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천남현은 무표정했다. 그날의 일 이후, 은지영이라는 존재는 그의 내면에서 어떤 파동도 일으키지 못했다.철이 든 은지영이든, 철없는 은지영이든 상관없었다.그는 설핏 웃으며 말했다.“하정훈이 이렇게 서둘러 떠날 줄 알았으면 너를 데려오지도 않았을 거야.”그가 은지영을 데려온 건 하정훈의 발을 묶어두기 위함이었는데 하정훈이 먼저 떠나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천남현의 시선이 송남지에게 머물렀다. 해변의 햇살이 쏟아지고 바닷바람에 머릿결이 흩날리는 그녀는 한층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은지영은 옷에 묻은 얼룩을 닦아내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송남지, 네가 감히 나를 건드려? 재스민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대중들 앞에서 나를 망신 주다니, 가만히 있어 주니까 내가 아주 우스워 보이지?”중얼거림을 마친 은지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해변 쪽을 바라보다가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띠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중심부, 즉 송남지의 곁으로 다가갔다.한창 케이크 커팅이 끝나고 하객들 사이로 조각 케이크가 배달되고 있었다.은지영은 케이크를 받아 들며 무심한 척 송남지의 목덜미를 살폈다.“어머, 송남지, 너 여기 상처 난 거야?”그녀의 손가락이 정확히 송남지의 목덜미를 향했다.그제야 송남지는 어젯밤 남겨진 흔적이 떠올랐다.그녀는 반사적으로 목을 가렸지만 은지영은 기다렸다는 듯 송남지의 손을 거칠게 낚아챘다. 그러고는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듯 고함을 쳤다.“이거 다친 게 아닌 것 같은데? 딱 보니까 누구랑 뜨거운 밤이라도 보낸 자국이네!”말을 마친 은지영은 입을 가리고 웃으며 주변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듯 사방을 둘러보았다.“여러분도 한번 보세요. 이거 딱 그런 흔적 맞죠?”최보라는 당장이라도 은지영의 얼굴에 케이크를 처박고 싶은 심정이었다.음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만 받지 않았어도 이미 실행에 옮기고도 남았을 터였다.최보라는 부서질 듯 어금니를 악물며 은지영에게 낮게 경고했다.“은지영, 적당히 까불어!”서경에서 은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은 송남지였는데, 제 발로 불길 속에 뛰어드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옆으로 시선을 돌려 비아냥거리는 은지영을 싸늘하게 훑어내리며 물었다.“원래 그렇게 말이 많아?”은지영은 그 차가운 눈빛에 순간 압도당했다.분명 자신이 잘 아는 적수였지만, 지금 이 순간의 송남지는 낯설기 그지없었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숨기려 하지 않는 경멸과 혐오가 가득 서려 있었다.은지영은 억지로 여유를 부리며 비웃었다.“어머, 왜 그래? 내가 말 안 하면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정신 차려. 이제 넌 하정훈한테 아무것도 아냐. 임승아가 그 자리를 꿰찼다고.”은지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으로 거센 바람이 스치더니 이내 날카로운 파열음이 해변에 울려 퍼졌다.은지영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금 전까지 손에 쥐고 있던 샴페인 잔이 내용물과 함께 바닥에 처참히 부서져 있었다.그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은지영은 가련한 피해자인 척 연기하며, 송남지를 아무 이유 없이 화풀이나 하는 미친 사람으로 몰아가려 했다.“송남지, 대체 왜 그래? 너무한 거 아니야?”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불쌍한 척 바닥의 유리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하지만 송남지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은지영의 가증스러운 몸짓을 내려다보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대꾸했다.“아무 일도 아니야. 잔을 들고만 있길래 안 마시는 줄 알았지. 억지로 마실 필요 없어. 마시고 싶은 건 웨이터에게 따로 말하면 되니까.”소란을 듣고 달려온 최보라는 송남지가 괴롭힘을 당했을까 봐 노심초사했다.그녀는 달려오며 오지훈을 매섭게 째려봤다.“대체 어떤 사람들을 초대한 거야? 내 동생 괴롭히는 꼴 좀 보라고.”오지훈은 상황을 살피더니 낮게 중얼거렸다.“내가 보기에 괴롭힘당하는 쪽은 송남지가 아닌 것 같은데.”그러자 최보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네가 뭘 알아? 저 은지영은 완전 여우라 일부러 불쌍한 척 쇼하는 거라고!”그 말을 남기자마자 최보라는 급히 달려가 송남지를
최보라가 마당을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송남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방안을 살폈다. 그곳에는 뜨거웠던 지난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한편 마당을 나선 최보라는 문득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섬 모기가 그렇게 독한가? 남지 목이 아주 난리가 났던데.”송남지는 서둘러 몸단장을 마친 뒤 약혼 파티가 열리는 해변으로 향했다.그녀는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를 찾듯 시선을 옮겼지만, 어디에도 하정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예상치 못한 인물이 눈앞에 나타나자 송남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를 보며 깜짝 놀라 물었다.“천남현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천남현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왜요? 제가 오지훈 씨 사교 모임에 끼기엔 부족해 보이나요?”송남지는 당황하며 웃어 보였다.“아뇨,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그런 뜻 아닌 거 알아요. 그냥 장난 좀 쳐본 거예요. 