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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eur: 소만
채령은 멍하니 나를 보더니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마님?"

나는 눈을 감았다.

"어서 가."

그날 밤, 잠자리에 들 채비를 마쳤을 때였다.

연정헌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애써 감추려 해도 얼굴에 어린 들뜬 기색은 내 눈을 피하지 못했다.

"오늘 밤은 그 아씨와 함께 계시지 않고 어쩐 일이십니까?"

"아직 정식으로 맞아들인 게 아니지 않소."

나는 짧게 대꾸하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

"내일 집사에게 일러 우선 첩을 들이는 예에 맞춰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시오."

침상 곁에서 사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연정헌이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내 옆에 누웠다.

팔이 내 허리 위에 얹혔다.

"부인."

몸이 굳었다.

어둠 속이라 서로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고맙소."

"예."

얼마 지나지 않아 관아에서 이혼 문서가 왔다.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에 나뭇잎 몇 장이 떨어졌다. 벌써 가을 기운이 도는 듯했다.

집사가 장부를 건넸다.

혼례 잔치에 쓸 물품이 적혀 있었다.

채령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마님, 어찌 굳이 그 아씨를 나리 곁에 두려 하십니까?"

"나리께서 마님을 그리 아끼시는데, 반대하셨다면 그 아씨도 이 집에 발을 들이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장부를 내려놓으며 한숨처럼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마음은 이미 내게서 떠났는데, 사람만 억지로 붙잡아 두면 무슨 소용이겠어?"

첩을 들이는 데 이토록 번거로운 예식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류지란은 달랐다.

오후 내내 장부를 들여다보고서야 쓸 물품을 겨우 정했다.

막 찻잔을 들었을 때 하인이 소식을 전했다.

"마님, 나리께서 폐하를 모시고 나가셨다가 습격을 당하셨습니다."

너무 급하게 벌떡 일어선 탓에 갓 우린 차가 담긴 주전자가 그만 넘어졌다.

뜨거운 찻물이 온몸에 쏟아졌다.

특히 두 다리가 불에 덴 듯 쓰라렸다.

채령이 의원을 부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밀쳐 내고, 아픔을 무릅쓰고 대문으로 달렸다.

마침 바람이 한 차례 불어왔다.

오후 내내 내릴 듯 말 듯하던 비가 후드득 쏟아졌다.

채령이 우산을 들고 뒤따라오며 천천히 가시라고 일렀다.

치맛자락을 걷어 쥐고 물웅덩이를 밟아 가며 회랑과 정자를 돌아 나갔다.

멀리 대문 쪽에서 사람들이 연정헌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저려 한 걸음 다가가려는 순간, 누군가 내 옆을 스쳐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대로 연정헌 곁에 몸을 숙여 엎드렸다.

빗방울이 후두둑 땅을 두드렸다.

류지란은 연정헌의 얼굴을 감싸 쥐고 하염없이 울었다.

"변을 당하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십니까?"

"하늘이 도우셨습니다. 제 목숨을 내주어서라도 나리만은 무사하시길 바랐습니다."

"나리, 남녘에 있을 때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 곁에는 나리뿐입니다.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저 혼자 어찌 살란 말입니까?"

연정헌도 눈시울을 붉히며 힘겹게 그 손을 잡았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울지 마. 앞으로는 더 조심하마..."

내게는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다정함이었다.

한창 서로를 사랑할 때조차 저토록 살뜰하게 달래 준 적은 없었다.

흠뻑 젖은 옷에서 올라온 한기가 뼛속까지 조금씩 스며들었다.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던 사람처럼 내딛으려던 발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가을비는 가늘고 오래 내린다지만, 오늘 밤의 비는 한여름에 천둥과 함께 쏟아지는 폭우 같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리에 마음까지 술렁거렸다.

비를 맞은 탓에 밤이 되자 열이 펄펄 끓었다.

몽롱한 정신 사이로 지난 생이 떠올랐다.

남녘의 수해를 다스리러 간 연정헌과 도중에 연락이 끊겼었다.

젊은 나이에 이름을 떨쳤고 황제의 신임도 두터웠던 터라, 조정에서는 이미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소식이 끊긴 동안 도성에 홀로 남아 온 집안을 지켰다.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때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넓은 도성에서 나 혼자 어떻게 살아가지?'

그런데 훗날 발견한 편지에서 연정헌은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도 류지란을 쫓아내 생명의 은혜를 갚지 못하게 했다며 나를 원망하기만 했다.

내가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는지, 밤낮으로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는 한마디도 적혀 있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류지란을 집에 데려온 순간, 우리 인연은 이미 끝나 있었다.

십여 년을 함께 버틴 것도, 결국 나 혼자 미련을 놓지 못해서였다.

그렇다면 이번 생에는 그를 놓아주리라.

나 자신도 놓아주리라.

마침 변방의 집에서 편지가 왔다.

막내 동생 심승규가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을 약속했다는 소식이었다.

머지않아 혼례를 올릴 예정이었다.

나는 앞서 집에 편지를 보내 한번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었다.

이제 그 답장이 온 것이다.

아버지의 힘 있는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단희야, 닷새 뒤에 사람을 보내 데려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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