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벨루스 꼭대기 층의 레스토랑 안, 송남지는 창가 자리에 하정훈과 나란히 앉았고 그 맞은편에는 최보라와 오지훈이 자리했다.서경의 심장부를 밝히며 이곳이 가장 번화한 노른자 땅임을 증명하듯, 저 멀리 성은 그룹의 거대한 네온사인이 송남지의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시선을 왼쪽으로 조금 더 돌리자 성은 빌딩의 위용과는 사뭇 다른, 단아하고 수려한 자태의 재스민 건물이 보였다.송남지가 웃으며 한마디 했다.“진짜로 성은 빌딩이랑 재스민이 한눈에 들어오네요.”하정훈은 곁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밖을 슥 훑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시선이 그 건물들에 닿았다는 흔적을 급급히 지우려는 태도가 역력했다.오지훈은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두 사람의 오해는 진작에 풀렸을 텐데, 왜 분위기는 전보다 더 남남처럼 거리감이 느껴지는 거지?’최보라 역시 의아함이 가득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동생의 모습에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식사 시간 내내 하정훈은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고 말수조차 극히 아꼈다. 분명 송남지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도, 그 태도를 보면 행여 작은 오해라도 살까 두려워 시선조차 송남지에게 닿지 않으려 애를 쓰는 듯했다.첫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지기 시작했을 때, 하정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김서윤을 대동한 채 식당을 나섰다.오지훈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송남지가 가로막았다.송남지는 멀어져 가는 하정훈의 등을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간다는데 그냥 둬요. 밥 먹는 게 무슨 더블데이트라도 돼요? 꼭 네 명이 세트로 움직여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그 명쾌한 논리에 오지훈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그 말에 멀어지던 하정훈의 발걸음이 미세하게 멈칫했지만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그가 가고 난 뒤 오지훈이 물었다.“수리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정훈이도 더 이상 숨길 게
송남지는 스케치북을 정리한 뒤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기내 와이파이 덕에 상공에서도 인터넷 사용은 자유로웠다.송남지는 민지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일 아침, 재스민 회의실, 회의 소집해 주세요.]민지현은 격하게 반가워하는 이모티콘을 답장으로 보내며 물었다.[드디어 돌아오신 거예요? 제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까요?][아니요, 괜찮아요. 사촌 언니가 오기로 했어요.]최보라가 이번 마중에 동행하게 된 것도, 실은 오지훈이 먼저 소식을 접한 덕이었다.아무리 절친한 사이라지만, 오지훈 역시 하정훈이 수술을 모두 끝마치고 나서야 겨우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당시 깊은 배신감에 휩싸였던 오지훈은 수화기 너머로 무려 30분 동안 폭풍 같은 잔소리를 퍼부었고 하정훈은 묵묵부답으로 그 분노와 서운함을 온전히 받아냈다. 한바탕 쏟아내고 나서야 오지훈의 화도 겨우 가라앉았다.그리고 하정훈이 귀국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신이 나서 공항까지 한달음에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오랫동안 다져온 친구 사이의 정이란, 쉽게 바래지 않는 법이었다.VIP 통로 너머로 오지훈은 최보라보다 먼저 하정훈을 발견했다.휠체어에 앉은 하정훈은 예전보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고 송남지가 그런 하정훈을 밀며 나오고 있었다.송남지의 뒤로는 하정훈의 수행원들과 성루이야 병원의 정예 의료진이 긴 행렬을 이루며 따랐다.오지훈은 콧방울을 실룩거리며 최보라에게 나직이 속삭였다.“너 상상이나 가? 하정훈 저 자식,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어.”최보라는 정말이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모두가 하정훈을 그저 냉혈하고 나쁜 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베일을 벗겨 보니 그는 세상 그 어떤 지독한 순정남들보다도 더 깊은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송남지가 홀로 슬픔과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차라리 그전에 먼저 이혼하는 길을 택하다니 말이다.최보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하정훈이 정말 대단
차는 수리스 공항을 향해 달렸다.익숙해진 창밖 풍경을 뒤로한 채 송남지는 차 안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적막이 흐르는 차 안에서 그녀는 하정훈의 은밀한 시선이 줄곧 자신에게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수리스의 맑은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렀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김서윤이 휠체어를 밀며 다가왔다.하정훈은 휠체어에 앉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송남지 앞에서만큼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김서윤은 하정훈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송남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송남지가 다가와 김서윤의 휠체어를 넘겨받으며 짧게 말했다.