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애들은?갔어. 운동하고 왔어?응, 운동도 하고, 또 내일부터 애들 가르치기로 했어. 관장님이 일손이 딸린다며. 물론 초딩들이지만.오, 축하해, 형. 드디어 취직했네.그때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둘은 순간 긴장했다. 그 일 이후로 한밤중 난데없는 노크 소리에 긴장하는 버릇이 생겼다.누구세요?나야. 이 순경.순찰조 이 순경이었다. 강수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 순경 뒤에 중년의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다.이 두 분이 너를 찾아오셨는데, 너 아는 분들 맞니?강수는 단번에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 장례식 때 본 아버지 친구들이었다.아… 네, 네.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로…?이 순경이 두 사람을 들여보냈다. 강수는 장례식 때 본 후로 연락이 없었던 두 사람이 밤중에 갑자기 나타나자 느낌이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서 어두운 기운이 번져 나왔다.우리 기억하니? 나는 천명이라고 하고, 여기는 화사. 너희 아버지 친구….네, 그럼요. 안녕하세요.강수는 두 사람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대산은 계속 두 사람을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근데 이 밤중에 갑자기 어쩐 일로 오셨어요?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두 사람은 대답 대신, 대산을 바라보고 있었다.누구…?아, 저와 같이 살고 있던 학교 선배입니다.천명과 화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천명이 강수를 응시했다.너에게만 긴히 할 얘기가 있는데.강수는 이야기가 대강 어떻게 흘러갈지 알 것 같았다.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네, 근데 저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이 형도 알고 있습니다. 그냥 이야기하셔도 되는데요.두 사람이 다시 망설였다. 그러더니 천명이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셋이서만 이야기하고, 네가 굳이 원한다면, 이 친구분에게는 네가 다음에 따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두 사람이 단호하게 나오자, 대산은 알았다며, 잠시 볼일 좀 보고 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하지만 집 주위를 떠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은 강수를 읽어보려는
강수는 집에 오자마자 앓아누웠다. 기진맥진이었다. 강한 어둠의 기운을 볼 때마다 힘이 빠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강수야. 괜찮아? 너 아파 보여.집에 온 대산이 강수의 상태를 대번에 알아보았다.그냥 몸살 기운 정도. 괜찮아요.대산이 강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너, 그 빨간 매직 만났구나.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빨간 매직이 그 뭐냐, 3번 사건 범인은 맞고?네.본인이 시인했어?네. 제가 본 것을 이야기하니까 사실을 인정하더라고요.일단은 잘된 일인 건 맞지?그렇죠.- 그런데 그 빨간 매직에게서 강한 기운을 느껴서 그런 거야? 기가 빠지는 그런 느낌?글쎄, 그런 것 같아요….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마. 그러다 병 나.강수가 대산을 쳐다보았다.일부러 피할 수는 없어. 해야만 해. 안 그러면….강수가 한숨을 쉬었다.안 그러면 더 아플 것 같아.대산은 강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이것이 강수의 운명이라면, 참 더러운 운명이었다. 강수를 바라보는 대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다음 날 아침. 늦잠을 푹 잔 강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살아났다. 대산이 체육관에 간 사이 강수는 밀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집안 청소를 했다. 친구들이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오랜만에 여진과 재욱이 강수의 집에 모였다. 방학 중이었지만 고3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다들 공부하느라 바빴다. 모여서 공부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하기로 했다. 여진은 성적이 상위권이어서, 강수는 일부러 친구들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헐, 무섭네. 직접 보니 어때? 안 떨리더니? 무섭게 생겼어?여진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강수가 친구들에게 빨간 매직 이야기를 대강 들려준 후였다.그냥 처음에 약간. 뭐 특별히 무섭게 생기고 그러진 않았어.그래도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인 사람은 처음 본 거잖아.재욱도 당연히 관심이 많았다.그렇지.그런 살인마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글쎄.그리고 그 손 이야기 너무 섬찟하다
