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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Author: 윤소정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이서는 곧바로 마음이 아파졌다.

그녀는 이도운을 끌어안고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그렇게 못된 사람들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요. 이제부터 제가 도운 씨를 지켜 줄게요.”

“이서야... 고마워.”

이도운은 이서에게 몇 번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표정에는 아직 뭔가 말하지 못한 뭔가 있는 듯했다.

“도운 씨, 혹시 아직 그 여자를 못 잊은 거예요?”

여자의 직감으로 이서는 결국 그렇게 물었다.

이도운은 곧바로 부정했다.

“아니야.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그냥 내가 너무 무능했던 게 미워. 이제는 할머니 묘에 찾아가 뵙는 것도, 아버지 곁에서 효도하는 것도 사치가 돼 버렸으니까...”

“...”

이서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본 이도운은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

“그래도 하늘이 날 버리진 않았나 봐. 너를 만나게 해 줬잖아.”

이서는 그의 말에 감동해 가슴이 벅차올랐다. 눈앞의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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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28화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이서는 곧바로 마음이 아파졌다.그녀는 이도운을 끌어안고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요. 그렇게 못된 사람들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요. 이제부터 제가 도운 씨를 지켜 줄게요.”“이서야... 고마워.”이도운은 이서에게 몇 번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표정에는 아직 뭔가 말하지 못한 뭔가 있는 듯했다.“도운 씨, 혹시 아직 그 여자를 못 잊은 거예요?”여자의 직감으로 이서는 결국 그렇게 물었다.이도운은 곧바로 부정했다.“아니야.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그냥 내가 너무 무능했던 게 미워. 이제는 할머니 묘에 찾아가 뵙는 것도, 아버지 곁에서 효도하는 것도 사치가 돼 버렸으니까...”“...”이서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본 이도운은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그래도 하늘이 날 버리진 않았나 봐. 너를 만나게 해 줬잖아.”이서는 그의 말에 감동해 가슴이 벅차올랐다. 눈앞의 남자를 지켜 주고 싶다는 마음이 한껏 커졌다.“걱정하지 말아요. 귀국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요. 도운 씨의 회사도, 그 사람들이 빼앗아 간 것도 전부 제가 되찾아 줄게요.”지금 자신이 조금 충동적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서는 그래도 이도운에게 약속했다.이도운의 눈이 순간 빛났다.“이서야, 정말이야?”“당연하죠. 전 누구도 도운 씨를 괴롭히게 두고 싶지 않아요.”이서는 옅게 웃으며 이도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하지만 지금 내가 돌아가도 주씨 집안과 김씨 집안을 상대할 방법이 없어...”이도운의 표정이 다시 깊이 가라앉았다.이서는 가볍게 웃었다.“그게 뭐가 어려워요? 정면으로 못 이기면 다른 힘을 빌리면 되죠. 그 사람들이 권력 믿고 도운 씨네 집안을 짓밟았던 것처럼 말이에요.”“우리 집안 배경이 어떤지 도운 씨도 알잖아요. 해원시 최고 부자 정도가 우리 집과 비교가 돼요?”그 말은 정확히 이도운이 바라던 것이었다.그런데도 그는 걱정하는 척 고개를 저었다.“너까지 끌어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27화