“앉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하정훈을 가만히 응시했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군말 없이 얌전하게 휠체어에 몸을 실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김서윤은 마음 같아서는 송남지에게 당장 엄지손가락이라도 치켜세우고 싶은 심정이었다.도무지 설득하기 힘들던 일을 송남지는 단 한마디로 너무나 손쉽게 해결해 버린 것이다.송남지는 하정훈을 태운 휠체어를 밀며 수리스 공항 안을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통유리창 너머로 성은 그룹의 전용기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김서윤이 수속을 밟으러 떠난 사이, 송남지는 창가에 서서 그저 조용히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고 하정훈은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이 활주로에 그리는 유려한 곡선들을 눈에 담았다.예전 섬을 떠나 수리스로 올 때만 해도 하정훈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기에 어쩌면 제 삶이 이곳 수리스에서 허망하게 마침표를 찍을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생각에 잠기기도 했었다.하지만 다시 수리스 공항에서 서경행 전용기 탑승을 앞둔 지금, 하정훈은 과연 세상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법이라 생각했다.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수록 하정훈은 송남지를 곁에 두는 것이 더욱 겁이 났다.하정훈은 짐짓 시선을 내리깔아 휠체어 손잡이를 쥐고 있는 송남지의 손을 곁눈질했다.희고 깨끗한 손가락과 단정하게 정돈된 손톱, 송남지는 손마저 눈을
수건으로 머리를 다 닦아준 뒤, 송남지는 갈아입을 깨끗한 옷 한 벌을 가져왔다.“갈아입어요.”하정훈이 옷을 슥 훑더니 무심한 목소리로 대꾸했다.“간호한다는 핑계로 평소엔 못 보던 걸 보려는 건 아니고?”송남지는 가슴팍에 팔짱을 낀 채 가소롭다는 듯 대꾸했다.“제가 정훈 씨 몸 중에 안 본 곳이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하정훈은 어깨를 으쓱했다.“음,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그는 옷을 받아 들더니 두르고 있던 수건을 풀어헤치고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송남지는 그의 몸 구석구석을 훤히 볼 수 있었다.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큰 수술을 치른 탓인지 조금 여위어 보였다.그녀가 문득 물었다.“저번에 제가 운동 안 해서 몸이 예전만 못하냐고 물어본 거, 역시 너무 심했죠?”단추를 채우던 하정훈의 손길이 멈칫하더니 이내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워낙 어른스러운 송남지의 모습만 봐왔던 터라, 가끔 보여주는 그런 철없는 모습이 오히려 신선했다. 그래서 당시에도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속으로 웃고 말았었다.“아니.”그 대답에 송남지의 입꼬리가 시무룩하게 처졌다.“아픈 사람한테, 그것도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근육이 예전만 못한 게 게을러서 운동 안 한 탓 아니냐고 묻는 건, 아무리 좋게 들어도 너무 심한 짓이었어요.”제풀에 겨워 자책하는 그녀를 보며 하정훈은 엷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위로하듯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뭐가 심해? 넌 내 상태를 몰랐을 뿐인데. 그리고 네가 물었건 말건 내 병이랑은 근본적으로 관계없는 일이야.”하정훈의 감정은 늘 그렇듯 한결같이 차분했다.그러다 문득 송남지의 시선이 발코니에 닿았고 텅 빈 이젤을 발견한 그녀의 눈이 커졌다.이젤 앞으로 달려간 그녀가 물었다.“제 그림, 설마 버린 거예요?”하정훈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다. 거짓말을 하기 전 입술을 축이는 그만의 버릇이었다.“어.”송남지는 미간을 모으며 울컥 치미는 원망을 간신히 참아냈다.하정훈이 이내 무심하게 덧붙였다.“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송남지는 매일같이 하정훈의 병실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하정훈이 업무 회의를 할 때면 소파에 앉아 꽃을 다듬었고 그가 잠든 아침엔 발코니에 앉아 그림 작업에 몰두했다.수지는 송남지가 소일거리로 그리는 줄 알았으나 발코니 이젤 위에 놓인 그림을 보곤 깜짝 놀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살아있네!”그 말에 하정훈이 농담을 던졌다.“외국에서 자랐다면서 어디서 그런 찰진 표현을 배웠어요? 예술을 논하는 어휘가 아주 토속적이시네요.”수지는 그의 말투에 짐짓 뾰로통해져서 쏘아붙였다.“왜요! 딱 봐도 진짜 같잖아요.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생겼는데!”하정훈은 수지의 엉뚱한 비유에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자부심 가득한 눈빛으로 발코니의 그림을 바라보며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를 띠었다.“남지의 그림은 단순히 살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 박제된 영혼이죠.”수지는 그 은유적인 표현을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송남지의 실력이 비범하다는 건 눈치챘다.“하정훈 씨, 이 그림 너무 마음에 드는데 저에게 파실래요?”그러자 하정훈은 눈썹을 까딱이며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을 드러냈다.“송남지 씨 작품은 다 비매품이라서 안 돼요.”수지는 포기하지 않고 대꾸했다.“송남지 씨는 성격도 좋고 친절하시니까, 제가 직접 부탁하면 분명히 저한테 파실 거예요!”하정훈은 으스대던 표정을 지우고 수지에게 물었다.“지난번에 바그너 교수랑 잡담할 때 갖고 싶은 가방이 있다고 했죠? 제가 비서 시켜서 사드릴 테니까 송남지 씨한테 그림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 주세요.”송남지는 정말로 그림을 선뜻 선물로 내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수지는 하정훈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역시 하정훈 씨네요. 통이 정말 크세요!”서경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고 하정훈의 몸은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걸어 다닐 만큼 회복되었다.이제 하정훈은 자단나무 지팡이의 도움 없이도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송남지는 매일 한 번 하정훈을 살피고는 수지의 진
