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용이 크게 소리쳤다."어서 뛰어나가요!"다들 황급히 떠났으나 이미 늦었다.방 주위에 전방위적으로 빈틈없이 대량의 독가스가 주입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 독성은 염구준이 보아도 예감이 좋지 않을 정도였다."당황할 거 뭐 있는가? 독가스 입구만 막으면 되지 않나?"가족 안의 셋째 삼촌은 말하며 사람을 시켜 독가스 입구를 막으라고 했다. 그러나 독가스가 너무 많아 전혀 막을 수 없었다.모든 사람이 당황하고 있을 때 허공에서 방금 그 두 사람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하하하, 열 걸음이면 너희들을 잿더미로 만들고 고인 물이 될 거야!"염구준은 독 안개의 범위를 보았다. 반경이 글쎄 15미터나 되었다! 15미터 밖으로 나가려면 10보로는 절대 불가능하다.염구준이 탈출할 수 있다고 해도 엘 가문 사람들은 전멸할 것이다.엄청난 위기 속에 청용이 방문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방문은 이미 잠겨 있어 밖으로 나갈수 없었다."불로 하면 안 돼요? 불로 이 독가스를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요?""안 돼요. 만약 이 사이에 인화성 물질이 있다면, 우리는 폭발로 죽을 거예요!"모두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만 염구준은 침묵을 지키며 창밖을 싸늘하게 보고 있었다."전신님, 어서 방법을 생각해 봐요!""하하하, 전신? 내가 보기에 전신이라고 부르지 말고 귀신이라고 불러. 적어도 짝이 있으니, 저승길에서 다들 외롭진 않을 거야."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미 독가스에 노출되어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독성이 강해서 어떤 사람은 닿기만 해도 쓰러졌다.엄청 다급한 상황에 염구준은 침착한 표정으로 천천히 자리에 양반다리를 틀고 앉았다.그리고 염구준의 뒤에는 곧 금룡과 같은 그림자가 형성되어 염구준의 뒤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이 금룡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독성은 뜻밖에서 그의 몸을 침식할 수 없었다!"하하, 소용없어. 진기는 고작 너 자신이 죽지 않도록 지킬 수밖에 없어!"독가스는 점점 방 구석구석으로 퍼졌고 모두 숨을 죽이고 한 발짝
많은 사람들이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주작은 예감이 좋지 않아 얼른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다들 괜찮아요?"앨리스는 손을 놓아 코를 막고 있던 옷을 버리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잠시 후에야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우리는 괜찮아요. 다만 방금 너무 오래 숨을 참아 산소가 좀 부족해요!"주작은 마음을 놓고 여러 사람들의 반응을 검사해 보았다. 다들 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했다.그리고 다들 염구준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염구준이 이미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엘 가문 사람들은 겨우 살아난 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누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청용은 가장 먼저 돌진해 나갔다."전신은 틀림없이 그들을 쫓으러 갔을 거예요. 우리도 빠지면 안 돼요!"방문을 뛰쳐나가자, 염구준은 이미 홀로 두 사람과 싸우고 있었다."흥,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 외에 또 뭘 할 수 있는지 볼까?"청용은 함정에 빠져 이미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았다. 만약 혼자 싸운다면 그는 염구준의 수하 중 가장 내세울 만한 사람이다. 염구준을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승복한 적 없다.네 사람이 뒤엉켜 싸우자 주작은 끼어들 수 없어 가문 사람들을 대피시켰다.염구준은 방금 전의 일로 인해 지금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아직 한 사람에게 두 번 당한 적은 없었다!염구준이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자 보이지 않는 힘이 순식간에 온몸에 가득 찼고 분위기부터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났다!"실력이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어, 어서 막아!"두 사람은 동시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그들은 저항하지 않고 순식간에 멀리 도망쳐 주머니에서 다시 알약을 하나 꺼내 먹었다.청용은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두 사람이 각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순간 청용은 판단력을 잃었다.실력 향상이 완성되자 염구준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과 같이 금빛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청용도 이 모습을 보고 저도 몰래 무서웠지만 그래도 눈빛에 숭배의 마음이 가장 많았다."잘됐어. 전신이 힘
