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미 하정훈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송남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붉은 입술을 그의 귓가에 바짝 밀착시킨 채 나직이 속삭였다.“하 선생님, 어째 체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것 같네요? 다리 다 나으면 운동 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송남지의 애교 섞인 투정에는 은근한 도발이 담겨 있었고 이는 하정훈의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수리스의 거센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두 사람의 밤은 그렇게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폭우가 잦아들었고 호텔 침실 안에는 지칠 대로 지친 두 사람만이 남았다.하정훈은 자신의 품에 안긴 송남지의 이마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이제 열은 다 내렸군.”하정훈의 말에 송남지는 고양이처럼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며 기분 좋게 웅얼거렸다.“역시 하 선생님 처방이 제일 용하네요.”하정훈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품 안의 송남지가 고른 숨소리를 내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안심하며 잠에 들었다.한편 호텔 로비에서 밤이 깊도록 자리를 지키던 김서윤은 몇 번이나 잠결을 헤매다 성루이야 병원에서 온 전화에 정신을 차렸다.전화를 받자마자 의사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정훈 씨의 신체 데이터가 위험 수치를 넘어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건 명백한 자살 행위예요!”김서윤은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자살이라니요? 그게 무슨!”병원 측의 상세한 설명을 듣는 김서윤의 안색은 이미 흙빛으로 변해 있었고 엘리베이터 쪽을 응시하며 말했다.“어떻게든 설득해 보겠습니다.”의사는 다시 한번 엄중하게 경고했다.“하정훈 씨께 똑똑히 말씀드리세요. 지금 상황은 약물이나 안정만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비상 회의를 소집해서 수술 시간부터 잡아야 합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전화를 끊은 김서윤의 손이 멈추지 않고 파르르 떨렸다.그는 자신의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며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만약 하정훈이 스스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면
송남지는 억지로 문을 가로막고 있던 임승아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그러고는 입꼬리만 올린 채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임승아 씨, 지금 당장 안 가면 호텔 보안팀 부를 거예요.”임승아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으나, 송남지의 완강한 태도에 더 이상 방 안으로 발을 들일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방법이라면 단 하나...진실을 털어놓는 것이었다.임승아는 미세하게 눈매를 떨며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끝내 입술을 깨물며 말을 삼켰다.잠시 후 임승아는 엄숙한 표정으로 경고했다.“송남지 씨, 그 대가는 그쪽이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송남지는 코웃음을 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 방문을 닫아버렸다.‘나를 겁주려고?’송남지는 그런 협박 따위에 겁먹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정훈이 욕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욕실 유리 너머로 비치는 물보라를 바라보던 송남지는 갑자기 목이 조여오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고 얼굴이 달아올랐다.욕실 안의 물소리가 만들어낸 풍경 때문이 아니라, 빗속을 걸으며 얻은 고열이 뒤늦게 송남지를 덮친 탓이었다.하정훈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송남지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잠든 것처럼 보였다.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늘 밤 거센 폭풍우가 몰아칠 거라 예상했는데 들고양이처럼 날카롭던 송남지가 이토록 조용히 쪽잠을 자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하정훈은 나직이 웃음을 터뜨리며 입술을 달싹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 좋게 굴더니, 샤워하는 짧은 사이에 이렇게 지친 거야?”하정훈은 잘 다려진 정장을 챙겨 입고 자리를 떠날 채비를 했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송남지를 돌아보았다.잠든 와중에도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송남지의 얼굴이 묘하게 사랑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하정훈은 그녀의 몸 위를 탐욕스럽게 응시하다 돌연 눈매를 좁히더니 다급히 송남지에게 다가가 몸을 굽히고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살짝 닿기만 했을 뿐인데도 손바닥 끝에 닿는 열기는 소름
