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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8화. 출근길의 소유권

Penulis: 6ja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8 07:30:37

다음 날 아침, 루미나 본사 앞은 출근 차량과 직장인들로 붐볐다.

서율은 목까지 잠근 화이트 셔츠와 슬랙스 차림으로 회전문을 향했다. 쇄골에는 자국이 남지 않았지만, 전날 도현의 입술이 머물렀던 자리가 괜히 의식됐다. 밤새 같은 침대에서 쿠션 벽만 바라본 탓에 눈도 뻑뻑했다.

도로변에서 짧은 경적이 울렸다.

검은 마이바흐의 운전석 문이 열리고 도현이 내렸다. 아침 햇살 아래 다크 네이비 슈트와 은테 안경은 평소의 차도현으로 돌아온 듯 반듯했다. 주변 직원들이 걸음을 늦추기 시작했다.

“세륜 차도현 변호사 맞지?”

“한 팀장님이랑 어제 파티 기사 난 사람?”

서율은 빠르게 도현 앞으로 갔다.

“네가 여긴 왜 와?”

“두고 간 게 있어서.”

“또 그 말이야?”

도현의 시선이 서율의 입술에 잠깐 머물렀다.

“사람들이 보고 있어. 연인처럼 보이려면 인사는 해야겠지.”

“어떤 인사?”

“네가 정해.”

어젯밤의 약속을 기억한 답이었다. 서율은 회사 유리문 너머로 동료들의 얼굴이 줄지어 붙은 것을 봤다. 도망치면 소문은 더 커질 터였다.

“짧게.”

“입술?”

“그걸 또 확인해?”

“중요하니까.”

서율은 도현의 재킷 깃을 잡아 자신 쪽으로 조금 당겼다. 허락을 알아들은 그가 허리를 감쌌지만 힘을 주지는 않았다.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정말 짧았다. 서율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는 온기를 따라 한 박자 더 머물자, 도현도 같은 만큼만 돌아왔다. 쌉싸름한 박하 향과 따뜻한 숨이 섞였다.

주변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서율이 먼저 물러났다.

“끝.”

도현의 엄지가 아랫입술 가까이 올라왔다가 닿지 않고 내려갔다.

“오늘 몇 시에 끝나?”

“모르겠어. 바이어 수정 회의 있어.”

“오후 6시에 오겠다.”

“통보하지 마.”

도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럼 오후 5시 50분에 물어볼게. 와도 되는지.”

“내가 답하면 와.”

“알겠어.”

도현은 그제야 차로 돌아갔다. 회사 앞에서 공개적으로 입을 맞춘 사람치고는 순순한 퇴장이었다.

회전문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휴대전화에는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가 여섯 통, 아버지의 메시지가 네 통 와 있었다.

[당장 집으로 와라.]

[차 변호사와 무슨 거래를 한 거냐.]

서율은 내용을 읽고 가족 단체 채팅방 알림을 껐다. 도현에게 보여주거나 대신 처리해달라고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의 가족에게 할 말은 자신이 정할 일이었다.

기획팀 대리가 가장 먼저 다가왔다.

“팀장님, 진짜 차 변호사님이랑…….”

“업무 시작 8분 전이에요.”

서율은 시계를 보여주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궁금한 건 점심시간에 한 질문씩만. 대신 오늘 바이어 수정안부터 끝내요.”

“그럼 질문권 양도 가능해요?”

“불가. 한 사람 한 개.”

“차 변호사님이 먼저 고백하셨어요?”

“그건 점심 질문으로 접수.”

팀원들이 웃으며 따라붙었다. 서율은 농담을 받아주되 자신의 사생활이 회의보다 앞에 서게 두지는 않았다. 서율은 붉어진 입술을 굳이 가리지 않았다. 관계 때문에 업무 능력이 달라졌다는 식의 시선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전면 스크린에 전날 수정 요청이 떠 있었다. 서율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고 곧장 펜을 들었다.

“첫 페이지 색감부터 다시 갑시다. 지금은 제품보다 배경이 먼저 보여요.”

화상으로 연결된 해외 바이어가 기사 캡처 화면을 띄우며 개인 이슈가 일정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서율은 화면을 닫아달라고 요청한 뒤 수정 시안의 전환율 자료를 다시 띄웠다.

“제 사생활은 납품 일정과 관계없습니다. 대신 오늘 확정하실 세 가지부터 보시죠.”

서율은 색상, 패키지 문구, 촬영 일정을 차례로 짚었다. 질문은 곧 기사에서 캠페인으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연인이라는 소문은 문밖에 두었다. 이 방 안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것은 차도현의 이름이 아니라, 서율이 고른 색과 문장이었다. 서율은 기사 캡처를 닫고 자신의 이름으로 저장된 최종 시안을 다시 띄웠다.

점심시간이 되자 팀원들은 약속대로 질문을 하나씩 꺼냈다. 서율은 ‘15년 친구였고, 최근 관계가 달라졌다’는 사실만 답했다. 계약 이야기는 숨겼지만 도현이 자신을 대신해 설명하게 두지도 않았다.

“마지막 질문. 팀장님 행복해요?”

막내 디자이너의 물음에 서율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아직 판단 중이야.”

솔직한 대답에 팀원들은 더 캐묻지 않았다.

막내 디자이너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서율은 방금 한 대답을 자신에게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설레는 순간과 믿기 어려운 순간을 섞어 서둘러 결론내리지 않기로.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바뀔 때마다 입술에 남은 열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설렘과 행복을 같은 말로 묶기에는, 도현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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