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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Penulis: 은지아
고개를 숙여보니 조수석에 놓인 휴대폰 화면이 켜져 있었다.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

윤해진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송남지의 휴대폰을 잡으려는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휴대폰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떨어뜨릴 뻔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며칠 전 외곽 별장에서 봤던 그 남자가 서 있었다.

송남지도 격렬한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하정훈을 보는 순간, 구원받는 기분이 들었다.

윤해진은 이를 악물었고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분노가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

차 문은 잠긴 상태였다.

윤해진은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그대로 차를 몰고 가기로 결심했다.

다른 곳으로 가면 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고 오늘 밤 송남지는 반드시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동을 걸자마자 엔진 소리에 차 밖에 있던 하정훈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윤해진, 저 짐승만도 못한 놈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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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77화

    다만 통창 근처에 앉아 있는 박재용만은 이 그림과 영 딴판이었다.다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는 휠체어에 앉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박명규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자, 내가 누구를 데려왔는지 봐봐!”박재용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라인국에 살아 돌아올 줄도 몰랐지만, 설마 자기 집에서 송남지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그러자 평소 그토록 싫어하던 라인국의 집마저 한순간에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송남지는 먼저 손을 흔들며 박재용과 눈을 맞추고는 작은 목소리로 웃으며 인사했다.“재용 씨!”박재용은 흥분한 듯 휠체어를 밀어 송남지 곁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고용인이 그를 가로막았다.“도련님, 거실에 장애물이 너무 많으니 그냥 앉아 계세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박명규 역시 서둘러 앞을 막아서며 만류했다.“이 녀석아, 왜 이렇게 덤벙대. 혹시라도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박재용은 박명규의 안내를 받아 남자들 사이 소파 좌석으로 들어가는 송남지를 답답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이분이 아저씨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던 송남지인가요?”“아저씨 칭찬이 허풍이 아니었군요. 송남지 씨는 정말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우세요.”처음에는 송남지도 조금 쑥스러워했으나, 모인 이들이 모두 또래인 것을 확인하고는 심리적인 부담을 덜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으면서 어느덧 박재용의 존재는 까맣게 잊힌 분위기가 되었다.박재용은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이거 참, 내가 꼭 무능한 남편이라도 된 기분이네. 정말 짜증 나 죽겠어!” “듣기로는 송남지 씨가 예전에 재스민 갤러리의 책임자였다면서요? 전에 서경으로 출장 갔을 때 재스민 갤러리에 들른 적이 있는데, 참 품격 있고 앞날이 기대되는 곳이더라고요. 꼭 사고 싶은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그때 갤러리 측에서 그 작품은 팔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웠죠.”“네.”그 말

  • 가면을 쓴 남편   제776화

    비행기가 라인국에 착륙했다.입국장에 들어서자 공항 전체를 뒤덮은 푸른 식물들이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열대 지방답게 공항 내부는 24시간 내내 냉기가 흘렀고 그 쾌적함에 송남지는 잠시 경계심을 늦췄다.하지만 수하물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선 순간, 내리쬐는 불볕더위에 숨이 턱 막혀왔다. 어떻게 날씨가 이토록 뜨거울 수 있을까 싶었다.서경의 한여름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으며 일 년 내내 봄처럼 온화했던 윤양의 기후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콧등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고 열기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송남지가 휴대폰을 내려다보니 현지 기온은 무려 39도, 단정한 흰 셔츠와 검은 긴 바지 차림은 이제 더없이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박명규가 마중 나오겠다는 호의를 거절한 것이 벌써 후회되기 시작했다.지금 이 순간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차에 올라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던 찰나, 벤틀리 한 대가 눈앞에 멈춰 섰다.송남지는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는 것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아저씨?”박명규가 다급하게 손짓했다.“얼른 타거라. 여기는 오래 정차하면 벌금이 어마어마하단다.”송남지는 더 묻지 않고 서둘러 차에 올라 박명규의 옆자리에 앉았다.운전기사가 살짝 고개를 돌려 물었다.“대표님, 이제 어디로 갈까요?”박명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귀한 손님 모시고 박씨 저택으로 가야지.”송남지는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저기, 아저씨. 제가 아무것도 준비를 못 해서요.”방문할 때 선물을 챙기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박명규는 손을 내저었다.“에이, 뭘 그렇게 서먹하게 굴어. 네가 라인국까지, 우리 박씨 저택까지 와준 게 우리에겐 가장 큰 선물이다.”송남지가 여전히 긴장한 기색을 보이자 박명규가 안심시키듯 달랬다.“걱정 마. 우리 형님 부부는 아직 서경에서 사업 뒤처리로 바쁘셔서 집에 안 계신단다. 지금 집에는 내가 따로 초대한 친구들이랑 재용이뿐이야.”그제야 송남지는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입술을 머금

