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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Autor: 낙화
“이 나쁜 놈아!”

정루아가 구태윤을 쏘아보며 외쳤다.

“놓으라고!”

구태윤의 숨소리가 한층 거칠어졌다.

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문득 상체를 숙였다.

순간, 두 사람의 코끝이 살짝 닿았다.

정루아는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남녀 간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만약 상대방이 작정하고 무슨 짓이라도 벌이려 한다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는 구태윤과 엮이기 싫었다. 그저 하루빨리 이 관계를 끝내고 싶을 뿐이다.

결국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눈을 부라렸다.

품 안의 여자가 마침내 얌전해지자, 구태윤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음지에서 널 노리는 눈들이 있다는 걸 벌써 잊었어?”

한참의 정적 끝에 구태윤이 입을 열었다.

정루아가 고개를 돌리자 뜨거운 숨결이 뺨에 닿았다.

구태윤은 하얗고 고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루아야, 나 믿어. 내가 널 해칠 일은 절대 없어.”

정루아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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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2화

    “이 나쁜 놈아!”정루아가 구태윤을 쏘아보며 외쳤다.“놓으라고!”구태윤의 숨소리가 한층 거칠어졌다.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문득 상체를 숙였다.순간, 두 사람의 코끝이 살짝 닿았다.정루아는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남녀 간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그녀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만약 상대방이 작정하고 무슨 짓이라도 벌이려 한다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하지만 더는 구태윤과 엮이기 싫었다. 그저 하루빨리 이 관계를 끝내고 싶을 뿐이다.결국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눈을 부라렸다.품 안의 여자가 마침내 얌전해지자, 구태윤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음지에서 널 노리는 눈들이 있다는 걸 벌써 잊었어?”한참의 정적 끝에 구태윤이 입을 열었다.정루아가 고개를 돌리자 뜨거운 숨결이 뺨에 닿았다.구태윤은 하얗고 고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루아야, 나 믿어. 내가 널 해칠 일은 절대 없어.”정루아는 여전히 묵묵부답했다.그 태도가 거슬렸는지, 구태윤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말했다.“입이 있어도 말을 안 할 거면... 다른 용도로 써야겠네.”그러고는 문득 입을 맞춰 왔다.정루아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입술은 결국 뺨에 닿았다.“알았다고!”그녀가 버럭 외쳤다.거친 숨결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뺨 위로 화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볼에 밀착된 입술은 당최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정루아는 몸을 움츠렸지만, 좁은 차 안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떨리는 목소리에 이유 모를 당혹감이 번졌다.남자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정루아는 얼른 자세를 바로잡고 바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구태윤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운전석으로 올라타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짙은 밤, 칠흑 같은 창밖을 바라보던 정루아는 뒤늦게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너무 안일했던 건 사실이었다.만약 아직도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면 어쩌지?그자들은 정말로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1화

    정루아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 공장을 뒤로한 채 밖으로 걸어 나왔다.등 뒤에서 침착하고 무게감 있는 발소리가 이어졌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구태윤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나 의심 안 해?”정루아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소매치기범은 잡았고, 신분증은 못 찾았어?”때마침 한민혁이 밖으로 나오며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신분증이 전부 잘라져 있었어요.”그는 가방을 열어 안에 들어 있는 조각들을 보여주었다.정루아는 시선을 내리깔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알겠어요.”이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피부를 타고 번지는 손바닥의 온기에 몸을 감돌던 서늘한 한기가 서서히 녹아내렸다.정루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빼냈다.“할 말이 더 남았나?”구태윤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날 의심 안 하냐고 묻잖아.”정루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난 아무도 안 믿어.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구태윤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이번엔 나랑 진짜 상관없는 일이야.”기분 탓인지, 낮게 깔린 목소리에서 약간의 무력함마저 묻어나는 듯했다.정루아는 문득 지진 때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당신 구한 거 나 아니잖아. 근데 왜 숨겼어? 아무것도 모르고 고집 피우는 내 모습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구태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이내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의 앞에 멈추어 섰다.“다 알고 있었어?”“그래.”정루아의 맑은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내가 구한 사람은 승태 오빠였잖아. 대체 왜 날 속인 거야?”구태윤이 그녀의 어깨를 덥석 붙잡더니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결국 알게 되었네. 그래서 할 말이 뭐야?”한껏 격앙된 태도에 정루아는 당황한 나머지 그를 세게 밀쳤다.“난 그냥 이유가 알고 싶을 뿐이야. 왜 날 속였는지.”구태윤의 목젖이 꿀렁거렸다.어둠이 짙게 깔린 주변으로는 오직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70화

