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5화. 잠들지 않는 연극배우
정신없던 성진가의 정기 만찬에서 고모 강혜란 전무와 살기띈 대화를 주고 받은 후, 방에 돌아온 하늬는 와인 바에서의 아슬아슬한 기억이 떠올랐다.
와인 바에서 돌아온 그날 밤,
하늬는 화려한 드레스를 벗어던질 새도 없이 서재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 실장이 던져준 두꺼운 자료집들이 흉기처럼 느껴졌다.
“프랑스 유학을 3년이나 다녀온 여자가 보르도와 부르고뉴도 구분 못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오늘 한승준 본부장의 눈빛 보셨죠?
그는 이미 당신의 빈틈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알아...챘을까요?"
조 실장의 차가운 질타가 귓가에 쟁쟁했다.
하늬는 입술을 깨물며 노트북을 켰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연극이었다.
무대 위에서 대사를 외우지 못한 배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하늬는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는 조 실장이 준비해 준 프랑스어 회화 테이프를 틀었다.
“Enchanté. Je m'appelle Kang Seo-yeon.”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강서연입니다.)
혀끝이 꼬이고 발음은 투박했다.
하지만 하늬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천생 배우였다.
뜻은 몰라도 소리의 높낮이와 리듬을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방 안에는 낯선 외국어 문장들이 유령처럼 떠다녔다.
책상 위에는 와인 도감이 펼쳐졌다.
5대 샤토의 이름, 빈티지별 특징, 각 지역의 토양 성분까지.
하늬는 포스트잇에 깨알 같은 글씨를 적어 방안 가득 붙였다.
‘샤토 무통 로칠드, 1945년은 승리의 빈티지. 라벨의 V를 기억할 것.’ ‘샤토 마고는 우아함의 대명사···.’
새벽 3시.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지만 하늬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턍다.
프랑스어 단어를 외우다 지치면 와인 빈티지를 암기했고,
그것도 모자라 서연이 다녔던 학교의 지도와 단골 식당의 메뉴판까지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다음 날 아침, 퀭한 눈으로 거실에 내려온 하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예고 없이 찾아온 승준이었다.
'아니. 이 인간은...여기가 제 집도 아닌데...허구헌날 들락거리지?'
그는 소파에 길게 앉아 조간신문을 읽다 하늬를 보고는 조소 섞인 눈빛을 보냈다.
“밤새 공부라도 한 모양이지? 눈 밑이 어두워.”
"네?"
하늬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펴고 서연의 차가운 가면을 썼다.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잠을 좀 설쳤을 뿐이에요. 여긴 어쩐 일이죠?”
승준은 대답 대신 테이블 위에 놓인 잡지를 툭 쳤다.
프랑스 예술 잡지였다.
“이 기사, 네가 유학할 때 가장 존경한다던 평론가가 쓴 건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더라고. 네가 좀 설명해 주지?”
'날...시험하고 있어..어떡하지?'
승준의 노골적인 시험이었다.
하늬는 침을 삼켰다.
어젯밤 밤새워 외웠던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뒤섞였다.
그녀는 잡지를 훑어보는 척하며, 어젯밤 통째로 암기했던 예술 비평의 관용구들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L'art est une illusion... 예술은 환상이죠. 이 작가는 본질보다 현상에 집중하고 있네요.
승준 씨가 이해하기엔 좀 난해할 텐데...”
완벽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연기력이 더해진 하늬의 말투는 제법 그럴듯했다.
승준의 눈썹이 움찔했다.
어제 와인 바에서 쩔쩔매던 그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당당한 태도였다.
“프랑스어 실력은 여전하군. 그런데 서연아?”
승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늬에게 성큼 다가왔다.
그는 하늬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낮게 속삭였다.
“너한테서 나던 그 독한 장미 향수 냄새가 안 나.
대신··· 밤새워 마신 진한 커피 향이랑, 종이 냄새가 나네.
마치 수험생처럼 말이야.”
"...네?"
'간파 당한건가?'
승준의 손가락이 하늬의 어깨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살짝 뒤로 넘겼다.
하늬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승준의 시선은 이제 그녀의 얼굴을 넘어, 가운 소매 사이로 살짝 드러난 깨끗한 손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네. 그게 진짜든, 가짜든.”
