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차원 단공(斷空)."콰아아아아아앗-!!!!!!!!!!!!물리적인 파열음이 아니었다.고막의 달팽이관을 마비시키는 절대적인 진공의 소거음.브류나크의 창끝에서 방출된 만 퍼센트의 증폭 에너지가, 오메가 볼텍스의 기운을 머금고 부산 앞바다 상공의 하늘을.정확히 말해 하늘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인과율 자체'를 세로로 완벽하게 썰어버린 것이다.쩌어어어어어억-!!!!허공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시퍼런 균열이 발생했다.구름과 대기가 좌우로 찢겨 나가고, 그 절단면 사이로 칠흑 같은 심연의 아공간 터널, 웜홀(Wormhole)이 끔찍한 아가리를 벌렸다.블랙홀 드라이브의 공간 왜곡 능력과, 신살창의 인과율 절단 능력을 극한으로 결합시킨 미친 짓거리.이것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3차원 좌표계에서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라는 두 지점을 강제로 구겨 접어서 직항로를 뚫어버리는 초월적인 차원 도약이었다."스러스터 풀 가동! 달린다!!!!"우오오오오오-!!!!레비아탄의 등 뒤와 종아리에서 시퍼런 스러스터 불꽃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흑기사의 거체가 내가 찢어놓은 시퍼런 웜홀의 균열 속으로 초음속의 속도로 빨려 들어갔다.콰가라라라락-!!!!차원 터널 내부의 풍경은 그야말로 시공간이 마구잡이로 구겨지는 지옥의 믹서기 안과 같았다.빛이 역류하고, 중력의 방향이 수십 번씩 뒤바뀌며 장기를 쥐어짜는 끔찍한 멀미와 차원 압력이 기체를 덮쳤다.콕핏 안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나조차도 위액이 쏠릴 정도로 끔찍한 승차감이었다.그리고 방음벽 바깥.기체의 외장 장갑판과 화물칸에 맨몸으로 매달린 S급 랭커 세 명에게, 이 웜홀 비행은 그야말로 지옥의 롤러코스터 강제 탑승이었다.[으아아아아악! 마이 갓! 크레이지 꼬마 녀석아! 사람 살려!!!!]모니터 속의 스티브는 아다만티움 방패를 자신의 머리 위로 펼쳐 들고, 날아오는 차원의 파편들을 막아내며 강철 손잡이를 부러질 듯 부여잡고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그의 굵은 팔뚝 근육이 터질
"불가능하오. 대륙을 횡단하는 수천 킬로미터짜리 매스 텔레포트 진법을 구축하려면, 수십 명의 주술사와 최소 10시간의 시전 시간, 막대한 마석이 필요해. 게다가 지금 목적지인 로마 상공은 데스만타 떼가 뿜어내는 마력 교란 때문에 좌표 고정조차 되지 않는 상태요."수송기도 안 돼. 진법도 안 돼.전 세계를 호령한다는 S급 랭커 세 명이, 비행기 티켓을 놓친 여행객들처럼 격납고 앞마당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기막힌 촌극."답답한 양반들이네. 시간이 돈인데, 그깟 비행기나 마법진이나 기다리고 있을 틈이 어딨습니까."나는 혀를 차며 레비아탄의 거대한 다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나한테 선금이 꽂혔다는 건, 1분 1초라도 늦으면 뒤에 들어올 내 유로화가 허공으로 증발한다는 뜻입니다. 기다릴 시간 없으니까 당장 타십쇼. 내 기체로 직행합니다.""오! 미스터 하의 로봇에 탑승하는 거요? 훌륭하군! 안에 좌석이 몇 개나 있소?"스티브가 화색이 돌아 묻자, 나는 레비아탄의 흉부 해치가 아니라, 기체의 바깥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좌석은 무슨. 내 콕핏은 1인용이라 나 혼자 타기에도 좁아 터집니다. 당신들은 저기 밖에 매달리십쇼."내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레비아탄의 거대한 허리춤에 달려 있는 낡은 외부 철제 화물칸과.그리고 우측 어깨에 기괴하게 솟아올라 있는, 오메가 폼의 거대한 비대칭 장갑판에 용접되어 있는 투박한 정비용 강철 손잡이들이었다."......?""......지금 저기 매달려서 대기권을 돌파하자는 소리요?""농담이 지나치군, 꼬마."S급 랭커 3인방의 입이 동시에 떡 벌어졌다.아무리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랭커들이라지만, 고도 수만 피트의 상공을 날아가는 거대 로봇의 바깥 장갑판에 안전벨트 하나 없이 맨몸으로 매달려 가라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농담 아닌데요. 내 기체는 원래 화물 운송용 파츠가 없어서, 저기가 VIP석입니다."나는 갠트리 계단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며 어깨를 으쓱했다."꼬우면 펜타곤 비행기 올 때
