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민 순경님!”
도훈이 안으로 뛰어 들어가 쓰러진 수아를 안아 들고 나왔다.
수아는 가스 흡입과 밀폐 공간의 공포로 의식이 희미한 상태였다.
“차도훈, 바닥에 눕혀! 수아 씨, 내 목소리 들려요?”
서나래가 태풍의 품에서 빠져나와 수아에게 달겨들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수아의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환자를 다룰 때의 서나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눈빛은 얼음처럼 차분해졌고 손놀림은 매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빨랐다.
태풍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모한 똥고집 의사인 줄만 알았는데,
현장에서 환자를 살려내는 그녀의 모습은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강 대원님!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이송 보트 대기시켜요!
환자 저체온증이랑 흡입 화상 우려 있어요!”
서나래의 호통에 태풍이 정신을 차렸다.
“아……알겠습니다.”
해경 특수구조대의 일인자가 의사의 명령에 군말 없이 움직이는 진풍경이었다.
네 사람은 간신히 이송 보트에 수아를 태웠다.
도훈은 수아의 손을 꼭 잡은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보트가 다시 본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할 때,
서나래가 차가운 빗물에 젖은 얼굴을 닦으며 태풍을 째려보았다.
“아까 제 허리 잡고 끌어내린 거, 성추행으로 고소하려다가 참는 줄 아세요.”
“구조를 위한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었습니다. 고소 항목에 해당 안 됩니다.”
태풍이 정면을 응시하며 덤덤하게 받아쳤다.
“그리고 아까 내 이름은 왜 그렇게 막 불렀습니까?
우리가 언제부터 성 떼고 이름 부르는 사이였다고.”
“…….”
태풍의 귀끝이 슬쩍 붉어졌다.
강풍 때문이라 변명하기엔 너무 정직한 붉은빛이었다.
“다급해서 그랬습니다.
강 선생이라고 부르면 나도 돌아보고 당신도 돌아보니까 혼선이 생기지 않습니까.”
“핑계는 훌륭하시네요. 다음부턴 그냥 ‘어이’라고 부르시죠? 아니면 ‘불도저’라든가.”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군.”
두 사람의 유치찬란한 티키타카는 멈추지 않았다.
로맨스의 ‘ㄹ’자도 섞이지 않은 지독한 앙숙의 밀당이었지만,
두 사람을 제외한 도훈과 수아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이 폭풍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장 강력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는 귀신같이 범인을 잡고 붉은 불길을 잡던 제복의 에이스들이었지만,집 안에서는 그저 모든 것이 허둥지둥 서툰 훈련병들이었다.남해 연실군에 다시 내려와 함께 자리를 잡은 도훈과 수아의 관사 신혼집은새벽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곤 했다."민 순경! 기저귀 밴드가 45도로 틀어졌잖아! 이러면 옆으로 다 샌다고아니, 처음도 아니고 둘째인데 아직도 이럽니까?!""아니, 차 반장님! 지금 화재 진압 무전기 체크하듯이 아기 기저귀를 다루면 어떡합니까?당신이야 말로 아직도 이러면 어떻게 해요? 아기 허벅지가 찡겨서 아프겠어요!"수아의 매서운 지적에 도훈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 때보다 더 많은 땀을 뻘뻘 흘렸다."당장 시정하겠습니다! 민 순경!"두 사람은 새벽 3시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지면마치 비상 출동 사이렌이 울린 듯 번개처럼 이불을 걷어차고 뛰어나갔다.둘째가 깨서 울면 곤히 자던 첫째도 같이 깨서 울었기에 각자 한명씩 케어해야만 했다.범인을 체포하고 화염을 뚫던 당찬 기세는 온데간데없고,조그만 아기의 분유 온도 1도와 기저귀 각도 하나에 벌벌 떨고..첫째의 손가락 빨기에, 소흘했나 싶어 자책하며 노심초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참으로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한편, 연실군 남해 병원 근처 신혼집의 강태풍 역시혹독한 초보 육아 훈련을 치르고 있었다.