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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Author: 은지아
[송남지가 지금 밖에서 딴 놈들이랑 놀아나는 거 몰라? 네 마누라인데 단속 좀 제대로 해!]

하정훈은 막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윤해진에게서 온 메시지를 발견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드물게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

[병신.]

윤해진은 답장으로 온 두 글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격앙된 어조로 반격하려던 찰나, 허상미가 그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찔리는 마음에 얼른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되뇌었다.

‘송남지, 네가 부디 몸을 깨끗하게 간수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윤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건 꿈도 꾸지 마. 밖에서 후회하며 울게 될 거야!’

송남지는 승무원이 건네주는 과일 주스를 받아 마시다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하정훈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적절한 타이밍에 휴지를 건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젯밤에 이불 제대로 안 덮고 잤어?”

송남지는 그제야 어젯밤에 이불을 몇 번이나 걷어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야 옆에 있는 남자가 너무 꽉 껴안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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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77화

    다만 통창 근처에 앉아 있는 박재용만은 이 그림과 영 딴판이었다.다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는 휠체어에 앉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박명규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자, 내가 누구를 데려왔는지 봐봐!”박재용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라인국에 살아 돌아올 줄도 몰랐지만, 설마 자기 집에서 송남지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그러자 평소 그토록 싫어하던 라인국의 집마저 한순간에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송남지는 먼저 손을 흔들며 박재용과 눈을 맞추고는 작은 목소리로 웃으며 인사했다.“재용 씨!”박재용은 흥분한 듯 휠체어를 밀어 송남지 곁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고용인이 그를 가로막았다.“도련님, 거실에 장애물이 너무 많으니 그냥 앉아 계세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박명규 역시 서둘러 앞을 막아서며 만류했다.“이 녀석아, 왜 이렇게 덤벙대. 혹시라도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박재용은 박명규의 안내를 받아 남자들 사이 소파 좌석으로 들어가는 송남지를 답답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이분이 아저씨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던 송남지인가요?”“아저씨 칭찬이 허풍이 아니었군요. 송남지 씨는 정말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우세요.”처음에는 송남지도 조금 쑥스러워했으나, 모인 이들이 모두 또래인 것을 확인하고는 심리적인 부담을 덜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으면서 어느덧 박재용의 존재는 까맣게 잊힌 분위기가 되었다.박재용은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이거 참, 내가 꼭 무능한 남편이라도 된 기분이네. 정말 짜증 나 죽겠어!” “듣기로는 송남지 씨가 예전에 재스민 갤러리의 책임자였다면서요? 전에 서경으로 출장 갔을 때 재스민 갤러리에 들른 적이 있는데, 참 품격 있고 앞날이 기대되는 곳이더라고요. 꼭 사고 싶은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그때 갤러리 측에서 그 작품은 팔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웠죠.”“네.”그 말

  • 가면을 쓴 남편   제776화

    비행기가 라인국에 착륙했다.입국장에 들어서자 공항 전체를 뒤덮은 푸른 식물들이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열대 지방답게 공항 내부는 24시간 내내 냉기가 흘렀고 그 쾌적함에 송남지는 잠시 경계심을 늦췄다.하지만 수하물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선 순간, 내리쬐는 불볕더위에 숨이 턱 막혀왔다. 어떻게 날씨가 이토록 뜨거울 수 있을까 싶었다.서경의 한여름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으며 일 년 내내 봄처럼 온화했던 윤양의 기후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콧등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고 열기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송남지가 휴대폰을 내려다보니 현지 기온은 무려 39도, 단정한 흰 셔츠와 검은 긴 바지 차림은 이제 더없이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박명규가 마중 나오겠다는 호의를 거절한 것이 벌써 후회되기 시작했다.지금 이 순간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차에 올라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던 찰나, 벤틀리 한 대가 눈앞에 멈춰 섰다.송남지는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는 것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아저씨?”박명규가 다급하게 손짓했다.“얼른 타거라. 여기는 오래 정차하면 벌금이 어마어마하단다.”송남지는 더 묻지 않고 서둘러 차에 올라 박명규의 옆자리에 앉았다.운전기사가 살짝 고개를 돌려 물었다.“대표님, 이제 어디로 갈까요?”박명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귀한 손님 모시고 박씨 저택으로 가야지.”송남지는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저기, 아저씨. 제가 아무것도 준비를 못 해서요.”방문할 때 선물을 챙기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박명규는 손을 내저었다.“에이, 뭘 그렇게 서먹하게 굴어. 네가 라인국까지, 우리 박씨 저택까지 와준 게 우리에겐 가장 큰 선물이다.”송남지가 여전히 긴장한 기색을 보이자 박명규가 안심시키듯 달랬다.“걱정 마. 우리 형님 부부는 아직 서경에서 사업 뒤처리로 바쁘셔서 집에 안 계신단다. 지금 집에는 내가 따로 초대한 친구들이랑 재용이뿐이야.”그제야 송남지는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입술을 머금

