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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인한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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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릴리

1화 안녕 나의 8년의 시간 1

Author: 릴리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4-11 16:43:31

평번한 여대생이었던 '이지수'의 세상은 '강도진'은 만나고 완전히 변했다.

언제나 부모님과 오빠의 과잉보호 속에 기사님이 태워 주시는 차와 가정부의 가사 관리 속에만있던 지수에서 생애 처음으로 모든일은 스스로 하는 생활은 힘들고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큰차가 아닌 작은차에 적응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도 만날겸 지수가 타고다니는 경차 동호회에 가입하였다. 그곳에서 지수는 스물둘의 강도진을 만났다.  

도진은 185의 훤칠한 키에 다부진 어깨, 오똑한 콧날에 강아지처럼 처진 무쌍꺼플 눈매의 다정하고 빛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동호회의 부위가 메이커 이자 자타공인 자동차 전문가 였다.

지수는 도진의 부드러운 눈이 좋았고 가늘고 길지만 자동차를 만져서 생긴 굳은살이 조금 있는 손이 좋았다, 도진의 작은 배려심이 좋았다. 그렇게 두사람은 연인이 되었고 만난지 3년이 되었을때 평생을 함께할 부부가 되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그를 안 지 어느덧 8년째.

다섯 번의 난임 치료, 계속되는 실패는 지수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지수의 배에는 주삿자국이 그 실패를 잊지 말라는 낙인처럼 가득했다. 호르몬의 부작용은 늘 화려한 장미같았던 지수의 모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퉁퉁 부어 오른 몸과 우울한 표정은비바람에 꺾여 시든 장미와 같았다.

반면 남편 도진은 가업이던 A국의  기성복을 만들던 세강기업을 이어받아 VVIP만을 대상으로 하는 철저한 고급화 전략으로 럭셔리 종합 패션 기업 CB그룹으로 성장시킨 장본이이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지수만을 배려하던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던 도진은 차갑고 예민한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쉐엑, 쉐엑, 하아.. 윽.."

다섯 번째 시술은 지수를 벼랑 끝으로 몰아 넣었다. 과배란 요도로 무로 서른세개의 난자를 채취한 대가는 혹독했다.

부작용으로 복수가 차 오른 배는 만삭 임산부처럼 산만해졌다. 매일 아침 병원에서 복수를 빼고 있었지만 지옥은 낮동안 다시 차오른 복수로 누울수도 앉을수도 없는 밤에 찾아 왔다. 누우면 차오른 복수가 횡격막을 눌러 숨통을 조여왔고, 앉으면 골반뼈를 짖누를는 압박감에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장이 밀려왔다. 지난 7일간 지수는 단 한 순간도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안생은 창백하게 질려갔고 수면부족과 영양 실조로 말 한마디 내뱉을 기운조차 없었다, 쪽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느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당장 응급실에 가서 복수를 빼야 했다. 지수는 떨리는 손으로 옆자리를 더듬었다. 

"도진씨.. 여보.."

갈라진 목소리가 허공을 맴돌았다. 침대의 옆자리는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했다. 늦는다는 연락조차 없었다.

6개월 전부터 조금씩 늦어지던 도진의 귀가는 이젠 당연한 외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수는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번, 두번.. 수신음이 이어질수록 지숙의 심장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받지 않는 전화를 붙들고 지수는 이제 실망이 아닌, 익숙한  체념을 받아들였다. 도진이 받지 않을 거라는 지수의 낮은 기대를 그는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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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216화 시작되지 않은 평가

