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황실 제사를 앞두고, 도성에는 두 가지 소문이 자자했다. 하나는 공주 배서령이 화친한 지 오 년 만에 갈라져 돌아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방의 잃었던 땅을 수복하고 큰 공을 세운 진북 장군 강묵호가 황제의 특별 허락을 받아 황실 제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약혼한 사이였으나, 그해 화친 교지로 인해 억지로 갈라서야 했다. 하나는 북쪽 이민족의 땅으로 먼 길을 떠났고, 하나는 변방을 지키며 살았으니, 도성 백성들은 모두 애석해했다. 백성들은 틈만 나면 이 두 사람이 오 년 만에 다시 만나니 예전의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 수군거렸다. 술집과 길목에서는 이들의 지난 이야기가 오가며 운명에 갈라진 인연을 애석해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인이 밖의 소문을 전해 주었을 때, 나는 막 강묵호를 모시고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다. 몸에는 아직도 붉은 자국이 선명했으나, 나는 숨이 멎을 듯 가슴 한복판이 저리게 아팠다.
View More강남의 이웃 주민들은 모두 눈치를 채고 나에게 그가 옛 인연이냐고 물었다.나는 그저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저어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날이 갈수록 나도 그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그가 그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졌다.나는 여전히 그를 상대하지 않았고 여느 때처럼 살아갔다. 마치 그가 그저 평범한 손님인 것처럼.강묵호가 황제가 내린 혼사를 거절했고 배서령과 혼인하는 것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황제는 크게 노하여 그의 병권 일부를 거두어들였다.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그저 강남에 머물며 매일 내 떡가게 밖을 지켰다.배서령 또한 강묵호의 거절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녀는 공주부로 돌아가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으며 다시는 그에게 시집가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도성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진북 장군 강묵호가 화리한 부인 때문에 앞길을 내팽개쳤다고.그러나 그 모든 것은 나와는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었다.또 한 달이 지났다.그날, 강남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게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날이 어두워지자 인적도 뚝 끊겼다.나는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닫으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강묵호가 여전히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 놓인 계화 떡은 여전히 손대지 않은 채였다.이번에는 예전처럼 그를 외면하지 않고 천천히 그의 앞으로 걸어가 발걸음을 멈추었다.강묵호가 움직임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반가움과 불안이 스쳤다.그는 입을 열려 했지만 차마 아무 말도 못 하는 듯했다.나는 그를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장군님, 이제 더 이상 오지 마세요."그의 몸이 굳어졌다.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하은결, 나는...""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후회한다고, 이제는 나를 확실히 선택하겠다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러나 너무 늦었습니다."그는 입을 열려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그
나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그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보았다.내관이 몇 번이나 재촉해서야 그는 겨우 손을 들어 교지를 받아들였다. 손끝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나는 한쪽에 서서 그가 교지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은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 교지가 내려졌으니, 강묵호는 더 이상 나를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은결, 어디로 갈 셈이오? 이 넓은 도성에서 혼자 어떻게 살겠소?""가고 싶은 곳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담담히 말했다. "장군님, 이제부터 우리는 각자 갈 길을 가며 서로 편안히 살아가도록 합시다."그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몸을 비켜 피하며 이미 준비된 마차에 올랐다.마부가 채찍을 휘둘렀고 마차는 서서히 저택을 떠나 나를 삼 년 동안 가두었던 이 도성 밖으로 나아갔다.도성을 떠난 후, 나는 강남으로 향했다.강남은 온화하니 그림 같았다.도성의 번화함도 권모술수도 엉킨 실타래 같은 인연도 없었다.내가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나는 황제가 하사한 황금으로 강남의 한 골목에 작은 떡가게를 열었다.가게는 크지 않았고 꾸밈도 간소했지만 깨끗하고 정갈했다.나는 어릴 때부터 떡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강씨 가문에 있을 때도 강묵호와 어머님께 손수 떡을 해 드리곤 했다.이제야 그 좋아하는 일을 내 생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내가 만든 떡은 맛이 깔끔하고 달콤했으며 재료도 넉넉히 써서 골목에서 금세 소문이 났다.드나드는 손님들은 모두 이웃 주민들이었다. 온화하고 다정했다.아무도 내 과거를 알지 못했고, 내가 진북 장군의 부인이었는지도 몰랐다.모두 골목에 떡 만드는 하 아가씨가 마음씨도 곱고 떡도 잘 만든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날이 갈수록 내 떡 가게는 점점 장사가 잘 되었다.두 명의 일꾼을 두어 이제는 모든 일을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었다.한가할 때면 나는 가게 문 앞에 앉아 강남의 보슬비를 바라보고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곤 했다. 마음은 평온하고 만족스러웠다.내게는 작은 가게가 있
