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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مؤلف: 은지아
유경태는 황우정을 힐끗 쳐다보며 쏘아붙였다.

“내가 일 말고는 사생활도 없는 사람으로 보여?”

황우정은 머쓱해 하며 중얼거렸다.

“전 이런 자리가 유 선생님의 사생활 전부인 줄 알았죠.”

문득 유경태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쩌면 황우정은 이 저녁 자리에 꼭 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정훈과 사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니까.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굴었나?'

그런 생각이 들자 유경태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어, 황 선생 말이 맞아. 이런 자리가 내 사생활이긴 하지.”

오지훈은 슬슬 참을성에 한계가 왔는지 짜증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안 갈 거면 남지 씨한테 미리 말해둬야지. 예약 인원 다시 맞춰야 하니까.”

유경태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툴툴댔다.

“가야지, 당연히.”

황우정은 그런 유경태의 변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여 그곳에 가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라도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려운 걸까? 하지만 지금 하정훈과 송남지의 관계가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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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1022화

    송남지의 눈꼬리를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의사한테서 진단 결과를 통보받았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 걱정이 아니라 온통 네 생각뿐이었어.”하정훈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네가 그 잔혹한 현실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내가 서서히 무너져 가는 모습을 네게 보일까 봐, 내가 떠난 뒤 네가 영영 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미치도록 두려웠어. 그래서 나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선택을 내렸지. 널 밀어내고 네가 날 원망하게 만들어서라도 끝내 날 잊어버리게 하려고.”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하지만 내가 틀렸어. 사랑보다 증오가 지워내기 쉬울 거라고 믿은 것, 시간이 모든 걸 희미하게 해줄 거라 착각한 것,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내가 너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얕잡아본 것까지 전부다.”송남지는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남지야.”하정훈은 그녀의 손을 가져다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이 심장, 수술대 위에서 멈춘 적이 있어.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건, 널 다시 만나고 싶어서, 네 곁에 머물고 싶어서, 우리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고 싶어서였어.”송남지는 그의 가슴속에서 뛰어오르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한 번, 또 한 번, 몹시도 힘차고 단단한 고동이었다.“네게 용서해달라고 조를 자격 없는 거 알아. 하지만 염치없이 묻고 싶어. 나를 네 곁에 있게 해줄 순 없을까? 네가 나를 필요로 해서가 아니라 내가 널 필요로 해서지. 내게 심장 박동이 필요한 것처럼 난 네가 필요해. 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어.”송남지는 그를 아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석양은 이미 해수면 아래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하늘은 붉은 귤빛에서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갔다. 먼바다 위로 일렁이던 마지막 빛 한 줌마저 스러지고 있었다.“정훈 씨.”가볍지만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그녀가 입을 열었다.“난 당신 용서한 거 아니에요.”하정훈의 손가락에 미세

  • 가면을 쓴 남편   제1021화

    전시회가 막을 내리고 사흘이 지난 어느 날, 하정훈은 송남지에게 캐슬힐로 가 노을을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그는 차를 몰지도, 전용 기사를 대동하지도 않았다. 그저 도보로 르 파티오의 정원으로 걸어가 오래된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서 그녀를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클로딘이 정성스레 우려 준 향긋한 민트티를 곁에 두고 그는 송남지가 매일 아침 습관처럼 머무르던 라탄 의자에 앉아 올리브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부드러운 햇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지면에 닿은 햇빛은 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다채로운 빛의 모자이크를 그려내고 있었다.잠시 후 밖으로 나온 송남지는 넉넉한 품의 미색 리넨 원피스를 걸치고 머리를 대충 묶어 올려 정갈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의 뒤를 따르며 캔버스 가방을 들어주던 권우빈은 올리브 나무 아래 앉아 있는 하정훈을 발견하자마자 순간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권우빈이 목소리를 낮추어 나직이 속삭였다.“정말 가실 거예요?”송남지는 건네받은 캔버스 백을 품에 안으며 설핏 웃어 보였다.“응, 정말 갈 거야.”권우빈은 하정훈에게 잠시 시선을 주었다. 소년의 맑은 눈 속에는 제 나이답지 않은 차분하고 깊이 있는 탐색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내 소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곤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하정훈은 의자에서 일어나 송남지의 곁으로 다가섰다.“가자.”세미엘에서 출발해 캐슬힐로 오르는 비탈길은 송남지가 이미 숱하게 오르내렸던 길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걸음은 이전의 수많은 기억과 완연히 달랐다. 이번에는 하정훈이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서 아주 느릿하게, 그녀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에 고스란히 속도를 맞춰 동행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간간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가냘픈 허리와 어깨를 부축해 주었고 그녀가 숨 가빠할 때면 말없이 걸음을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둘 중 어느 누구도 입을 열어 정적을 깨뜨리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고인 고요는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온기를 온전히 체득한, 굳이