  • 가면을 쓴 남편   제7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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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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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73화

    송남지는 박명규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아니에요, 아저씨. 지난번 수리스에 갈 때도 일주일이나 휴가를 내서 벌써 눈치가 보이거든요. 이번에 라인국까지 가려면 못해도 3, 4일은 빠져야 할 텐데 더 이상 연차를 내기는 정말 곤란해요.”처음엔 박명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남지야, 넌 윤양에 있는 자그마한 전시관에서 일하고 있지 않니? 설마 며칠 자리를 비우면 안 될 만큼 막중한 업무라도 있는 거야?”송남지는 쑥스러운 듯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대단한 업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직장이잖아요. 저 스스로 제 일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제 직업 자체가 우스워지는 거니까요.”그 똑 부러지는 대답에 박명규는 내심 감탄했다. 어린 아가씨가 어떤 상황에서도 사리 분별이 참으로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눈동자를 굴리며 궁리하던 박명규가 이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휴가 내는 게 문제라면 그건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겠구나. 이번 라인국 전시 교류회에 우리 은행도 스폰서로 참여하거든. 내가 너희 전시관 쪽으로 정식 초청장을 하나 보내주마. 그럼 당당하게 출장으로 올 수 있지 않겠니?”생각지도 못한 묘안에 송남지는 반색했다.“그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박명규는 행여나 그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서둘러 덧붙였다.“초청장 하나 보내는 건 내게 일도 아니란다. 정말 아주 사소한 일이니 제발 거절하지 말아다오, 알겠지?”“아저씨가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 제가 초를 치면 안 되죠. 알겠어요, 갈게요.”하지만 송남지가 수락했다고 해서 그 길이 순탄하게 열린다는 뜻은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여준휘가 전시 교류회 초청 공문을 받고 참석자를 정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자마자 원정민이 대뜸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이다.“왜 저런 견문 넓히기 좋은 일엔 허구한 날 송남지 씨만 가는 건데요?”송남지는 순간 어리둥절했다.‘내가 언제 저 남자 동료한테 원한을 살 만한 짓을 했던가? 설마 지난번 수리스에서 돌아올 때 롤렉스 시계를 안 사다 줘서 저러는

