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6화

Author: 낙화
장유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왜? 안 했는데 왜 인정한 거야?”

구태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장유성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갖은 수모를 겪고 구씨 가문에서 버림받고, 정씨 가문에서도 질책을 받을 게 뻔했다.

그녀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증거를 찾아야 해. 루아가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구태윤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게 울렸다.

“그래, 반드시 찾아야지.”

장유성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이할게.”

“그래.”

...

병원.

박정란이 도착했을 때, 구하준은 이미 응급실에서 나와 있었다.

임혜숙이 말했다.

“다행히 누군가가 하준이를 받아줘서 크게 다치진 않았어요. 가벼운 뇌진탕이라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박정란은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왔다. 그녀는 구하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내 금쪽같은 손주, 불쌍하기도 하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4화

    “그리고 여기에 들어 있는 서류는 엄마 명의의 주식이야. 전부 네 앞으로 돌려놨으니까, 사인만 하면 너도 정원 그룹 주주가 될 수 있어. 그럼 앞으로 회사 모든 일에 의사 결정권이 생길 거야.”정루아의 맑은 눈동자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임혜숙을 정신병원에 보냈다니?진단서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당최 믿기지 않아 헛웃음만 나왔다.결국 모든 책임을 임혜숙 혼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소리였다.정작 본인은 주식을 미끼로 화해를 청하려는 속셈이었다.정루아는 기분이 착잡했다.하지만 분명한 건 전혀 기쁘지 않다는 점이었다.정석주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였건만, 결국 임혜숙은 버려진 패에 불과했다.정루아는 서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그럼 정시연은?”정석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우리 집에서 같이 부대낀 세월이 얼만데, 아빠도 시연이한테까지 너무 모질게 굴고 싶진 않다. 앞으로는 구씨 본가에서 숨죽이고 살게 할 테니까, 그냥 없는 사람 셈 치고 넘어가 주면 안 되겠니?”정시연이 벌인 짓은 전부 묻어두겠다는 뜻인가?“만약 제가 끝까지 정시연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면요?”정루아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고작 양딸 하나 때문에, 그 애 하나 살리겠다고 희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네요.”그녀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문득 자조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만약 자신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부모라는 인간들이 과연 어디까지 했을까?아마 축배라도 들었겠지. 마침내 귀찮게 굴던 애물단지가 사라졌으니, 이제 마음껏 정시연을 예뻐할 수 있게 되었다고.정석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루아야, 시연이 요즘 정말 조용히 지내고 있어. 널 거슬리게 할 만한 짓은 하지도 않았는데, 이번 한 번만 딱 눈감아줄 순 없는 거냐?”“네, 안 돼요.”정루아의 안색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년이 싸지른 똥이 얼만데, 나보고 입 다물고 있으라니? 그동안 내가 겪은 상처는 어떡하고요? 난 뭐 맞고 살아도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3화

    장옥경은 콧방귀를 뀌며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한민혁은 그제야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려 자신이 모시는 상사의 어머니에게 맞설 때 느꼈던 압박감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그는 곁에 서 있는 정루아를 바라보며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사모님, 죄송합니다...”“실장님 말이 맞아요.”정루아는 어느새 마음을 가다듬었다.“얼굴이라도 한번 보는 게 인지상정이긴 한데, 아까 실장님 입으로 그러셨잖아요. 그 사람이 깨어나기 전엔 누구든 접근 금지라고.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한민혁은 할 말을 잃었다.이거야 원, 제 무덤을 스스로 판 꼴이었다.쌩하니 떠나는 정루아의 뒷모습을 보며, 한민혁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다음 날, 주기언은 정원 그룹을 겨냥한 계획서를 보내왔다.정루아는 내용을 훑어본 뒤 그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며 안심하고 전권을 맡겼다.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정원 그룹 내부가 다시 한번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해 질 녘, 정루아는 퇴근길에 병원으로 향해 외할머니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들려왔다.“당장 비켜, 내가 정루아 아버지야!”귀에 익은 목소리에 그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하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정원 그룹에 탈이 났고, 딱히 흔적을 숨긴 것도 아니니 정석주가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였다.정루아는 송문애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잠깐 나갔다 올게요.”“그래.”송문애가 대답하며 한마디 덧붙였다.“몸조심하고.”“네, 걱정 마세요.”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병원 복도에는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힌 정석주가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그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회사가 공들여 성사시키려던 몇몇 계약이 또다시 수포가 되었기 때문이다.조사를 해본 결과, 프로젝트를 가로챈 주범은 다름 아닌 정루아였다.송문애의 재산을 상속받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까지 몇 개 더 물려받은 상황이었다.정원 그룹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2화

