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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Auteur: 윤소정
하지만 강지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부러 태연한 척하는 게 아니라 찐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주최 측은 그녀가 꿈쩍도 하지 않자 거의 애원하는 식으로 말했다.

“강지현 씨, 저희가 업무상 실수한 건 정말 죄송합니다. 즉시 다른 상석으로 마련해드릴게요. 곤란해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는 예약되어 있던 자리이고 이제 곧 도착하실 예정이라 부디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요. 저 같은 일개 매니저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강지현이 물러서지 않을수록 상황은 더욱 난감해졌다. 그녀가 일어서든 아니든 어쨌거나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게 뻔했다.

옆에서 하지유가 대놓고 야유를 날렸다.

“어떤 사람은 마지막까지 허세를 부리다가 결국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죠. 정말 이보다 더 창피한 일은 없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금세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만장일치로 강지현이 빨리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적어도 주최 측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는 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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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52화

    강지현은 처음에는 주병찬을 차분히 설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병찬이 시작부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녀도 정색하고 말했다.“큰아버지가 시언 오빠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오빠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셔도, 그 인생까지 대신 결정할 권리는 없어요.”주병찬이 코웃음을 쳤다.“강지현, 지금 나한테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거냐?”“그런 뜻이 아니에요. 하지만 두 분이 약속했다면 시언 오빠가 주씨 가문의 혜택을 받지 않고 떳떳하게 떠날 수 있게 해 주셔야죠. 주씨 가문 때문에 가는 곳마다 막히게 만드는 것도 공평하지 않아요.”“공평?”주병찬이 기가 막힌 듯 웃었다.“그 녀석은 어릴 때부터 보통 사람은 누리지 못할 걸 전부 누렸다.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공평을 따져?”주병찬에게 공평이라는 말은 우스울 뿐이었다.더 이야기해 봐야 통하지 않을 것 같아 강지현도 말을 아끼기로 했다.“큰아버지를 잘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여기까지만 할게요. 시언 오빠를 임명한 건 제 결정이지 오빠 뜻이 아니에요.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도 제가 지겠습니다. 큰아버지가 신경 쓰실 일은 아니에요.”주병찬이 끝까지 문제 삼는다면 강지현은 사내 절차상 거센 압박을 감당해야 했다.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주병찬은 물론이고 주씨 가문 전체와 척을 지더라도 두렵지 않았다.그때 주시언이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주병찬과 강지현이 자신 때문에 충돌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것이다.주시언이 도착했을 때 하원영도 문 앞에 서 있었다.주병찬에게 들어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주시언이 나타나자 혹시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걱정돼 무심코 그의 팔을 붙잡았다.현다영이 주시언을 주상 그룹으로 부르자고 제안했을 때부터 하원영은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그래도 주시언이 밖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그래서 주시언이 주상 그룹으로 가도 되겠느냐고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51화

    “그럼 오히려 잘된 거 아니에요?”백하린은 생각할 틈도 없이 속마음을 내뱉었다.서운혁이 바라보자 백하린은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제 말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번 입찰에는 우리한테 유리하다는 뜻이에요.”서운혁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에도 강지현 씨를 떠봤는데 반응이 너무 담담했어요. 대답할 수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하지만 일부러 의뭉을 떠는 걸 수도 있어요. 김 대표가 다른 일을 꾸미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가, 막판에 조건을 더 얹으려는 걸지도 모르고요.”서운혁은 여러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 봤다.김씨 가문에는 김태하 말고도 회사를 이끌 사람이 많았다. 회장인 김무언이 직접 입찰에 나서도 됐다.굳이 강지현 혼자 모든 짐을 떠안을 이유가 없었다.“그건 알아보기 어렵지 않아요. 저한테 맡겨요.”무언가 떠올랐는지 백하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다음 날 정오, 회의를 막 끝낸 강지현에게 현다영의 전화가 걸려 왔다.점심도 거른 채 곧장 주상 그룹으로 향했다.주병찬은 이미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주 관련 서류 몇 부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단단히 작정하고 찾아온 모양이었다.문 앞에 서 있던 현다영이 눈짓으로 강지현에게 상황을 알렸다.주병찬이 요란하게 나타난 탓에 회사 안은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술렁였다. 대표실 주변에 모일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강지현이 지나갈 때마다 몰래 시선을 보냈다.조금이라도 소란이 생기면 곧 주상 그룹에서 또 자극적인 소문이 흘러나올 터였다.강지현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현다영에게 눈짓해 대표실 근처 사람들을 물리게 한 뒤 혼자 사무실로 들어갔다.주병찬은 분명 따지러 온 것이었다.지금 주병찬과 주시언은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였다. 주시언은 주씨 가문과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했다.그런데 오늘 강지현은 주상 그룹에서 주단우가 맡던 자리에 주시언을 앉혔다.강지현이 들어서자 주병찬은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꺼냈다.“지현아, 네 사적인 일에는 내가 간섭하지 않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50화

