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한 명씩 상대하기 귀찮으니까 전부 다 같이 덤벼라."그가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염구준에게는 그들이 너무 하찮았다."네가 얼마나 강한지 내가 한번 봐야겠다." 보채성맹의 한 거인이 은빛이 도는 긴 막대기를 들고 나섰다.악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떼로 몰려가 싸우는 방식으로 이기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시간 낭비다!"염구준은 재빨리 움직여 긴 막대기를 든 거인에게 달려들었다.‘어디 갔지?’속도가 너무 빨라서 거인은 염구준을 보지 못했다."아......"그는 크게 소리치며 손에 든 긴 막대기를 휘둘렀다. 최대한 염구준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그는 완벽한 방어를 하고 있었다."후, 후!"10분 동안 막대를 휘두른 거인은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이것은 쇠막대기였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막대기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며, 여기저기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이런 방식이라면 나도 지치겠다."뒤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한 손으로 내려쳤다.큰일 났다!당황한 거인은 급히 몸을 돌려 막대기를 가로 들어 머리 위로 올렸다. 그렇게 공격을 막으려 했다.막았다!막대기에 닿을 줄 알았던 염구준의 손이 예사롭지 않다.그의 얼굴은 굳어졌다. 눈이 커졌지만, 동공은 축소되었다.쨍그랑!염구준의 손에 금속 막대기가 두 동강 났다.그리고 거한의 머리 위에 닿으며, 정수리로 기운이 파고들면서 전신의 경맥을 끊었다.거한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일어났다.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들어내, 다음!"염구준의 말에 사람들은 비로소 상황을 알아차렸다."감히 사람을 죽여? 내가 복수하겠다."귀호가 막으려 하는데 한 사람이 이미 나섰다. 그의 어깨에는 큰 털 거미가 있었다.이 사람은 주술사로, 자신의 능력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웃기지 마라. 너희도 대염무관 사람들을 죽이려 하지 않았어?" 염구준은 우스꽝스럽다고
“우리가 졌어.”귀호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상황에 염구준에게 덤비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였다.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 양측 모두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염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제정도가 다가와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세번째 경기도 잘 부탁드립니다.”“별 말씀을요. 상대가 너무 약해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요, 뭐.”염구준의 목소리엔 약간 실망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외로움, 그 말고 알 사람은 없었다.이때, 옆에 있던 제욱이 앞으로 걸어 나와 염구준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아까 무례했던 점, 정말 죄송합니다. 무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비록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그도 대염무관을 위해 한 일이었다. 무관 사람들은 평소 목숨보다 체면을 우선시하는 부문주가 이렇게까지 하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존경심이 더욱 치솟았다.“부문주님, 이러실 필요 없어요. 다 지난 일 아닙니까?”염구준이 그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다는 의사를 전했다. 남자란 자고로 사소한 것에 하지 않는 법, 시원스럽게 털어냈다. “하하!”그러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제정도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더 이상 이 일 때문에 부문주와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우리는 준비 다 됐어. 이제 그쪽도 마무리하지?”귀호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불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도 다 됐어. 시작해.”제정도가 대답했다. 양측 인원이 입장하고,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여러분은 저쪽 가서 쉬고 계세요. 여긴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염구준이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염 선생님의 실력은 알지만, 그래도 저희가 없는 것보단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제욱이 조심스레 염구준에게 말을 꺼냈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때, 가만히 있던 염구준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상대가 그의 공격범위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온 몸에서 강한 기류가 퍼지며 적은 물론 경기를 구경하고 있던 구경꾼들마저 압도했다. 거센 파도 같은 에너지가 온 공간에 퍼져 나가며, 적들에겐 충격은 아군과 구경꾼들에겐 놀라움을 선사했다. “아!”적들이 피를 토하며 순식간에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기운을 흘린 것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한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염무관 사람들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어어? 이긴 건가?”“그런 것 같아요!”“그래도 무성 강자인데, 이렇게 쉽게?”너무나도 쉽게 정리된 상황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무성 강자의 경지가 잘못된 건지 순간 헷갈렸다. 그만큼 너무나도 손쉽게 경기가 끝나버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표정의 변화가 컸던 것은 귀호였다. 그는 피토하고 쓰러져 있는 아군들을 한번, 염구준을 한번, 연신 번갈아 보면서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일분 전까지만 해도 비웃는 입장이었는데, 손바닥 뒤집듯 상황이 역전되었다.“어떻게 이럴 순가… 아무리 전신 경지라고 해도, 무성 경지 열명을 이토록 쉽게 상대한다고?”일생에 한 번도 반보천인을 직접 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모두가 놀라 굳어있는 사이, 염구준은 유유히 걸어가 계약서가 들어가 있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 이 계약서만 있다면 대염무관은 이 도시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터였다. 그건 용하국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잠깐!”귀호가 다급히 입을 열며 염구준을 붙잡았다. 이 계약서를 잃게 되면 그는 이 도시 절반 되는 사업장들을 잃게 된다. “또 왜?”염구준이 몸을 돌리며 차갑게 귀호를 쏘아붙였다. 그 시선에 귀로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전장을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찔한 살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귀호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얼른 하려던 말을 바꾸었다. “아, 그쪽이 아니라 제정