민 박사가 민 박사가 카메라를 접으며 강수를 재촉했다. 강수는 말없이 조승재를 바라보았고 조승재도 지지 않으려는 듯 강수를 응시했다. 강수의 눈이 커졌다.당신…, 후계자가 누구인지 아는군요.놀라서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했다. 조승재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강수를 째려보았다.당신은 그놈을 알아요. 맞죠?…….조승재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민 박사는 조승재가 자신의 손을 쳐다보던 눈빛이 생각났다.그놈이 ‘손 페티시’라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끔찍해.민 박사는 강수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강수의 능력이 새삼 무섭게 느껴졌다.뭐가 보인다는 얘기…, 맨날 들어도 신기해. 그 외에는 본 게 없어?민 박사는 운전 중에도 열심히 질문을 쏟아내었다.네.음…. 그리고 마지막 그 말, 조승재가 후계자를 알고 있다는 거, 확실해?그런 것 같아요. 제가 후계자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조승재의 얼굴을 보고 확신했어요.그 외에 더 보인 건?글쎄요.민 박사는 자신이 강수를 몰아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면 안 된다면서도 속물처럼 행동하는 자신이 한심했다.미안, 그만 물을게. 오늘 정말 수고했어.말없이 앞을 응시하던 강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여러 장면들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알았어, 알았어. 어쨌든 이무심 아저씨가 무죄로 밝혀져서 너무 좋아. 너 덕분이야.민 박사가 그것만 해도 큰 성과라며 웃었다.안 팀장은 민 박사의 보고를 받고는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이무심의 무죄를 밝혀낸 것은 큰 성과였지만, 동시에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자인해야 하는 것이었다.이거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당연히 기뻐해야 하죠. 뭐 안 팀장님이 경찰청장도 아니고, 20년 전 경찰조직까지 걱정하고 그래요? 그리고 잘못된 건 바로 잡으라고 우리 팀이 있는 건데.민 박사가 쏘아붙이자 안 팀장이 머쓱해졌다. 안 팀장은 어쨌든 아직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빨간 매직 살인마의 여죄를
뭐가 보인다면서? 점쟁이야? 무당인가? 아니면 뭐 총각 귀신이라도 되나?…….뭐가 보이는 지 한 가지라도 말해주면 내가 대답을 해주지.조승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강수가 조승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주 보던 조승재가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는 손짓을 했다. 한참 조승재의 얼굴을 보던 강수가 입을 열었다.심명순 씨는 손 때문에 죽었어요.강수의 말에 조승재의 눈이 커졌다. 이번에는 감추지 못했다. 민 박사도 놀란 눈으로 강수를 돌아보았다. 뜻밖의 이야기였다.조승재 씨, 당신은 그날 어쩌다 낯선 도시로 가게 되었죠. 알 수 없는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도는 바람에 그냥 있을 수 없었죠. 마치 사냥감을 찾아 나선 맹수처럼 거리를 돌아다녔죠. 그러다가 우연히 잡아탄 버스. 그래요 버스였어요. 그런데 그 버스 앞자리에 앉은 여자가 자신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손가락에 갑자기 충동을 느꼈어요. 평소에도 그런 충동을 많이 느꼈겠죠.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발목을 보았죠. 딱 적당하게 마르고 하얀 발목. 그 순간 마음을 먹은 겁니다. 평소 꿈꾸어오던 일, 그 일을 실행해 보려고 한 거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자신의 동네도 아닌 낯선 곳이라 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고선 미소까지 지으면서….조승재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강수의 얼굴도 상기되었다. 비록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강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당신은 낯선 여자를 따라 무작정 버스에서 내렸죠. 그러고는 그녀를 조용히 따라갔죠. 마침내 그녀의 집까지. 근데 그때….강수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다음 이야기가 조승재의 얼굴에 쓰여 있는 것처럼 조승재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한 남자가 마침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는 기다렸죠. 잠시 후 창문을 통해 무슨 소리를 들었고,