    도진은 패션계에서 가장 강력한 펜대를 쥔 저널 편집장들과 원로 평론가들을 최고급 호텔 프라이빗 룸으로 초청했다. 은은한 와인 향과 기품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고급스러운 실크 식보가 깔린 테이블 상석에 앉아 있던 원로 평론가가 허허 웃으며 도진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강 대표님, 이번 CB의 신규 컬렉션도 기대가 큽니다. 늘 하이엔드 명품이 가져야 할 엄격한 통일성과 타협 없는 권위를 완벽하게 보여주지 않습니까."도진은 특유의 절제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다만…… 이번 시즌은 준비하는 과정이 아주 만만치 않네요.""예? CB처럼 단단한 기틀을 가진 곳에서 만만치 않다니요?"편집장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묻자, 도진은 잔을 느긋하게 기울이며 슬쩍 아쉬움이 섞인 한숨을 섞어 화두를 던졌다."저희가 중심을 잡으려 해도, 요즘 시장이 워낙 어지럽지 않습니까. 소신이나 주관도 없이 온갖 스타일을 이것저것 섞어놓고는, 그걸 '다양성'이라는 포장지로 그럴듯하게 덮으려는 곳들이 눈에 띄더군요. 하이엔드의 근본을 끌고 가기엔 아마추어의 한계가 명확한 법인데, 시장 전체의 물을 흐리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도진이 툭 던진 한마디에, 평론가는 기다렸다는 듯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 강 대표님. 혹시 얼마 전 지수 디자이너가 런칭한다는 '제이아우라'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옆에 있던 저널 편집장 역시 나직하게 거들었다."맞습니다. 들리는 도안 소문만 봐도 정형화된 아우터에 유연한 드레이핑까지 줏대 없이 섞여 있더군요. Z라는 이름값만 믿고 디렉팅을 너무 안일하게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디자이너 하나 잘한다고 브랜드 전체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게 아니지요. 제이아우

  • 가장 잔인한 축복    215화 큐브라는 굴레

    정지상은 조심스럽게 도진에게 몇몇 디자인 도안을 내밀었다."저희와 같은 시즌에 나올 제이아우라의 디자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도안입니다."보고서에 첨부된 제이아우라의 피스들은 정형화된 아우터부터 유연한 비정형 드레이핑 드레스까지, 그야말로 경계 없는 다채로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도진은 서류를 훑어보다가 비틀린 실소를 터뜨렸다."다양성? 하이엔드의 'ㅎ'자도 모르는 아마추어들이나 할 법한 변명이군."도진은 보고서를 테이블 위로 툭 내던지며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클래식과 유기적인 드레이핑이 한 컬렉션에 섞여 있다고? 줏대 없이 이것저것 섞어놓은 잡탕에 불과해. 하이엔드 럭셔리의 본질은 일관되고 엄격한 통일성과 권위에서 나오는 거다. 그리고 진짜 돈 있는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지. 이진수가 디자인이나 하지 대표랍시고 앉아있더니, 브랜드의 근본적인 정체성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양이군."도진은 제이아우라가 걸어가는 새로운 궤적을 철저히 무시했다. 자신과 찰스 킴이 구축한 CB의 단단하고 완벽한 직각의 세계. 그것이야말로 상류층과 패션계가 고개를 숙여야 할 유일한 하이엔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찰스 디자이너에게 전해. 이번 룩북 촬영 착장과 신규 주얼리 라인에는 CB의 아이덴티티인 '큐브(Cube)' 심볼을 잘 살려보라고 해. 하지만 우리의 색을 절대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이야. 하이엔드가 무엇인지, 진짜 다양성의 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같은 시각, CB의 전품목 샘플 공방과 디자인실은 거친 고성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세계적인 디자이너 찰스 킴 역시 구두의 하중이나 보석 세팅의 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하이엔드 아티스트 특유의 거만한 고집을 꺾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디자이너님, 아무리 룩북 촬영용이라지만 이 큐브 굽은 하중을 견디지 못합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214화 빛을 풀어내는 손길