그는 오랫동안 보채성맹을 물리치고 이 도시 사업 주도권을 돌려받는 꿈을 꾸었다. 그는 항상 이 도시가 지금보다 좀 너 나은, 좀 더 평화로운 곳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늘 힘이 부족했기에 자신의 생각을 실천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 절대로 이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이따가 후회하지 말아. 가자!”귀호가 경고하며 남은 부하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당장이라도 대염무관을 쓰러뜰이고 제정도와 느닷없이 끼어든 외부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제정도는 전신초기 경지였고, 외부자는 어쩌면 그보다 더 강했다. 지금 부하들이 모두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덤볐다가는 전멸당하는 건 본인이 될 터였다. 귀호는 오늘은 일단 한발자국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보채성맹 사람들이 떠난 후, 제정도는 다시 한번 염구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대염무관을 대표하여 염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염 선생님, 감사합니다!”다른 사람들도 함께 염구준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 와중에 갑자가 한 소녀가 다급한 모습으로 뛰어왔다.“아버지, 도와주세요! 주아가… 주아가…!”소녀의 이름은 제세라, 이제 막 스무살이 넘은 제정도의 둘째 딸이었다.“막내가 왜?”말을 꺼낸 것은 제정도 아닌 첫째 제만이었다.제만의 어머니는 막내 제주아를 낳은 뒤, 곧 세상을 떠났다. 제정도는 항상 무관 일로 항상 바빴기에 막내는 거의 그가 키우다시피 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남매 사이도 다른 집보다 훨씬 돈독했다.“막내랑 놀이공원에 갔는데, 갑자기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함께 있던 삼촌들을 다 죽이고… 막내를… 막내를 납치해갔어요! 흑!”제세라가 눈물 범벅된 얼굴로 말했다.“울지 마, 상대가 누군지 알아?”제만이 황급히 물었다.“잘 모르겠어요….”제세라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큰 일이었다. 막내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이 대혼란의 지역, 무리안에서 어린아이가 사라졌다. 아이가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저 호로 잡놈들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처음부터 계약서를 넘길 생각이 없었던 거야. 감히 이런 더러운 술수를 쓰다니!”“저 귀호 놈을 그냥 보냈으면 안 됐는데, 이제 어떡하지?”사람들은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쪽지에 적힌 내용은 간단했다. 딸을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계약서를 챙겨 보채성맹 빌딩에 오라고 적혀 있었다. 수신인은 역시나 귀호였다.“지금 당장 주아를 구해야 해요!”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자 제만이 등 뒤에서 무기를 뽑아내며 밖으로 향했다.“멈춰!”그런데 이때, 제정도가 그를 붙잡아 세웠다. 제만의 실력으로 보채성맹에게 덤비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어요. 막내는 어떻게든 제가 구해 올게요.”“저도 같이 갈래요!”“저희도요!”제만은 대염무관에서 꽤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금세 몇몇 그를 따라 나서려 움직였다. 하지만 제정도는 허락할 수 없었다.“시끄럽다. 이 녀석들 움직이지 못하게 다 방에다가 가둬!”딸이 납치된 건 큰 일이었지만, 문주는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움직이는 건 엄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도 모자라 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문주님….”제욱이 설득하려 입을 열었지만, 제정도가 먼저 말을 끊었다.“문주는 나다! 명령에 따라!”제정도가 엄포를 하니, 사람들은 감히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제만 등을 잡으려 나섰다.“오늘 저를 막으면 그게 누구라도 가차없이 벨 것입니다.”하지만 그럼에도 제만은 물러서지 않고 완고히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전투를 치를 듯 검에 힘을 실었다.“어디서 감히 대들어!”제정도가 몸에서 기력을 개방하며 순식간에 제만 등을 찍어 눌렀다. 이틈을 타 다른 사람들이 제만을 제압하며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거 놔! 당장 놓으라고!”제정도는 발버둥치는 아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로서 자식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희생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다. 아들