[오후. 부산 해안 방위사령부 아크 부대 옥외 격납고]매미 소리가 늘어지게 울려 퍼지던 하숙집 마당의 나른한 평화는, 내 낡은 군화 밑창이 아크 부대의 아스팔트를 밟는 순간 완벽하게 휘발되었다.내가 격납고 앞마당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전쟁 발발 직전의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끔찍하게 소란스러운 상태였다.부대 전역에 시뻘건 비상경보등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사이렌을 토해내고 있었고, 무장한 아크 부대원들이 탄약 상자와 보급품을 나르며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하지만 그 수많은 군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유독 이질적이고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세 명의 불청객들이 내 흑기사 레비아탄의 거대한 발밑에 진을 치고 있었다."오, 지저스! 미스터 하! 늦었잖소!"가장 먼저 나를 향해 곰 같은 덩치를 흔들며 달려온 것은, 한쪽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도 여전히 무식하게 거대한 아다만티움 방패를 등에 짊어진 미국 최강의 탱커, 스티브 레오였다."늦긴 뭘 늦습니까. 계좌에 유로화 꽂힌 거 확인하자마자 양치질만 대충 하고 뛰어온 건데."내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시선을 돌리자, 스티브의 뒤편으로 익숙한 두 얼굴이 더 보였다.등 뒤에 거대한 청룡언월도를 멘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중국의 무신(武神) 리 웨이.그리고 낡은 도복 차림으로 애검의 자루에 손을 얹은 채 눈을 감고 서 있는 일본의 검성, 카미키 류지였다.남중국해에서 이그니스의 쌍둥이 군단장을 상대로 함께 피를 흘리며 싸웠던 글로벌 헌터 연합의 최상위 S급 랭커 3인방(류지는 SS급이지만 편의상 한 묶음).그들이 자기 나라의 수도를 버려두고 이 먼 한국의 부산 앞바다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뻔했다."자네들도 소피아 성녀의 그 울고불고하는 SOS 방송을 보았나 보군."리 웨이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시국이 심연의 비행 해수, 데스만타 군단에게 완벽하게 포위당했소. 놈들은 고도 수천 미터 상공에서부터 먹구름처럼 쏟아져 내리며 로마의 방공
"뭐, 성배? 창조각? 수호 성인의 명예?"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홀로그램 패널 쪽으로 상체를 쓱 들이밀었다."소피아 씨. 지금 나랑 장난합니까? 그딴 곰팡내 나는 짐 덩어리 유물들 한국에 들고 오면 세관에서 압수당하거나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나 쳐맞지, 그걸로 우리 하숙집 이번 달 가스비 낼 수 있습니까? 성인의 명예나 영광 따위를 냄비에 끓이면 우리 식구들 먹일 고깃국물이 우러나오기라도 합니까?"[네...? 그, 그건...]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의 세속적이고 천박한 대답에, 성녀 소피아는 쏟아지던 눈물마저 쏙 들어간 채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수십만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망적인 전장.그리고 그 전장의 한가운데서 애원하는 성녀를 향해,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구원자가 세무조사와 가스비를 운운하며 협상을 하고 있는 이 기막힌 부조화."딜은 확실하고 깔끔하게 갑시다. 덩치 크고 골치 아픈 유물 말고, 현찰로 계산해."나는 평상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를 통한 자금 세탁이 완료된 깨끗한 유로화. 아니면 일련번호 싹 다 지워진 순도 99.9퍼센트 스탠다드 골드바. 바티칸이 전 세계에 짱박아둔 비자금이 천문학적인 거 내가 모를 줄 아십니까? 신의 대리인 구출하는 초호화 출장비인데, 섭섭하지 않게 맞춰서 선금 50퍼센트부터 꽂으십쇼. 아크 부대 계좌에 입금 확인 알람 울리면 그 즉시 레비아탄 엔진 켭니다."[아... 아아...]소피아는 극도의 절망과 환멸, 그리고 기묘한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녀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내 조건이 아무리 속물적이고 잔인하다 한들, 바티칸이 데스만타 떼에게 뜯어 먹혀 잿더미가 되는 것보다는 돈으로 이 악마 같은 용병을 사는 것이 수만 배는 남는 장사였다.[아, 알겠습니다...! 즉시 교황청 재무국에 최상위 승인 코드를 넣어, 아크 부대의 스위스 차명 계좌로 입금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늦지 않게만