    제이아우라와 계약을 맺은 외주 패턴실 내부에는 팽팽한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원단과 패턴지가 수북하게 쌓인 테이블 중앙, 늙은 패턴실장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기색을 넘어 원초적인 의구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 이곳은 수십 년간 CB의 엄격하고 정형화된 라인업만을 전문적으로 샘플링해 온 전통의 베테랑 공방이었다."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려서 원고(도면)를 펼쳐보고 조금 의아했습니다. 절제되고 딱 떨어지는 정형화된 재킷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틀을 완전히 깨버린 비정형 드레이핑 드레스와 셔링 아우터가 한데 섞여 있어요. 한 브랜드 컬렉션에 이렇게 극과 극의 디자인들이 산재해 있어도 되는 겁니다. CB와 일할 땐 브랜드의 통일성을 위해 라인업의 규칙을 철저히 맞췄습니다."패턴실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테이블 위 샘플 하나를 가리켰다. 익숙한 정형적 구조의 아우터는 완벽하게 뽑혀 나온 반면, 비정형 드레스 샘플은 라인이 비틀어지고 원단이 볼품없이 집혀 입체감이 싹 죽어 있었다."게다가 저희는 늘 해오던 정석대로 봉제선을 잡고 완벽하게 작업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비정형 피스들은 옷이 살기는커녕 원단이 울어버려요. 이대로 샘플을 내봤자 옷 모양이 전혀 안 잡힙니다."패턴실장의 뼈있는 지적에 지수가 나란히 서서 샘플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그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해보시죠."지수의 담담한 제안에 패턴실장의 눈썹이 씰룩였다."다른 방식이요? 저희는 수십 년간 항상 이렇게만 일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브랜드들도 다 이 봉제 방식으로 패턴을 뽑아왔고요."자신들의 숙련된 방식을 부정당했다고 느낀 패턴실장의 목소리에 살짝 날이 섰다. 하지만 대표인 지수는 당황하지 않고 특유의 단단하고 우아한 태도로 중심을 지켰다. 오랫동안 한 브랜드의 통일된 규격과 관성에만 익숙해진 장인들에게, 제이아우라의 다채롭고 과감한 스펙트럼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213화 완충지대의 부재

    CB 메인 총괄실.깊은 정적 속에서 도진은 서류 봉투에 담겨 온 2차 수정 샘플의 최종 공임 견적서와 스케줄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수정 작업(Re-work)이 반복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제작 단가, 그리고 야간 특근으로 치솟은 공임비. 하지만 도진을 진짜 옥죄어 오르는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머릿속 도면과 실물 사이에서 생겨나는 미세한 균열, 그리고 자신의 디렉팅을 현장으로 정확히 번역해 줄 파트너가 없다는 처절한 고립감이었다."대표님, 찰스 디렉터님 오셨습니다."정지상 실장의 안내로 들어온 찰스 킴은 여전히 도진의 눈치를 살짝 보면서도, 2차 샘플 사진을 슬그머니 탁자 위에 내밀었다."대표님, 2차 샘플 최종 피팅 사진입니다. 메탈 큐브 디테일을 약간 다듬었더니 라인이 훨씬 정갈해졌습니다. 이 정도면 스케줄대로 진행해도…….""이렇게 교묘하게 숨기면 내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도진의 서늘한 목소리가 찰스의 말을 단칼에 베어냈다.도진의 시선이 사진 속 수트의 비대칭 라펠과 안쪽 절개선에 날카롭게 꽂혀 있었다. 찰스는 움칫하며 시선을 피했다. 지난번 1차 검수 때 자신의 고집을 드러냈다가 전량 폐기 당했던 터라, 이번에는 도진이 한눈에 알아보지 못하도록 미세한 스펙 조절인 척 디자인을 살짝 틀어놓았던 것이다."……대표님, 그건 수정한 게 아니라 실물 구현을 위한 미세 조정이었습니다.""미세 조정이 아니라 내 승인 없이 디테일을 슬쩍 뭉개놓은 겁니다."도진이 탁자 위에 사진을 차갑게 내던졌다."큐브 단추의 무게감을 줄이겠다고 안쪽 보강재를 임의로 빼버린 탓에 어깨선 착장감이 다 무너졌습니다. 카라 각도도 내가 분명히 5도 낮추라고 지시했던 스펙에서 슬그머니 올려놨더군요. 찰스 디렉터, 당신 눈에는 이게 눈가리고 아웅으로 넘어가질 것 같았습니