하정훈은 깊은 호흡을 내뱉으며 제 허리를 집요하게 파고든 송남지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송남지는 그를 보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온 힘을 다해 매달리고 있었다.평소 젠틀한 성품인 그는 강제로 그녀를 뿌리치지 못했고 사실 지금 그에게는 그녀를 밀어낼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자신의 허약함을 겉으로 완벽하게 감추고 있었기에 송남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작 하정훈은 본인의 상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결국 하정훈은 무력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안 갈 테니까, 일단 좀 놓아줘.”송남지는 여전히 손을 풀 기미가 없었다. 그녀는 깨달았던 것이다. 순종적인 여자가 얻는 것은 그저 허울 좋은 이름뿐이지만 고집스럽고 제멋대로인 여자는 결국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는다는 사실을.그녀는 더 이상 순종적인 여자로 살지 않기로 했다.최보라의 말처럼 타인의 사춘기는 십 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서른이 되어 비로소 첫 반항기가 찾아온 듯했다.“싫어요, 안 놓을래요.”송남지의 대답은 확고했다.하정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금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너무 힘주어 잡은 탓에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마음이 쓰인 하정훈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남지야, 나 안 간다고 했잖아. 말해 봐, 여기 남아서 뭘 해주길 바라는 거야?”송남지는 눈을 깜빡이다가, 그가 떠나지 않겠다는 말에 그제야 빠르게 몸을 일으켜 그의 앞을 막아서며 외쳤다.“나랑 같이 자요!”하정훈은 순간 눈동자가 흔들릴 만큼 적잖이 놀랐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평온함을 유지했다.“그래, 여기 남아서 너랑 같이 잘게.”대답을 마친 하정훈이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대로 서서 불만스러운 듯 툭 내뱉었다.“정훈 씨, 당신한테서 약 냄새 나요.”마치 은밀한 비밀이 탄로 난 사람처럼 하정훈은 찰나의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태연한 척하며 송남지를 돌아보았다.“그럼 씻고 올게.”하정훈이 욕실로 들어가자 이내 물줄기가
이런 광경은 오히려 더 노골적인 무언가를 보았을 때보다 더욱 심장을 세차게 뛰게 만들었다.하정훈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찰나에 본 흩뿌려진 물방울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파문을 남긴 뒤였다.그는 사춘기 소년처럼 당황해하며 서둘러 욕실 밖으로 뛰쳐나왔다.어스름한 호텔 조명 아래 베이지색 소파에 앉은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른 기색이 역력했고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스스로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울려 퍼져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한참 동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야 겨우 평정을 되찾을 무렵, 욕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하정훈은 이번에도 선뜻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조심스레 시선을 딴 곳으로 두며 물었다.“다 씻었어? 몸은 좀 어때? 의사라도 불러줘?”송남지는 욕실 문가에 기대어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하정훈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래요?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하정훈은 여전히 송남지에게 시선을 주지 못한 채였다.그러다 송남지의 발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지자 그제야 아주 조심스럽게 눈길을 살짝 돌렸다. 정말 아주 살짝이었지만 하얀 샤워 가운을 걸친 송남지의 모습이 확인되자 그는 비로소 굳어있던 어깨를 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남지는 상황을 눈치채고는 곧장 소파 쪽으로 다가갔다.1인용 소파는 그녀가 자리를 잡는 순간 비좁아졌다.하정훈은 끝까지 거리를 두려 애썼지만, 공간의 한계로 두 사람의 몸은 이미 틈 하나 없이 닿아 있었다.그런 하정훈을 빤히 응시하며 송남지가 물었다.“대체 뭐가 두려운 건데요?”남자가 굳게 입을 다문 채 정면만 응시하자 그녀가 낮게 웃으며 덧붙였다.“혹시 눈 돌아갈 만큼 자극적인 장면이라도 볼까 봐 그래요? 주체 못 할 정도로 흥분할까 봐?”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남지는 하정훈의 손을 낚아채더니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오르내리는 그녀의 가슴골이 손바닥에 생생히 전해진 순간,
말을 끝맺고 나서야 하정훈은 눈을 들어 송남지의 맑디맑은 두 눈을 직시했다.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송남지는 흠뻑 젖어 처참하기 그지없는 몰골이었음에도, 그녀의 눈빛만은 유난히도 투명했다.하정훈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질 만큼 맑은 눈이었다.십여 초간 시선이 얽힌 뒤, 송남지가 불쑥 입꼬리를 끌어올렸다.“하정훈, 난 안 믿어요.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런 입에 발린 소리, 안 믿는다고요. 날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내가 이 빗속을 뚫고 수리스에 있는 호텔을 모조리 뒤지고 다니든 말든, 당신을 찾든 말든 그냥 내버려 뒀겠죠.”그녀의 눈빛은 마치 하정훈의 영혼마저 단숨에 꿰뚫어 보는 예리한 검과 같았다.하정훈의 시선이 다급하게 흔들렸다. 그는 호텔에 장식된 그림을 보기도 하고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내다보기도 했지만 송남지의 눈만은 애써 외면했다.그는 짐짓 가벼운 바람둥이처럼 굴며 말했다.“그냥 매너를 지킨 것뿐이야. 알다시피 난 뼛속까지 신사잖아. 게다가 넌 최보라의 사촌 동생이고. 최보라는 지금 오지훈이랑 약혼한 사이인데 그놈이랑 내 우정이 어디 보통이야? 만약 네가 수리스에서 날 찾겠다고 쏘다니다 사고라도 치면, 최보라가 오지훈을 가만두겠어? 그럼 오지훈 역시 날 가만두지 않겠지.”오래전 송남지는 미대에 다닐 때 심리학 수업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 말이 없던 사람이 특정 순간에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진실은 언제나 명료하고 간결하지만, 거짓은 장황하기 마련이다.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보통 말이 길어질수록 그 안에 담긴 설득력이 더 크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하정훈, 당신은 정말 거짓말에 소질이 없어요.”송남지는 그렇게 말하며 걷잡을 수 없이 떨리는 어깨를 움츠렸다.방 안의 난방을 한껏 높였음에도, 빗속에서 무려 열 시간이나 떨며 뼛속까지 스며든 한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추위에 가늘게