"이런, 계속 숨어다니는 거야?"청용은 줄곧 욕설을 퍼부었다. 염구준은 그래도 상대를 다칠 수 있고 우세를 차지할 수 있지만 청용은 그렇게 행운스럽지 못했다. 상대의 털끝조차도 만질 수 없었다."허허, 정면으로 싸울 수 있다며? 어서 잡아봐. 날 잡으면 어떻게 처리하든 내버려둘게."청용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사방으로 도망치는 상대를 보니 여름에 귓가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모기와 같았다. 어두운 밤에 졸음이 쏟아지는데 몇 번이고 모기를 잡지 못해 짜증나는 상황 말이다."그만해!"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계속 쫓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상대가 자신을 이길 수 없다 하더라도 줄곧 자신의 체력을 소모하는 것은 결국 약을 먹은 것과 비길 수 없었다!염구준은 멈춰선 후 오른손으로 허공을 짚었다. 손끝의 위치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아주 눈부셨다."하하, 왜? 날 잡지 못하니까 공법을 쓰기 시작한 거야? 쓸데없어. 설마 속도가 빠르면 어떠한 공격도 피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염구준은 그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밝은 빛이 손끝에서 더욱 밝아졌다. 그 사람은 갑자기 당황하여 걸음이 하마터면 흐트러질뻔했다."이 순간의 허점만으로도 충분해!"손가락을 조금 앞으로 향하자 밝은 빛이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해 상대의 미간을 향해 갔다.방금 발걸음이 흐트러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그 금빛은 금방이라도 따라잡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상대는 방법이 떠올랐다.그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비틀었고 몸으로 믿을 수 없는 곡선을 이루며 움직였다. 사람 전체가 반쯤 쓰러진 상태로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이 순간으로 인해 상대는 화를 피했고 저도 몰래 웃음을 지었다."고작 이 정도밖에 안 돼?"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 금빛은 뜻밖에도 방향을 바꾸어 공중에 있는 그를 향해 돌격했다."아, 큰일이야!""공중에서 어떻게 피할지 볼까?"한 사람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공중에서는 헛수고와 다름 없었다. 우주에서 걷
주작은 상대를 흘겨보고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을 기둥 위에 묶었다.청용은 주작을 쫓아가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려 했으나 염구준의 눈빛에 놀라 의기소침하게 도와주러 갔다."만약 네가 소홀히 해 암기가 있는 곳을 검사해 내지 못한 게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낭패를 봤겠어?"청용은 한쪽 무릎을 꿇고 경건한 모습으로 말했다."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물을 부어서 깨워!"청용은 차가운 우물물을 들어 두 사람의 얼굴을 향해서 뿌렸다.‘쫙!’물 한 대야가 상대의 몸을 향해 뿌려졌지만, 상대는 깨어나지 않았다.염구준은 어딘가 이상하다 느꼈다. 설마 또 함정이 있는 건가?몇 사람을 데리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자, 바닥의 물이 뜻밖에도 색이 바뀌었다!"전신님, 어서 보세요! 물이 색이 변했습니다!""독이야! 건드리지 마!"염구준은 죽어라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설마 몸 안에 독액이 들어있는 건가?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죽으면 독소를 방출해 이미 이겼다고 생각한 사람을 물러나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우린 방금 독을 쓰지 않았습니다. 설마 이 독은 저 사람들 몸에서 흘러나온 건가요?"말을 마치고 주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가리켰다."뭐?""전신님, 저 사람들의 얼굴을 어서 보세요!"염구준은 주작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두 사람의 얼굴이 퍼렇게 변하기 시작했다!몸의 혈관은 아주 선명했고 몸 전체가 서서히 자줏빛을 띠었다."이건 뭐지?"염구준은 콧방귀를 뀌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흥, 중독된 거야!""중독이요? 무슨 독이죠? 저희는 독을 쓴 적 없습니다!""스스로 쓴 독이야.""정말 괘씸하네요, 죽더라도 유용한 정보를 뱉지 않는다니!""이 독은 스스로 쓴 독이 아니야. 문밖에서 훔쳐볼 때 눈에 너무 많은 독소가 들어가서 그래.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미 몸 안에서 발작하고 있었고 진기를 동원하자마자 독소 발작을 일으켰어!""이걸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두 사람이 심하게 중독된
