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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화 핏의 균열

작가: 릴리
last update 게시일: 2026-08-11 17:01:51

도진은 메인 집무실 탁자 위에 놓인 첫 번째 샘플들을 내려다보며 깊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머릿속 3D 도면과 붉은 펜으로 그어낸 스펙상으로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실물로 구현되어 돌아온 착장들은 어딘가 묘하게 둔탁했고, 도진이 추구하는 절제된 선이 살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겉돌고 있었다.

"……대표님, 아무래도 실물 샘플링 과정에서 디테일 조정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찰스 디렉터와 함께 협력업체를 직접 방문해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수정해 오겠습니다."

정지상 실장이 난처한 기색을 내비치며 수습에 나섰다. 도진은 차갑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권을 맡겼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샘플업체를 찾아간 찰스 킴은 정지상 실장과 업체 관계자들 앞에서 도진이 눈치채기 힘든 미세한 디테일들을 슬그머니 자신의 취향대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도진이 지정해 둔 절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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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15화 원하지 않는 아이

    "기쁘지... 않아?" ​수진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도진은 굳어있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껍데기뿐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기괴하게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일 병원 갔다가 아기용품부터 보러 가자. 전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도 사줄게." ​그의 다정한 음성에 수진은 안심한 듯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도진은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입안의 쓴 침을 삼켰다. 수진과 밀회를 즐기면서도 잠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피임을 챙겼던 자신이었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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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기다렸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지수와 도진에게 허락된 기쁨은 야속할 정도록 짧았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확신을 유보한 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만을 나겼다. 그 일주닝은 도진과 지수에게 평생보다 긴 지옥이었다. 손끝하나 대면 깨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으나, 운명은 그들에게 자비롭지 않았다.일주일 후 다시 마주한 초음파 화면에는 생명의 고동 대신 기괴한 그림자만이 가득했다. " 포상기태 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 임신유지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태아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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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비를 만나고 잠시 RV에서 현재까지 도진의 회사에 투자된 내역을 훝어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지수는 아랫쪽의 축축한 감각에 번쩍 눈을 떳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임신이라는 희망이 이내 절망으로 뒤바뀌는 이 지독한 상실감은, 몇번을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평소와 다르게 일찍 돌아온 도진은 지수를 찾으며 방문을 열었을때 무기력하게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지수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 시술은 유난히 지수를 갉아먹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된 지수를 보며, 힘들었을 순간 곁을 지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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