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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강하리!”

구승훈이 잽싸게 의자 아래로 떨어지려는 강하리를 낚아챘다.

강하리는 대답이 없었다.

구승훈은 그제야 강하리의 이마가 식은땀 투성이란 걸 발견했다.

“강하리! 왜 이래!”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움켜잡은 강하리의 두 손이 보였다.

순간 구승훈은 짚이는 데가 있었다.

“생리야?”

아랫배에 닿는 구승훈의 손을 쳐낸 강하리.

그러자 구승훈이 이번에는 강하리의 등과 두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번쩍 들어올렸다.

“이, 이거 놔…요.”

중얼거리는 강하리의 말은 싸그리 무시한 채, 출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일단 문 좀 열어요. 심준호가 오면 수속 마저 마치는 걸로 하고.”

구승훈의 말에 직원들이 급급히 문을 열었다.

“나가셔서 왼쪽으로 얼마 안 가 병원이 있어요.”

눈치 빠른 한 직원이 알려준 덕에 구승훈은 몇 분 만에 한 개인의원 앞에 도착했다.

의사가 강하리에게 진통제 주사를 놔 주었고, 십여 분 동안 안정을 취한 강하리는 그제야 좀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

통증은 사그라들었지만, 몸이 오슬오슬 떨리기 시작했다.

“추워?”

낮게 깔린 음성.

강하리가 대답하기도 전, 구승훈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확 찌푸려지는 강하리의 미간에 구승훈이 재빨리 한 마디 덧붙였다.

“좀 안고 있는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불쌍해 보여서 이러는 거니까 가만 있어.”

“그 시커먼 속셈을 모를 줄 알고.”

강하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왜? 주해찬이 볼까 봐 두려운 거야?”

“맞아요. 애인이 다른 사람과 껴안고 있는 거 좋아할 사람은 없잖아요.”

강하리의 직설에 구승훈의 관자놀이가 미세한 경련을 일으켰다.

“다 지나간 일을 들먹이는 게 재밌어?”

강하리가 냉소를 지었다.

다 지나간 일이라고? 누구 맘대로?

찢겨저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그리 쉽게 아물 리가.

하지만 구승훈에게 이런 것까지 얘기해줄 필요는 없었다.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다.

상처를 낸 사람과 상처받은 사람 마음이 같을 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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