하지만 송남지는 그 자리에 선 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정훈 앞에서 그녀는 더 이상 그 어떤 타협도, 굴복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가 씻으라고 해서 씻는 것조차 그녀에겐 굴복이었다.지독한 오기로 똘똘 뭉친 송남지가 고개를 저으며 하정훈을 직시했다.“내 질문에 대답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 씻을 거예요.”하정훈의 눈가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난처함이 번졌다.평소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기에, 지금의 하정훈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세상 모든 일에 해결책을 쥐고 있던 그였건만, 송남지를 욕실로 들여보낼 뾰족한 수는 찾지 못했다.하정훈은 그녀가 무엇을 묻고 싶은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지 않았다. 대신 몸을 일으켜 옷장에서 목욕 가운을 꺼내 와 그녀의 몸에 둘러주려 했다. 하지만 가운이 어깨에 닿기가 무섭게, 송남지는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홱 털어 가운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툭. 가운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하정훈은 찌푸린 얼굴로 허리를 굽혀 가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마치 방금 처음 가운을 꺼내왔을 때처럼 차분하게 다시 그녀의 어깨 위로 가운을 둘렀다.하지만 송남지 역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다시 어깨를 털어 가운을 떨어뜨렸다.이런 실랑이가 서너 번쯤 반복되었을까. 다시 가운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이는 하정훈의 이마에 어느새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것을 본 송남지가 차갑게 비아냥거렸다.“요즘은 운동 안 해요?”송남지가 아는 하정훈은 아무리 바빠도 운동만큼은 빼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예전엔 그의 체력이 그렇게 좋은 이유가 다 꾸준한 운동 덕분인 줄만 알았다.그런데 고작 바닥에 떨어진 가운 몇 번 주웠다고 반죽음이 된 사람처럼 굴다니.하정훈은 숨을 멈추고 힘겹게 가운을 주워 올렸고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참았던 숨을 훅하고 내쉬었다.하정훈은 끈질기게 그녀의 어깨 위로 가운을 다시 덮어주며 송남지의 질문에 답했다.“요즘은 일이 좀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주된 이유를 숨기긴 했으나 거짓말은 아니었다.남은
송남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예의 바르고 격식이 있어서 정말 대가문의 품격이 느껴졌다.한참을 쉬고 나니 몸이 좀 나아진 것 같아 일어나려 했지만 하정훈이 곧장 막아섰다.“아까 이미 말씀드렸어. 오늘 밤은 그냥 우리 집에 머물러. 밖은 날씨도 안 좋고 위험해.”송남지는 급히 손을 저었다. 그녀는 원래 보수적인 성격이었다.“안 돼요.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닌데 여기 묵으면 오히려 정훈 씨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몰라요.”원래도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윤씨 집안이 있는데 혹시
“안아줘, 남지야.”하정훈이 나지막이 말했다.송남지는 망설이듯 공중에 멈춰있던 손을 천천히 그의 허리에 둘렀다.젖은 흰 셔츠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탄탄한 허리선은 한 폭의 완벽하고 섬세한 유화를 연상시켰다.그렇다. 하정훈의 허리 라인은 그만큼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었다.허리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가 송남지의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짜릿한 감각을 선사하자 그녀는 잠시나마 이런 행동이 다소 섣부르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하정훈은 그녀를 부드럽게 이끌며 속삭였다.“나랑 같이 씻을래?”송남지는 그의 품에
최근 성은 그룹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정훈은 결혼식 당일에는 온전히 시간을 비워두려고 일부러 며칠 동안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다.책상 가득 쌓인 서류를 훑어보는 하정훈의 미간에는 약간의 피로가 스쳤다.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누르려는 찰나, 비서 김서윤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그는 목소리 톤을 높여서 대답했다.“들어와요.”김서윤은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고 하정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오늘은 이만하자.”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6시였다.그는 송남지와 저녁 식사를 같이하고 싶었는데 더 늦으면 이미 저녁 식사를 마쳤
송남지는 속이 메슥거리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심호흡을 했다.그녀가 윤해진을 불러낸 것은 더 이상 엄마를 귀찮게 하는 걸 막고 싶어서였는데 윤해진은 그녀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송남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쏘아붙였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나 바쁘니까 그쪽이랑 한가롭게 수다를 떨 시간 없어요.”윤해진은 태연하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분명 부탁하는 입장인데도 부탁하는 사람 태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송 씨 가문이랑 하 씨 가문이 원래부터 잘 아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