반나절이 지나자, 족장이 돌아왔다. 그러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돌아온 사람은 아주 적었다."무슨 일이에요, 족장님? 외계 사람들은 우리 직계보다 사람이 더 많아야 하지 않나요? 왜 이 정도밖에 안 왔어요?""어? 이 사람이 바로 지금의 엘 가문 주인인가요? 너무 별로네요."말하는 사람은 군중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팔자 눈썹에 외국인처럼 수염을 기르고 있어 다른 사람과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족장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걸어와 물을 마시고 나서야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흩어진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이미 각자 사업을 경영하고 있었네. 게다가 우리가 다시 모이려 한다는 소리를 들은 후에도 오고 싶어 하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었네!"앨리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외계의 가족이 돕지 않는다면 직계 가족들은 아주 바쁠 것이다. 게다가 일부 자질구레한 일을 수습할 사람이 없어 직계 가족이 처리해야 했고 기업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흥. 자기가 경영하는 사업이 있긴 무슨, 오기 싫었겠죠!"앨리스는 숨김없이 바로 화를 냈다.하지만 아까 가소롭다는 듯 말하던 사람이 계속 나서서 말했다."어이구, 화났나 봐요? 가주 정말 별로네요, 일이 닥치면 화나 내고. 어쩐지 다들 돌아오지 않더라니, 이것 때문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안 왔죠!"앨리스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앨리스가 화를 내는 것이 청용의 눈을 거슬리게 했다. 그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그는 단번에 그 사람의 목덜미를 잡아당겼고 서로 이마를 맞대었다."이 자식아, 가만히 좀 있어.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난 궁금하지 않아. 안 와도 괜찮거든? 한마디만 더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할 거야!""하하, 네가 감히? 날 건드리면 아무도 남아있으려 하지 않을 거야!""그래?"청용이 목소리를 깔자, 그 사람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너, 너, 뭐 하려는 거야?"말하는 사이에 청용은 손바닥에 힘을 주
염구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어쩐지 다들 오지 않았네요. 예전에 와흐 가문에서 태클을 걸 때도 몰래 수작을 써서 다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라요. 아마 엘 가문이 여전히 예전처럼 흩어진 상태인 줄 알 거예요!"앨리스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즉시 족장과 다른 사람을 시켜 엘 가문을 다시 결성한 후 발생한 일을 조용히 방계 사람들에게 전하게 했다.족장은 다 듣고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그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고성 대문 앞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게다가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왔다.들어오는 사람마다 앨리스와 반갑게 인사를 했고 아주 친해 보였다."허허, 겉으로는 다들 앨리스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이윤을 노리고 있겠죠."청용은 1층 로비에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짜증 섞인 모습으로 바라보았다."이해할 수 있어. 다들 자신의 생계를 유지 할 방법이 필요해. 궁지에 몰린 가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을 수 없어. 다들 자신의 가정을 돌봐야 하니까!""들었어? 너 좀 봐봐, 넌 너무 극단적이야. 좋거나, 나쁘거나! 전신님처럼 정도 있고 의리도 있을 수 없어?"주작이 청용을 흘겨보고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존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 마치 마음속으로 눈앞의 사람이 그녀에게 속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듯했다.그러나 그녀는 빠르게 단념했다. 신과도 같은 염구준을 보며 그녀의 마음속에는 경외심이 생겨났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별로잖아?""엘 가문이 이미 과거의 휘황찬란한 시절로 돌아간 줄 알았더니, 이런 고성 안에서 지내야 하고 정말 너무하네!"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고성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물티슈로 신발 위의 먼지를 닦으며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아, 그건 가문이 다시 모였기 때문이에요. 아직 어떤 곳은 수습할 겨를이 없으니, 여러분이 양해하길 바랍니다."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설명했다.
