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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Author: 윤소정
권미숙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이도운과 문수정도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을 들어 보니, 딱히 문제 삼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문수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도운을 두둔했다.

“다 백하린 그 여자가 꾸민 짓이에요. 다시 도운이에게 접근해서 유혹하려는 거죠. 도운이는 회사 일이랑 집안일만 생각하다 보니, 그만 넘어간 거고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슬쩍 손을 들어 아들의 팔을 건드렸다.

하지만 이도운은 끝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을 전부 백하린 한 사람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됐다. 내가 따지러 온 거였으면 이렇게 말 길게 할 필요도 없었겠지.”

권미숙은 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못마땅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강지현의 얌전하고 속 깊은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손주며느리가 될 거라 믿고 마음 놓고 노후를 보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고작 2년 사이에 강지현마저 꽤 달라져 있었다.

“백하린 일 때문에 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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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4화

    “점? 무슨 점?”김태하가 계속 장난스럽게 건드리는 바람에 몸이 간질간질해진 강지현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자신의 목 뒤에 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빨간 점.”김태하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입술이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 닿을 듯 가까웠다.“위치가 꽤 깊숙한데...”그의 숨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고 말도 중간에 끊겨 버렸다.“응?”말을 다 듣기도 전에 강지현이 몸을 돌렸다.그 순간 균형을 잃은 김태하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넓은 어깨가 움찔하며 강지현을 뒤쪽 찬장 쪽으로 밀어붙였다.하지만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었다.차가운 숨결이 강지현의 볼 옆에 스쳤다.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검은 눈동자 속에는 서로를 향한, 뜨겁지만 억눌린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런데...”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유혹이 섞여 있었다.“굉장히 매력적이네... 자꾸만 보고 싶어질 만큼.”말이 끝나자마자 따뜻한 입술이 그대로 내려앉았다.강지현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음...”그녀는 고개를 젖힌 채 갑작스레 찾아온 입맞춤을 받아들였다.양 볼이 금세 달아올랐다. 온몸의 피가 전류처럼 흘러가며 저릿저릿하게 퍼져 나갔다.가느다란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넓고 단단한 등에 파고들었다.김태하의 키스는 부드러웠지만 깊었다.강지현은 조금씩 뒤로 밀려났고 어느새 그의 가슴과 찬장 사이에 갇혀버렸다.자세가 불편해지자 김태하는 눈을 감은 채 자연스럽게 그녀를 들어 올렸다. 허리를 감싸안아 그녀의 다리가 그의 좁은 허리에 걸리게 했다.강지현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몸은 이미 힘이 풀려 있었다. 김태하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휴대폰은 강지현의 등 뒤에 있었다.지금 그녀는 남자에게 꽉 붙잡혀 있어 손을 뻗기 어려웠다. 김태하 역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하지만 벨소리는 계속 울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끈질기게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강지현의 시선이 무심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3화

