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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Author: 재인
여초연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시커먼 총구가 그대로 그녀의 이마를 겨눴다.

순간, 구승훈이 미소를 띠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차가운 바닷바람은 비릿한 바다 내음을 가득 실어 나르고 있었고 여초연의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렸다.

구승훈도 이렇게 초라한 여초연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언제나 고운 치마를 입고 마치 우아하고 오만한 백조처럼 머리를 높이 묶어 올리고 다니던 그녀였으니 말이다.

구승훈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그 말들 들은 여초연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사랑하는 내 아들 승훈아, 약물에 조종당하는 기분은 어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기분은 또 어떻고? 맞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 없지? 걱정 마. 머지않아 내가 꼭...”

구승훈이 방아쇠를 당겼다.

“내 사람한테 손 대면 가만 안 둘 거야.”

여초연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증오로 가득 찼다.

“왜? 너희 구씨 가문 놈들은 마음대로 날 짓밟아도 되고 난 안 된다고? 난 당해도 싸다는 거야?”

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웃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당신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이야. 날 이용하면서도 항상 날 괴롭혔잖아. 난 그런 취급을 당해도 된다는 거야?”

여초연은 허망한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

‘나라고 너를 낳고 싶었을까?’

“해독제가 갖고 싶어? 내가 줄 것 같아?”

구승훈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응. 당신은 항복하게 될 거거든.”

여초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구승훈이 태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오기 직전에 삼촌한테 똑같은 약을 놔줬거든. 그것도 두 배 용량으로. 과연 삼촌 몸이 버텨줄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여초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그런 짓을...”

“당신은 몰랐겠지만 네 며느리이자 내 아내가 전문가들을 여러 명 붙여줬거든. 당신 손에 있는 그 약? 복제하는 데 몇 분도 안 걸렸어.”

여초연은 멍하니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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