승준은 묘한 미소를 남긴 채 저택을 빠져나갔다.
하늬는 그가 떠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승준의 의심은 이제 확신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었다.
연극은 갈수록 치열해졌고, 하늬의 밤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며칠후, 승준과 하늬는 남해 물류 허브 현장 실사를 같이 가게 되었다.
성진과 한주의 대규모 물류 허브 건립을 위해 남해의 외딴 해안 부지로 출장을 떠난 날.
두 사람을 태운 승준의 세단이 현장 실사를 마칠 무렵, 예보에 없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토사가 흘러내려 유일한 통로인 산간 도로가 끊겨버렸다.
스마트폰 신호마저 먹통이 된 상황에서 두 사람이 피신한 곳은 인근 절벽 끝에 자리한 낡은 어촌 민박집뿐이었다.
"방이 하나뿐이라네요. 이 날씨에 손님 받을 줄 몰랐다고."
승준이 젖은 재킷을 벗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방바닥은 외풍으로 서늘했고, 빗줄기는 양철 지붕을 부술 듯 때려댔다.
드레스를 입은 채 비에 흠뻑 젖은 하늬는 추위에 턱을 덜덜 떨었다.
승준은 하늬의 떨리는 어깨를 보더니, 주저 없이 민박집 할머니에게서 얻어온 낡은 면 수건으로 하늬의 젖은 머리칼을 털어주기 시작했다.
"감기 들겠어. 옷부터 대충 말려."
"괜찮아요. 난"
가까워진 승준의 숨결, 젖은 셔츠 사이로 비치는 그의 단단한 쇄골. 하늬는 숨이 멎을 것 같아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승준의 손이 하늬의 손목을 부드럽게 낚아챘다.
"가만히 있어. 도망치지 말고."
"승준 씨, 저... 불편해요. 이런 거. 아무리 약혼한 사이라도..."
"뭐?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도대체?"
"아무리 그래도..."
"이상한 소리 하지말고. 수건으로 좀 말려"
"네? 아"
하늬가 엉뚱하게 상황을 오해하여 차갑게 선을 그으려 하자, 승준은 수건을 쥔 채 멈춰 섰다.
어둠 속에서 오직 번개 빛만이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비췄다.
승준의 시선이 하늬의 파르르 떨리는 젖은 입술에 머물렀다.
"서연아, 넌 남들이 볼 땐 지독할 만큼 완벽한 가시를 세우면서... 왜 내 앞에서는 길 잃은 어린애 같은 눈을 하지?".
하늬는 순간적으로 본능적으로 위험 신호를 느꼈다.
'뭐.뭐야? 이 남자? 위험한데?'
그 손길은 비즈니스 후계자의 차가움이 아니라, 온전히 한 여자를 갈망하는 남자의 열기였다.
"고모를 짓밟고 회사를 흔들 땐 천하의 강서연이더니, 왜 내 손끝만 닿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인형처럼 얼어붙어?"
"오,오지 마요... 승준 씨가 아는 전, 진짜가..."
말문이 막힌 하늬의 턱을 승준이 살며시 들어 올렸다.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어. 지금 내 눈앞에서 떨고 있는 건 너잖아."
"하지 말아요. 이건..."
"왜 그러지? 우린 곧 결혼할 사이인데?"
"아,아니에요. 우린...저...시간을...흠."
"푸하하하. 재밌군. 재밌어. 강서연"
승준의 젖은 앞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하늬의 쇄골 위로 흘러내렸다.