  • 가면을 쓴 남편   제775화

    송남지는 미소 짓고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아니에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그냥 출장 한 번 다녀오는 건데 환송회까지 하면 꼭 퇴사라도 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요. 대신 제가 라인국에서 돌아오면 그간 저 많이 챙겨주신 보답으로 다 같이 식사 한 끼 해요, 어때요?”“완전 좋죠.”그 말에 동료들은 환호했다.윤양의 따뜻한 정에 취해 살다 보니, 송남지는 원정민 같은 별종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평범하고 좋은 동료들이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지금까지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드디어 떠나는 날, 동료들이 모두 모여 송남지를 배웅하며 아기자기한 선물들을 내밀었다.“남지 씨, 지난번에 초콜릿 주셨죠? 이건 저희가 주는 답례품이에요. 누가 ‘쥐꼬리만 한 성의에 홀렸다'고 떠들어대지 못하게 말이죠.”그 말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송남지는 배웅 나온 인파를 훑어보았으나 원정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나마 눈치는 있는지 진동훈의 전화 한 통 이후로는 입을 꾹 다물고 유령처럼 지내는 모양이었다.송남지는 동료들의 선물을 기쁘게 받아 들었다. 비행시간은 고작 4시간뿐이었지만 기내에서 불편할까 봐 챙겨준 목 베개부터 일 년 내내 더운 열대 지방인 라인국에 꼭 필요하다며 챙겨준 물파스, 낯선 타지에서 연락이 끊기면 안 된다며 쥐여준 보조 배터리까지 모두 마음이 담긴 선물들이었다.여기까지는 평범한 선물이었는데, 딱 하나 송남지를 당황하게 만든 물건이 있었다.바로 피임 도구였다.송남지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 소윤이 당당하게 나섰다.“듀렉스야! 내가 준비한 건데 이거 되게 비싼 거거든. 임신이야 뭐 그렇다 쳐도, 제일 중요한 건 각종 전염병 예방 아니겠어?”동료들과 짧은 인사를 더 나눈 뒤에야 송남지는 화동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탔다.배웅은 늘 그렇듯 여준휘의 몫이었다.송남지는 매번 신세를 지는 게 못내 미안해 슬그머니 입을 뗐다.“준휘 오빠, 매번 이렇게 데려다주시니 정말 면목이 없네요.”혼자 택시를 타고 가겠다

