이제 외할머니가 곧 수술받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다.간이침대에 웅크려 누운 그녀는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다가와 곁에 앉더니 그녀의 어깨 위에 외투를 덮어주었다.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체향에 역겨움이 밀려왔다.번뜩 눈을 뜨자, 구태윤이 침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60화

    안경 렌즈 너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앞을 가로막고 악을 쓰는 모녀를 바라보던 배진욱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안 갈 테니까 진정해요.”결국, 그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루아 씨, 미안해. 내 능력으로는 의사 데려오는 게 한계가 있네.”배진욱의 목소리에는 짙은 죄책감이 묻어났다.정루아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던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버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애써 냉정을 되찾고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내가 다른 방법을 알아볼게.”배진욱이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전화가 뚝 끊겼다.그는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가늘게 떨리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자, 이유 모를 초조함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정루아는 병원 복도 한가운데 서 있었다.분명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실내인데도 온몸이 시려 왔다. 마치 끝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이었다.그때, 묵직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체취에 눈을 질끈 감았다.귓가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루아야, 생각은 끝났어?”정루아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빛은 소름 끼칠 정도로 낯설었다.“구태윤, 너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앞으로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구태윤은 집요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난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해. 우리가 함께 있다는 거.”“...하.”정루아는 냉소를 흘렸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비참함이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망설일 시간 따위 없었다. 외할머니의 남은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결국 갈라진 목소리로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래, 소송 취하할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단한 가슴팍에 안겼다.다부진 팔뚝이 빈틈없이 에워쌌고, 수컷의 향기가 숨 막힐 듯 옥죄어 왔다.정루아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서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구태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59화

    정루아는 입술을 겨우 달싹였다.“지금 진욱 씨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배진욱은 그녀에게 무언가 끔찍한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이내 차분한 음성으로 나지막이 달랬다.“일단 진정해. 무슨 일인데? 차근차근 얘기해 봐.”정루아는 몇 번이고 깊은숨을 몰아쉬며 감정을 추스른 뒤, 송문애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온 일을 털어놓았다.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배진욱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방법 찾아볼게.”정루아의 눈동자에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어렸다.“응, 부탁할게.”오죽 급했으면 그를 떠올렸을까.배진욱은 은혜를 갚겠다고 누누이 말했었다. 그땐 흘려듣고 대충 넘겼지만 지금은 유일한 동아줄이었다.가장 중요한 건 외할머니의 안위였으니까.응급 수술과 긴급 처치가 끝난 뒤, 송문애의 상태는 간신히 안정을 찾았다.정루아는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병실로 돌아왔다.외할머니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다.그녀는 침대 곁에 조용히 앉아 거친 손을 꼭 감싸 쥐고는, 이마를 손바닥 위에 갖다 대었다.마음속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삼켰다.투박한 손은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하지만 평소처럼 다정하게 제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지도,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지도 않았다.왈칵 치밀어 오르는 설움에 정루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배진욱은 즉시 유명한 전문의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고, 전용기를 띄워 이곳으로 모셔 왔다.비밀리에 진행된 일이 아니었기에 배씨 가문 사람들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그들은 배진욱이 명의를 초청한 이유가 당연히 수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일 거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웬 유부녀의 외할머니를 치료하려는 걸 줄이야.배다인이 가장 먼저 나서서 반대했다.그녀는 사람을 시켜 공항에서 바로 전문의를 픽업해 본가로 데려오게 했다.“아빠가 누워 지낸 게 몇 년인데,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모셔 왔으면 아빠 치료부터 먼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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