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치이이익-. 치익-.폭풍우가 거세지면서 무전기 너머의 소리도 심한 잡음과 혼선으로 가득 찼다.제1대피소 임시 의료 텐트 안에서 정신없이 환자의 둔부(머리)를 봉합하던 서나래는,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강 구조대! 강 구조대, 응답하라! 현재 하천 하류 차단벽 붕괴 조짐이다, 현장 대원들은 즉시 철수............ 치이익.......... 철수하라!" -"강 구조대? 나를 부르는 건가?"서나래는 간이 의무실에 혼자 남아 있던 터라,무전 속 라는 호출이 의료지원단장인 자신을 부르는 줄 착각했다.그녀는 피 묻은 장갑을 벗지도 못한 채 다급하게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여기는 강 구조대! 서나래 의사입니다. 지금 대피소에 거동 불편한 중상자가 3명이나 있어서 철수가 불가능합니다! 차량 지원이 가능할까요? 아니면............"-"뭐야? 강서나래?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무전기 너머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찢어지는 잡음을 뚫고 들어올 만큼 거칠고 사나웠다.강태풍이었다.강태풍은 소방 구조차를 몰고 제1대피소로 향하던 중 ,해경 특수구조대를 뜻하는 호출 무전에웬 여자 의사의 목소리가 채 가듯 들어오자 이성을 잃고 버럭 고함을 지른 것이었다."강 대원님?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아까 강 구조대 찾아서 대답한 것 뿐인데."-"그 무전은 해경 특조대 강 구조대원을 찾는 무전이었어. 당신이 왜 내 무전을 채 가! 그리고 내가 분명히 본관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했을 텐데.. 기어코 거길 기어 나갔어? 지금 거기가 어떤 상태인 줄 알고 그래!!""환자가 있으니까 왔죠! 그럼 의사가 환자를 나 몰라라 하고 숨어 있어요? 강 대원님이야말로 왜 나한테 명령질이에요? 내가 당신 부하인가요?"서나래도 지지 않고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빽 질러댔다. 옆에서 치료를 받던 주민들이 눈치를 볼 만큼 서슬 퍼런 앙숙들의 무전 티키타카였다.- "시끄
밤 9시.연실군 전체에 내리던 비는 이제 는 표현보다는와 는 표현이 보다 정확했다.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듯한 폭우 속에서,바람은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를 내며 건불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가로등은 이미 절반 이상이 점멸을 반복하다가 완전히 꺼져 버렸고,암흑이 도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강 팀장! 저지대 하천 수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제방 둑 하단부에서 토사가 유출되고 있다는 지구대 보고입니다!"TF 본부 통제실은 아수라장이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피해 보고에 대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하지만 강태풍의 신경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조금전, 의료지원단에서 서나래가 힙색과 구급배낭을 챙겨 나갔다는행정반 대원의 보고를 받은 직후부터,그의 이성은 반쯤 날아간 상태였다."강서나래........ 이 미친 여자가 정말 장난하나...!!"강태풍은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 장갑 가죽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났다.분명히 경고했었다. 나가면 죽는다고.자신의 치부이자 가장 큰 트라우마까지 보여주며 붙잡았건만,그녀는 기어코 그 지옥 같은 비바람 속을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강태풍은 통제실 모니터에 표시된 제1대피소의 위치를 노려보았다.하천 바로 옆이었다.수위가 넘치면 가장 먼저 고립되거나 침수될 위험이 있는 곳.게다가 지금 연실군에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의 무게와 바람의 궤적은,강태풍이 평생 바다에서 겪어온 의 귀환을 알리기 시작하고 있었다."팀장님, 어디 가십니까? 지금 지휘관이 자리를 비우시면 안됩니다."부팀장이 붙잡았지만, 강태풍은 묵묵히 자신의 헬멧을 깊게 눌러썼다."소방과 경찰에 무전해라. 저지대 제1대피소 주변 주민들 최종 대피 확인하고, 본대원들을 해안가 제방 최종 결속 확인한다. 나도 현장 확인하러 가겠다.""현장이라뇨..? 지금 거긴...""내 구역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장관 앞에서 서약했다. 그 한 명에는............ 부상자는 물론 말 안