저번에 왔을 때 분명히 말씀하셨죠? 없어진 번호는 경찰이 찾아보라고. 찾아오면 대답해 주겠다고?조승재가 긴장을 한 건지 아니면 흥미를 느낀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강수는 조승재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민 박사가 서서히 사진을 돌렸다. 달력 사진이었다. 숫자 3과 그 숫자를 둘러싼 동그라미가 빨간 펜으로 그려진 그 사진.이게 3번 사건입니다. 그동안 못 찾았던 번호 중 하나. 이렇게 사람의 몸이 아닌 달력에 그렸을 뿐이지만 분명한 3번 사건입니다. 맞죠?조승재가 말없이 사진만 쳐다봤다.-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간략하게 사건 개요를 말씀드리죠. 20년 전 일어난 사건입니다. 피해자 심명순은 피를 흘린 채 자신의 집에서 쓰러져 있었습니다. 두 손과 두 발은 스타킹으로 묶여있었고, 온몸은 피멍이 들어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칼도 발견되었지만 지문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된 달력, 거기에 이렇게 3이라는 숫자가 발견되었습니다.조승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런데 왜 초기에는 숫자를 직접 피해자의 몸에 그리지 않은 건가요? 이렇게 숫자를 숨기다가 좀 약한 것 같아서 점점 노골적으로 몸에 그리기 시작한 건가요?…….그럼 1, 2번 사건에도 빨간 숫자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3번째 사건에서 처음으로 숫자를 적기 시작한 건가요?조승재는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만 있었다. 한참 조승재를 보던 민 박사는 다른 사진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피해자 심명순의 얼굴 사진이었다.이 정도면 기억나실 건데요. 피해자 사진입니다. 아니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을 못 하시는 걸까요? 지난 면회 때 하신 말씀으로는 조승재 씨는 피해자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조승재가 심명순의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그러고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는 씩 웃었다.맞으면 대답해 주기로 하셨잖아요. 맞죠?재미있네.조승재가 오래간만에 입을 열었다.3번과 4번 사이에 3년이라는 공백이 있습니다. 물론 군 생활 때문이었죠.조
확인된 사건 중에 5번 사건이 있습니다. 근데 이 사건은 유일하게 조승재 씨가 평소 알고 지냈던 피해자인데요. 그 여자분, 일부 자료에 의하면 사귀는 사이였다고 되어 있는데, 진짜인가요?조승재가 말없이 민 박사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차가워지고 있었다.일부 자료가 도대체 뭐야?아니, 당시 담당 형사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는 건데요. 그럼 그 사건은 충동적인 살인인가요, 아니면 계획적인 살인인가요? 물론 조승재 씨는 충동적이었고 잘 모르는 여자라고 말씀하셨지만.조승재의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내가 그 얘기를 여기에서, 굳이 다시 해명해야 하나?조승재가 강하게 나왔다. 민 박사는 약간 당황했다. 오늘 면회의 중요 쟁점이 아닌 이상, 이걸로 조승재와의 대화가 벌써 끊어지면 안 되는 거였다.- 좋습니다. 자, 다른 얘기를 하죠. 그러면 비와 살인 충동이 관련이 있나요?비?네. 충동적 살인 5건 모두, 비 오는 날에 일어났는데.음…….조승재는 잠깐 뜸을 들였다.일부러 의식한 건 아닌데, 비가 오면…, 비 특유의 냄새가 있잖아. 비 냄새와 피 냄새는 비슷해. 비가 오면 이상하게 피가 당겼지.조승재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또 웃었다.비옷을 입고?비옷?비옷, 그러니까 우비 같은 걸 입고 살인을 했는지 묻는 겁니다.조승재가 민 박사를 쳐다봤다. 비옷은 조서에 나오지 않은 내용이었다.그건 왜?그냥….기억이… 안 나는데.진짜 기억이 안 나는지 모른 척하는 건지 민 박사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14번 사건의 현장에서 강수가 한 얘기가 생각나서 물어본 것이었다.알겠습니다. 또 다른 질문. 빨간 매직으로 숫자를 적은 이유는 그냥 기억하기 편해서 그렇다고 하셨는데 맞나요?그렇다고 해 두지.굳이 빨간 매직인 이유가 있었나요? 빨간색은 혹시 피 색깔과 같아서? 아니면 강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었나요? 내가 했다는, 그리고 내가 계속할 거라는? 일종의 예고?나 이제 지루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