찰랑거리던 금발 머리카락은 땀과 핏물에 엉겨 붙어 산발이 되어 있었고, 그녀의 뺨에는 날카로운 가시에 스친 듯 시퍼렇게 독이 오른 열상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하, 하 준위님...! 제발... 제발 이 무전을 받아주세요...!]홀로그램 너머로 들려오는 소피아의 목소리는 공포와 극도의 절망으로 갈라져, 제대로 된 문장조차 완성하지 못한 채 헐떡이고 있었다."무전 받았습니다. 근데 몰골이 왜 그 모양입니까. 화장품 잘못 써서 피부 다 뒤집어진 사람처럼."내가 짐짓 심드렁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소피아가 홀로그램 렌즈 쪽으로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들이밀며 목 놓아 오열하기 시작했다.[바티칸이... 교황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놈들이 전방의 알프스 산맥 방어선을 완전히 우회해서, 성 베드로 광장 한가운데로 하늘을 덮으며 쏟아져 내렸습니다!]소피아의 뒤쪽으로 펼쳐진 배경 화면.인류 종교의 심장부이자, 강력한 신성 마법의 결계로 둘러싸여 절대 함락되지 않는다던 바티칸 시국의 웅장한 대성당과 대리석 광장.그 눈부시던 건축물들이 지금 끈적한 바닷물과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불타는 칠흑 같은 밤하늘 위로, 하늘을 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무리의 기괴한 비행 괴물들이 하늘을 바다 삼아 헤엄치며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양날개 길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흑갈색의 가오리 떼.등판에는 징그러운 촉수들이 꿈틀거리고, 꼬리에는 시퍼런 맹독을 품은 작살 같은 가시가 달려 있는 심해의 흉물.심연의 하늘을 지배하는 기괴한 비행 해수(海獸).'데스만타(Death Manta)' 군단이었다.[놈들의 피부는 끈적한 마력 점액질로 코팅되어 있습니다! 신성력도, 원거리 마력 포격도 놈들의 고무 같은 가죽 앞에서는 모조리 미끄러지며 튕겨 나가버립니다!]콰아아앙-! 쩌어억-!화면 너머로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더니, 광장을 방어하던 교황청 소속의 정예 스위스 근위대 헌터 세 명이 허공을 유영하던 데스만타의 거대한 그림자에
[2026년 6월 초. 오후. 부산 남포동 하숙집]맴, 매애앰-.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쨍한 매미 울음소리가 하숙집 앞마당의 낡은 감나무 위에서 나른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한 푸른 하늘.마당 한구석에 널어놓은 하얀 빨래들이 따뜻한 햇살과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펄럭였다.나는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에 헐렁한 흰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마당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나무 평상 위에 대자로 널브러져 있었다.내 머리맡에서는 낡은 선풍기가 탈탈거리는 소리를 내며 좌우로 회전하고 있었고, 코끝으로는 점심때 이모님이 끓여주셨던 진한 청국장과 잘 익은 총각김치 냄새가 아직도 기분 좋게 맴돌고 있었다."오빠. 아 하세요."평상 한구석에 두 무릎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아 있던 하루가, 포크로 집은 새빨간 수박 한 조각을 내 입가로 조심스럽게 내밀었다.나는 감고 있던 눈을 반쯤 뜨고, 하루가 내민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 조각을 덥석 베어 물었다.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아침부터 정수리에 쌓여있던 끈적한 더위를 단숨에 날려주었다.투투툭. 수박씨를 마당 흙바닥을 향해 대충 뱉어내자, 하루가 까르르 웃으며 냅킨으로 내 입가를 꼼꼼하게 닦아주었다.얼마 전 아크 부대 지하 격납고에서 레비아탄을 '오메가 폼(Omega Form)'으로 개조하고, 티타늄 장갑판 100장을 분자 단위로 썰어버리는 미친 성능 테스트를 마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그날 훈련장에서 울려 퍼졌던 끔찍한 차원 절단의 파열음 덕분일까.부산 앞바다를 기웃거리던 심연의 잔챙이 해수들은 감히 육지로 기어 올라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바다 밑바닥에 쥐죽은 듯이 납작 엎드려 숨만 쉬고 있었다.세계 최강의 아티팩트인 브류나크를 쥐고 차원의 틈새마저 부숴버린 흑기사의 위용 앞에, 동아시아의 방어선은 그야말로 철옹성보다 더 단단한 평화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수박 엄청 다네. 하루 너도 많이 먹어.""네, 헤헤. 오빠가 맛있게 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