그 차가운 감각과 대비되는 뜨거운 입술이 하늬의 입술에 닿기 직전, 찰나의 정적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하늬는 밀어내야 한다는 이성과, 이 남자의 품에 영원히 숨고 싶다는 본능 사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둘 사이의 팽팽한 공기는 폭우 치는 밤의 어둠보다 더 아찔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제13화. 박제된 공주의 반격성진 그룹 회장 자택에 있는 강 회장 서재의 불빛은 새벽이 깊도록 꺼지지 않았다. 강 회장은 조 실장이 가져온 치앙마이의 사진을 아주 천천히, 한 장씩 넘겼다. 그의 표정은 호수처럼 고요했지만, 사진과 서류를 쥔 손끝에는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그리고, 한장의 사진을 들어올렸다.이하늬와 판박이로 닮은 이가 망원렌즈로 찍혀 있었다."서연이가... 서연가 살아 있었군."강 회장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분노보다는 허망함, 그리고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핏줄에 대한 지독한 원망이 서려 있었다.어렸을때부터 해달라는 것은 무조건 해주었다.해를 따달라면 해를 따오고, 달을 따달라면 달을 따오고...그랬던 것이 서연이를 망친 것 같아, 독이 된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이 드는 강 회장이었다.차곡차곡 그룹의 일을 맡겼다면, 이렇게 무책임한 아이가 안되었을 것을...'내가...너를...이리 만들었구나...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다음날 성진 그룹 회장실에 출근한 강 회장이 조 실장을 불렀다.강 회장은 한동안 창밖을 초점없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긴 침묵이 흘렀다.그때 조 실장이 말했다.조 실장은 자신을 왜 불렀는지 직감했다.어제 진짜 강서연의 존재를 보고했기에 그와 관련돼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회장님, 당장 경호팀을 보내 실종 신고된 상무님을 모셔올까요?""흠..."조 실장의 물음에 강 회장은 창밖의 무표정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단순히 사랑하는 딸을 찾는 아버지가 아니었다.그는 무너져가는 성진 그룹이라는 제국의 마지막 성벽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설계자였다.피 보다는 그룹의 생명을 더 중히 여기는 이성론자였다.지금 성진 그룹은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야심차게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한 투자가 몇년째 빛을 못 보고 있는 상황에서,그룹의 자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지금 한주 그룹과의 빅딜이 성사되질 않으면, 성진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였던 것
제12화. 조명이 꺼진 무대 위에서 성진 그룹의 승리로 끝난 MOU 기술 협약식 이후, 승준은 차가운 침묵으로 하늬를 대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예우를 갖추기 위
제11화. 체스의 말, 사냥터의 꽃 성진 그룹 회장실 강 회장의 집무실. 강 회장과 조 실장이 나즈막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10화. 붉은 연기하늬에게 찾아 온 절체절명의 위기.승준의 손가락 끝에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정적이 감도는 대기실 안에서 승준의 서늘한 시선이 하늬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꿰뚫었다. 하늬의 심장은 폭주하는 엔진처럼 날뛰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갔다. 여기서 무너지면 엄마도, 자신도 끝이었다.“서연아, 설명해 봐. 이 상처가 왜 네 손가락 끝에서 지워지는 거지?”"네? 그건?"승준이 묻어난 검붉은 파운데이션 자국을 보여주며 압박해 왔다. 하늬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마음을 다잡으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조소와 서러움이 뒤섞인 기이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오히려 승준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찢어진 드레스 자락을 더 크게 찢어발겼다.“후련해? 내 추한 바닥을 확인하니까 속이 시원하냐고! 승준싸”"뭐?"하늬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승준이 주춤했다.하늬는 거울 앞에 놓인 클렌징 워터를 집어 들어 자신의 손목을 미친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반쯤 번져 있던 가짜 흉터가 닦여나가며 매끄럽고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그래, 이거 가짜야! 내가 직접 그렸어. 잘 봐.만족해?”"그렸다고?"승준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직접 그렸다니, 그게 무슨···.”“남들은 다 잊었어도 난 못 잊으니까! 거울을 볼 때마다 그날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내 몸은 너무 깨끗해서··· 그게 더 소름 끼쳐서!”하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승준의 가슴을 밀쳤다.“의사가 그러더라, 이건 몸의 상처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라고. 흉터는 사라졌어도 내 뇌가 그 고통을 기억해서 환상통을 만들어내는 거래. 그래서 그렸어! 차라리 눈에 보이는 상처가 있으면 덜 미칠 것 같아서! 내가 미친년 같지? 흉터까지 연기하는 미친년!”"아니. 그게 아니라..."이것은 하늬가 배우 시절 배운 ‘신체 이형 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교묘하게 섞은 고도의 심리 연기였다. 승준
