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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윤보라
여수아가 뒷마당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마당 입구에는 하인들이 잔뜩 모여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오자 그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길을 내주었다.

바로 그때, 청악군주가 안뜰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그녀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방 안은 완전히 난장판이었고 온갖 물건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청악군주는 뒤를 돌아 여수아를 보며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곧 형수님이 되실 분이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한편 방안을 한참이나 뒤졌지만 소득이 없자 허 유모는 이내 분노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

“군주의 옥패를 대체 어디에 숨겨두신 것이옵니까?”

여수아는 방 안의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피해 천천히 처마 아래로 걸어갔다.

“정말로 내가 숨겼다면 이렇게 방을 뒤졌는데도 못 찾을 리 없지 않느냐?”

그러고는 허 유모를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어쩌면 옥패는 네가 숨긴 걸지도 모르겠구나. 어차피 이 안에는 너와 나뿐이지 않느냐? 그리고 그 옥패는 이곳에서 사라졌다며.”

허 유모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버럭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옵소서. 제가 어찌 군주의 물건을 숨기겠사옵니까?”

여수아는 태연하게 말했다.

“어쨌든 제 방은 이미 다 뒤졌고 옥패는 발견되지 않았사옵니다. 부디 청악군주께서 알아서 판단하여 주시옵소서.”

청악군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옥패를 되찾아야 했기에 싸늘한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옆방을 수색하거라.”

군주의 시녀 둘이 허 유모의 방에 들어가 뒤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 한 사람이 놀란 듯 외쳤다. 그녀가 급히 달려가 보니 시녀 하나가 낡은 손수건에 싸인 물건을 꺼내고 있었다. 그 안에는 바로 자신이 애타게 찾던 그 옥패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청악군주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허 유모도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두 다리가 후들거렸고 그대로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리며 울먹였다.

“군주, 아니옵니다. 진짜... 진짜 저는 아니옵니다.”

여수아는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군주, 허 유모를 너무 나무라진 마시옵소서. 실수했을 수도 있지 않사옵니까?”

청악군주는 분노에 치를 떨며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 방금 그 말투, 분명 자신이 소휘 앞에서 했던 말투를 흉내 낸 것이었다.

여수아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다만 안타깝사옵니다. 저 옥패는 황궁에서 하사받은 귀한 물건일 텐데 허 유모가 그걸 탁자 밑에 받치대 삼아 놓았다가 부서졌으니… 이제는 조각이 난 상태로군요. 도저히 복원은 힘들 것 같사옵니다.”

실제로 낡은 천 아래 있던 옥패는 이미 네댓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허 유모는 분에 못 이겨 이를 갈았다.

“네 이년… 감히 날 모함하다니!”

여수아는 단호하게 받아쳤다.

“너는 처음에는 내가 훔쳤다고 몰아세웠었지. 그런데 지금은 네 방에서 옥패가 나왔는데도 나를 걸고 넘어지는 구나. 도대체 누가 누구를 모함한다는 것이냐?”

주변에서 구경하던 하인들은 비록 여수아를 달갑게 여기진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물증이 뚜렷했다. 허 유모는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허 유모, 이제 그만 잘못했다고 하는 게 어떻겠나?”

“그래야 군주께서도 자네를 용서해 주실 것 아닌가?”

“대감님 귀에 들어가면 끝이란 말이오.”

하인들의 휘몰아치는 말에 허 유모는 몸을 떨었다. 그녀는 억울함을 풀 길이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결국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저는 정말 아니옵니다!”

청악군주는 참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시녀에게 명해 허 유모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게 했다. 그게 그녀의 분노를 달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무능한 계집… 되는 일 하나 없이 매사에 일을 그르치는구나.

허 유모는 얼굴이 퉁퉁 부을 때까지 맞고 나서야 간신히 멈출 수 있었고 청악군주는 그제야 억지로 선의를 베푸는 척하며 말했다.

“이 옥패는 황상이 하사하신 물건이다. 네 손에서 망가졌으니 목숨으로 물어도 모자라지. 허나 네가 오라버니의 집안사람이니 오늘은 목숨만은 살려주마.”

허 유모는 그 말에도 감사하다는 듯 머리를 조아려야 했고 하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군주의 인자함을 칭찬했다. 청악군주는 어색하게 웃으며 여수아에게 말했다.

“오늘 일은 제가 오해한 것이니 사과드리겠나이다.”

여수아는 태연히 맞받았다.

“별 말씀을요. 군주님의 옥패가 무사히 돌아왔다니 다행이옵니다.”

청악군주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뜰을 나섰다. 하지만 등을 돌리자마자 그녀의 눈빛은 먹구름처럼 짙어졌다.

잠시 후, 그녀는 인적 드문 정자로 향했고, 곧 부은 얼굴을 한 허 유모가 사람들에게 끌려 그곳으로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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