염구준이 제정도 옆으로 다가오며 덤덤히 말했다.“제가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제정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따님 구하러 가는 거 아니에요?”염구준은 이미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제정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낮에 딸을 구하러 가지 못하게 한 것은, 그들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적을 상대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면 오직 아버지인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하, 무관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걸 염 선생님이 간파하고 있을 줄이야, 놀랍네요.”제정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불어왔다. 사람 일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것일까?“저도 같은 입장이 되어 본적 있어서 알아챌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그 말과 함께 염구준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지금만큼 강하지 않을 때였다. 부하가 함정에 빠져 포로로 잡혔던 순간이 있었다. 그는 구하려 나서려는 사람들을 만류하고 홀로 몰래 부하를 구하러 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 또한 지금의 제정도처럼 모두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염 선생님, 손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제정도가 고마웠지만, 염구준에게 분명히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모험 함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밤, 결코 쉬운 전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재촉하고 나섰다.“됐어요. 얼른 가요!”제정도는 그제야 마음을 굳히고 길을 앞장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둠속에 모습을 감추며 빠르게 보채성맹을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 염구준이 문득 떠오른 듯 말을 꺼냈다.“문주님, 저랑 거래 하나 할까요?”“거래요? 말씀하세요.”제정도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염구준과 만난 뒤로 그는 항상 신세 지기만 했는데,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거래를 원하다니 의문스러웠다.“별거 아니에
제정도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공격에 꽤나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염구준의 신형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폭탄이 쏘아진 지점으로 돌진했다. “이런! 각 팀들 주의해! 목표물 중 하나가 사라졌다!”야간 투시경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정찰원이 갑작스레 시야에서 사라진 염구준을 발견하곤 놀라 무전기에 외쳤다. 그리고 다급하게 염구준을 찾기 시작했다.“찾을 것 없어.”이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총을 거의 떨어뜨릴 뻔했다. 놈이었다! 사려졌던 목표물, 염구준!그는 제대로 반격할 틈도 없이 목에 서늘한 느낌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인기척이 없이 나타날 수가 있지? 죽기 직전까지 남자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자, 한 명.”염구준이 가볍게 말하며 다시 한번 어둠속에 사라졌다. 이들은 누가 봐도 미끼였다. 시간 끌기 위해 귀호가 배치해둔 희생양. 운 좋으면 제정도에겐 약간의 피해는 입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처음엔 끊임없이 들려오던 폭탄과 총탄 소리가 점차 줄어 들었다. 이제 제정도에게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명령을 내리던 남자는 매우 당혹스러웠다.“야, 뭐하는 거야! 다들 빨리 발포하지 않고 뭐해?”남자가 적어진 공격 소리에 분노하며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이미 염구준에게 모두 처리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남자를 마지막으로 모든 인원이 제거되었다. 모든 것이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다 처리했어요. 계속 가죠.”제정도 옆으로 돌아온 염구준이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제정도는 놀라운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염구준의 실력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만약 아군이 아니라 적으로 만났다면, 아무리 전신 초기 경지라도 저들처럼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을 것 같았다. 잔챙이들이 모두 처리되자, 두 사람은 더 속도를 내
“그러니까, 사람 함부로 건드리는 거 아니야.”염구준이 손바닥으로 남자의 얼굴을 내리치며 말했다. 남자는 이빨은 물론 얼굴이 피떡이 되어 정신을 잃었다. 염구준은 남자를 한쪽으로 걷어 찬 뒤, 고개를 들어 빌딩 가장 꼭대기에 있는 귀호를 향해 중지를 내밀어 보였다. 국적불문, 만국공통 욕이었다.“이놈이! 두고 봐, 손가락 잘라버리겠어!”건물 꼭대기 층에서 귀호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원샷하며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말했다. 오늘 밤, 그는 제정도를 죽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귀호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건물 내부 장치들을 가동해. 일단 먼저 지치게 만든다.”“네!”그러자 그 즉시 누군가가 빠르게 답하며 문 밖으로 나갔다. 귀호는 전죽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음모와 계략 측면에는 매우 뛰어났다. “우리까지 불러놓고서 이렇게까지 조심성 있게 해야겠어?”이때, 옆 소파에 앉은 채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던 두 사람 중 젊은 여자가 입을 열었다. “맞아. 제정도 하나 상대하는데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릴 필요 있을까?”나머지 한 사람, 노인이 젊은 여자의 말에 동의하며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전신 경지에 오른 강자들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쉽게 갈 수 있다면, 쉽게 가는 게 좋잖아. 그리고 걱정 마. 여기까지 온 이상, 이따가 두 사람이 나설 일이 생기던, 생기지 않던 약속된 보수는 줄테니.”귀호가 싱긋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뭐, 마음대로 해.”젊은 여자가 계속해서 와인을 음미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귀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계속해서 계획을 세워갔다. 아직 두 사람에겐 염구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편, 염구준과 제정도는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은 꼭대기 층과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 모두 불이 꺼진 채 매우 어두컴컴했다. 누가 봐도 이건 음모가 느껴졌다. “염 선생님, 계단으로 갈까요?”제정도가 조심스레 물었다. 대놓고 파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