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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7 21:27:26
태준은 그 시선을 따라갔다.

운전기사가 앞을 보고 있었다.

예진은 사적인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잠깐만.”

그는 운전기사에게 회사로 바로 가지 말고 조용한 곳에 차를 세워 달라고 했다.

차량은 잠시 뒤 한적한 길가에 멈췄다.

태준은 운전기사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문이 닫히자 차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예진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었는데요.”

“네가 할 말 있다며.”

태준은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 말해.”

예진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태준은 그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웃었다.

“왜 그렇게 긴장해?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어?”

예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준은 그녀의 침묵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들어 줄 테니까.”

예진은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태준은 그 사실에 안심했다.

조금 전부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던 기분이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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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비서   43화

    그가 낮게 불렀다.“나는 네가 없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예진의 손이 그의 어깨 위에서 잠시 멈췄다.태준은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아침에 눈을 뜨면 네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고, 늦게 들어와도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힘든 날에는 네가 안아 줬으면 좋겠고.”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이게 욕심인 거 알아. 그런데 네가 떠난다고 하니까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너한테 기대고 살았는지 이제야 알겠어.”예진은 그의 품에서 조금 물러났다.태준은 팔을 풀지 못한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태준 씨가 저를 좋아하는 마음은 알아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그런데 저는 누군가의 약혼녀가 있는 집에서 계속 연인으로 살 수는 없어요. 태준 씨가 저를 아무리 아껴 줘도, 그 자리에 있는 제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태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는 예진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 아팠다.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다.“세아와의 일은 내가 정리할 수 있어.”그가 말했다.예진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정말요?”태준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녀의 눈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그는 무언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가문의 약속을 지금 당장 깨겠다는 말도, 민세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겠다는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태준은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예진 역시 들었을 것이다.말하지 못한 대답을.그녀는 그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저는 태준 씨가 저 때문에 무리한 선택을 하기를 바라지 않아요. 다만 태준 씨가 선택한 삶 안에서 제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저도 결정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태준은 그녀를 놓았다.그는 그녀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미안해.”그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낯설었다.예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태준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네가 뭘 잘못한

  • 계약비서   42화

    처음에는 짧고 부드러웠던 입맞춤이 조금씩 깊어졌다.예진의 손이 그의 어깨를 감쌌고, 태준은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 허리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그날 밤 그는 자신이 이 여자에게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지 처음으로 선명하게 느꼈다.현재의 서재에서 태준은 사진을 내려다보았다.사진 속 음식은 여전히 엉망이었다.하지만 그날의 예진은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태준은 사진을 손에 쥐었다.“그날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예진이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이요?”“내가 만든 저녁이라서 좋다고 했잖아.”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그랬죠.”“나는 그때 네가 웃는 게 좋아서 다음에도 해 주고 싶었어.”태준은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그런데 결국 한 번도 더 안 했네.”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다음에 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어. 네 생일이 또 오고, 우리가 같이 저녁 먹을 날도 계속 있을 테니까.”태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나 봐.”예진의 손끝이 사진 가장자리에 닿았다.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그러나 예진은 사진을 상자에 넣지 않고 서랍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태준은 그 행동을 오래 바라보았다.그녀가 사진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이제는 그것을 함께 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예진은 회사 자료를 따로 정리하기 시작했다.업무용 메모와 개인 수첩을 구분하고, 회사에 반환해야 할 물품을 표시하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태준은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비서였다.회의실에서 다른 임원들이 놓친 숫자를 찾아내고, 중요한 계약의 허점을 먼저 발견하며, 복잡한 일정 속에서도 한 번도 중심을 잃지 않는 여자.그녀는 태준의 곁에서 능력을 증명해 왔다.하지만 그가 사랑한 것은 유능한 비서로서의 모습만이 아니었다.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머리를 풀어 내리던 모습, 소파에서

