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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폭풍 속의 약속

작가: yeye
last update 게시일: 2026-08-05 07:57:36

뒤에서 이 꼴을 보던 도훈이 헛기침을 크게 해대며 초를 쳤다.

"에헤이, 해경 형님! 대놓고 사내연애 분위기 조성하기입니까?

우리 경찰·소방 커플이 보는 눈이 있는데 말입니다!"

도훈의 짓궂은 훼방에 서나래는 얼굴이 빨개져 손을 뺴려 했지만,

강태풍은 오히려 서나래의 손을 더 단단히 움켜쥐며 도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차 반장, 부상자는 구급차로 들어가 수면이나 취하십시오.

민 순경님이 고생이 많으십니다."

강태풍의 팩트 폭격에 수아는 빵 터져 웃었고, 도훈은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와, 민 순경! 내 편 안 들어줍니까?!"

네 청춘의 유쾌한 티키타카가 잔잔해진 바닷가에 울려 퍼지며,

길고 잔인했던 폭풍우의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네 사람의 머리 위로 완벽하게 쏟아져 내릴 때쯤,

강태풍은 서나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수평선보다 더 깊고 진지했다.

강태풍은 서나래의 두 손을 마주 잡고, 평소의 다나까 말투 대신 가장 진심 어린 어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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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우스의 본진이 남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연실군 도립병원 병실은합동 특수구조 TF의 임시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온몸에 붕대를 감고도 눈빛만은 살아있는 해경 강태풍이 침대에 누워 있었고,그 옆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서나래가 차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강태풍 씨, 어디서 은근슬쩍 손을 잡으려고 합니까?"서나래가 자기 손을 슥 잡으려는 강태풍의 손가락을 찰싹 때렸다.강태풍은 덩치에 맞지 않게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 시트를 만지작거렸다."강 선생, 환자가 손이 시리다고 하면 따뜻하게 잡아주는 게 의사의 도리 아닙니까?""누가 보면 동사 직전인 줄 알겠네요. 체온 36.5도 아주 정상입니다, 강 팀장님."서나래가 쌀쌀맞게 대꾸했지만, 그녀의 귀 끝은 이미 대추처럼 붉어져 있었다.물속 심연에서 제게 마지막 숨을 불어넣어 주던 강태풍의 뜨거운 입술 감각이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강태풍은 서나래의 붉어진 귀를 놓치지 않고 씩 미소를 지었다.바다 앞에서는 절대 영도의 얼음 같던 남자가,서나래 앞에서는 능청스러운 '에기(아기)'가 되는 순간이었다.그때 병실 문이 덜컥 열리며, 휠체어를 탄 소방관 차도훈이 밀고 들어왔다.도훈은 깁스를 한 왼쪽 어깨를 으쓱이며 들이댔다."어이, 해경 형님! 아직 안 죽고 살아있네요? 서나래, 이 인간 엄살 부리는 거에 속지 마라. 물속에서 기둥 붙잡고 버틴 악력 보면 백두산 호랑이도 잡을 인간이야.""차 반장, 휠체어 탈 힘은 있고 문을 손으로 열 정신은 없는 모양입니다. 소방 방재청 매뉴얼에는 병실 예절 조항이 없나 보지?"강태풍이 즉각 차가운 목소리로 받아치며 두 남자의 유치찬란한 기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서나래는 두 사람 사이에 차트를 쾅 내려놓으며 소리쳤다."둘 다 조용히 안 해요?! 두 환자 모두.. 해경이나 소방관이나 똑같이 내 구역에선 을이에요! 한 번만 더 으르렁거리면 둘 다 퇴원 조치해 버리겠어요!"걸크러시 불도저 서나래의 호통에 두 거구의 남자가 동시에 깨갱하며 입을 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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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태풍 '제우스'의 본진마저 완전히 소멸한 연실군의 아침은 눈부시게 찬란했다.도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대규모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고,전력과 통신도 기적적으로 복구되었다.합동 특수구조 TF 대원들은 마침내 진짜 복귀 명령을 받고 짐을 쌌다.연실항 방파제 잔교 위.강태풍과 서나래는 나란히 서서 잔잔해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서나래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넘기며 강태풍의 손을 꼭 잡았다."이제 서울 병원으로 돌아가면, 당신 자주 못 보겠네요.거친 바다로 또 막 뛰어들 텐데 걱정돼서 어쩌지?"강태풍은 서나래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특유의 묵직한 순정을 고백했다."서울이든 독도 앞바다든 상관없습니다. 내 심장은 나래 씨 어머니가 살렸고, 내 목숨은 완벽하게 나래 씨 거니까요. 당신이 있는 곳이 내가 돌아갈 유일한 항구입니다."평소엔 무뚝뚝하던 남자가 나래 앞에서만 보여주는 이 '에기' 같은 반전 매력에서나래는 결국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도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주머니 속 캔커피를 만지작거렸다.그때 수아가 다가와 도훈의 어깨를 툭 쳤다."차 형사님, 뭘 그렇게 쳐다보세요? 서울 가면 닭발 쏘신다는 약속, 잊으신 건 아니죠?"도훈은 활짝 웃으며 수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당연하죠, 민 순경. 내 밥 친구 취향 저격 풀코스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기대하십시오."두 사람만의 귀여운 시그널이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한 퍼펙트 스톰은 물러갔지만,영웅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대지 위에는 새로운 사랑과 사명의 싹이 찬란하게 피어났다.각자의 자리에서 해경으로, 의사로, 소방관으로, 경찰로다시 마주할 청춘들의 뜨거운 연대기.강태풍은 바다를 향해, 서나래는 환자들을 향해 다시 걸어가며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네가 있는 폭풍 속이라면, 그 어떤 두려움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176. 아침이 오면