강태풍이 으스러질 듯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 통제실로 가버린 후에도,서나래의 손목에는 여전히 그의 손자국을 따라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었다.복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연실군의 풍경은 이미 지옥의 시작이었다.강력한 비바람이 가로수를 꺾어 놓았고,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금방이라도 지상을 집어삼킬 듯 웅웅거렸다."강 선생, 진짜 기려고? 강 대원 말이 맞아. 지금 나가는 건 자살행위야."함께 파견 온 선배 의사 김민우가 구급 배낭을 둘러메는 서나래의 앞을 막아섰다.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공포가 가득했다.서울의 께끗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만 근무하던 이들에게,이 자연의 거대한 폭력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다리를 떨리게 만들었다."선배, 저지대 제1대피소에 노약자들이 많아요. 아까 무전 들었잖아요. 대피소 진입로 축대가 무너지면서 대피하던 주민 두 명이 깔렸다가 겨우 구조 되었는대, 한 명은 의식 불명이고, 다른 한 명은 둔부(머리) 외상 출혈이 심하대요.. 소방 구급대원들은 지금 다른 침수 지역 구출 작전 하느라, 의사가 안 가면 거기서 과출혈로 사망할 거에요. 구조대와 소방이 갈 수 있으면 우리도 갈 수 있어요!""그래도.. 통제관이 명령을 내렸잖아! 기상청에서 곧 본진이 상륙한대!!""통제관은 현장 안전을 보는 사람이고, 의사는.. 나는 환자 목숨을 보는 사람이에요. 각자 자기 할 일 하면 되는 겁니다."서나래는 민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구급 배낭의 버클을 단단히 채웠다.그녀의 별명이 왜 이겠는가.눈 앞에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있는데, 다가올 위험이 무서워안전한 콘크리트 건물안에 숨어 있는 것은서나래의 사전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였다.서나래는 통제실 쪽을 한번 쓱 쳐다보았다.모니터를 보며 대원들에게 거칠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강태풍의 뒷보습이 보였다.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지금은 의사로서의 사명이 우선이었다.서나래는 본관 뒷문을 통해 몰래 빠져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고압
비상령이 떨어지자 TF 본부 건물 복도는장비를 챙겨 뛰어나가는 대원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강서나래 역시 다급하게 구급 배낭을 메고 의무실 밖으로 뛰어나오던 참이었다.저지대 침수 지역에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무전이 들렸기 때문이다.철컥.누군가 서나래의 앞을 거대한 벽처럼 막아섰다.강태풍이었다.그는 출동 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채, 무서운 기세로 서나래를 내려다 보았다.그리고는 서나래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을 억세게 잡아챘다."강서나래 선생. 지금 당장 본관 안으로 복귀하십시오.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이거 놓으세요., 강 대원님. 지금 저지대 대피소에 골절 환자랑 뇌진탕 환자 발생했다고요! 의사인 내가 반드시 가야 해요!"서나래가 손목을 빼내려 안간힘을 썼지만,태풍의 손아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태풍의 안색이 창백할 정도로 굳어 가고 있었다."태풍 상륙 시각이 앞당겨졌습니다. 지금 나가면 이동 중에 차량이 전도되거나 파도에 휩쓸릴 겁니다. 현장 의료 텐트는 곧 날아갈 장난감 보트(조각배)에 불과합니다. 의사랍시고 객기 부리다가는, 환자 구하기도 전에 본인이 먼저 고인 되기 쉽상입니다. 이건 현장 구조 통제관으로서 내리는 강제 명령입니다."강태풍의 목소리는 낮게 떨리고 있었다.그것은 단순히 규정을 지키라는 윽박지름이 아니었다.그의 뇌리에는 과거 폭풍 속에서 손을 놓쳐 잃어버린 동료의 유령이스쳐 지나가고 있었다.서나래를 저 시커먼 비바람 속으로 보냈다간,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지독한 공포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강태풍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서나래는 손목을 통해 고스란히 느꼈다.평소라면 오만하다고 화를 냈을 테지만,지금 그의 눈 속에 담긴 절박함과 두려움은 진심이었다.자기를 지키고 싶어하는 남자의 처절한 본능이었다.서나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태풍의 손 위에 자신의 다른 한 손을 살포시 얹었다.차가운 그의 손등 위로 서나래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강