  • 가면을 쓴 남편   제772화

    최보라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윤양으로 가더니 아주 말대답만 청산유수가 됐어.”송남지가 웃으며 받아쳤다.“나 원래 옛날부터 말 한마디는 안 지지 않았나?”사실 최보라는 송남지의 농담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가족으로서 송남지의 그런 밝은 모습을 보는 게 훨씬 좋았다.농담을 던질 여유가 있다는 건 적어도 지금 당장 새까만 우울함 속에 갇혀 있지는 않다는 뜻이니까.“네가 아무리 말대답을 잘해도 난 포기 안 해. 지금 네 상황을 이모랑 이모부한테 알릴 수도 없으니, 두 분을 대신해서 나라도 널 챙겨야지. 얼른 괜찮은 남자친구 만들어서 이모랑 이모부한테 보여드려. 그래야 두 분도 자기 딸이 쫓겨났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 아냐. 난 진짜 두 분이 너 때문에 속상해서 병이라도 나실까 봐 무서워.”송남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언니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지 다 알아. 내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 응?”그녀와 하정훈 사이의 파경은 친정 식구들에게 철저히 숨기고 있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바깥세상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들을 생각하면 송지환과 최미경이 인터넷에 둔감하다 쳐도 주변에서 주워듣는 말이 없을 리 없었다.당장 요즘만 해도, 대체 얼마나 바쁘면 하정훈을 데리고 친정에 밥 한 끼 먹으러 올 시간이 없냐는 전화가 이틀이 멀다 하고 걸려 오던 참이었다.전화를 끊고 나니, 송남지는 갑자기 앞에 놓인 향긋한 꽃차마저 맹물처럼 밍밍하게 느껴졌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최미경과 나눈 카톡 대화창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요즘 돌고 있는 그 지저분한 소문들에 대해 최미경도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송남지는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로 어그로를 끄는 것뿐이라며 능청스럽게 둘러댔다.하지만 부모님은 결코 호락호락한 분들이 아니었다. 이런 핑계가 계속 반복되고 하정훈과 함께 있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한다면, 두 분의 의심은 결국 사실로 굳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송남지는

  • 가면을 쓴 남편   제420화

    문이 닫히고 적막한 세상엔 다시 하정훈과 송남지 단둘만이 남겨졌다.한 사람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있었다.하정훈의 시선 끝에 닿은 송남지는 핏기 하나 없는 입술로 가냘프게 숨을 내쉬며 위태롭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끼며 병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귓가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송남지는 눈을 더 꽉 감았다.그녀의 표정에는 거부감이 얇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다.그녀는 하정훈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예민한 하정훈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 가면을 쓴 남편   제430화

    하슬기는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하정훈의 속뜻을 알았다.바로 그 속뜻을 알기에, 그녀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이유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하슬기는 분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떠나려는 하정훈의 소매를 붙잡고 코까지 실룩거리며 따졌다.“오빠, 고작 남지 그깟 일 때문에 나를 남성 하씨 가문으로 쫓아내겠다는 거야?”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붙잡힌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약간의 결벽증이 있었다.매일 입는 옷은 전날 밤 집안의 하인들이 정갈하게 다려놓은 것이었다.단정했던 소매가 구겨진 모습은 그의 잔뜩

  • 가면을 쓴 남편   제435화

    현재 손윤영은 하정훈이 내뱉는 그 어떤 말도 믿지 않았다.그가 가져온 종심 판결문이 가짜라고 확신했기에, 그 이후의 말들은 들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사과시킬 생각이 없다니 차라리 잘됐네. 그런 꿈을 꿨다면 그야말로 헛수고였을 테니까!”하정훈은 오늘 날짜를 확인하더니 손윤영에게 차갑게 일침을 가했다.“닷새 뒤면 젊은 애들이 환장하는 할로윈이네. 윤해진은 이번에 귀신 분장할 필요 없겠어. 진짜로 죽어서 귀신이 될 테니까.”손윤영은 여전히 불신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허세준에게 협박당해 돈

  • 가면을 쓴 남편   제424화

    안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송남지는 양나정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껄끄러웠다.하물며 그녀의 가식적인 말들은 더더욱 듣고 싶지 않았다.이미 할 말 다 하고 들을 만큼 들었는데, 하슬기가 끼어드는 바람에 졸지에 양나정이 억울한 피해자 꼴이 되어버렸으니 송남지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저 둘이 원래 저런 인간들이란 걸 몰랐으면 진짜 뒷목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분에 차 씩씩거리는 하슬기를 바라보았다.“하슬기,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내가 네 친구 양나정한테 사과라도 해야 나가 줄 거야?”하슬기는 멈칫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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