    “태윤아, 깼어?”장옥경은 눈을 뜬 아들을 보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아이고! 너 때문에 엄마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잖아. 왜 그렇게 미련하게 굴어? 제 몸은 생각 안 하고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면 어떡해. 네가 정말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나보고 따라 죽으란 소리밖에 더 돼?”그녀는 구태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이 넘어갈 듯 오열했다.두려움만큼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구태윤은 아직 의식이 몽롱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누군가 자기 손을 쥐고 있는 감각이 느껴졌다.조종당하는 입장은 질색인지라 곧바로 제 몸의 주도권을 되찾았다.이내 장옥경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온몸의 힘이 쫙 빠져나갔다.손아귀가 스르륵 풀리면서 펜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데굴데굴 굴러갔다.“엄마, 저 괜찮아요...”그가 눈을 질끈 감고 힘겹게 입을 뗐다.한바탕 감정을 쏟아낸 장옥경은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말을 이었다.“그 인간들의 목적은 따로 있었어. 애초에 너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태윤아, 제발 루아랑 이혼해. 너까지 다치면 엄마는 정말 죽고 싶어.”하지만 구태윤의 대답은 단호했다.“한 비서 불러줘요.”억지로 정신을 차린 터라 의식은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장옥경이 미간을 찌푸렸다.“태윤아, 지금 내 말 듣고 있어?”“한민혁 들여보내요... 회사 일 때문에...”구태윤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늘어졌다.장옥경은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못하고 서둘러 밖에서 기다리던 한민혁을 불러들였다.한민혁이 성큼성큼 다가와 구태윤의 곁에 멈추어 섰다.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상사의 지시를 귀담아들었다.잠시 후, 구태윤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장옥경이 서둘러 물었다.“태윤이가 너한테 뭐라고 하던?”한민혁이 대답했다.“그냥 회사 일들 지시하셨어요. 대표님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니 이만 밖으로 나가주시죠.”결국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실패한 일이 떠오르자 장옥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가서 이혼 합의서 하나 다시 준비해.”“알겠습니다.”한민혁이 대답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1화

