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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Author: 은지아
하정훈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채유리가 날뛰는 모습을 힐끗 쳐다보다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찾지 마. 지금 아프리카 초원에서 동물 떼 이동하는 거 보고 있을 거야.”

채유리는 어안이 벙벙해 멈춰 섰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여행 가셨다고요?”

‘그럼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지? 안 돼!’

채유리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냈다.

“송남지가 저렇게 안하무인인 이유가 있었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안 계시니 더 알려드려야겠어!”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문득 송남지는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틈만 나면 선생님께 달려가 고자질하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채유리의 모습이 그 당시 아이들과 어쩜 저렇게 똑 닮았을까...

초등학생의 고자질은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지만 채유리는 그저 얄미운 느낌만 남았다.

하지만 송남지는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조선아가 그 누구에게라도 그리 무례한 언행을 했다면 뺨을 맞아도 당연할 것이라 여겼기에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믿었다.

다만 이 일로 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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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67화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오지훈에게 낮게 물었다.“쟤들도 초대했어?”오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천남현만 불렀어. 은지영은 나도 당황스러운데.”최보라는 오지훈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으며 속삭였다.“너 정말 약혼하기 싫어서 이래? 어떻게 은지영같이 분위기 망치는 애를 부를 수가 있어?”오지훈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진짜 내가 부른 거 아냐. 천남현이 파트너로 데려온 모양인데 그걸 내 탓으로 돌리면 안 되지.” 최보라는 콧방귀를 뀌며 은지영과 천남현에게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그대로 별장 단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천남현은 화가 난 듯한 최보라의 뒷모습을 보며 오지훈에게 비아냥거리듯 물었다.“왜요? 내 등장이 최보라 씨를 불편하게 한 거예요, 아니면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거예요?”오지훈은 천남현의 체면을 고려해 대충 둘러댔다. 서경에서의 그의 입지를 생각하면 대놓고 무안을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천 대표님, 실례했네요. 방금 좀 다퉜거든요. 뭐, 괜찮습니다, 여자들 화라는 게 원래 금방 끓어올랐다가도 금방 사그라드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따가 잘 달래줘야죠.”천남현은 픽 웃으며 굳은 표정의 하정훈을 쳐다봤다.“하 대표님은요? 누구랑 싸웠길래 표정이 그렇게 안 좋습니까?”은지영은 조금 전 투덜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태도를 바꾸어 아양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정훈 오빠, 오랜만이야. 여기서 다 보네.”하정훈은 은지영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천남현을 응시하며 무심하게 대꾸했다.“지난번 은씨 저택에서 봤었잖아?”그가 은씨 저택에 갔던 건 재스민을 되찾기 위해서였다.그 일화가 언급되자 은지영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제 서경 사교계에서는 그녀가 아주 망신스러운 꼴로 재스민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재스민을 탐내는 게 아니었다.그 일만 생각하면 은지영은 아직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것도 벌써 한참 전 일인데, 뭐.”그녀는 화제를