사실 오지훈 씨한테 일찌감치 초대장을 받았는데, 어제 오전까지 처리할 일이 남아서 전용기에 같이 못 탔거든요.”송남지는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채 여전히 누군가를 찾는 듯 시선을 배회했다.천남현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예리하게 읽어냈다.“누구 찾으세요? 설마 하정훈 씨 찾는 건 아니죠?”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묘한 진심이 느껴졌다.예전의 송남지였다면 분명 부정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예전과 조금 달랐다.그녀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정훈 씨가 안 보여서 궁금해서요.”천남현은 다소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모르셨어요? 하정훈 씨, 날이 밝자마자 공항으로 떠났거든요. 아주 급하고 긴박해 보였어요. 성은 그룹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여기까지 와서 약혼 파티도 안 보고 그렇게 서둘러 떠날 리가 없잖아요.”송남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나직하게 읊조렸다.“그 사람이 아침 일찍 떠났나요?”천남현은 고개를
하정훈의 얇은 입술은 송남지의 채 끝나지 않은 투덜거림을 그대로 집어삼켰다.처음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던 송남지도 어느덧 하정훈이 이끄는 대로 눈을 감고 이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입맞춤에 몸을 맡겼다.소파 위로 두 사람의 실루엣이 하나로 얽혔고 미세한 땀방울이 묘하고도 은밀한 공기를 자아냈다.입술에서 시작된 깊은 입맞춤이 목줄기로 옮겨가자, 송남지는 흐릿해지는 이성을 붙잡고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목에 흔적이 남으면 큰일이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하정훈의 입술을 막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안 돼요...”하지만 감정이 고조된 하정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마치 굶주린 맹수처럼 거침없이 몰아붙인 시간은 새벽 서너 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잦아들었다.송남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지만,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하정훈의 품에 안겨 욕실로 향했다. 그녀는 가느다란 팔로 하정훈의 목을 감싸 쥐고 그의 귀에 숨을 불어넣으며 웅얼거렸다.“아까는 나 못 안겠다면서요? 지금은 어떻게 또 잘 안고 있는 거예요?”샐쭉하니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꼭 토라진 여자친구 같았다.하정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가에 다정한 미소를 띠었다.“넌 깃털처럼 가벼운데, 내가 이것도 못 안으면 정말 끝장난 거지.”송남지는 감긴 눈을 뜨지도 못한 채 그의 말을 받아 다시 중얼거렸다.“그럼 아까는 대체 왜 그랬던 거예요?”욕실 안, 하정훈은 온도가 적당히 맞춰진 욕조에 송남지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매끄러운 콧날을 어루만지며 낮게 읊조렸다.“그건 네가 몰라도 되는 이유야.”...다음 날, 송남지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 냉기가 감도는 시원한 방 안에서 그녀는 포근한 이불을 돌돌 감은 채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릴 만큼 안락한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남지야! 송남지!”꿈결 속에 누군가 제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송남지는 번쩍 눈을 떴고 그 외침
송남지는 문가에 바짝 붙어 선 채 사방으로 감도는 음산한 기운에 몸을 떨었다.“방금 씻고 나온 거 다 알아요. 소리 다 들었으니까 나 좀 들여보내 줘요...”하정훈은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송남지, 나 이제 쉬어야 해.”송남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무섭단 말이에요. 방금 휴대폰 켰는데 알고리즘이 변기에서 귀신이 기어 나오는 무서운 영상만 계속 띄워줘서...”문밖에서는 공포에 질려 끝음마저 파르르 떨리는 송남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에서는 갈등에 휩싸인 하정훈이 서 있었다.하정훈이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자 초조해진 송남지는 결국 앞뒤 재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하정훈! 내가 좋아서 이러는 줄 아세요? 당신 진짜 매너 없네요! 내가 당신한테 매달리는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그냥 무서워서 그러는 거니까...”송남지는 바닥을 발로 구르며 덧붙였다.“딴 사람 찾아갈 거예요!”그 말이 끝나기도 전, 그녀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하정훈이 문을 벌컥 열었다.그의 가운은 반쯤 풀어져 탄탄한 가슴 근육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은은한 금빛이 도는 피부 위로 매끈한 근육 라인이 비쳤고 가운 사이로 은밀한 곳까지 살짝 노출되어 있었다.송남지는 눈을 크게 떴다. 방금 전까지 그녀를 괴롭히던 귀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색귀라도 씐 모양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정훈의 가슴을 이토록 뚫어지게 쳐다볼 수 있단 말인가.하정훈은 가운을 여며 노출된 부위를 가리고는 경고하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구한테 가겠다고?”송남지는 그 틈을 타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아무한테도 안 가요. 그냥 여기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송남지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이런 밤에 혼자 2층으로 돌아가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정훈은 그녀가 겁을 먹었다는 걸 잘 알았지만, 그렇다고 딴 사람을 찾아가겠다는 말을 내뱉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설마 천남현에게 가겠다는 뜻이었을까?’그 생각이 스치자 하정훈은 이성을 잃을