하나일 때도 진땀이었지만 연달아 태어난 두 아이는 정말이지 힘에 부쳤다.평생 거친 남해 파도를 호령하던 해경 기동대장이었건만,손귀로 핏덩이 같은 둘째 딸을 목욕시킬때는 첫째 아들을 목욕시킬때보다 훨씬 더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서나래 씨…… 내가 손목 힘을 잘못 줘서 우리 딸이 다치면 어쩝니까……."강태풍이 등줄기에 진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자,곁에서 지켜보던 서나래가 아기의 가슴에 가만히 따뜻한 손을 대어주며 맑게 웃었다."태풍 씨. 지금 아기 심장 소리보다.거친 남해 바다를 지키는 해경 기동대장 심장 소리가 더 크게 쿵쾅거리는 거 알아요?아니 첫째 태평이때도
남해를 뒤흔들었던 역대급 태풍 '퍼펙트 스톰'이 지나간 연실군의 아침은깨끗이 씻은 듯이 맑았다.밤새 병원을 지키며 몰려드는 부상자들을 치료했던 서나래는피로가 극에 달해 진료실 의자에 기댄 채 겨우 숨을 돌리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 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서나래의 전신을 관통했다."윽……!"서나래는 자신도 모르게 책상 모서리를 꽉 움켜쥐었다.단순한 가진통이 아니었다.예정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밤새 치열하게 일했던 몸이 마침내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원내약국에서 대기하던 지은이 비명성을 지르며 서나래를 부축했고,남해 병원은 순식간에 또 다른 비상사태에 돌입했다.그 시각, 해경 기동대에서 야간 구조 작전 장비를 정리하던 강태풍은강서나래의 친구, 지은의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뭐라고요?! 서나래 씨가 분만실로 들어갔습니까?!"강태풍은 평소의 침착함은 어디로 내팽개쳤는지,해경 기동복 상의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순찰차 가속 페달을 밟았다.연실군 작은 남해 병원 산부인과 로비는이내 태풍의 군기 바짝 든 군대식 다·나·까 말투로 떠나갈 듯 울려 퍼졌다."거기 간호사 분! 본 대원의 아내인 강서나래 과장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신속하게 제게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강태풍의 빳빳하게 굳은 자세에 간호사는 당황하며"아,네에. 강 과장님 남편분, 진정하시고 여기 동의서에 사인부터 하세요"라며그의 손에 펜을 쥐여주었다.강태풍은 손을 벌벌 떨며 평생 해본 적 없는 가장 엉망진창인 글씨로 사인을 갈겨썼다.분만실 밖에서 초조하게 복도를 서성이는 강태풍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바다에서 파도와 싸울 때도 이토록 두려운 적은 없었다"며혼잣말로 다·나·까 조를 중얼거리는 그의 등 뒤로,마침내 우렁차고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문틈을 새어 나왔다.문이 열리고 의사가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강태풍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침대에 누워 땀에 젖은 채 미소 짓는 서나래의 곁으로 다가간 강태풍은갓
남해 전체를 삼켜버릴 듯한 역대급 초강력 태풍 '퍼펙트 스톰'이마침내 연실군 해안가를 정면으로 가차 없이 강타했다.집집마다 지붕이 날아가고 집집마다 창문이 깨져 나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집대성된 거대한 해일과 기습적인 폭우가 해안 마을을 사정없이 들이쳤다.연실군 해경 기동대장 강태풍은 시야조차 확보되지 않는 거센 파도 속에서뒤집힌 어선의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숨을 건 로프를 몸에 묶은 채요동치는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갔다.거대한 와류와 방파제 암석이 그를 끊임없이 위협했지만,강태풍은 거친 숨을 내뿜으며 고립된 선원들을한 명씩 가슴에 감싸 안고 맨몸으로 파도를 뚫어냈다."정신 차리십시오! 이 강태풍이 있는 한 절대로 바다에서는 단 한 사람도 죽게 두지 않겠습니다!"강태풍의 피투성이가 된 고함은 거센 폭풍우 소리를 뚫고 수평선 너머로 울려 퍼졌다.