  • 가면을 쓴 남편   제866화

    오지훈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찌푸렸다.“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한테도 초대장을 보내긴 했지만, 아침까지 안 나타난 거 보면 아마 안 오겠지.”그러고는 화제를 돌려 물었다.“왜, 누구 관심 있는 사람이라도 있어?”하정훈은 아무 말 없이 눈빛을 가라앉혔다.섬의 노을은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일행은 유람선 위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며 붉게 물든 절경을 감상했다.하지만 하정훈의 시선은 자꾸만 무심결에 별장 단지 쪽을 향했다.참다못한 오지훈이 샴페인 잔을 든 채 궁금해하며 물었다.“저기 도대체 누가 있는데 그래? 어떤 미인이 있길래 눈을 못 떼는 거야? 나도 좀 알려줘 봐.”하정훈은 시선을 거두고 냅킨으로 입술을 가볍게 닦으며 짧게 대답했다.“아무도 없어.”오지훈은 직접 눈을 가늘게 뜨고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결국 포기했다.하정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최보라를 향해 물었다.“남지는? 저녁 먹으러 안 온대요?”최보라는 내심 당황했다.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됐고 이런 모임도 잦았지만, 하정훈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잠시 멍하니 있던 최보라가 이내 대답했다.“아직 화장 중이라고 저녁은 방으로 넣어달라고 했어요.”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남지 씨 연애라도 하는 거 아냐? 그것도 오늘 이 섬에 같이 들어온 사람 중에 상대가 있는 거 아니냐고? 안 그러면 저렇게 공들여 화장할 이유가 없잖아.”오지훈의 짐작 어린 말에 최보라는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조선 시대도 아니고 요즘 여자들이 예쁘게 꾸미는 건 순전히 본인 기분 좋으려고 하는 거야.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오지훈은 최보라와 말다툼을 하는 대신 그녀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달랬다.“그래그래, 우리 마누라 말이 다 맞아.”최보라는 그의 호칭을 곧바로 교정해주었다.“아직은 마누라 아니고 여자친구야. 호칭 똑바로 해.”오지훈

  • 가면을 쓴 남편   제865화

    하정훈은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것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모두에게 보여줄 작정이었다.곽지민은 테이블을 가득 메운 칩 더미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예전에도 하정훈의 무모한 베팅에 질려본 적이 있던 곽지민으로서는 눈앞의 광경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모골이 송연했다.하정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딜러에게 나직하게 경고했다.“시간 초과야. 자동 기권이지?”딜러는 하정훈의 위압감에 눌려 서둘러 칩을 그에게 넘겼다.온강휘는 분노로 울컥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하정훈의 차가운 눈빛에 기가 죽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하 대표님,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이건 너무 대놓고 괴롭히는 거잖아요.”하정훈은 강박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칩을 정갈하게 정리한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온강휘를 응시했다.“잃는 게 겁나, 아니면 판이 감당이 안 돼? 돈이 아까운 거면 이거 다 가져가든지. 그럴 배짱도 없으면 그냥 지금 서경으로 꺼지든가.”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온강휘는 이 돈을 받는 순간 이 바닥에서 매장당할 것이며 그렇다고 지금 서경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하정훈과 완전히 척을 지겠다는 선언임을 잘 알고 있었다.감당할 수 없는 선택지 앞에서 온강휘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며 별장으로 돌아갔다.하정훈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오지훈은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정훈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냐? 온씨 가문도 서경에서 무시 못 할 집안이잖아.”지인들만 남게 되자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럼 저놈이 송남지와 내 일을 마음대로 지껄이게 놔두라는 거야? 오늘 쇼핑백 들어준 걸 묻는 놈이, 내일은 우리가 왜 이혼했는지까지 캐묻고 다닐 텐데. 그걸 그냥 두고 봐?”오지훈은 그제야 깨달았다. 하정훈에게 송남지는 이성을 잃게 만드는 유일한 버튼이라는 것을.하지만 하정훈에겐 그럴 만한 힘이 충분했다.절친한 친구로서 하정훈의 역린이 무엇인지 잘 아는 오지훈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 가면을 쓴 남편   제864화