  • 가장 잔인한 축복   212화 핏의 균열

    도진은 메인 집무실 탁자 위에 놓인 첫 번째 샘플들을 내려다보며 깊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머릿속 3D 도면과 붉은 펜으로 그어낸 스펙상으로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실물로 구현되어 돌아온 착장들은 어딘가 묘하게 둔탁했고, 도진이 추구하는 절제된 선이 살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겉돌고 있었다."……대표님, 아무래도 실물 샘플링 과정에서 디테일 조정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찰스 디렉터와 함께 협력업체를 직접 방문해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수정해 오겠습니다."정지상 실장이 난처한 기색을 내비치며 수습에 나섰다. 도진은 차갑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권을 맡겼다.그러나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샘플업체를 찾아간 찰스 킴은 정지상 실장과 업체 관계자들 앞에서 도진이 눈치채기 힘든 미세한 디테일들을 슬그머니 자신의 취향대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도진이 지정해 둔 절제된 카라 각도를 미세하게 틀고, 큐브 단추의 위치와 부속 구조를 자신의 파격적인 감각에 맞추어 변형시킨 것이었다.며칠 뒤, 그렇게 수정되어 들어온 완성본을 최종 검수하던 도진의 얼굴이 차갑게 일그러졌다."……이게 뭡니까?"도진의 서늘한 분노가 회의실을 감쌌다."내가 승인했던 디테일과 확연히 다릅니다. 카라 각도부터 부자재 위치까지 전부 변형되어 있잖습니까!"그러자 현장에 있던 샘플업체 관계자가 당황하며 정지상 실장과 찰스를 번갈아 보았다."저, 대표님…… 저희는 총괄 디렉터이신 찰스 킴 님이 현장에서 지시하신 대로 진행했을 뿐입니다.""생각만 했던 디자인을 실물로 바꿀 때 생기는 당연한 차이입니다, 대표님."찰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받았다."도면 위의 수치만 고집하면 옷이 딱딱해집니다. 실

  • 가장 잔인한 축복   211화 진짜의 아우라

    제이아우라 메인 회의실.탁자 위에는 실물 원단 스와치와 수십 장의 디자인 스케치, 그리고 유진이 작업한 주얼리 라인의 샘플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회의실 안에는 CB 출신의 엘리트 디자이너들부터 중소 브랜드에서 실전을 구르다 온 디자이너, 테일러, 유진, 그리고 총괄 지나까지 제이아우라의 전 구성원이 모여앉아 첫 메인 컬렉션 픽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상석에 앉은 한 사람이 붉은 펜을 들고 독단적으로 픽과 드롭을 가려내던 CB의 회의 방식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이곳에서는 스케치 한 장이 올려질 때마다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이 쏟아져 나왔다.첫 타자는 CB 출신의 디자이너가 제출한 아우터 라인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마감이 눈길을 끌었지만, 테이블 여기저기서 조심스러운 의견이 터져 나왔다."라인은 깔끔한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드네요.""맞아요. 선도 매끄럽고 원단 선택도 나쁘지 않지만, CB 특유의 정형화된 틀이 여전히 남아있어요."지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의 흐름에 동조했다."매끈하지만 제이아우라만의 색깔보다는 기존 기성 브랜드의 잔재가 더 크게 느껴져요. 우리 브랜드의 첫 얼굴로 내세우기엔 아쉬움이 남네요."결국 디자이너 본인조차 수긍하며 스케치는 드롭되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영혼이 빠진 디자인들이 팀원들의 공통된 안목 아래 자연스럽게 가려져 갔다.그때, 중소 브랜드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가 낸 스케치 한 장이 올려졌다. 실전 현장에서 구르며 깎아낸 감각적인 네크라인과 소매 디테일이 돋보였지만, 의상 단독으로는 살짝 빈틈이 보여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던 참이었다.그때 유진이 눈을 반짝이며 테이블 한쪽에 놓인 주얼리 샘플을 집어 들었다. 바로 자신이 제이아우라의 대중성을 위해 기획한 주얼리 라인, '호프(HOPE)'의 시안이었다."어? 잠시만

  • 가장 잔인한 축복   6화 D-10

    3일간 안정을 취한 지수는 외출준비를 서둘렀다.거울 앞에 선 지수의 차림새는 단조로웠다. 연한 하슬색 원피스에 검은색 C사의 핸드백이 전부였다. 초췌해진 얼굴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ㅇ낳았고 푸석해진 머릿결과 여전희 볼록하게 남아있는 복부는 지수를 실제보다 훨씬 지쳐보이게 했다.누가 이모습을 보고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라 할까. K국의 공주님으로 불리던 지수는 이제 A국의 가정부보다 못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지수는 거울 속 낯선 여자를 뒤로 한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집을 나섰다.그녀의 차는 도진이 3년전 결혼 기념으로 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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