한편, 서울에서 연실군으로 내려와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소방 구조대 차도훈 반장과 민수아 순경 역시육상 현장의 지옥 같은 사투 한가운데에 있었다.기습적인 폭우로 연실군 산사태와 함께해안가 노후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차오르는 흙탕물 속,도훈은 망설임 없이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아래로 몸을 던졌다.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립되어 울부짓던 주민과 어린아이를 차례로 등에 업고 나온도훈의 몸은 온통 흙탕물과 찢긴 상처투성이였다.그 외곽에서는 임산부인 민수아가 굵은 빗줄기 속에서 온몸으로 폭우를 뒤집어쓴 채대피로를 확보하고 현장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로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도훈과 수아는,같은 연실군 땅에서 서로의 등 뒤를 지켜주고 있다는 깊은 믿음으로다시금 사선의 현장 깊숙이 발을 내디븠다.이 무시무시한 폭풍우의 중심에서,몰려드는 이재민과 중상자들로 아수라장이 된 연실 남해병원의 서나래 과장 역시메스를 든 손끝을 단 한 번도 떨지 않았다.전기가 나가 비상 발전기 불빛에만 의존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게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청명한 남해 바람이 불어오는 연실군 해안가 언덕, 남해 병원 앞마당에는 잔잔하게 파도치는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커다란 합동 돌잔치 상이 차려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남해의 기운을 받아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란 강태풍과 서나래의 아들, 그리고 먼 서울에서 임신후 연실로 다시 내려온 차도훈과 민수아의 늠름하고 어여쁜 딸이었다. 하루차이로 태어나 어느새 첫 돌을 맞이한 두 아이는 앙증맞은 한복을 차려입고 돌잡이 상 앞에 앉아 옹알이를 터뜨리고 있었다. 양가 부모님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을 안고 싱글벙글 입이 찢어질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강서나래의 아버지는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특유의 엄격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얼굴로 엄지를 척 들었다. "어허, 우리 손주 놈 태평이 어깨를 보게! 딱 봐도 바다를 호령할 장군감 아닌가! 사돈 동생, 내 이놈은 훗날 대한민국 해군 장교로 각 잡히게 키워낼 걸세!" 그 말에 강태풍의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갓 삶아낸 문어 다리를 찢어 건넸다. "아이고, 사돈 형님! 또 또 군대 얘기 나오십니다! 엄마 닮아 머리도 비상하고 손재주도 엄청날텐데 당연히 명의 의사 선생님을 시켜야지요! 것도 아니면.... 이 남해 거친 바다를 쥐락펴락하는 일등 어선 선장으로 키우든가요!" 두 아버님이 티격태격 투박하면서도 진한 정을 나누는 모습에 온 마당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연실군 마을 주민들과 어르신들, 그리고 먼 서울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강남소방서 대원들과 지구대 옛 경찰 동료들이 마당을 가득 메운 채 연신 쾌재를 불렀다. 북적이는 축제 한복판, 네 청춘은 붉은 노을이 수평선을 물들이는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나란히 섰다. 강태풍은 절도 있는 해경 정복을, 도훈은 빳빳한 소방 정복을, 그리고 수아는 당찬 경찰 정복을 입고 있었고, 서나래는 환자를 살리는 눈부시게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채였다. 서울의 치열한 빌딩 숲에서 시골로 다시 내려와 사명을 불태우는 뜨거운 심장