  • 가면을 쓴 남편   제774화

    얼굴에 물벼락을 맞은 원정민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송남지의 매서운 일갈에 한 번 더 넋이 나가버렸다.회의실 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소윤은 송남지가 평소 얌전했던 것이 결코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저 쩨쩨하게 따지기 귀찮아서였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원정민은 오늘 제대로 역린을 건드렸고 물벼락은 그 응당한 대가였다. 하지만 소윤조차도 송남지의 전투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180이 넘는 큰 키의 원정민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송남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너 지금 나한테 물 뿌렸냐?”“그래, 너한테 뿌렸다, 왜!”원정민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악을 썼다.“네가 감히 우리 엄마를 들먹여?”“그래, 네 엄마 욕했다! 한 번만 더 그딴 헛소리 지껄이면 네 조상 묘까지 파서 욕해줄 테니까!”소윤은 하마터면 송남지에게 기립박수를 칠 뻔한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원정민을 향해 쏘아붙였다.“안 나가고 여기서 쌍욕 더 먹고 싶어서 서 있는 거예요? 지각에 조퇴가 특기면서 이럴 땐 왜 안 가고 버티는지 모르겠네. 지금 딱 5시니까, 30분 일찍 퇴근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할 거예요. 그러니까 얼른 가요.”원정민은 분통이 터져 씩씩거렸지만 평소 행실이 워낙 바닥이라 딱히 반박할 말도 없었다.주변 동료들도 가세해 송남지를 거들고 나섰다.“교류회에 직원을 파견하려면 당연히 우수 사원을 보내야지, 자기 일도 다 못 끝내서 맨날 남한테 떠넘기는 사람이 우리 전시관 대표로 행사에 가겠다니요? 양심이 있으면 그런 말 못 하죠.”원정민은 억지를 부리며 동료들을 험악하게 노려보았다.“저 여자가 들어온 지 몇 달이나 됐다고 다들 그렇게 굽신거려요? 쟤가 돈 많고 뒷배가 든든해 보이니까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그래요? 꿈 깨세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테니까. 저 여자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댁들한테는 국물 한 방울 안 떨어질 거니까 두고 보라고요!”소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눈을 흘겼다.

  • 가면을 쓴 남편   제773화

    송남지는 박명규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아니에요, 아저씨. 지난번 수리스에 갈 때도 일주일이나 휴가를 내서 벌써 눈치가 보이거든요. 이번에 라인국까지 가려면 못해도 3, 4일은 빠져야 할 텐데 더 이상 연차를 내기는 정말 곤란해요.”처음엔 박명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남지야, 넌 윤양에 있는 자그마한 전시관에서 일하고 있지 않니? 설마 며칠 자리를 비우면 안 될 만큼 막중한 업무라도 있는 거야?”송남지는 쑥스러운 듯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대단한 업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직장이잖아요. 저 스스로 제 일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제 직업 자체가 우스워지는 거니까요.”그 똑 부러지는 대답에 박명규는 내심 감탄했다. 어린 아가씨가 어떤 상황에서도 사리 분별이 참으로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눈동자를 굴리며 궁리하던 박명규가 이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휴가 내는 게 문제라면 그건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겠구나. 이번 라인국 전시 교류회에 우리 은행도 스폰서로 참여하거든. 내가 너희 전시관 쪽으로 정식 초청장을 하나 보내주마. 그럼 당당하게 출장으로 올 수 있지 않겠니?”생각지도 못한 묘안에 송남지는 반색했다.“그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박명규는 행여나 그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서둘러 덧붙였다.“초청장 하나 보내는 건 내게 일도 아니란다. 정말 아주 사소한 일이니 제발 거절하지 말아다오, 알겠지?”“아저씨가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 제가 초를 치면 안 되죠. 알겠어요, 갈게요.”하지만 송남지가 수락했다고 해서 그 길이 순탄하게 열린다는 뜻은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여준휘가 전시 교류회 초청 공문을 받고 참석자를 정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자마자 원정민이 대뜸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이다.“왜 저런 견문 넓히기 좋은 일엔 허구한 날 송남지 씨만 가는 건데요?”송남지는 순간 어리둥절했다.‘내가 언제 저 남자 동료한테 원한을 살 만한 짓을 했던가? 설마 지난번 수리스에서 돌아올 때 롤렉스 시계를 안 사다 줘서 저러는