    백하린이 몇 번이나 조르자 서운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이미 왔는데 내가 하린 씨를 쫓아내겠어요?”“정말이에요?”“일단 밥부터 먹어요.”서운혁이 젓가락을 건네자 백하린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식사를 하며 서운혁은 강지현에 관해 몇 가지를 물었다.백하린은 강지현을 잘 알았고 능력과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숨김없이 답했다.하지만 성격과 일 처리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몇 번이나 망설이며 말을 아꼈다.서운혁은 무언가를 알아챈 듯 물었다.“이도운이 두 사람을 속인 것도 강지현 씨의 능력을 이용하려고 한 거겠죠. 그런 사람이 계속 남편 뒷바라지만 하며 살고 싶어 하지는 않았을 텐데요.”“네.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었고 성격도 강한 편이에요. 윤후한테도 걸핏하면 손찌검하고 소리쳤고, 저나 도운 씨 가족에게는 더 심했어요...”몇 마디 하던 백하린은 금세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 채 목이 메는 척했다.“물론 사랑에 눈이 멀었던 제 잘못이죠. 강지현이 저한테 복수하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그 여자는 저보다 훨씬 치밀해서 계속 뒤에서 저희를 노렸어요. 그러니 이번 입찰에서도 강지현이 무슨 수를 쓸지 꼭 조심해야 해요.”결국 백하린은 또다시 서운혁을 걱정하는 말로 이야기를 돌렸다.하지만 서운혁이 보기에 강지현은 비열한 사람이 아니었다. 몰래 수를 쓸 작정이었다면 조금 전 자신에게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백하린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서운혁은 화제를 돌렸다.“강지현 씨는 김 대표를 아주 깊이 사랑하는 것 같더군요.”백하린이 낮게 말했다.“사랑이 깊은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마음이 너무 빨리 변했다는 건 알아요. 이도운과 관계를 이어 가던 중에 이미 김태하와 결혼했으니까요.”서운혁은 잠시 멈칫했다.그는 강지현과 이도운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시기만 따져 보면 강지현이 김태하를 알고 지낸 기간은 이도운과 함께한 시간보다 훨씬 짧았다.그렇다면 백하린의 말처럼 강지현도 겉보기만큼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49화

    “강지현이요? 그 여자를 왜 만났어요?”백하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가 하나씩 사라졌다.그리고 서운혁이 왜 화가 났는지도 바로 알아차렸다. 조금만 일찍 도착해 강지현과 마주쳤다면 분명 충돌이 벌어졌을 것이다.서운혁이 자신을 감싸 주더라도, 강지현이 또 어떤 수를 써서 괴롭힐지는 알 수 없었다.“입찰 때문에 만난 거죠.”서운혁이 답답한 듯 말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해성 그룹이 미래 그룹의 몫을 빼앗으려면 주상 그룹과도 완전히 척을 져야겠더군요.”서운혁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강지현 때문에 골치가 아픈 듯했다.반면 백하린은 안도했다. 해성 그룹과 주상 그룹이 갈라서는 건 그녀에게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두 회사가 협력하기라도 하면 강지현이 사적인 원한을 앞세워 서운혁에게 자신을 처리하라고 압박할지도 몰랐다.“다 제 잘못이에요... 저만 아니었으면 강지현이 운혁 씨한테 이렇게까지 날을 세우고 체면도 세워 주지 않았을 텐데...”백하린은 고개를 숙여 웃음이 새어 나오지 않게 참으며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운혁은 지금 그녀를 달랠 기분이 아니었다.“해원시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아니에요. 운혁 씨가 이렇게 곤란한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왔어야 했어요. 아까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강지현 앞에 무릎 꿇고 사과했을 거예요. 저한테 쌓인 원망을 전부 쏟아내게 했을 거라고요. 그 여자가 미워하는 건 저니까, 화만 풀리면 운혁 씨까지 괴롭히지는 않을 거예요!”말을 잇는 사이 백하린은 눈시울을 붉혔다.서운혁은 뜻밖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백하린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져 뺨을 타고 흘렀다. 가엾어 보여 차마 모른 척하기 힘든 모습이었다.“옛날 일은 이미 지나갔어요. 강지현 씨가 아직도 놓지 못한다면 하린 씨가 무릎을 꿇어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강지현의 말을 떠올리자 서운혁은 문득 백하린이 걱정됐다. 백하린이 잘못하기는 했지만 나쁜 남자에게 속아 상처 입은 피해자이기도 했다.“강지현은 승부욕이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48화