유람선 침수라는 대형 사건을 완벽한 공조로 해결하고 몇 주가 지난 뒤,평화가 찾아온 남해 연실군과 활기찬 서울 강남, 두 곳에서 동시에 기적 같은 축포가 터졌다.최근 들어 서나래는 이상하리만치 부쩍 잠이 많아지고 작은 냄새에도 속이 거북해지는 증상을 겪고 있었다.의사 특유의 직감으로 몸의 변화를 차분히 짚어보던 서나래는,친구 지은의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 들고 병원 화장실로 향했다.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한 테스트기 창에는 선명한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서나래는 퇴근 후 강태풍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전,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에 신혼집 화장실로 들어가 다시 한번 새 테스트기를 사용했다.가슴을 졸이며 기다린 몇 분 뒤,이번에도 역시 거짓말처럼 또렷하고 선명한 두 줄이 모습을 드러냈다.의사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느껴지는 거대한 감격에서나래는 기쁨의 눈물을 왈칵 흘리고 말았다.잠시 후 퇴근한 강태풍이 " 서나래 씨, 오늘은 왜 먼저 퇴근했어요? 어디 몸이 안 좋아요?"라며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서나래는 떨리는 손으로 두 개의 테스트기를 강태풍의 손에 살포시 쥐여주었다.강태풍은 손바닥 위 두 개의 테스트기에 선명한 두 줄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수많은 인명을 구하던 거친 손이 덜덜 떨리더니,이내 사나이의 얼굴에 눈부신 미소가 차올랐다.강태풍은 방 안이 떠나가라 호탕하게 웃어대며 서나래의 허리를 감싸 안고 번쩍 안아 올렸다."강 선생! 아니 서나래 씨! 고맙습니다! 내가 아빠가 된다니! 우리 아이는 이 남해 바다처럼 넓고 건강하게 키웁시다!"거센 와류 속에서도 눈 하나 눈쩍 안 하던 해안구조대 강태풍의 눈가에도어느새 뜨겁고 맑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놀랍게도 같은 날, 먼 서울 강남에서도 똑같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며칠 전부터 체력 측정 때와 달리 부쩍 피로감을 느끼던 민수아 순경 역시지구대 화장실에서 선명한 두 줄이 찍힌 테스트기를 바라보며놀라움과 기쁨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
네 사람의 달콤하고 정겨운 휴가가 한창이던 어느 날 오후.연실군 앞바다에서 관광객 30여 명을 태운 소형 유람선이짙은 안개 속에서 암초에 부딪쳐 빠르게 침수되고 있다는 긴급 재난 신고가해경 기동대로 접수되었다.휴가 중이었지만 제복 공무원들과 의료진의 본능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발동했다."긴급 상황이다! 유람선 침수 사고 발생!"강태풍은 곧바로 해경 기동정으로 달려나갔고,함께 있던 소방관 도훈과 경찰 수아 역시"우리도 가겠습니다! 현장에는 일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합니다!"라며망설임 없이 기동정에 몸을 실었다.서나래 과장 역시 병원 의료진과 간호사들을 소집해 선착장 한쪽 구석에서신속하게 임시 응급 진료소를 설치하고 환자 이송 및 긴급 처치 준비를 마쳤다.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급격히 기울어진 유람선 선체 사이로 거센 파도가 밀려들고 있었고,당황한 승객 여럿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해안구조대 팀장 강태풍은 망설임 없이 거센 바다로 뛰어들었다.와류(거센물살)를 뚫고 헤엄쳐 나간 강태풍은 저체온증과 해수 흡입으로의식을 잃어가던 익수자들을 차례로 구조해 해경 기동정 위로 끌어올렸다.그 시각, 소방 구조대 장비를 갖춘 도훈은 침수가 진행 중인 유람선 선체 내부로 침투했다.붕괴 위험이 도사리는 어두운 선실 구석,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공포에 떨고 있던 어린아이 둘과 노인을 발견한 도훈은아이들을 양팔에 안아 들고 단단한 방화복으로 감싼 채 신속하게 바깥으로 탈출했다.기동정 위에서 대기하던 수아는 구조된 승객들을 안전하게 인계받으며 현장을 지휘했다.호흡을 멈춘 중태 승객을 발견하자 수아는주저 없이 바닥에 엎드려 정확한 박자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수아의 끈질긴 인공호흡과 압박 끝에 승객이"컥-,쿨럭-!" 소리와 함께 물을 토해내며 숨을 터뜨렸다.해경의 수중 구조, 소방의 선체 내부 진입 및 탈출, 경찰의 기동정 위 응급처치와 현장 통제,그리고 선착장에서 기다리던 의사 서나래의 정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