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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모든 이별의 이유들...

Author: 레이
윤지후의 시점.

나는 신지수의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협박하며 날 조종하려는 건 늘 그랬으니까 말이다.

최근 내가 다솔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고 그래서 지수가 지금 화를 낸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이해해야 할 건 이번 일은 다솔의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

비록 그녀가 미워하는 동생일지라도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지수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있다.

늘 건강했던 지수는 다솔이가 받는 모든 관심에 질투를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지수는 항상 문제아처럼 행동해 왔다.

반항적이고 자존심이 강하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많을 것이다.

눈물, 짜증 섞인 메시지, 심지어 이혼 서류까지... 모든 행동이 그녀가 원하는 건 단지 관심이라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난 지수가 서명된 이혼 서류를 진짜로 들고 올 줄은 몰랐다. 그 서류에 사인하면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역시나 지수는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지수는 빈 캐리어조차 들고 오지 않았다.

아마도 오늘 밤 지수의 연기는 끝나는 듯했다.

사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다솔의 혈소판 수치가 정상에 가까워졌고 드디어 다솔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날이다.

“한순간 난 언니가 진짜 떠날 줄 알았어.”

손에 스무디 컵을 꼭 쥐고 말하는 다솔의 모습은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러웠고 언제나 고요하고 얌전한 숙녀 같았다.

“... 네가 이겼네.”

지수가 나한테 보낸 메시지를 본 다솔은 지수가 떠날 거라고 내기를 걸었고 나는 반대 의견이었다.

지수가 정말 떠날 수 있었다면 5년 전 다솔의 부상을 핑계로 나를 협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지후야...”

다솔은 머뭇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나쁜 건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게 말이야...”

“5년 전에 지수가 널 다치게 했잖아. 그러니 네가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나쁠 건 없어.”

지수는 다솔이 병으로 얼마나 무력함을 느꼈는지 알면서도 그 상황을 이용해 그녀가 가장 힘들 때 나를 협박했다.

그녀가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동생을 구했더라면 나는 그녀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협박을 선택했고 그래서 나는 지수를 미워하게 되었다.

사실 모두가 그녀를 미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

다솔이는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물었다.

“술 마셨잖아. 운전하면 안 돼.”

그러자 나는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지수가 운전할 수 있잖아...”

물론 그녀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고 순순히 집으로 돌아가 준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사질 이혼 서류까지 들고 올 정도로 보면 이번엔 지수는 꽤 연기에 공들인 것 같았다.

오늘 밤 지수가 벌일 소동을 생각하니 벌써 인내심이 바닥나는 기분이었다.

“지수가 사준 시계야?”

다솔이 내 손목을 보며 묻자 나는 황급히 시계를 감췄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준 시계는 이제 너무 낡았나 보네.”

사실 그 시계는 낡은 게 아니라 지수가 부숴버린 것이었다.

지수는 맨날 이렇게 유치하게 행동했다.

다솔이 내게 준 물건을 일부러 “실수로” 망가뜨리고 자신의 물건으로 대신 채웠다.

나는 지수가 마치 영역 표시라도 하듯 나를 소유하려는 그런 행동이 싫었다.

“지수는 내가 화나면 비싼 걸 사다 줘. 그것도 내 돈으로 말이야.”

나는 다솔이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 봐 농담처럼 말했다.

“고양이가 소파를 긁듯이... 지수는 화가 나면 그렇게 행동하는 거야.”

“고양이? 네 눈에는 그렇게 귀여워 보이는구나.”

다솔이가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나는 너한테 뭐야?”

‘나이팅게일.’

내 머릿속에는 이런 답이 떠올랐지만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유리가 깨지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멀리서 크게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은 장인어른의 서재였다.

역시나 지수였다.

지수가 아니라면 또 누가 있겠는가.

나는 코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갔다 올게. 일이 좀 생긴 것 같네.”

서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지수가 바닥에 앉아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깨진 도자기 조각과 그녀의 다리에 난 몇 개의 작은 상처가 보였다.

이번엔 지수가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었어?

상황을 보니 장인어른이 지수를 때린 것 같았고 그래서 지수는 바닥에 넘어지며 캐비닛 위에 있던 꽃병을 떨어뜨린 것이다.

지수가 아무리 심한 말을 했더라도 장인어른이 딸에게 손찌검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나는 서재 문가에 서서 물었다.

그 순간, 지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엔 충격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고 붉게 충혈된 눈동자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정도로 화를 내는 지수의 표정을 처음 보았다.

아니...

지수는 적어도 나를 향해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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