    “연락했던 수단, 거래 장소와 방식 다 불어.”곁에 있던 한민혁이 추궁했다.다급해진 사내는 묻지도 않은 내용까지 술술 털어놓았다.한민혁은 지체 없이 사람을 풀어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지시했다.실토한 사내는 그제야 풀려날 수 있었다.한편, 다른 사내는 시종일관 침묵했다.구태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머물렀다.“너는 왜 줄곧 입을 꾹 닫고 있지?”침묵을 지키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태윤을 직시하며 말했다.“아니, 분명 대표님이 직접 저희한테 시키신 일이잖아요. 도대체 왜 이제 와서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폐공장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한민혁이 사내의 가슴팍을 걷어차며 호통을 쳤다.“어디서 개수작이야! 대표님이 너 따위를 알 리도 없고, 그딴 짓을 지시할 분은 더더욱 아니다. 감히 약을 팔아?”발길질에 억 소리를 내며 나뒹군 사내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숨을 고르더니 정루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사모님, 제 말 좀 믿어주세요. 이거 전부 대표님이 꾸민 짓입니다. 자기 혐의 털어내려고 저희한테 사모님 앞에서 쇼하라고 했어요.”정루아의 싸늘한 눈동자가 사내를 향했다.“아, 그래? 공짜로 시키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 와서 실토하는 이유는 뭐지?”사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제, 제 다리를 부러뜨렸으니까요!”갑작스러운 폭로에도 구태윤의 표정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없었다.그는 옆에 서 있는 정루아를 향해 물었다.“저놈 말을 믿어?”정루아는 구태윤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바닥에 주저앉은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다리를 부러뜨렸어도 나중에 그만큼 충분히 보상해 줬을 텐데. 겨우 그런 이유로 배신했다고 하기엔 너무 신빙성이 없잖아.”사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저, 저는 다리가 또 부러지는 게 싫어서...”정루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말이 안 되잖아. 설령 쇼라고 해도 저 사람이 최상의 의료진을 붙여 치료해 주고 보상금까지 두둑하게 챙겨줬겠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69화

    “그게 왜 궁금한데?”구태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심하게 물었다.정루아는 할 말을 잃었다.정말이지, 입이 방정이었다.‘내가 괜한 질문을 해서 말이야.’결국 입을 꾹 다문 채 앞만 직시했다.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지만, 앞서 걷던 남자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스치는 밤바람을 타고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정루아의 귓가에 스며들었다.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웃어? 뭐가 좋다고 실실 쪼개지?’그녀는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며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아파트 입구 쪽에 차가 대기해 있었고,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본 기사는 얼른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하지만 정루아는 곧장 보조석에 올라탔다.그 모습을 본 기사의 표정이 굳어버렸다.이내 조심스럽게 구태윤의 눈치를 살폈다.정작 구태윤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뒷좌석에 올라탔다.그제야 기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도로를 달리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차 안을 감도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싸늘하게 얼어붙은 공기는 압박감마저 감돌아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마침내 차는 폐공장 정문 앞에 도달했다.기사가 한시름 놓기도 전에 때마침 나타난 경호원이 대문을 열어젖혔다.‘안쪽까지 몰고 들어가라는 소리네.’결국 마지못해 다시 시동을 걸고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저 멀리서 수신호를 보내는 경호원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브레이크를 밟았다.차가 멈춰 서기 무섭게 정루아가 문을 열고 내렸다.어느덧 늦가을에 접어든 밤공기는 뼛속까지 시렸다.바닥에 발을 내딛자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그나마 겉옷을 걸치고 나온 덕에 차가운 기온에는 금방 적응했다.줄지어 늘어선 폐공장 건물 중, 한 곳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정루아가 안으로 들어서자 거친 숨소리가 귓전을 때렸다.경호원 두 명이 손전등을 쥔 채 빈터 쪽을 비추었다.시선을 옮기자, 두 사내가 서로 등진 채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바닥에는 몽둥이가 굴러다녔고, 거친 숨소리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68화