지구대와 소방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합동 구조 본부 (TF) 메인 통제실의 분우기느 ㄴ그야말로 빙하기였다.사방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실시간 위성 기상도와 남해안 일대의 해류 변화 그래프가 어지럽게 깜빡이고 있었다.삐이이이--! 삐이이이--!갑자기 본부 중앙 컴퓨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기상청 본청과의 긴급 화상 연결 화면이 대형 스크린에 띄워졌다.화면 속 예보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긴급 상황입니다. 현재 남해 상공의 고기압 기류가 예상치 못하게 서쪽으로 밀리면서, 태풍 의 이돌 경로와 속도가 급변했습니다. 현재 이동 속도가 기준 예측보다 1.5배 더 빨라졌습니다!"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요? 정확한 상륙 시간은 언제입니까?"통제 단장이 책상을 쾅 치며 물었다.- "내일 새벽이 아닌.... 오늘 밤 자정 전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불과 서너 시간 뒤면 기압은 역대 최악인 920HPA(헥토파스칼)까지 떨어집니다. 이건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거기서...당장....." -화면이 끊기자 통제실 안은 잠깐이지만 거대한 침묵에 잠겼다.서너 시간빡에 남지 않았다면,아직 저지댜나 해안가 부두에 남아서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고립될 확률이 100%였다.게다가 밤바다의 만조 시각과 겹친다면 메가톤급 해일이 도심을 덮칠 것이였다.강태풍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은색 특수구조대 조끼의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그의 눈빛은 메스를 잡은 서나래의 손길보다 더 날카롭고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행정반, 전 대원에게 최고 단계 비상령 전파하세요. 지금 이 순간부터 연실군 전 지역의 민간이 출입을 완전 봉쇄합니다."강태풍은 무전기를 쥐어 잡으며 레이더 화면 속 붉은색 악마처럼 소용돌이치는 를 노려 보았다. 자연이 던진 최악의 변칙구.하지만 해경 괴물 강태풍의 사전에 후퇴란 없었다.그는 폭풍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에이, 우리 이쁜 민 순경님이 왜 또 여기서 진흙 범벅이 되어서 울상을 하고 계실까나... 응?"절망감에 휩싸여 주저앉아 있던 수아의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장대비를 뚫고 들려온 목소리는 기가 막힐 정도로 능글맞고 여유로웠다.소방관 차도훈이었다. 이번에도.도훈은 붉은색 소방 구조차를 집 앞에 대놓고,어깨에는 커다란 유압 도끼와 구조용 로프를 멘 채 걸어오고 있었다.수아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며 도끼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차도훈 소방관님? 그 도끼는 대체 왜 들고 오신 겁니까?""왜긴 왜 겠어요? 문 안 열어주면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모시고 나오려고 가져 왔죠. 자, 열혈 경찰관님. 비켜 봐요. 현장 해결은 소방이 전문이니까."도훈을 씩 웃으며 닫힌 노인의 집 현관문을 장갑 낀 손으로 쾅쾅 두드렸다."어르신! 저 연성시 소방서 차 대원입니다! 저번 달에 어르신 댁 보일러 연기날 때 출동했던 놈 있잖어요, 잘생긴 놈! 기억하시죠?" "어? 어어...... 문 부순다는 소리는 뭐여?"방 안에서 도끼 소리를 들었는지 노인이 문을 빼꼼 열었다.도훈은 번개같이 그 틈새로 두꺼운 안전화를 신은 발을 들이 밀어 집어 넣었다.그리고는 유연하게 안으로 들이닥치며, 노인이 거실 한가운데 두고 아기던 커다란 자개함을 번쩍 들었다."어르신, 이 귀한 보물 상자는 제가 안전하게 소방차 조수석에 잘 모실게요. 흠집 하나 안 나게 한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니까 어르신도 몸만 따라오세요.민 순경님, 뭐 하세요> 어르신 얼른 에스코트 안 해드리고!""아......... 예!"수아는 도흔의 기지 넘치고 뻔뻔한 대처에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노인의 팔짱을 끼고 부축했다.원칙만 내세우며 법을 운운하던 자신과 달리,주민의 마음을 귀신같이 읽고 파고드는 도흔의 를 또다시 목격한 순간이었다.결국 노인은 자개함을 실은 소방차를 보며 못 이기는 척 걸음을 옮겼다."그려......... 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