“그래, 좋아. 계속해 봐. 귀신이 날 찾아와도 난 안 무서우니까.”송남지가 슬그머니 눈을 들어 하정훈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하고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하정훈은 웃으며 송남지를 번쩍 안아 들고는 곧장 자신들의 별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이동하는 내내 그는 송남지의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움을 느꼈다면, 애초에 그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겠지.”송남지는 겁에 질린 채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으며 나지막이 수긍했다.“음, 듣고 보니 당신 말이 맞는 것 같네요.”하정훈은 품 안에서 팽팽하게 긴장한 그녀의 몸을 느끼며 그녀가 정말로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그는 그녀를 조금 더 단단히 감싸 안으며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 이제 다 왔어.”그는 별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다리의 마비 증상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송남지는 그의 목에 팔을 더 꽉 두르며 무서우면서도 화가 난 듯 물었다“나 살쪘어요? 전에는 안아줄 때 한 번도 이렇지 않았잖아요.”하정훈의 이마에는 이미 가느다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그는 초인간적인 의지력으로 당장의 고통을 짓눌렀지만, 양다리에서 느껴지는 마비 증상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감각이 죽어가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별장 앞까지 당도한 그는 송남지를 내려놓았다.별장 앞에는 조명이 없었기에 겁에 질린 송남지는 하정훈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녀가 서둘러 별장 문을 열자 환한 불빛이 켜졌고 그제야 그녀의 공포심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송남지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나 먼저 올라갈게요.”하정훈은 그 자리에 멈춰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송남지에게는 꽤나 생소하게 다가왔다.“뭐예요? 지금 폼 잡는 거예요?”송남지는 내심 미소 지었다.하정훈 정도의 외모면 굳이 멋진 척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이
송남지는 뒤를 돌아봤다.그녀는 수수한 옷차림에 얼굴과 옷에는 온통 물감이 묻어 있어 눈앞의 여자애와 비교하면 다소 초라해 보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더없이 독립적이었고 특유의 날카로움마저 서려 있었다.송남지의 아우라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도 방금 그 여자애를 압도하고도 남았다.“괜찮아, 데리러 오는 사람 있어.”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사실 그녀는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 누구와도 상대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그늘진 곳에 얌전히 앉아서 하정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그
송남지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하정훈은 이미 옷을 갈아입은 후였다. 오늘은 주말이었다.그는 평소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캐주얼한 홈웨어를 입고 있었다.하지만 그 특유의 고고한 분위기는 어떤 옷을 입어도 감출 수 없었다. 하정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드레스룸 문밖으로 향했다.하지만 송남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어색함을 느꼈다.목에 남은 자국이 너무나도 선명했기 때문이다.“파운데이션으로 가릴까요?”하정훈은 웃었다. 그는 송남지의 사고방식이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왜 그녀의 목에 흔적을 남겼는지 묻는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하정훈은 차를 주차한 후 송남지의 안전벨트를 풀어주었다.몸을 숙여 다가올 때 송남지는 그의 몸에서 나는 우드향을 아주 선명하게 맡을 수 있었다.그녀는 하정훈 생일 때 최미경의 부탁을 받아 하정훈에게 향수를 선물했던 것을 기억했다.하지만 그날 이후로 하정훈이 그 향수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정훈 씨 생일날, 내가 선물했던 향수 다시 뿌리는 걸 못 봤네요.”송남지는 잠시 머뭇거렸다가, 혹시 이 말이 상대를 탓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걱정했다.그래서 이어서 변명하듯 말했다.“제 마음을 담아
양서진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긴 머리에 남자다운 구석은 하나도 없는, 갓 대학을 졸업한 싱그러운 여대생의 모습인데 어떻게 남자일 수 있단 말인가?“곽 변호사님이 농담하신 거겠죠?”송남지는 미간을 좁혔다.‘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장난을 친 걸까?’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봉사 활동을 하러 왔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약속 시간도 훌쩍 넘었으니 어서 빨리 일에 집중해야 한다.“난 어느 벽을 맡으면 돼?”양서진은 송남지가 이렇게 빨리 일에 몰두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