송남지가 하정훈의 침대 곁으로 다가가려 하자, 하정훈은 어색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남지야, 그냥 거기 서 있어도 돼. 네 목소리 잘 들리니까.”송남지는 걸음을 멈추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그래요, 그럼 여기 서 있을게요.”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덧붙였다.“정훈 씨, 그거 알아요? 옛말에 사랑과 재채기는 절대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거든요. 지금 당신이 딱 그래요. 내가 선물한 이 시계가 엄청 마음에 들면서도 아닌 척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잖아요.”하정훈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무리해서 평온을 가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숨긴 적 없어. 말했잖아, 아주 정확한 시계라 마음에 든다고.”송남지는 장난스럽게 말을 늘어뜨렸다.“어머, 정말요? 단지 시간이 아주 잘 맞아서 좋다는 거예요?”송남지는 하정훈을 골려주는 게 제법 즐거웠다.꼿꼿하게 앉아 있는 그의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가는 아주 미세한 흔들림을 포착하는 게 꽤 흥미로웠던 까닭이다.“어.”하정훈의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내가 준 거라 좋은 게 아니고요?’송남지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이 말을 밖으로 내뱉는 대신 마음속으로 조용히 갈무리했다. 하정훈 성격에 절대 사실대로 말할 리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송남지도 더는 말을 얹지 않았다.묘한 어색함이 흐르자 하정훈이 화제를 돌렸다.“수술도 끝났고 일주일 정도 회복 기간을 거치면 바로 귀국할 생각이야. 난 네가 오늘 부모님 편에 같이 돌아갈 줄 알았는데.”굳이 이곳 성루이야에 남아 자신을 기다릴 필요 없이 먼저 돌아가라는 기색이 역력한 어조였다.혹여나 송남지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하정훈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재스민에서 상반기 기획전을 준비 중이라면서. 안 돌아가도 괜찮겠어?”침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송남지의 시선에 넉넉한 환자복 바지 아래로 드러난 하정훈의 선명한 발목 라인이 들어왔다.그녀가 떠보듯 물었다.“내가 그렇게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어요?”하정훈은 아무 말이 없었다.송남지가 곧바
하정훈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오지훈이 그 뒤를 바짝 쫓으며 물었다.“갑자기 어디 가는데?”하정훈의 발걸음은 멈출 줄 몰랐고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단 2초만 지체했을 뿐이었다. 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성큼 들어가며 오지훈의 질문에 답했다.“남지 퇴원할 때 못 간 거 뭐라고 했잖아. 지금 당장 집으로 가는 중이니까 됐지?”오지훈도 엘리베이터에 잽싸게 올라탔다.“그래, 그래야지.”엘리베이터 안에서 오지훈은 하정훈에게 간곡히 당부했다.“가서 잘해. 나랑 최보라 연애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
박재용은 터벅터벅 냉장고로 걸어가 캔 콜라 하나를 꺼내며 송남지에게 마시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송남지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난 그런 거 안 마셔요.”박재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캔을 땄고 탄산이 터지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송남지가 한숨 섞인 감탄을 내뱉었다.“재용 씨 한번 만나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네요.”냉장고에 몸을 기댄 박재용이 테라스 쪽 화판을 가리켰다.“어쩌겠어요, 밤에 영감이 더 잘 떠오르는걸. 그리고 어젯밤부터 관장님이 나를 찾아올 줄 알고 있었어요.”송남지는 의아한 듯 물었다.“내가 왜 찾아
“하정훈 그 자식은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넌 대체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 거야? 오늘 남지 퇴원하는 날인데 얼굴 한 번 안 비치는 게 말이 돼? 정말 그렇게 죽을 만큼 바빠?”최보라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오지훈은 하정훈을 변호하느라 진땀을 뺐다.“보라야, 성은 그룹이 요즘 처리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정말 정신이 없거든...”“흥, 바빠? 바쁘다는 사람이 곽지민이랑 바에 가서 술을 마셔? 주변에 여자들을 잔뜩 끼고 말이야. 하여간 남자들은 다 똑같아!”오지훈은 다급하게 발을 뺐다.“그 인간들은 그 모양이지만 난 아니
송남지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긴장한 채 박재용에게 다가가려 했다.하지만 1미터 정도 거리를 남겨두고 박재용이 그녀를 가로막았다.“거기 그대로 있어요. 옷 갈아입고 올 테니 기다리고 계세요.”송남지는 걸음을 멈추고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박재용이 목욕을 너무 오래 해서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15분쯤 더 지나자 박재용이 옷을 갈아입고 드레스룸에서 나왔다.하정훈의 더블 버튼 울 코트가 잘 다려진 갑옷 같은 느낌이라면 지금 박재용이 입은 콜라보 패딩과 스트릿 브랜드 후드티는 마치 한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