  • 가면을 쓴 남편   제772화

    최보라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윤양으로 가더니 아주 말대답만 청산유수가 됐어.”송남지가 웃으며 받아쳤다.“나 원래 옛날부터 말 한마디는 안 지지 않았나?”사실 최보라는 송남지의 농담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가족으로서 송남지의 그런 밝은 모습을 보는 게 훨씬 좋았다.농담을 던질 여유가 있다는 건 적어도 지금 당장 새까만 우울함 속에 갇혀 있지는 않다는 뜻이니까.“네가 아무리 말대답을 잘해도 난 포기 안 해. 지금 네 상황을 이모랑 이모부한테 알릴 수도 없으니, 두 분을 대신해서 나라도 널 챙겨야지. 얼른 괜찮은 남자친구 만들어서 이모랑 이모부한테 보여드려. 그래야 두 분도 자기 딸이 쫓겨났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 아냐. 난 진짜 두 분이 너 때문에 속상해서 병이라도 나실까 봐 무서워.”송남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언니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지 다 알아. 내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 응?”그녀와 하정훈 사이의 파경은 친정 식구들에게 철저히 숨기고 있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바깥세상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들을 생각하면 송지환과 최미경이 인터넷에 둔감하다 쳐도 주변에서 주워듣는 말이 없을 리 없었다.당장 요즘만 해도, 대체 얼마나 바쁘면 하정훈을 데리고 친정에 밥 한 끼 먹으러 올 시간이 없냐는 전화가 이틀이 멀다 하고 걸려 오던 참이었다.전화를 끊고 나니, 송남지는 갑자기 앞에 놓인 향긋한 꽃차마저 맹물처럼 밍밍하게 느껴졌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최미경과 나눈 카톡 대화창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요즘 돌고 있는 그 지저분한 소문들에 대해 최미경도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송남지는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로 어그로를 끄는 것뿐이라며 능청스럽게 둘러댔다.하지만 부모님은 결코 호락호락한 분들이 아니었다. 이런 핑계가 계속 반복되고 하정훈과 함께 있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한다면, 두 분의 의심은 결국 사실로 굳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송남지는

  • 가면을 쓴 남편   제143화

    청명한 달빛이 하정훈의 윤곽에 쏟아져 내렸으나 그 희미한 염려는 그림자에 가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송남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감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웃으며 하씨 저택의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언니가 변태를 만난 거고 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없어요.”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언니는 진짜 용감해. 그런 변태를 만나자마자 경찰서에 넘겨버렸다니. 내가 만났으면 멀리 도망갔을 텐데.”하정훈은 송남지 옆에 바짝 붙어 걸었다.그는 송남지보다

  • 가면을 쓴 남편   제141화

    최보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도대체 뭐가 이상한 거지?그녀는 송남지를 바라보다가 하정훈에게 시선을 옮기며 경악에 찬 어조로 물었다.“잠깐만! 설마 댁이 서경 하씨 가문의 도련님, 하정훈인가요?”하정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아마... 그런 것 같은데요?”어쨌든 그는 서경시 출신이었고 성 또한 하씨였으며 이름은 정훈이었다.하정훈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확실하진 않아요. 제가 처형이 말하는 그 유명한 서경시 하씨 가문의 도련님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동명이인일 수도 있으니까요

  • 가면을 쓴 남편   제147화

    차를 다 마신 하정훈은 더 머무를 생각이 없는 듯 곽지민에게 물었다.“요즘 로샬기 쪽에 또 가?”곽지민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쪽 일은 거의 마무리돼서 당분간은 서경시에 있을 거야.”하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시간 되면 우리 집에 놀러 와.”곽지민은 당연히 그곳에 가면 하정훈의 애정 과시를 보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정훈이 그를 초대하는 것 또한 그의 염장을 지르려는 의도였다.하지만 곽지민 또한 만만치 않은 고집불통이었다. 그는 오히려 가보면 누가 더 불편할지 시험해보고 싶었다.그래서 흔쾌히 승낙했

  • 가면을 쓴 남편   제168화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남지가 알아서 알람 다 맞춰놨어. 알아서 척척 잘하는 사람이니까 네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돼.”곽지민은 전화기 너머에서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일부러 순진한 척 말했다.“나도 걱정돼서 그런 거지. 봉사 활동인데 혹시라도 늦으면 안 되잖아.”그는 은근히 약을 올리며 덧붙였다.“너 그 젊은 친구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알아? 올해 서경 미대를 갓 졸업한 스무 살 갓 넘은 파릇파릇한 청년인데 쯧쯧, 송남지가 함께 일하면 눈이 호강할 거야.”하정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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