    “말이 많다.”구태윤의 시선은 아파트에서 떠나지 않았고, 차가운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장유성이 한숨을 내쉬었다.“태윤아, 너 솔직히 루아 씨랑 이혼하기 싫지? 그럼 찾아가서 솔직하게 털어놓기라도 하던가.”“내가 정루아 집 보고 있는 줄 알아?”구태윤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며 서늘한 표정으로 덧붙였다.“그냥 별이 예뻐서 쳐다본 거야.”장유성은 눈을 흘겼다.“지나가는 개가 웃겠네.”배진욱이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구태윤은 이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그것도 무려 5시간 동안이나!곁에서 지켜보는 자신이 다 피곤할 지경이었다.게다가 배진욱은 대체 왜 이리 오랫동안 남의 집에 처박혀 있는 건가.정루아와 언제부터 그리 살가운 사이였다고, 할 말이 그렇게 많나?장유성은 첫 만남부터 배진욱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구태윤이 물었다.“누나한테 연락이 왔어? 해외에서 내가 부탁한 건 알아냈고?”장유성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소식이 없어. 누나가 통 연락이 안 돼서 나도 미치겠다.”그 말에 구태윤의 미간이 좁아졌다.연락두절되었다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판에 발을 들였다는 뜻이므로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덜미가 잡히지 않으려면 바깥과 섣불리 접촉할 수도 없을 터였다.바로 그때,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며 배진욱의 모습이 드러났다.장유성의 눈빛이 번뜩였다.“태윤아, 저 녀석 나왔다. 이제 가자.”구태윤이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묵묵히 쏘아보았다.장유성은 코끝을 쓱 문지르며 헤헤, 하고 웃어넘겼다.배진욱은 지름길을 따라 곧장 자기 집으로 향했고, 두 사람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다.구태윤이 시선을 거두던 찰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화면을 확인하니 한민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말해.”수화기 너머로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두 가지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첫 번째는, 큰사모님의 흔적이 발견되었던 장소로 가보았으나 이미 빈집이었어요. 새로운 단서를 찾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리고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67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스튜디오를 오픈하는 건 무리였다.미지의 위험이 너무나도 컸다.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을 밝혀내지 못하는 이상, 마음 편히 일상을 누릴 수도 없었다.정루아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루아 씨, 배 대표님 오셨어요.”문밖에서 하민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루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배진욱이 안경 너머로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보온병을 들고 서 있었다.“오늘은 표정이 한결 좋아 보이네. 완전히 기운을 되찾은 것 같아 다행이야.”정루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이게 다 오빠가 챙겨준 수프 덕분이야.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배진욱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농담을 던졌다.“이 정도면 특허라도 내야겠는걸? 평생 수프만 팔아도 먹고살 수 있겠어.”“좋은 생각인데?”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배진욱은 보온병을 하민정에게 건네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이내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정루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뭐야?”“열어봐.”배진욱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정루아는 서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오빠, 편하게 앉아.”하민정이 들어와 차를 놓고는 조용히 인사를 건네고 나갔다.서류 봉투를 열어 안에 있던 문서를 꺼내 확인한 정루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업 협력이라니?”“응.”배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성 그룹이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이다 보니, 그동안은 주로 건설이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쪽만 다뤄왔거든. 그래서 이번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한번 발을 들여볼까 해. 우선 스튜디오를 하나 차려서 반응을 좀 보려고 하는데, 성우 콘텐츠를 전문으로 할 생각이야. 그런데 내가 아는 지인 중에 너만큼 확실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없더라고. 그래서 제일 먼저 네 생각이 났어.”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루아야, 나랑 같이 일해 보지 않을래?”정루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녀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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