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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고요
하아란을 발견한 순간 성태건의 두 눈에 경악이 가득해졌다.

옆에 있던 임다빈을 내팽개치고 3층에 있는 하아란에게 필사적으로 뛰어갔다.

성태건의 안색이 핏기없이 새하얗게 질렸고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떠는 모습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봤다.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미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하아란을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아란아, 오해하지 마. 우리 지금 광고 찍는 중이야. 너도 알잖아, 이 반지는 내가 널 위해 직접 디자인한 거라는 거. 그런데 네가 카메라 앞에 서는 거 싫어해서 너랑 손이 비슷한 임 비서한테 부탁한 거야. 나중에 광고 영상 다 편집되면 온 시내에 이 광고를 틀어서 너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했어.”

성태건이 떨면서 하아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려 했다. 그런데 반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하아란은 바로 알아챘다. 그녀의 사이즈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 시각 1층에 있던 임다빈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눈물을 머금은 채 하아란과 성태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성태건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임 비서, 우리 와이프 화났잖아. 당장 설명해. 안 그러면 명성 그룹에서 내쫓을 줄 알아.”

임다빈이 한없이 비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이 결혼식은 그저 광고 촬영일 뿐입니다. 기획도 제가 했고요. 사흘 뒤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온 시내에 띄우려고 대표님께서 준비하신 이벤트예요.”

성태건의 준수한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번지더니 하아란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들었지? 다 널 위해서였어. 내가 한 이 모든 일은 전부 널 기쁘게 해주려고 그런 거야. 아란아, 널 향한 내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아. 나 성태건이 평생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야.”

지난 27년 동안 하아란은 성태건의 입에서 나오는 달콤한 사랑 고백을 전부 믿어왔다.

그런데 성태건이 그녀를 배신하고도 앞에서 사랑한다고 뻔뻔하게 말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임다빈이 그 말에 제대로 자극을 받은 듯했다.

“대표님, 사모님, 두 분 백년해로하시고 하루빨리 예쁜 아이도 낳으시길 바랍니다.”

예쁜 아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하아란의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시큰거렸다.

임다빈과 눈이 마주친 그때 눈물범벅이 된 임다빈이 돌아서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

성태건이 목이 터져라 불렀다.

“다빈아!”

그러고는 미친 사람처럼 뛰어 내려갔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성태건이 임다빈을 쫓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런데 임다빈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오던 트럭에 치여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하아란이 밖으로 나와 길가에 섰을 때 성태건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안 돼, 다빈아!”

성태건이 몸을 날리다시피 달려가 임다빈을 받아안았다.

바로 그때 임다빈이 성태건을 구하려고 마지막 순간 그를 끌어안고 몸을 돌렸다. 결국 가녀린 몸으로 두 번째 충격까지 고스란히 받아냈다. 그 모습을 자리에 있는 모두가 목격했다.

쾅.

바닥이 순식간에 시뻘건 피로 흥건해졌다.

임다빈이 쿨럭이며 피를 쏟아냈고 하체는 이미 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성태건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떨리는 손으로 임다빈을 부둥켜안았다.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다빈아, 괜찮을 거야. 지금 당장 병원에 데려다줄게.”

임다빈이 피를 토하면서도 애타게 울부짖었다.

“아이... 태건아... 우리 아이 좀 살려줘...”

고통으로 붉게 물든 성태건의 두 눈이 하아란에게 향했다.

“하아란! 다빈이랑 나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했잖아. 그냥 광고 촬영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내 말을 안 믿어? 기어이 다빈이랑 뱃속의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속이 후련해?”

그 순간 하아란은 성태건의 눈동자에 서린 짙은 증오와 원망을 똑똑히 보았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마저 하아란에게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남궁정현이 나서서 말했다.

“하아란, 태건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서 이래? 널 너무 사랑해서 할아버지 때문에 다빈이랑 혼인신고를 하고도 다빈이를 7년 동안이나 해외에 보냈다고.”

다른 친구들도 거들기 시작했다.

“맞아, 하아란. 태건이는 네가 힘들어할까 봐 다빈이한테 오늘 광고 대역을 부탁한 거라고.”

“너 너무 속 좁은 거 아니야? 다빈이는 태건이를 좋아해도 단 한 번도 뭘 바란 적이 없었어. 이렇게 착한 사람인데 어떻게 숨 쉴 틈조차 안 줘?”

그 뒤로도 비난이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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