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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作者: Jino
last update 公開日: 2026-10-15 08:36:49
"이모, 그걸 왜 여기서 보여 줘."

이현이 화면을 정중하게 들여다봤다. "치아 관리를 잘하셨네요."

큰이모가 식혜를 뿜을 뻔했다.

"그럼 이현이는." 둘째 이모가 턱을 괴었다. "우리 서윤이 언제부터 좋아했어?"

서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차 안에서 맞춘 설정이었다.

"입사 첫날부터요."

이현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설정보다 구체적이었다.

"첫날? 첫날인 걸 어떻게 알아."

"연수 때 발표하는 걸 봤어요. 그날 집에 가서 번호를 저장했습니다."

"어머어머." 큰이모가 가슴을 쳤다.

역시 연기 하나는. 서윤은 감탄하며 식혜를 마셨다. 번호 저장 같은 디테일까지. 개발자라서 그런가.

"손은?" 막내 이모가 물었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손은 잡고 다녀? 사진은 무슨 악수하는 것 같던데."

서윤이 대답하기 전에, 식탁 밑에서 이현의 손이 서윤의 손을 찾았다.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들어왔다. 첫 마디에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깍지가 꼭 맞게 걸렸다.

"잡고 다녀요." 이현이 말했다. 손을 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식탁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모들은 못 봤다. 서윤만 알았다.

제3조. 필요할 때만.

여기는 식탁 밑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이건 필요한 건가. 서윤은 송편을 씹으며 생각했다. 깨가 달았다. 무슨 맛인지는 잘 몰랐다.

밤이 되자 이모들은 거실에서 화투를 쳤고, 아빠는 이현이 사 온 막걸리를 반 병 비우고 먼저 잠들었다.

"우리 사위가 사 온 거다." 아빠는 잠들기 직전 그렇게 말했다. 사위는 아니라고, 서윤은 차마 정정하지 못했다.

이현은 이모들에게 붙잡혀 화투판에 앉았다.

"룰은 알아?"

"처음입니다."

삼십 분 뒤, 이모들 앞의 동전이 전부 이현 앞으로 모여 있었다.

"처음이라며!"

"규칙이 단순해서요. 남은 패로 확률을 계산하면……"

"계산하지 마!" 이모 셋이 동시에 외쳤다.

이현은 순순히 동전을 돌려드렸다. 그리고 다음 판부터 내리 졌다. 너무 자연스럽게 져서, 신이 난 이모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서윤만 알았다. 회의실에서 한 번도 져 준 적 없는 사람이, 저렇게 잘 질 줄 안다는 걸.

부칙. 위반한 쪽은 한 번 져 준다. 저 사람은 대체 뭘 위반한 걸까.

서윤은 마당 평상에 나와 앉았다. 달이 컸다. 기획서에 넣었던, 편지를 쓰면 차오르는 보름달보다 훨씬 컸다.

이현이 담요를 들고 나왔다.

"어머님이 갖다 드리래요."

"……고마워요."

담요를 덮으며 서윤이 물었다.

"차이현 씨."

"네."

"연기 진짜 잘하네요. 오늘."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달을 보고 있었다.

"고사리랑 콩송편. 저 그거 말한 적 없는데."

"말 안 해도 보이는 게 있죠."

"5년 동안 싸우기만 했잖아요."

"싸우려면 봐야 하니까요."

서윤은 그 말을 오래 굴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답이 너무 빨랐다. 미리 준비한 대사처럼. 아니면, 오래 가지고 있던 말처럼.

헷갈렸다. 어디까지가 계약이고, 어디부터가.

"들어가요. 추워요." 이현이 먼저 일어났다.

서윤은 담요 속에서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깍지의 모양이 아직 손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지갑을 꺼냈다. 카드칸에 접어 둔 냅킨이 그대로 있었다. 달빛에 비춰 펼쳤다. 제1조. 제2조. 밑줄을 두 번 그은 제3조. 그리고 제4조.

네 조항 중 거기에만 밑줄이 없었다.

그날 밤 왜 거기엔 밑줄을 긋지 않았는지, 서윤은 기억나지 않았다.

***

작은방 이불 위에서 이현은 휴대폰을 켰다.

사진첩 맨 위에 냅킨 사진이 있었다. 번진 볼펜 글씨. '갑 정서윤', '을 차이현'.

그는 연락처를 열었다.

정서윤. 저장한 날짜는 5년 전 3월. 입사 연수 첫날이었다.

그날 조별 발표에서 그녀는 준비한 원고를 덮고 말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유저가 이렇게 느낄 거라는 얘기예요." 강당 맨 뒷줄에서 그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회의실 맞은편 자리. 컵 옆에 적힌 글씨. 고사리를 옆으로 미는 젓가락. 생각할 때 씹는 빨대. 오늘 아침 컵에 매직으로 쓴 글씨도, 사실 카페 사장님이 바빠서가 아니었다.

5년 동안 한 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반박하는 동안만큼은 그녀가 그를 똑바로 봐 줬으니까. 싸움은 그가 아는 유일한 대화 방법이었다.

이현은 냅킨 사진의 네 번째 줄을 확대했다.

제4조. 서로에게 진짜로 빠지면 즉시 계약 파기.

그는 소리 없이 웃었다.

그 조항에 서명할 때, 그는 이미 5년째 계약 위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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