  • 계약비서   41화

    '그럼 다음에 네가 사.''다음에도 같이 올 거예요?'태준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왜, 안 올 생각이었어?'예진은 웃으며 카드를 집어넣었다.태준은 그때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다음에도.그다음에도.그녀와 함께 장을 보고, 저녁을 먹고,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계속될 거라고 믿었다.현재의 서재에서 태준은 영수증을 바라보았다.“이걸 아직 가지고 있었어?”예진이 바랜 종이를 살폈다.“서랍에 넣어 둔 걸 잊었어요.”“그날 기억나?”“기억나요. 태준 씨가 초콜릿을 너무 많이 사서 냉장고 한 칸이 꽉 찼잖아요.”태준은 웃었다.“네가 좋아한다고 해서.”“제가 좋아하는 건 두 종류였어요. 나머지는 태준 씨가 다 고르셨고요.”그는 그제야 자신이 계산대 앞에서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 떠올렸다.그날은 대단한 계약을 성사시킨 것도 아니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었다.그저 사랑하는 여자와 장을 보았을 뿐이었다.그런데 그 시간이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저녁 중 하나였다.태준은 영수증을 손끝으로 만졌다.“우리 다시 가자.”예진이 그를 바라보았다.“마트?”“응. 이번에는 네가 좋아하는 것만 사자. 내가 카트도 제대로 밀고.”그는 웃으려 했다.“그리고 집에 와서 같이 저녁 만들어 먹자. 그때처럼.”예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가 천천히 옅어졌다.“그날은 정말 좋았어요.”태준은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하지만 예진은 영수증을 접어 수첩 사이에 넣었다.“그래서 기억하고 싶어요. 좋은 날로요.”태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그날을 다시 만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그날이 좋았다는 인정이었다.그는 영수증이 사라진 수첩을 한동안 바라보았다.***다음으로 나온 것은 오래된 사진 몇 장이었다.그중 하나에는 엉망으로 차려진 저녁 식사가 찍혀 있었다.태준은 사진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이건 아직 있었네.”예진이 사진을 확인하고는 작게 웃었다.“이

  • 계약비서   40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물건을 고르고 싶지 않았다.예진이 매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자신의 선물을 사용할 때마다 잠깐이라도 자신을 떠올렸으면 했다.결국 작은 가죽 파우치를 골랐다.집에 돌아와 그것을 건네자 예진은 예상보다 훨씬 환하게 웃었다.'이걸 어떻게 골랐어요?'태준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괜히 무심한 척했다.'네가 이런 거 좋아하잖아.''맞아요. 색도 제가 좋아하는 거예요.'그녀는 파우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태준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참지 못하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선물 받았으면 인사는 해야지.'예진이 웃으며 그의 가슴을 밀었다.'방금 고맙다고 했잖아요.''말로만?'그녀는 잠시 그를 올려다보다가 발끝을 들었다.입술이 닿은 것은 짧은 순간이었다.태준은 그대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시 입을 맞췄다.그날 예진은 한참 뒤에야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리고 다음 날부터 그 파우치를 사용했다.태준은 지금 손에 들린 낡은 가죽을 엄지로 쓸었다.“아직도 쓰고 있었네.”예진은 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보았다.“좋아하는 물건이니까요. 오래 썼어요.”태준은 그녀를 돌아보았다.“그럼 계속 써.”“그럴 거예요. 제 물건으로 따로 챙겨 두려고요.”그 말에 그의 손이 멈췄다.예진은 선물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었다.자신이 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가지고 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태준은 그 사실이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내가 사 준 건데, 네가 가지고 나가면 나는 뭐가 남아?”예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말을 내뱉은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어린아이 같은 질문을 했는지 깨달았다.그러나 주워 담을 수 없었다.예진은 파우치를 빼앗지 않았다.대신 그의 손등을 가볍게 짚었다.“태준 씨가 주셨던 마음은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왜 너는 없어지려고 해.”예진의 손이 멈췄다.태준은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