    발표 준비를 이유로 내부에서 ‘잠재 주요 고객’ 명단도 손에 넣었다.그 명단을 추려 본 결과 이서를 비롯한 몇몇 귀족 영애가 그의 목표에 가장 잘 맞았다.그날 만찬이 끝난 뒤 이도운은 자신에게 주문을 넣은 여러 영애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그중에서도 이서만큼 자신에게 깊이 빠진 사람은 없었다.하늘은 늘 그에게 가장 좋은 걸 내주곤 했다.알면 알수록 이도운은 이서의 집안 배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했다.그래서 오히려 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거의 다 잡은 기회를 놓칠까 두려웠다.“매일 네가 눈앞에 있으니까 오히려 더 보고 싶어지는 거야.”이도운의 시선이 다시 이서의 눈에 머물렀다.여자의 풋풋함은 예전 강지현과 똑 닮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강지현이 아니었다.마음 한구석의 그리움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늘 조금 부족했다.“말은 예쁘게 하는데, 제가 보기엔 요즘 저한테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아요...”이서는 서운한 듯 투덜거렸다. 무엇보다 오늘 이도운의 태도가 계속 차가웠던 게 마음에 걸렸다.이도운이 입맞춤으로 이서의 말을 막았다.“미안해. 오늘은 내가 좀 정신이 없었어. 그래도 네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졌어.”“대체 무슨 일인데요?”그 말을 듣자 이서는 금세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저녁 식사 때 이민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혹시 그 원수들 때문이에요?”“응.”이도운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낮게 대답했다.이서는 곧바로 이도운의 목을 끌어안고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저한테 말해 줘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저도 같이 나누고 싶어요.”“네가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거나... 무시하게 되진 않을까?”이도운이 눈을 내리깔았다. 짙은 속눈썹이 눈가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럴 리가 없잖아요.”이서는 곧장 이도운을 더 꼭 끌어안았다.“제가 좋아하는 건 도운 씨라는 사람이에요.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상관없어요.”이도운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서의 눈가를 손끝으로 쓸었다. 큰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보였다.“알겠어.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26화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이서는 가까이서 남자를 바라보다가, 무대 위에서 봤던 모습과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멀리서 볼 때 그는 손에 닿지 않는 달빛처럼 차갑고 거리감이 있었다.하지만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면 부드럽고 세심했다. 마치 하늘의 달이 물 위로 내려온 듯해, 빠져들지 않기가 어려웠다.처음에 이도운은 그녀를 큰손 고객으로 대하며 제품 관련 사후 관리에만 성실히 신경 썼다.그런데 몇 번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이서가 말이 많은 건지 두 사람이 유난히 잘 맞는 건지 어느새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는 친구가 됐다.불과 몇 주 만에 두 사람은 서로의 삶 깊숙이 들어왔다. 취향부터 꿈, 과거에서 미래까지 못 할 이야기가 없었다.그제야 이서는 이도운이 단순한 브랜드 판매 직원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그는 원래 국내의 유력 사업가 집안에서 자란 도련님이었지만 집안이 몰락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났다고 했다.이서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그 전공은 가족이 정해 준 것이었고 본인은 별로 소질이 없었다.과제와 시험만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지쳐 쓰러질 지경인 날이 많았다.그런데 이도운이 아낌없이 도와준 덕분에 요즘은 눈에 띄게 성장했고 성적도 크게 올랐다. 교수와 가족들도 무척 기뻐했다.이서에게 친구는 많았지만 자신의 모든 감정을 받아 주면서도 좋은 스승이자 벗이 돼 줄 사람은 드물었다.이도운은 이서가 생각하는 완벽한 친구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그리고... 연인에게 바라는 모습까지도.알게 된 기간은 짧았지만 이서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이렇게 깊이 빠지고 집착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칠까 두려워 먼저 이도운에게 사귀자고 말했다.두 사람의 신분 차이도, 나이 차이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심지어 이도운의 걱정을 덜어 주려고 가족에게 먼저 연애 사실까지 알렸다.그런데 이도운은 오히려 한발 물러섰다.지금 자신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부모가 아무리 이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25화

    이서는 자신의 얼굴을 감싼 남자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도운의 몸속에서 무언가 깨어나는 듯한 기세가 느껴져 흥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그래도 그녀는 그 다정함에 빠져 달콤한 기분으로 순순히 그의 입맞춤에 응했다.그런데 다음 순간, 남자의 움직임이 아무 예고 없이 멈췄다.이도운이 갑자기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어두운 침대 조명 아래 깊은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도운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 낯설었다.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도운 씨? 왜 그래요?”이서의 마음에 불안감이 스며들었다.“...”이서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이도운이 문득 정신을 차렸다.흐릿하던 눈빛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그는 다시 부드럽게 이서를 품으로 당겨 자신의 팔을 베개 삼아 눕게 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네가 좀 보고 싶었어.”“제가 보고 싶었다고요? 저 매일 옆에 있잖아요.”이서는 웃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애초에 그녀가 이도운에게 끌린 이유도 그의 신비롭고 특별한 분위기 때문이었다.이도운의 영혼 속에는 마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 같았다.한쪽은 불처럼 뜨겁고, 다른 한쪽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Y 국 최고 명문 경영대학원의 자선 모금 만찬이었다.이서는 그날 수많은 학생과 창업가 사이에서도 이도운이 얼마나 유독 눈에 띄었는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그날 이도운은 어느 쇼핑몰 브랜드를 대신해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다. 몸에 꼭 맞는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키 크고 잘생긴 모습에 행사장의 여자들이 하나같이 눈을 떼지 못했다.이서 주변에는 동양인 남성이 거의 없었다.이렇게 잘생긴 동양인 남자는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이도운의 이목구비는 Y 국 남자들처럼 깊고 뚜렷하지 않았고 체격도 가장 크고 건장한 편은 아니었다. Y 국 남자들 특유의 밝고 외향적인 열정도 없었고,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공격성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24화

