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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단절된 세계

Author: yey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7 08:53:57

결국 다른 대원들의 합류로 네 시간의 사투 끝에 로비의 차단벽은 완성되었지만,

연실군청은 완벽하게 고립된 섬이 되었다.

외부와 연결된 모든 도로가 완전히 침수되거나 유실되었고,

군청의 정전과 함께 통신 기지국마저 무너지며 외부 세상과의 연락이 완전히 단절되었다.

이제 이곳에 남은 이재민과 부상자들 300여명과 대원들은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이 태풍의 한복판을 견뎌내야 했다.

암흑이 가득한 2층 강당,

몇 개의 비상용 랜턴만이 천장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주민들은 공포와 추위에 떨며 서로를 껴안았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수아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무전기를 꼭 쥔 채 지친 몸을 벽에 기댔다.

"외부 본부와 교신 두절…… 이제 정말 우리뿐이네요."

도훈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아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의 온몸은 진흙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도훈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겨우 건져낸 찌그러진 초코바 하나를 꺼내 수아의 손에 쥐여주었다.

"민 순경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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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85. 암흑속의 진료소

    강당 한구석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비상 발전기마저 끊겨 랜턴 빛에 의지해야 했고,물려드는 경상자와 저체온증 환자들로 인해 의약품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서나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환자들의 상태를 살폈다."강 선생, 잠시 쉬십시오. 이러다 당신이 먼저 쓰러집니다."강태풍이 다가와 서나래의 어깨를 붙잡았다.차단벽 작업을 마치고 온 강태풍의 제복은 이미 넝마가 되어 있었다.서나래는 강태풍을 돌아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쉬긴 뭘 쉬어요! 지금 항생제도 부족하고 해열제도 떨어져 가는데! 의사가 쉬면 이 사람들 누가 돌봐요?!"늘 불도저처럼 당당하던 서나래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그녀 역시 인간이기에 이 거대한 재난과 고립 앞에서는 두려움이 밀려왔던 것이다.강태풍은 말없이 서나래를 품에 꽉 안았다.흙먼지와 비린내가 가득한 품이었지만, 서나래는 그 가슴에서 엄청난 안정감을 느꼈다.강태풍이 그녀의 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내가 여기 있습니다. 연실군이 다 무너져도, 내가 강 선생 앞은 끝까지 지킬 겁니다. 당신 목걸이 들고 살아 돌아온 놈입니다. 나 믿으십시오."서나래는 강태풍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그의 심장 고동 소리가 불안하게 날뛰던 그녀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서나래는 강태풍의 가슴목을 밀어내며 다시 특유의 당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알았으니까 이거 놓아요. 환자들 보는데 의사가 모범을 보여야지. 가서 저기 체온 떨어진 아이들 담요나 더 챙겨와요."강태풍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극한의 고립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84. 단절된 세계

    결국 다른 대원들의 합류로 네 시간의 사투 끝에 로비의 차단벽은 완성되었지만,연실군청은 완벽하게 고립된 섬이 되었다.외부와 연결된 모든 도로가 완전히 침수되거나 유실되었고,군청의 정전과 함께 통신 기지국마저 무너지며 외부 세상과의 연락이 완전히 단절되었다.이제 이곳에 남은 이재민과 부상자들 300여명과 대원들은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이 태풍의 한복판을 견뎌내야 했다.암흑이 가득한 2층 강당,몇 개의 비상용 랜턴만이 천장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주민들은 공포와 추위에 떨며 서로를 껴안았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수아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무전기를 꼭 쥔 채 지친 몸을 벽에 기댔다."외부 본부와 교신 두절…… 이제 정말 우리뿐이네요."도훈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아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그의 온몸은 진흙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도훈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겨우 건져낸 찌그러진 초코바 하나를 꺼내 수아의 손에 쥐여주었다."민 순경님, 이거 먹고 기운 차려요. 우리가 든든하게 서 있어야 주민들이 안심해."수아는 초코바를 보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한 방울 떨궜다."차 반장님은요? 아까 그 무거운 걸 다치지 않은 왼팔로 다 나르고…… 바보예요?"도훈은 씩 웃으며 왼손으로 수아의 젖은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내가 말했잖아요. 나 소방관입니다. 그리고 내 구역에 민 순경님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힘이 빠지덲어요?"암흑과 공포로 가득 찬 고립된 대피소였지만,두 사람의 좁은 공간만큼은 서로의 체온으로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었다.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83. 인간 바리케이트

    밀려드는 흙탕물은 순식간에 로비의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차올랐다.이대로 두면 지하의 비상 발전기까지 침수되어대피소 전체가 완벽한 암흑과 마비 상태에 빠질 게 뻔했다."해경 특수구조대, 모래주머니 날라! 소방과 함께 차단벽 구축한다!"강태풍이 포효하며 군청 자재창고로 뛰어 들어갔다.그의 뒤를 따라 도훈과 소방대원들이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로비로 달렸다.세차게 들이치는 빗물과 강풍 때문에 눈을 뜨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강태풍은 파손된 셔터 틈새로 직접 몸을 밀어 넣었다.쏟아지는 물살을 거구의 몸으로 직접 막아내며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강 팀장님, 혼자는 무리입니다!"도훈이 비명을 지르며 강태풍의 옆으로 가서 몸을 붙였다.소방관과 해경, 두 남자가 어깨를 맞대고 인간 바리케이드가 되어 수압을 버텨냈다.물살이 그들의 가슴팍까지 출렁이며 강하게 밀어붙였지만,두 사람은 이 악물고 다리를 버텼다.대피소 강당 입구에서 이 모습을 보던 수아는 당장이라도 뛰어내려 가고 싶었지만,계단에서 주민들을 통제하는 자신의 임무를 저버릴 수 없어 눈물을 삼켰다.진료실 물품들을 2층으로 옮기던 서나래 역시 로비의 처절한 사투를 목격했다.강태풍의 상처 입은 등이 다시 물에 젖어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되는 모습을 보며서나래는 주먹을 꽉 쥐었다.'죽지 마, 강태풍. 제발 버텨 줘.'서나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치며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손길에 더욱 속도를 냈다.인간의 육체와 거대한 자연의 힘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숨 막히는 고립의 시작이었다.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82. 본체 상륙, 덮쳐오는 어둠