    하정훈이 문밖에서 1분쯤 기다렸을까, 원피스로 갈아입은 송남지가 가볍게 뛰어나왔다.드러난 어깨 위로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흩날렸고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송남지는 하정훈의 손을 잡아끌었다.그 바람에 하정훈의 가슴이 두근거렸고 송남지의 화사한 모습이 자신을 위한 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하지만 그런 생각은 찰나에 그쳤다.하정훈은 자기 손에 놓인 6천 원을 보며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약속했던 수고비예요. 최저 시급 기준으로 계산했고요. 한 시간은 다 안 채웠지만, 잔돈까지 따지기 귀찮아서 그냥 다 드리는 거예요.”하정훈은 손바닥 위의 돈을 보며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고마워.”하정훈은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고 독채 별장을 완전히 벗어난 뒤에야 구겨진 지폐를 조심스레 폈다.전자 결제가 보편화된 세상인데도 송남지는 늘 현금을 가지고 다녔다.지폐 한 장에도 송남지의 향기가 묻어있는 것 같아 하정훈은 그것을 조심스레 접어 카드지갑 한구석에 보관했다.지갑이라곤 해도 현금 한 장 없이 카드와 신분증만 들어있던 곳이었다.지갑을 챙긴 하정훈은 오지훈이 부르는 장소로 향했다.그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대화를 멈추고 하정훈을 주목했다. 그중 조금 서먹한 사이의 친구 한 명이 호기심 섞인 농담을 던졌다.“하 대표님, 전처랑 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래요? 아까 보니까 짐꾼 노릇 톡톡히 하던데, 그 대단하신 체면 다 구기시고 말이에요.”하정훈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오지훈이 얼른 그 친구를 제지했다.“강휘야, 분위기 파악 좀 하지? 우리가 궁금한 게 없어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해주는 거지.”농담을 던졌던 남자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비죽였다. “우리 다 같은 바닥 사람들인데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 정색하고 그래요?”하정훈은 그 남자를 가만히 응시하며 입을 뗐다.“송남지와 관련된 일은 그게 뭐든 묻지 마.”하정훈은 덤덤하게 내뱉었지만, 그 깊은 눈매에는 거부할 수

  • 가면을 쓴 남편   제863화

    말을 마친 송남지는 방 카드키를 챙겨 들고는 돌아서기 전 최보라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언니, 우리 밤에 뭐 보기로 한 거 잊지 마. 나 먼저 들어가서 좀 쉬고 있을 테니까 이따 연락해.”송남지가 멀어지자 오지훈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최보라를 바라보았다.“둘이 밤에 뭐 하려고? 왠지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최보라는 자신의 웨이브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가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희끼리 총각 파티하러 갔을 때 나도 아무 말 안 했잖아.”사실 이건 두 사람이 약혼을 결심하며 서로에게 충분한 자유와 공간을 주기로 약속했던 부분이었다. 오지훈은 헛기침을 하며 이 약속이 전혀 좋은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다들 독채 별장으로 돌아가 짐 정리를 마칠 때쯤, 단체 채팅방에 오지훈의 메시지가 올라왔다.[열정의 텍사스 홀덤 제2 라운드! 용기 있는 자들 선착순 모집!]메시지에는 호텔 다른 편에 있는 휴게실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곳엔 온갖 오락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한편 독채 별장에서 하정훈은 보안상 비교적 노출이 쉬운 1층을 쓰겠다고 자처했다.그는 편안한 리조트 룩으로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2층 쪽을 올려다보았다.실외 나선형 계단을 천천히 밟고 올라간 그는 2층에 들어서자마자 화장대 앞에 앉아 공들여 치장을 하고 있는 송남지를 발견했다.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송남지가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죠?”하정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기억하는 송남지는 화장을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 평소엔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따라 왜 저렇게 의욕적으로 화장까지 하는 걸까.“별일은 아니고, 오지훈이 홀덤 한판 하자는데 같이 갈래?”송남지는 거울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단칼에 거절했다.“안 가요.”예상치 못한 직설적인 거절에 하정훈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가 막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송남

