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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Author: 재인
연말을 앞두고 주해찬이 급작스레 바빠지기 시작했다.

새해맞이 외빈 영접에 문지방이 닳도록 외교부에 들락거렸다.

강하리 또한 만만치 않았다. 초창기인 데다가 연말이라 예상외로 많은 업무들이 손을 거쳐야 하다 보니 잠꼬대로 브리핑 자료를 외울 지경이었다.

평일 주말 할것 없이 둘 다 일에 매진하는 통에 만나려고 해도 시간 조율이 도톻 되지 않았다.

밤 늦은 시간에 영통이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전부.

이날도 늦은 퇴근을 마친 강하리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들어왔다.

고객사 쪽에서 온 전화가 아닌가 싶어 냉큼 받았지만, 웬 낯선 여인의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하리 양 맞죠? 갑자기 전화해서 죄송한데, 좀 만나볼 수 있을까요?”

고객사라 하기엔 너무나도 비즈니스 톤이 아닌 목소리.

“아참, 제 소개를 깜빡했네요. 저는 해찬이 이모예요.”

잠시 멍해졌던 강하리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위치 말씀해 주시면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여인이 알려준 한 카페에 도착하자, 검은 정장 차림의 건장한 사내 하나가 막아섰다.

“강하리 씨 맞으시죠? 죄송하지만 핸드폰은 반입 안되십니다.”

강하리의 미간을 살짝 찌푸려졌다.

“왜죠?”

“카페를 대절할 만큼 극비리에 진행될 거라서요. 핸드폰 외 기타 촬영 또는 녹음 가능한 기기도 가지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깍듯하지만, 가차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강하리는 순순히 핸드폰을 내놓는 대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제가 잘못 찾아온 것 같네요. 전 남자친구 가족분을 만나러 온 거지, 무슨 기밀회의 같은 데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서요.”

“들어오라고 해요.”

안쪽에서 여인의 담담한 음성이 들려오자 그제야 정장남이 비켜섰다.

휑한 카페 안, 차분한 걸음으로 들어간 강하리는, 우아한 자태로 앉아 스푼으로 커피를 휘젓고 있는 한 여인의 맞은편에 멈춰섰다.

“앉아요.”

눈을 내리깐 채, 하인에게 분부하듯 고개만 까닥인 여인.

강하리가 자리에 앉자, 그제야 여인의 눈길이 강하리를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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