    오후 3시가 넘어가자,연실군의 하늘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칠흑 같은 암흑으로 뒤덮였다.이윽고 태풍 의 거대한 본체가 연실군 해안선을 밟았다.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지를 찢어발길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초속 45미터가 넘는 폭풍우가 연실군청의 통유리창을 사정없이 때려댔다.창문들이 비명을 지르며 덜덜 떨렸다."전 지구대 및 현장 요원들에게 알린다! 현재 연실군 전역에 태풍 본체가 상륙했다!현 시간부로 모든 야외 구조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각자 위치에서 거점을 사수하라!"민수아 순경의 떨리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군청 전역에 울려 퍼졌다.수아는 모니터에 표시되는 강풍 반경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연실군 전체가 거대한 태풍의 붉은 핵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도훈은 2층 강당으로 이재민들(경상환자들 포함)을 대피시키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아이를 안은 어머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올랐다."당황하지 마십시오! 소방과 경찰이 여기 있습니다! 차례대로 위층으로 올라가세요!"도훈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한 할머니를 등에 업었다.다친 어깨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지금 멈추면 수십 명의 인파가 엉켜 큰 사고가 날 판이었다.그때, 대피소 입구의 셔터문이 거센 바람의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하는 소리와 함께 종잇장처럼 휘어지며틈새로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로비에 있던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되었다.강당 계단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수아는 무전기를 꽉 쥐었다."로비 1층 차단벽 파손! 물이 밀려 들어옵니다!"지옥의 문이 다시 열리는 순간이었다.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81. 전조(前兆)와 오판

    군청 지하 통제소의 붕괴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대피소로 돌아온강태풍과 차도훈은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지휘실의 모니터 앞으로 향했다.통제소의 개폐 장치는 수동으로 잠그었지만,화면에 기록되는 기압 수치는 기괴할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940 헥토파스칼. 이건 단순한 비구름이 아니었다."이상합니다. 아까 그 강풍이 끝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강태풍이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해경에서 수없이 겪어본 기압입니다. 아까 우리가 겪은 건 태풍 전면부에 위치한 거대한 비구름대와 돌풍이었을 뿐입니다. 진짜 본체는…… 이제야 연실군 해안에 대가리를 들이밀고 있습니다."지휘실에 있던 군수와 관계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아까의 사투로 이미 연실군청 대피소는 포화 상태였고,대원들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다들 태풍이 지나가고 있다고 오판하며 안도하려던 참이었다.도훈은 아픈 오른쪽 어깨를 움켜쥐며 씹어뱉듯 말했다."제길, 아까 그 지옥이 고작 예고편이었다는 소립니까? 본편은 시작도 안 했다고?"그때 진료실 텐트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서나래가 지휘실로 들어왔다.그녀의 눈가에는 피로가 자욱했지만, 의사 특유의 냉정함이 빛나고 있었다.서나래는 강태풍의 앞에 다가와 그의 방수 재킷 지퍼를 거칠게 내렸다."예고편이든 본편이든, 환자 몸 상태부터 챙겨요. 등판에 피 비치는 거 안 보여요?"아까 통제소에서 탈출할 때 콘크리트 파편에 긁힌 강태풍의 등에선여전히 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서나래는 군수들을 향해 단호하게 외쳤다."본 공습이 온다면 지금 이 대피소 환경으로는 부족합니다. 경상자들을 더 안전한 2층 강당으로 전원 이동시켜야 해요. 지금 당장!"서나래의 불도저 같은 지휘에 일순간 굳어있던 지휘실이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80.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침수되었던 지하 통제소의 밸브를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한 시간 뒤,마침내 연실군을 10일 동안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초강력 태풍 '제우스'가한반도를 완전히 빠져나갔다는 기상청의 공식 발표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태풍 경보 해제. 반복합니다. 연실군 전역의 태풍 경보가 해제되었습니다."대피소 안의 주민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인간이 자연의 위기 앞에서 살아남은 순간이었다.창밖으로는 먹구름이 걷히며 가을의 청명하고 맑은 햇살이 군청 마당을 가득 비추고 있었다.강 태풍과 서나래, 도훈과 수아 네 사람은 군청 옥상으로 올라가 그 찬란한 햇살을 맞이했다."와…… 진짜 살아남았네."도훈이 수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감탄했다.수아는 도훈의 품에 기대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강태풍은 서나래의 손을 꼭 잡았다.그의 손등에 난 상처 위로 따스한 햇볕이 내리좼다."강 선생님, 고생 많았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난 이 폭풍을 이겨내지 못했을 겁니다."서나래는 강태풍을 올려다보며 특유의 불도저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무슨 소리예요. 대한민국 최고의 해경 강태풍이 내 옆에 있었는데 당연한 결과지.자, 이제 폭풍도 끝났으니까…… 진짜 데이트하러 가야죠?"겅태풍이 호쾌하게 웃으며 서나래를 품에 꼭 안았다.거대한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난 네 사람의 사랑은,그 어떤 폭풍보다 단단하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태풍의 거대한 사투가 마무리되며, 새로운 희망이 다시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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