나는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손에 쥔 향을 향로에 꽂았다. 푸른 연기가 내 눈썹 위로 감돌았다.나는 돌아서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님께는 뭐든 숨길 수가 없나 봅니다. 마음이 편치 않아 보살님의 고요를 어지럽혔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나는 결국 마음속에 품은 질문을 꺼내고 말았다."어머님,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그와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않을까요?"어머님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선뜻 대답하지 않으셨다.그리고는 밖으로 따라 나오라는 듯 손짓하셨다.문을 열고 나가자, 어느새인가 하늘에서는 가느다란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푸른 돌바닥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녹아 젖은 자국만 남겼다.어머님은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셨다. 그 목소리에는 반평생을 살아온 듯한 깨달음이 묻어 있었다."이 눈이 그치면, 그것이 곧 영원이란다."내가 이해하지 못하자 어머님은 이내 천천히 말씀을 이으셨다."이승과 저승이 갈리면 더 이상 변할 것도 다툴 것도 없고, 이별마저 정해진 것이 된다. 그것이 바로 영원이란다."어머님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셨다. 눈빛에는 가엾게 여기는 듯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니까 은결아, 이 세상 어떤 일이든 끝나고 나면, 그것이 곧 영원이란다."눈은 점점 더 촘촘히 내려 내 머리와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차가운 감촉이 옷 속으로 스며들었다.나는 문득, 며칠째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던 아픔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강묵호와 보낸 삼 년이, 나에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영원이었다.나는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어머님께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드렸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눈빛 속의 막막함은 반쯤 사라져 있었다.정운사의 종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눈발과 섞여 맑고 평온하게 울려 퍼졌다.돌아가는 길에 나는 배서령에게 가로막혔다.그녀는 여전히 온화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새하얀 비단옷을 입고 마차 곁에 선 그녀의 눈매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여유가 묻어 있었다."하은결,
강묵호의 동작이 갑자기 굳어졌다. 눈가에 번지던 욕정이 사라지고 미처 감추지 못한 당혹감이 스쳤다.그가 내 손바닥 위의 화리서(和離書) 를 내려다보며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부인, 지금 뭐라고 했소?""화리하자고 했습니다."나는 화리서를 그의 앞으로 한 번 더 내밀었다. 내민 손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이 삼 년, 나는 장군 부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대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이제 서령 공주가 돌아왔으니 그대들의 인연을 이어야 합니다. 내가 물러나는 것이 맞습니다."그가 손을 휘둘러 화리서를 쳐내고 몸을 돌려 내 손목을 잡았다. 힘이 너무 세서 뼈가 부러질 듯했다."누가 그런 말을 했소? 나와 공주는... 그저 옛 인연일 뿐이오. 그대가 괜한 생각을 하는 것이오.""괜한 생각이 아닙니다."내가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장군님, 백성들은 나를 그대가 어쩔 수 없이 고른 상대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그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까?"그는 말을 몇 번 삼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는 그대를 어쩔 수 없이 고른 상대라고 생각한 적이 없소. 다만... "다만 무엇일까?배서령이 그의 마음에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그가 나에게 마음을 온전히 줄 수 없어서?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땅에 떨어진 화리서를 주워 다시 펼쳤다."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화리서에 도장을 찍으십시오."그날 밤, 강묵호는 끝내 화리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그는 서재에 앉아, 밤을 새웠다.나는 텅 빈 침상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나는 일어나 짐을 쌌다.강묵호가 서재에서 나와 내 앞을 막았다. 눈에는 붉은 핏발이 가득했고,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도장을 찍지 않겠네. 그대는 내가 정식으로 맞이한 부인이오. 평생 그렇소."나는 그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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