    회사 일은 해결됐지만 이제는 집안 문제를 마주해야 했다.예전의 이도운은 늘 이렇게 생각했다. 언젠가는 백하린과 함께 버티다 보면, 집에서도 결국 반대를 포기할 것이고 자신 역시 사업에서 성공하게 될 거라고.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자, 예상했던 것처럼 들뜨거나 기쁘지는 않았다.강지현은 이제 회사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하지만 여전히 그의 아내였고 무엇보다 아직도 그를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진실을 알리고 그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그녀의 곁을 떠난다면...아마 그녀는 자신을 몹시 원망하게 되겠지.예전의 이도운은 이런 생각을 해도 죄책감이 조금 들 뿐,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강지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의 마음속 모든 사랑은 백하린을 향하고 있었으니까.백하린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강지현을 저버리는 건 그저 필요한 희생일 뿐이었다.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그의 일상에는 어느새 강지현의 흔적이 가득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를 쉽게 놓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이도운은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마침 백하린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지, 새로 산 속옷을 하나씩 갈아입어 보고 있었다.여러 벌이었는데, 하나같이 꽤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디자인이었다.결국 남자는 남자였다. 문가에 서서 잠시 바라보던 이도운은 결국 다가가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입술은 천천히 목선을 따라 내려가더니, 곧 그녀의 가슴께에 파묻혔다.백하린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처음에는 일부러 못마땅한 척하며 그를 몇 번 밀어냈지만 곧 그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그때였다.이도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가,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너, 그 점은 어디 갔어?”그는 곧장 백하린의 긴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올렸다. 그리고 귀 뒤에서 목덜미까지, 예전에 그 점이 있던 자리를 꼼꼼히 더듬어 보았다.하지만 예전에 분명 있던, 작고 선명한 붉은 점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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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아는 퇴원하자마자 바로 게시물 하나를 올려, 자신을 걱정해 준 팬들과 네티즌들에게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했다.그 한마디가 파문을 일으켰다.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연예계로 돌아오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잠잠해지던 여론도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번에 서지아는 아예 라이브 방송을 켜, 자신의 계획을 직접 밝혔다.“일은 다시 시작할 거예요. 하지만 연예계로 돌아가진 않을 생각이에요.”대신 그녀는 자신의 전공이었던 언론 분야로 돌아가 공익 인터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서씨 가문은 원래부터 여러 재단과 협력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다양한 공익 프로젝트 제안이 쏟아져 들어왔다.그 덕분에 서지아의 팔로워 수 역시 하룻밤 사이 수십만 명이나 늘어났다.서지아의 라이브 방송을 본 주단우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역시 일에 몰두하는 여자가 훨씬 매력적인 법이지. 서지아가 완전히 눈치 없는 편은 아니군.’이번 고육지책은 고생이 따르긴 했지만, 김태하와 대중의 동정을 얻어냈다.주단우는 곧바로 엄경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강지현을 습격했던 남자는 이미 사라졌고 김태하도 사건 조사에 손을 대기 시작한 상태였다.하지만 김태하가 아무리 파고들어도 그들에게까지 닿을 일은 없었다.그 남자는 원래부터 주승호를 증오하고 있었고, 동시에 엄경미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사람이기도 했다.주단우가 한 일이라곤 그저 엄경미의 사정을 살짝 흘려준 것뿐이었다. 그러자 그는 스스로 나서서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사람이란 참 묘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일수록 더 미쳐 버리는 법이니까.앞으로 서씨 가문의 협력 사업은 자연스럽게 주단우와 엄경미 쪽으로 흘러 들어올 것이다.게다가 강지현은 이번 일로 서씨 가문과도 사이가 틀어졌다.주상 그룹의 제약 사업은 사실상 해원시 경제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 그래서 서씨 가문과 틀어졌다고 해도 겉으로는 큰 타격이 없어 보일 수 있었다.하지만 서씨 가문 뒤에 서 있는 건 수많은 재단과 기금들이었다. 그 영향력은 국가의 핵심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30화

    “너만 옳다고 생각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강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힘이 있었다.그녀는 김태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봄바람처럼 따뜻한 눈빛에는 그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그 말을 듣자 김태하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어두운 기색이 서서히 걷혔다.김태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녀를 끌어안았다.“너만 옆에 있으면 그런 것들은 다 상관없어.”목소리도 다시 평소처럼 밝아졌다.“응.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네 옆에 있어 줄게. 네가 말한 것처럼 너도 내 앞에서는 굳이 강한 척 안 해도 돼.”강지현은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마음속의 온기를 그대로 담아, 조금이라도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김태하는 다시 마음을 정리한 뒤 강지현에게 당분간 서지아를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다.지금은 상황이 너무 민감했다. 서씨 가문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강지현이 괜히 여론에 휘말릴까 걱정됐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이럴 때 내가 직접 가는 건 오히려 상황을 더 자극할 수도 있어. 비서 통해서 위문만 전할게.”김태하는 그녀라면 모든 일을 잘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녀를 보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점심 무렵, 주단우가 고급 과일 바구니를 들고 서지아의 병실 문을 두드렸다.서지아는 옆으로 누운 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새벽에 서지아는 가족들이 잠든 틈을 타 과일칼로 자신의 상처를 다시 그었다.피가 침대 위로 흥건하게 번졌고, 마침 순찰하던 간호사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그 일로 장미란도 크게 놀랐다. 몸 상태까지 무너질 지경이었다.결국 간병인과 경호원들을 병실 안팎에 24시간 붙여 두고서야 겨우 집에 돌아가 쉴 수 있었다.“왜 그렇게까지 했어요? 시작하자마자 버티기 힘들어진 거예요?”주단우가 병실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이미 선물들이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29화