  • 가면을 쓴 남편   제862화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송남지와 하정훈은 약속이라도 한 듯 쇼핑몰로 직행했다.그 뒤를 쫓는 최보라 일행의 눈에는 호기심과 경악이 서려 있었다.“뭐야? 저 둘은 무슨 상황이지?”곽지민이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 오늘따라 모든 게 다 기묘하게만 느껴져.”유경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난 두 사람이 지금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상극인 줄 알았는데.”결국 사람들의 시선은 최보라에게 쏠렸다.“남지랑 친하니까 보라 씨가 좀 말해봐요. 무슨 일이에요?”최보라는 그들보다 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릴 때부터 남지는 남들보다 뭔가가 하나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야 그게 뭔지 알겠어요. 반항기였나 봐요. 사람마다 반항기는 다 있다더니, 내 동생은 그게 남들보다 너무 늦게 찾아온 모양이에요.”...오지훈은 7성급 고급 호텔 전체를 통째로 빌렸다.화려하고 드넓은 로비에서 방 배정 문제로 한참을 실랑이하던 일행은 결국 결론이 나지 않자 선착순 원칙에 따라 차례대로 방을 고르기로 했다.모든 사람이 선택을 마친 후에야 송남지와 하정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호텔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마지막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나타난 것이었다.처음엔 다들 별 이상한 점을 못 느꼈지만, 송남지 뒤를 따르는 하정훈의 온전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그 누가 하정훈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겠는가.양손에 자그마치 여덟아홉 개에 달하는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유명 명품 브랜드도 있었고 다소 생소한 브랜드도 섞여 있었지만 전부 여성용 제품들뿐이라 하정훈 같은 건장한 사내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경호원들이나 할 법한 일이었지만 하정훈은 이 어색한 역할을 꽤 그럴싸하게 해내고 있었다.그는 신사답게 송남지의 뒤를 조용히 따랐고 호텔 로비에 도착해 짐을 서비스 직원에게 넘겨주고 나서야 비로소 ‘경호원'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오지

  • 가면을 쓴 남편   제277화

    호텔 로비는 보는 눈이 많았다. 송남지가 아는 윤해진이라면 분명 이런 곳에서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하지만 송남지는 윤해진을 너무 얕봤다.그는 방금 전처럼 또다시 꼿꼿하게 무릎을 꿇더니, 심지어 주머니에서 벨벳 상자까지 꺼내 들었다.윤해진이 단호한 눈빛으로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크기는 과장을 좀 보태 5, 6캐럿은 족히 되어 보였다.윤해진의 돌발 행동은 순식간에 수많은 구경꾼을 끌어모았다.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헐, 프러포즈! 반지가 장난 아니다. 완전 로맨틱해!”“

  • 가면을 쓴 남편   제273화

    송남지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대뜸 물었다.“그럼 왜 저랑 결혼했어요? 또 왜 갑자기 이혼하려는 거고요, 대체 저를 누구의 대체품으로 생각한 거예요?”밤은 어두웠고 차가운 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하정훈의 심장에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쳤다.‘이 여자가 지금 나를 신경 쓰는 건가?’하정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얇은 입술을 열어 천천히 말했다.“너와 결혼했던 건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혼하는 건 윤해진이 살아있으니까. 더 이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야.”만약 그가 강제로 사랑을 쟁

  • 가면을 쓴 남편   제274화

    하정훈이 다정한 목소리로 일깨워주었다.“남지야, 나 좀 씻어야겠어.”그는 땀으로 끈적거리는 게 싫었다.하지만 키스에 제대로 맛 들인 송남지가 그를 보내줄 리가 없었다.그녀는 그의 목에 매달려 더 격렬하게 파고들었다.하정훈은 날카로운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결국 간신히 자제하며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남지야, 나 씻어야 돼.”송남지는 천천히 그의 목에서 팔을 풀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사람의 혼을 빼놓을 만큼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혹

  • 가면을 쓴 남편   제291화

    그 말을 들은 하씨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하종현이 혀를 찼다.“저 녀석은 계집애 하나 제대로 못 잡아서 쩔쩔매니, 원. 나 때는 한 달도 안 돼서 오씨 가문의 아가씨를 내 사람으로 만들었는데.”오가은은 그런 하종현을 흘겨보았다.“어휴, 됐네요. 우리 정략결혼 아니었으면 내가 당신한테 시집왔을 것 같아요?”하종현이 능청스럽게 오가은의 어깨를 감쌌다.“과정이 어쨌든 결과는 똑같잖아? 그나저나 둘이 문제없다니, 전용기 띄우라고 할게. 오늘 밤 바로 떠나자고.”오가은은 하종현의 제안을 거절했다.“떠나긴 어딜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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