    최동윤은 서운혁의 속뜻을 알아채고 강지현이 대답하기 전에 먼저 나섰다.“부회장님, 저희 대표님과 사모님은 부부이고 한몸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모님은 미래 그룹 부대표이기도 하니 입찰을 대리할 권한이 충분합니다. 저희 대표님의 상태는 사적인 문제인데, 이런 것까지 캐묻는 건 선을 넘으신 것 아닙니까?”줄곧 옆에서 듣고 있던 최동윤은 진작부터 화가 치밀어 있었다. 다소 성급한 대답이었지만 강지현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서운혁은 대놓고 그녀를 떠보고 있었다.무슨 답을 하든 득이 될 게 없었다. 숨기려 들면 찔리는 게 있다고 여길 테고, 대답을 피하면 소문을 인정한 셈이 될 터였다.훗날 김태하의 일을 끝내 숨기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입찰이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그에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회사 주가를 흔들 수 있는 작은 소문조차 흘러나가서는 안 됐다.서운혁은 최동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강지현도 더는 예의를 차리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나갔다.그런데 강지현이 레스토랑을 나서자마자 반대편 엘리베이터에서 서운혁의 비서와 함께 백하린이 내렸다.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백하린이 별실에 들어갔을 때 서운혁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운혁 씨.”백하린의 목소리를 들은 서운혁이 흠칫했다.“여긴 무슨 일이에요?”그는 곧 미간을 찌푸리고 비서를 바라봤다.“왜 미리 보고하지 않았어요?”방금 강지현이 남긴 말을 떠올리자 그의 마음이 무거워졌다.백하린이 강지현과 마주치기라도 했다면 강지현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지금 미래 그룹과의 입찰 경쟁만으로도 바빠 백하린까지 일일이 지켜 줄 여유가 없었다.비서가 당황해 해명하려는 순간 백하린이 먼저 말했다.“제가 갑자기 찾아온 거예요. 급히 운혁 씨를 만나야 한다고 했어요.”“먼저 나가 있어요.”백하린이 비서에게 지시했다.서운혁에게는 비서가 여럿 있었지만, 이 신입 비서는 백하린이 직접 뽑은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사적인 일을 전담하게 해 회사 안에 소문이 퍼지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47화

    “강지현 씨가 그동안 억울한 일을 많이 겪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감정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아시겠죠. 그 사람도 그때는 감정에 눈이 멀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지금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고, 줄곧 마음에 걸려 직접 사과하고 싶어 합니다.”서운혁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마치고 제 잔에 와인을 따랐다.그는 잔을 들어 보였다.“제가 다시 한번 그 사람을 대신해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벌주를 마시죠.”강지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운혁은 연달아 석 잔을 비웠다.강지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피식 웃었다.“백하린이 정말 대단한 매력이 있나 보네요. 이도운은 그 여자 때문에 저를 삼 년이나 속여 결혼했고, 그렇게 비열한 짓을 다 하고도 이제는 부회장님까지 나서서 감싸 주시니까요.”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서운혁을 배려해 줄 마음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오해하지 마십시오...”“부회장님이 누구를 좋아하시든 부회장님 자유죠. 하지만 저도 제 억울함을 풀 자유가 있습니다. 백하린이 지금 해성 그룹의 보호를 받는다고 해도, 또 제 앞에 나타난다면 봐줄 생각은 없어요.”강지현은 차갑게 웃으며 서운혁의 말을 잘랐다.“그리고 저한테 굳이 예의를 차리실 필요도 없습니다.”“지금은 미래 그룹과 해성 그룹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중에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해성 그룹이 해원시 재계에 자리를 잡는다 해도 미래 그룹은 물론 주상 그룹과도 손잡을 일은 없을 겁니다.”“...”서운혁의 얼굴이 굳었다. 오늘 그는 강지현과의 앙금을 풀려고 했지만, 상대는 조금도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강지현의 뜻은 분명했다. 해성 그룹을 철저한 적으로 돌리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그 원인은 백하린이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서운혁이 소리 내어 웃었다.“역시 솔직하시군요. 하지만 오늘 제가 뵙자고 한 데에는 다른 뜻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강지현 씨가 마음에 들었고 능력도 높이 샀기에, 서로 적이 되고 싶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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