    장옥경은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핏기 없이 창백하고 초췌해진 얼굴로 정루아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거렸다.“루아야, 네가 대체 누구한테 원한을 사서 이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우리 태윤이랑 떨어져 줘. 내가 큰아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 막내아들까지 보내야겠니?”지칠 대로 지친 목소리에 깊은 고통이 배어 있었다.정루아는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복도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 그녀의 얼굴 역시 하얗게 질렸다.“승태는 정말 뛰어난 아이였어. 처음 회사를 이어받았을 때부터 굵직한 성과를 냈고, 부모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 어려서부터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자식이었는데...”장옥경의 눈에 아득한 그리움이 스쳤다. 하지만 곧바로 짙은 비통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구승태가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비행기가 불의의 사고로 바다에 추락했다. 지금까지도 기체 잔해조차 찾지 못했다.사고 직후, 인맥과 수단을 총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끝내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결국 심해 어딘가에서 건져 올린 가방 안에서 구승태의 신분증이 발견되면서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비로소 확정되었다.비록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장옥경은 죽을 만큼 괴로웠다.“그러니까 우리 태윤이만큼은 절대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지킬 거야...”장옥경의 눈빛이 점차 단호해졌다.“너 그동안 이혼하겠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지금 태윤이가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빨리 매듭짓는 게 낫지 않겠어? 모레가 재판일이지? 지금 이 상태로는 태윤이 출석 불가능하니까 어차피 연기될 거야.”정루아의 길고 고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잠시 후, 느릿느릿 입을 뗐다.“좋아요, 어머님 뜻대로 할게요.”죄 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싫은 건 그녀도 매한가지였다.대체 누가 자신을 죽이려 드는지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장옥경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루아야, 넌 참 속이 깊은 아이구나.”정루아는 묵묵부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0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는 순간, 장옥경은 자칫 까무러칠 뻔했다.이미 한 차례 자식을 잃은 아픔을 겪었던 그녀였다. 과거 구승태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뼛속까지 사무치는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나중에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생사의 갈림길을 목격하고서야 겨우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구태윤마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남은 자식이라고는 막내아들 하나뿐이지 않은가.그 아이에게만큼은 절대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장옥경은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고, 오는 길에 경호원에게서 정루아와 함께 있다가 변을 당했다는 사실만 전해 들은 상태였다.한민혁을 만나 자초지종을 캐묻고 싶었지만, 구태윤이 무사하다고만 대답할 뿐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던 장옥경은 마침내 정루아를 보자 참지 못하고 다그쳐 물으려던 참이었다.정루아는 손목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장옥경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쥔 탓이었다.정루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동자 깊은 곳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거렸다.“어머님, 사실 그게...”“오셨습니까?”바로 그때, 한민혁이 성큼성큼 걸어와 정루아의 말을 가로막았다.“안에 들어가서 한 번 확인해 보시겠어요?”정루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 말을 못 하게 하는 걸까?한민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루아를 향해 제안했다.“사모님, 일단 들어가서 보시죠. 대표님은 이미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장옥경이 딱 잘라 거절했다.“가지 마. 아직 설명도 못 들었단 말이야.”이내 고개를 돌려 정루아를 바라보았다.“루아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장옥경의 손아귀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 손목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정루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열었다.“태윤이가 저 대신 총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9화

    정루아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한민혁에게 말했다.“여긴 실장님한테 맡겨도 돼죠? 전 일단 우리 할머니 좀 뵙고 올게요.”한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덧붙였다.“경호원 불러서 모셔다드릴 테니까 차 타고 가세요. 지금 상태로는 운전이 힘들 것 같으신데.”“네.”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실제로 손발이 떨리고 있어 이 상태로 직접 운전했다간 큰 사고가 나기에 십상이었다.경호원은 그녀를 태우고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정루아는 먼저 화장실에 들러 세수하고 최대한 멀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있던 송문애가 마침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할머니.”그녀는 곧장 달려가 외할머니를 와락 껴안았다.송문애는 부드러운 손길로 손녀의 뺨을 쓸어내렸다.“괜찮다, 난 멀쩡해.”정루아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렸다.공포와 두려움이 뒤섞여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외할머니의 품에 안겨 있고 싶을 뿐이었다.송문애도 그 마음을 아는지 침묵으로 일관했다.병실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두려움이 조금씩 잦아들자, 정루아는 상체를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엄마가 이런 짓까지 벌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송문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도 마찬가지란다. 혜숙이가 그 여자한테 아주 단단히 홀린 모양이구나.”외할머니가 언급한 사람은 바로 임혜숙이 말끝마다 달고 살았던 ‘은영 이모’였다.또한, 외할아버지의 첫사랑이기도 했다.정루아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할머니,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세요. 뒤처리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송문애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입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정루아는 곧바로 의사를 불러 외할머니의 전신 검사를 진행했고,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다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송문애는 손녀의 소매에 묻은 핏자국을 발견하고는 다급히 물었다.“루아야, 이 피는 뭐니?”정루아는 고개를 숙여 소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