    마침내 연실군 통합 재난 복구 본부의 해체 소식과 함께 모든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밤새 사투를 벌인 연실 TF팀의 소방대원들, 해경 대원들,그리고 경찰들과 의료진이 선착장 광장으로 모여들었다.전국에서 모인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대자연의 광기를 이겨낸 영웅들을 향해 미친 듯이 터져 나갔다.하지만 네 사람에게는 기자들의 질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강태풍과 차도훈은 서로를 바라보며 약속이나 한 듯 맑은 미소를 지었고,강서나래와 민수아 역시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지옥 같던 태풍 제우스의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었다."자, 다들 고생 많았다! 단체 사진 하나 찍고 철수하자고!"소방 팀장의 외침과 함께 네 청춘은 광장 한복판에서 서로를 향해 팔을 뻗었다.차도훈이 수아를 품에 꽉 안았고, 강태풍 역시 서나래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네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뜨거운 단체 포옹을 나누었다.'우리들의 퍼펙트 스톰'은 대자연의 무서운 폭풍우였지만,동시에 네 청춘의 심장에 거침없이 몰아친 거대하고 완벽한 사랑의 폭풍이기도 했다.재난의 한복판에서 목숨을 걸고 서로를 구원해 낸 네 명의 영웅들.복구 본부 위로 떠오른 찬란한 태양 빛은,사선을 건너와 마침내 완벽한 인연을 쟁취한 그들의 찬란하고 눈부신 미래를 향해축복의 서막을 웅장하게 올리고 있었다. 태풍 제우스가 남긴 상처는 잔인하리만큼 깊고 참혹했다.연실군 전체를 집어삼켰던 물은 서서히 빠져나갔지만,저지대 상가와 도로 위에는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던 진흙과 깨진 유리창,부서진 간판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하지만 재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눈빛에는 절망 대신 새로운 희망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날이 완전히 밝아오자마자 연실군 관내의 소방관, 해경, 경찰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까지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차도훈은 밤새 유독가스를 흡입해 기도가 상했음에도 불구하고,목에 손수건을 질질 동여맨 채 삽을 들고 상가 지하의 토사를 퍼내고 있었다.쌕쌕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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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173. 마지막 구조자