  • 가면을 쓴 남편   제1020화

    “하정훈 씨,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하정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내가 틀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하여 마치 제 내면을 향해 읊조리는 독백 같았다.“널 밀어내는 것만이 정답이라 여겼어.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미래 대신, 네가 더 온전하고 나은 앞날을 누리길 바랐지. 하지만 다 내 오만이었어. 사랑하기에 놓아준다는 비겁한 핑계를 댔고 소유보다 양보가 고결한 가치인 양 착각했지. 네가 날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과소평가했고, 무엇보다 내가 너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를 망각했던 거야.”송남지는 아무런 대답도 건네지 않았다.“지난 세월 동안 줄곧 자문해 봤어. 내게 허락된 삶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내가 마지막에 움켜쥐고 싶은 게 과연 무엇일까 하고.”하정훈의 애절한 시선이 송남지에게 와닿았다.“성은에서 사업을 완전히 마무리 지어 두는 것도, 재산을 빈틈없이 분배해 놓는 것도, 아직 밟아보지 못한 이국의 땅을 방랑하는 것도 아니었어. 단지 너와 함께하는 것뿐이었지. 매일, 매분, 매초를 말이야. 설령 네 옆에 묵묵히 앉아 네가 캔버스 앞에 선 모습을 바라보고 네 잔잔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별것 아닌 일로 토라져 다투는 사소한 순간일지라도.”그의 눈가가 붉게 젖어 들었으나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남지야, 네게 무언가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건 너무나 잘 알아. 널 밀쳐내고 깊은 상처를 주고, 이 무거운 짐들을 오롯이 혼자 짊어지게 만들었으니까.”하정훈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그럼에도 염치 불고하고 묻고 싶어. 내게 단 한 번만 기회를 줄 수 없을까? 내 남은 생 전체를 바쳐 속죄할 기회를 말이야.”송남지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하정훈이 이대로 대답을 듣지 못할 것이라 단념하려던 찰나, 마침내 그녀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정훈 씨, 내가 어째서 이 먼 코다르까지 왔는지 알아요?”하정훈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일 때문이 아니에요.”송남지는

  • 가면을 쓴 남편   제1019화

    “은비야. 할 말이 있어.”하정훈의 말에 고은비의 미소가 찰나 멈칫했지만, 그녀는 이내 여유로운 태도를 되찾았다.“말해요.”하정훈이 오가은에게 시선을 던지자, 오가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두 사람만의 시간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네가 코다르에 온 진짜 이유를 알아.”하정훈의 목소리는 오직 두 사람에게만 들릴 만큼 낮게 깔렸다.“네가 송남지의 사진을 찍어서 누구에게 보냈고, 또 무슨 말을 했는지도 다 알고 있고.”고은비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지만, 샴페인 잔을 쥐고 있는 손가락에는 꾹 힘이 들어갔다.“너를 탓하진 않아. 내 망설임과 미적지근한 태도가 네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거니까,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야. 하지만 오늘부터는 네가 확실히 알아주었으면 해.”그는 고은비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송남지는 내가 평생을 통틀어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이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고은비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이윽고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수면 위에 내려앉는 나뭇잎처럼 아주 가볍고 아득한 웃음이었다.“알아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든 그녀의 눈시울은 조금 붉어져 있었지만 결코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정훈 씨, 행복하길 바랄게요.”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하정훈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몇 초간 잠자코 바라보다가, 다시 아래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송남지는 휴게 구역에 있었고 하정훈은 마침내 그곳에서 그녀를 찾아냈다.전시는 이미 막바지에 접어들어 인파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송남지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부푼 배를 감싸 안고 두 눈을 감고 쉬는 중이었다. 곁에서 따뜻한 물을 따라주던 권우빈은 다가오는 하정훈을 발견하고 미세하게 눈빛을 굳혔다.“누나.”권우빈이 낮게 속삭였다.“손님이 오셨네요.”송남지가 눈을 떴다. 눈앞에는 하정훈이 서 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짙은 회색 슈트 차림에 셔츠 맨 위 단추는 하나

