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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디링!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주해찬이 걸어나왔다. 얼굴에는 얼떨떨한 기색이 묻어있었다.

방금 전 일어난 일이 환상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강하리 곁에 좀 더 있으면서 현실감을 좀 더 키우고 싶었지만, 손연지의 집이라 외간 남자가 늦게까지 있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현관을 가로질러 아파트를 나오던 주해찬이 우뚝 멈춰섰다.

머리와 어깨에 눈을 소복이 뒤집어쓴 채, 정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

검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주해찬을 보는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오, 화살받이 씨 나오셨어요?”

싸늘하게 빈정이는 음성.

구승훈의 화를 막아줄 화살받이라고 비꼬는 말투.

주해찬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가, 다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질투는 면상을 일그러뜨리는 법이죠. 지금 참 못나 보이세요, 구 대표님.”

구승훈은 대답이 없이 담배갑을 꺼냈다.

“한 대 하실?”

“저 담배 안 피웁니다. 하양이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기도 하고요.”

정중히 거절하는 주해찬의 말에 구승훈이 픽 웃었다.

“첨 듣는 소리네. 내 옆에 있을 땐 싫은 소리 한 번 없던 강하리인데.”

“싫다는 말을 안 한다고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잖습니까. 더군다나 하양이 호불호도 모르는 구 대표님이 하는 말이라면, 신뢰도가 더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구승훈이 말문이 꺽 막혔다. 장미꽃을 싫어한다며 자신을 한심하게 보던 강하리의 눈길이 뇌리를 때렸다.

“내가 모르긴 뭘 몰라! 꼭 그쪽은 잘 아는 것처럼 말씀하시네. 이봐요. 강하리와 3년을 같이 산 사람은 나라고! 그쪽이 아니라!”

일단 정곡을 찔린 티가 안 나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랑곳 없이 웃기지도 않는단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해찬.

그들 둘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있는 주해찬이었다.

3년을 같이 산 게 아니라, 강하리가 당신을 3년이나 참아줬던 거겠지.

이런 인간과 더 말을 섞어봐야 무쓸모.

“그럼 이만.”

씩씩대는 구승훈을 지나친 주해찬이 아파트단지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언제 강하리한테 차이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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