    구급차 밖으로 나와 활짝 개인 하늘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던 햐경 팀장 강태풍은젖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그의 등 뒤로 가운을 걸친 서나래가 다가와 나린히 섰다.서나래는 밤새 도훈의 응급 수술과 환자 처치로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강태풍의 넓은 등판을 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강 팀장님, 고생많으셨어요. 팀장님 엄호 사격 아니었으며차 반장이나 나나,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서나래의 담백한 감사의 말에 강태풍은 고개를 돌려 서나래를 바라보았다."강 선생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현장의 대원들도 심리적으로 무너졌을 겁니다. 내 주치의가 유눙해서 참 다행입니다."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묵직하고도 달콤한 눈빛 교환은,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모든 상황이 마무리되어 가덩 그때,지구대 무전기에서 마지막 다급한 연락이 타전되었다."경찰 및 해경 지원 바람!! 해안가 절벽 끝단 갯바위 구역에서 비쳐 대피하지 못하고 고립된 마지막 낚시꾼 1명이 발견되었다! 조위가 낮아지고 있지만 파도가 여전히 높아 자력 탈출이 불가능하다!"이 무전을 들은 강태풍의 눈빛이 다시금 날카롭게 빛났다."마지막 구조자까지 완벽하게 구해내고 철수한다. 해경 특수구조대, 즉시 출동합니다."강태풍의 지시에 대원들이 일제히 고무보트에 시동을 걸었다.몸이 채 회복되지 않은 도훈 역시 소방차 문을 열려 했지만,수아가 그의 허리를 꽉 붙잡아 말렸다."차 반장님은 여기 계세요! 마지막은 해경이랑 저희 경찰이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올 테니까!"수아의 든든한 걸크러시 선언에 도훈은 얌전히 앉아 "알았습니다, 민 순경. 조심히 다녀우십시오."라며 꼬리를 내렸다.현장 해안가 절벽은 거센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며 갯바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고립된 낚시꾼은 저체온증으로 바위 틈에 웅크려 있었다.강태풍은 망설임 없이 보트에서 거친 바다로 뛰어들어 로프를 메고 절벽을 기어올랐다.수아는 해안가 상단에서 로프의 텐션을 단단히 유지하며 강태풍의 타이밍을 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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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소가 뇌로 공급되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도훈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구급차 안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도훈이 "컥..........!"하는 소리와 함께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의 흐릿한 시야 속으로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 자기의 손을 부서질 듯 꽉 쥐고 있는 수아의 얼굴이었다.도훈은 목에 박헨 튜브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지만,특유의 능청스러운 눈빛으로 수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수아는 도흔이 깨어난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눈물을 왈칵 쏟으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이 바보 오빠........ 진짜 사람 심장 멈추게 하는데 선수군요. 내가 살아서 나오라고 했잖아요..........."서나래가 조심스럽게 기도 튜브를 제거해 주자,도훈은 쇳소리가 섞인 거친 목소리로 간신히 첫마디를 뱉었다."..........아, 민 순경, 아까 나 보고....... 오빠라고 한 거 맞습니까? 나, 다 들었습니다."그 와중에도 호칭 진도를 체크하는 도훈의 말도안되는 집념에서나래는 황당하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웃었고,수아는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져서 도훈의 멀쩡한 왼쪽 어깨를 아프지 않게 찰싹 때렸다."지금 그게 중요해요? 죽다 살아나놓고? 정말이지 진짜 못말려...!!"도훈은 아픈 시늉을 함녀서도 수아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어단단히 손깍지를 꼈다.사선을 넘나드는 재난 속에서도 두 사람의 연애 전선은 이토록 감질나고 확실하게 굳어지고 있었다.도훈에게는 수아의 곁이 바로 자신이 무조건 살아나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새벽 5시를 넘어가자.연실군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광포하게 날뛰던 태풍 제우스의 중심 구역이드디어 한반도 남해안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하늘을 가득 채웠던 칠흑 같은 먹구름의 밀도가 눈에 띄게 옅어졌고,대지를 사정없이 때리던 억수 같은 폭우도 점차 가느다란 이슬비로 바뀌어 갔다.태풍의 꼬리가 연실군 상공을 훑고 지나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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