제9화. 신의 한 수, 그리고 가면의 균열성진 그룹의 사활이 걸린 의류 신제품 론칭 쇼를 앞두고...메인 모델이 잠적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메인 모델이자 성진의 얼굴이었던 톱배우가 상대 경쟁사의 사주를 받고 행사 직전 잠적해 버린 것이다.그것도 행사 당일날. 대신 섭외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을 노린 것이다.이 행사는 단지 의류 신제품 론칭 만이 아니라, 론칭 쇼를 기회 삼아 정재계를 초청해서 성대하게 치뤄지는 행사였다.하객으로 참석한 수백 명의 언론사와 승준을 포함한 그룹 관계자들은 성진의 망신을 기다리며 웅성거리고 있었다.조 실장은 사색이 되어 강 회장에게 보고했다.아마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그룹의 이미지를 해칠려는 함정에 걸린 듯 하였다."회장님, 메인 모델이 사라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늘 론칭 쇼는 물론이고 내일 주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누가 이런 짓을 꾸몄지? 조실장?""아마도...그룹이 흔들리기를 원하는 쪽일 것입니다.""흠...그럼 그 쪽인가? 증거를 찾아내도록 해.""네...알겠습니다. 회장님."강 회장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그때, 분장실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하늬가 천천히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강 회장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제가 나갈게요. 서연 상무가 직접 모델로 나서는 겁니다. '상속녀가 직접 입는 옷'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이 어디 있겠어요?""상무님. 그건?""제가 할 수 있어요. 회장님. 저에게 맡겨 주세요. 기필코 성공 시키겠습니다.""네가 말이냐? 한번도 해보질 않은 네가 말이냐?""한번도 해보질 않았다 해서, 능력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우입니다. 철저히 연기처럼 해보겠습니다.""흠...좋아. 잘 해보거라.""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좋아. 기대하마."조 실장이 아직은 그런 큰 행사를 맏길 수 없다며 만류했지만, 강 회장은 도박을 거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할 수 있겠느냐?""네."단호한 하늬의 대답에 강회장은 하늬
제8화. 완벽한 무대장치어느날, 강 회장은 하늬의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강 회장은 하늬를 서재로 불러 아주 차가운 미션을 던졌다.그것도 그룹의 난제 중에 난제였던 리조트 사업.아시아 최대의 테마파크로 만드는 리조트 사업이었다.하지만, 몇년째 중단된 문제가 있었으니...리조트 부지에서 제일 중요한 곳에 명문가 종갓집이 있었고, 그 어르신이 꿈쩍도 안한다는 것이었다.그룹의 임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땅을 매각하라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이룰 수가 없었다.옹고집도 이런 옹고집이 없었다.그 종갓집 땅이 뭐라고. 거액을 준다고 해도 꿈적을 안하다니.그래서, 하늬의 능력을 시험해볼겸 불가능한 미션을 강회장은 생각해내었다. [성진그룹이 추진 중인 리조트 부지의 종갓집 어르신을 설득하라는 것.]그런데 종갓집이 하필 리조트 부지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주변의 땅들은 이미 매입했으나, 오직 종갓집 만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종갓집만 놔두고 개발할 수도 없었다.강 회장의 머릿속을 고약하게 만들고 있었던 해결 불가능한 미션을 주기로 한 것이다.실패하면 하늬의 엄마는 당장 병원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강 회장에게 하늬는 그저 도망간 서연을 대신해 욕받이가 되어줄 '정교한 가짜'일뿐이었다."네가 가진 그 미천한 연기력으로 그 노인을 속여봐라. 아니. 설득해봐.서연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네가 해낸다면, 네 엄마의 생명 연장도 고려해 보지.""약속...약속 하시는 건가요?""그래. 당연하지. 내 말을 못 믿는게냐?""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약속 꼭 지키시길 바랄게요."강 회장의 목소리는 비정했다. 강 회장이 말한 해결 불가능한 미션.하늬는 기필코 미션을 성공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며칠후, 하늬는 그 모욕감을 삼키며 종갓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한주 그룹의 승준이 도착해 냉철한 수치로 어르신을 압박하고 있었다.승준은 하늬를 돕기 위해, 먼저 어르신을 설득해보기로 한 것이었다.하늬는 승준과 어르신 사이의 팽팽한 대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