  • 계약비서   39화

    식사를 마친 뒤 예진이 설거지를 시작하자 태준은 주방에 남았다.그녀가 접시를 헹구는 동안 마른 수건을 집어 든 그는 아무 말 없이 물기를 닦았다.예진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오늘은 제가 해도 되는데요.”“나도 할 수 있어.”태준은 접시를 받아 찬장 쪽으로 걸어갔다.예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지난번에는 접시를 어디에 넣는지도 모르셨잖아요.”“그건 네가 자꾸 자리를 바꿔서 그렇지.”“제가 바꾼 적 없어요. 태준 씨가 관심이 없었던 거죠.”그는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맞는 말이었다.예진이 컵을 어느 찬장에 넣는지, 자주 사용하는 그릇을 어디에 두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녀가 늘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앞으로는 알면 되잖아.”무심코 내뱉은 말에 예진의 손이 잠시 멈췄다.태준은 그제야 자신이 또다시 그녀가 이 집에 계속 살아갈 것이라는 전제로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접시를 찬장에 넣고 돌아섰다.“예진아, 내가 너한테 너무 많은 걸 맡겼지.”그녀는 수돗물을 잠갔다.“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많아요.”“그래도.”태준은 그녀의 젖은 손을 수건으로 감싸 닦아 주었다.“네가 없으면 이 집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예진은 그를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다 하실 수 있어요. 태준 씨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 보신 거잖아요.”그는 그 말에 웃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없어도 그가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태준은 그 반대였다.그녀가 사라진 집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예진의 손을 놓았다.“오늘은 내가 마무리할게. 넌 쉬어.”예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수건을 건넸다.“그럼 부탁할게요.”그녀가 주방을 나간 뒤 태준은 물기가 남은 싱크대를 닦았다.접시 몇 개를 씻는다고 삼 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그런데도 지금은 사소한 일 하나라도 더 하고 싶었다.그는 주방을 둘러보았다.예진이 고른 찻잔, 그녀가 붙여 둔 작은 메모, 함께 장을 보며

  • 계약비서   38화

    이제 예진이 그 말을 지켰을 뿐인데 자신은 서운해하고 있었다.“미안. 괜한 소리 했어.”그가 팔을 풀자 예진은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혼자 먹기 싫으시면 옆에 앉아 있을게요. 대신 오늘은 식사하면서 일 얘기하지 말아요. 오후 회의 때문에 많이 피곤하셨잖아요.”태준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회의 때문 아니었어.”“그럼요?”“너 때문에.”예진의 손이 멈췄다.태준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아침에 네가 한 말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제대로 못 했어. 회의실에서도 네 얼굴만 보이고, 집에 돌아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만 생각했어.”그녀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태준은 자신도 힘들었다는 말이나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는 대답을 기대했다.하지만 예진은 조용히 식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일단 식사부터 해요. 국 식겠어요.”그는 더 말하지 못했다.예진은 여전히 자신이 끼니를 거르는 것을 걱정했다.그러면서도 떠나겠다는 결정은 바꾸지 않았다.***식탁에 앉은 태준은 국을 몇 숟가락 떠먹다가 수저를 내려놓았다.예진은 맞은편이 아니라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물잔을 가까이 밀어 주자 태준은 잔 대신 손을 잡았다.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끼우자 익숙한 온기가 전해졌다.그는 그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예진아, 나는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게 좋았어.”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아침에 눈을 뜨면 네가 있고, 밤에 돌아오면 같이 밥을 먹고. 아무리 피곤해도 네 얼굴을 보면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어.”태준은 엄지로 그녀의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그런데 나는 네가 그걸 알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지.”예진은 잠시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알았어요. 태준 씨가 저를 아껴 주셨던 것도 알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좋았다는 것도 알아요.”태준은 그 대답에 조금 안도했다.그러나 예진은 그의 손을 가볍게 감싸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저도 삼 년 동안 여기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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