  • 가면을 쓴 남편   제1018화

    하정훈은 전시회가 시작되고 한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2층에서 내려왔다.본래 그는 아래로 내려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이 먼 코다르까지 걸음 한 것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큐레이터, 미술품 소장가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었으며, 전시관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었다.그는 오직 송남지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는 2층에 가만히 선 채 오랜 시간 그녀를 지켜보았다.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프랑스 출신 큐레이터와 유창한 프랑코니아어로 대화를 나누며 부드러운 미소로 사람들의 모든 질문에 기품 있게 답하는 그녀를 말이다.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서 있는 그녀의 자태는 마치 그 누구의 보호막도 필요로 하지 않는, 온전히 홀로 빛나는 왕비의 모습과도 같았다.문득 하정훈은 송남지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빛을 잃은 게 아니라 한층 더 굳건하고 강해진 것이다. 그 강인함은 겉으로 두른 단단한 껍데기가 아니라 내면의 확고함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가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이 깨달음은 그에게 긍지와 불안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긍지를 느낀 건 그녀에 대한 자신의 직감이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온실 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카나리아가 아니라, 척박한 땅 어떤 조건 속에서도 기어코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워내는 나무 같은 여자였다.반면 불안한 이유는 만약 그녀에게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면 대체 무슨 명분으로 그녀 곁에 머물러야 하느냐는 막막함 때문이었다.“하 대표님.”등 뒤에서 들려온 김서윤의 목소리에 하정훈이 돌아보자 그가 서류철을 들고 서 있었다.“알아보라고 하신 것들 여기 다 있습니다.”김서윤이 서류철을 내밀며 덧붙였다.“권우빈의 계약 날짜와 송남지 씨의 병원 기록, 그리고 수리스 호텔 투숙 내역까지요. 시간대가 오차 없이

  • 가면을 쓴 남편   제1017화

    “원망이라니, 내가 네게 무슨 원망을 하겠어?”오가은의 나직한 물음에 송남지는 고개를 숙인 채 부푼 배를 바라보았다.“사실대로 말씀드리지 않은 거요. 혼자 여기까지 도망쳐 온 것도, 정훈 씨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전부 다요...”오가은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남지야, 정훈이가 왜 너와 이혼하려 했는지 알고 있니?”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요. 제가 무너질까 봐, 그게 무서웠던 거겠죠.”오가은은 몇 초간 침묵했다.“그 아인 어릴 때부터 그랬단다. 무슨 일이든 혼자 짊어지려 하고 집에 통 말하는 법이 없었지. 아픈 것도 성루이야 병원의 의사가 전화를 주지 않았다면 나랑 그 애 아빠는 끝까지 까맣게 몰랐을 게다.”그녀의 목소리가 순간 울컥 메었지만, 이내 감정을 추슬렀다.“남지야, 난 널 원망하지 않아. 다만 그 녀석이 너무 고집스럽고 제멋대로 판단한 게 야속할 뿐이지. 널 밀어내는 게 다 널 위하는 길이라고 착각하다니 말이다. 둘이 함께한다는 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힘들 때 곁을 지켜줄 사람이 있기 위함이라는 걸 그 애는 몰랐던 게야.”송남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아주머니...”오가은은 그녀의 손을 꼭 쥐며 가볍게 도닥였다.“너는 그저 몸조리에만 전념하거라. 다른 일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정훈이 그 녀석은 제풀에 지치든 말든 내버려 두렴. 너한테 진 빚은 살면서 천천히 갚아 나가게 해야지.”송남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으나, 웃음 끝에 결국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오가은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울지 마라. 임산부가 울면 눈에 해롭단다.”송남지는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훔쳤다.“그런데 코다르에는 어쩐 일이세요?”오가은은 송남지를 가만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전시회 보러 왔다. 재스민의 화전인데 당연히 와봐야지.”송남지는 그것이 핑계임을 잘 알고 있었다. 오가은이 코다르까지 온 것은 전시회 때문이 아니라 오직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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