    김태하는 낮게 웃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가를 쓸어내리며 살짝 문질렀다.“내가 부인을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 직접 시험해 봐도 좋아. 네 주변을 싹 정리해서, 네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분명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는데, 강지현은 남자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묘한 서늘함을 느꼈다.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그 안 어딘가에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통제 욕구가 어둡게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김태하의 휴대폰이 계속해서 진동했다.강지현이 그 소리에 잠에서 깨 남자를 살짝 밀었다.김태하는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잠시 뒤에야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에서 휴대폰을 집었다.그는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전원을 꺼 버렸다.“급한 일 아니야? 받아 보는 게 좋지 않을까?”강지현이 흐릿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김태하는 다시 그녀를 끌어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두 글자만 내뱉었다.“자자.”“...”다음 날 아침, 강지현이 눈을 떴을 때 김태하는 이미 침대에 없었다.그녀의 휴대폰도 계속 울리고 있었다.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었 부재중 전화도 한 통 찍혀 있었다.현다영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언니, 단톡 좀 봐요.]회사 단체 채팅방에서는 서씨 가문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됐다는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협력이 아예 깨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강지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휴대폰을 내려다봤다.그때 뉴스 알림 하나가 화면에 떴다.[서씨 가문 딸, 어젯밤 자살 시도. 현재 생명에는 지장 없어.]손가락이 문득 멈췄다.기사에는 서지아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함께 실려 있었다.몇년 전, 그녀는 외모와 몸매가 뛰어나 광고에도 출연했었고 한때 연예계 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한 채 결국 조용히 업계를 떠났다고 한다.이번 자살 시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서씨 가문 딸이라는 사실까지 함께 공개되었고 인터넷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댓글 창에는 온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3화

    ‘이렇게 아픈데도 새벽까지 일했다니.’“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강지현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가늘게 내쉬었다.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따뜻하고 편안한 김태하의 품에서 아까만큼 아프게 느껴지지는 않았다.“저한테 미안하단 말 할 필요 없어요.”“그래도... 지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태하 씨뿐이라서요...”강지현은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주 작았지만, 김태하는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들었다.순간 마음이 묘하게 쓰였다. 방금 자신의 말이 괜히 날카로웠던 게 후회됐다.“저한테 연락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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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하린이 이도운에게 선물 받은 명품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프로젝트 자료를, 다른 한 손에는 커피를 든 채 안내 직원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그녀 역시 투자 유치를 위해 온 것이었다.강지현을 본 백하린이 걸음이 멈추더니 눈빛이 순식간에 복잡해졌다.지난 며칠 동안 강지현이 이경 그룹을 내팽개치고 사라진 통에 이도운은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회사도 난리가 났다. 심지어 이씨 가문 사람들까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뭘 하고 있나 했더니 여기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 이경 그룹의 지원 없이 정말 맨손으로 성공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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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중얼거리면서 대답했다.김태하는 조금 전 그녀가 그의 가슴에 꼭 달라붙어 있던 것을 떠올리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는 거 아니었어요?”“아까는 정말 너무 피곤해서 눈도 못 떴어요... 하지만 태하 씨가 온 건 알고 있었어요.”강지현이 고개를 들었지만 눈은 여전히 제대로 뜨지 못했고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태하 씨가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하 씨만 있다면 아무도 절 함부로 괴롭히지 못 할 거잖아요... 그냥 좀 쉬고 싶었어요...”알코올 때문에 강지현은 더 이상 논리적인 사고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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