    “무슨 결혼식이요?”역시나 이민지의 말은 곧바로 이서의 관심을 끌었다.문수정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빠 예전 친구들이 오늘 결혼식을 해서요.”“무슨 친구야. 원수나 다름없지.”이민지는 더 말할 용기는 없었지만 빈정거리는 한마디는 덧붙였다.이도운은 이제 국내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에 있었다. 강지현 일행과 다시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주씨 집안이든 김씨 집안이든 이제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원수? 도운 씨한테 원수가 있어요?”이서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이도운을 바라봤다.이도운은 손에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여자의 눈처럼 하얀 두 손을 감싸 쥐었다.“민지가 과장한 거야. 예전에 조금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들일 뿐이야. 원수라고 할 정도는 아니야.”이도운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이서는 조금 안심했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지가 또 입을 열려 했지만 이도운의 경고 어린 시선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문수정도 식탁 아래에서 이민지의 다리를 한 번 찼다.그 뒤 식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이어졌다.문수정과 이민지는 내내 이도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이서와 대화했다.불과 몇 달 사이, 이도운에게 남아 있던 화려하고 거침없는 재벌가 도련님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음울함과 냉정함이 자리 잡았다.따뜻한 실내에 앉아 있는데도 이도운의 몸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예전에는 이도운에게 가장 잘 달라붙던 이민지조차 이제는 거리를 두고 공손하게 말할 정도였다.식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이도운은 문수정과 이민지를 배웅했다.이서는 매일 밤 가족과 통화했다. 이도운이 돌아왔을 때 마침 통화를 끝낸 참이었다.두 사람이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지 겨우 보름, 한창 서로에게 빠져 있을 시기였다.이서는 평소 낮에 아주 바빴고 요 며칠처럼 밤에 시간이 나는 날도 드물었다. 그래서 이도운에게 달라붙어 한시도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런데 오늘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23화

    “도운 씨, 여동생이랑 어머님 오셨어요!”여자가 웃으며 이도운을 살짝 밀어냈다.식당 입구에서는 고용인이 이민지와 문수정을 안내해 들어오고 있었다.이민지는 이번 시즌 신상 맞춤 드레스를 입고 정교하게 화장한 모습이었다.문수정은 짙은 초록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보석 장신구도 거의 하지 않아 비교적 수수했다.“엄마, 와서 앉아요. 민지도 어서 와.”이도운도 여자와 함께 두 사람을 맞으러 가며 가정부에게 자리를 준비하라고 눈짓했다.“이서 씨, 이건 저랑 엄마가 특별히 골라 온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는지 한번 봐요.”이민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도운 옆의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태도가 눈에 띄게 비위를 맞추는 식이었다.그녀가 들고 온 물건 대부분도 눈앞의 이 귀한 아가씨를 위한 선물이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민지가 누구 비위를 맞출 일이 있었겠는가?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민지도 현실을 인정한 지 오래였다.이씨 집안은 몰락했고, 그녀도 더는 귀한 집 아가씨가 아니었다.초라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는 남의 집에 얹혀살며 눈치 좀 보는 게 훨씬 나았다.게다가 눈앞의 여자는 Y 국 왕실과 친척 관계인, 말 그대로 진짜 귀족 영애였다.이 거대한 저택도 모두 그녀의 소유였다.그래도 이민지가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역시 이도운이었다.해원시에 있을 때는 백하린과 강지현 두 여자를 동시에 가지고 놀더니, 해외로 나오고도 손짓 몇 번으로 자신보다 5살이나 어린 귀족 영애를 완전히 빠져들게 했다.“고마워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두 분이 주시는 선물이라면 뭐든 좋아요!”이서는 선물을 받아 들고 이도운을 향해 달콤하게 웃었다.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네 사람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이도운이 이서에게 가족을 소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전에도 이서는 여러 번 이도운을 자신의 가족에게 소개하려 했지만, 이도운은 그때마다 부드럽게 거절했다. 그래서 이서는 한때 이도운이 자신과 진지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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