"오빠, 왜 이래? 내 편도 안 들어주고. 저 사람들 오빠한테는 안 되지, 오빠 우리 부두에서 패왕이잖아!"청용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아직도 자칭 패왕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이봐요, 당신 왜 웃어요? 죽고 싶어요? 우리 오빠 앞에서 건방지게, 사람을 찾아 당신 혀 자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요!""여향아, 입 닥쳐!""어머, 어린 아가씨가 건방지네. 사람을 찾아 혀까지 자르겠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데?""당신! 오빠, 저 사람 좀 봐, 나 괴롭혀!"주작의 말에 진옥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유여향을 도와 편을 들지 않고 멍하니 주작을 바라보기만 했다. 진옥용은 이미 주작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오빠, 뭐해?"진옥용의 신경이 주작에게 쏠린 것을 보고 그녀는 여자로서 질투를 느꼈고 참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지 않고 유여향은 손가락을 뻗어 주작의 얼굴을 잡으려 했다. 아쉽게도 일반인의 실력으로 어찌 최고의 킬러와 비길 수 있을까?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주작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그녀는 손을 뻗어 상대의 손을 막고 단번에 상대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가볍게 힘을 주자 상대는 참지 못했다. 처음에는 질투로 인해 방어하며 애써 버텼지만, 주작이 점차 힘을 가하자, 소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은 갑자기 아래쪽에서 급습해 왔다!"흥, 너 진짜 간사하구나!"주작은 당황하지 않고 주먹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막아냈다. 유여향의 손은 마치 강철을 잡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고, 아픔과 동시에 마비되는 것 같았다."저, 앨리스 씨. 정말 미안합니다, 여향이가 철이 없어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놓아주세요!"앨리스도 협력을 망치고 싶지 않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주작 앞에 가서 부탁하려던 순간, 주작이 상대방을 확 밀쳤다.진옥용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럴 때 부축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유여향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울기 시작했다."여향아, 괜찮아?""
진옥용은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유여향을 바라보았다. 이익을 앞둔 선택에 그는 도가 텄다. 엘 가문을 따라 일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비록 부두에서 기초 사업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진행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해야 했다. 그야말로 찬밥 신세와 같다. 이런 수모에 그는 이미 싫증이 난지 오라다.지금 기회가 생겼으니, 그는 주저 없이 엘 가문 쪽을 선택할 것이다."오빠!"유여향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심한 충격으로 소리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진옥용은 그녀를 위로할 겨를도 없이 바로 주작의 곁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입을 열었다."엘 가문과 계속 협력하고 싶습니다!"주작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뭔가 음흉하게 의도적으로 자기와 접촉하려 하는 것 같아서, 주작은 눈을 흘기고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비틀어 거들떠보지 않았다.앨리스는 상대의 말을 듣고 흥분해서 걸어와 계약을 진행했다.한 시간쯤 지나자, 자리의 80% 이상의 사람들이 계약을 진행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떠났거나 벼락부자가 되어 이런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다른 사람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유여향은 한참 울다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자 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여향 마음속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붉은 눈시울은 지옥에서 나온 처녀귀신처럼 무서웠다. 그녀는 비록 주작을 이길 수 없지만 그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주작을 바라보니 주작은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이 사람 어때?"염구준은 유여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청용은 옆에서 주위를 한참 두리번대다 턱을 만지작대며 말했다."확실히 죽여 주네요!"그런 쪽으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 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정신력과 골격을 말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저 사람은 몸 상태가 아주 좋아. 훈련한 적 없지만 조금만 훈련을 시켜도 앞으로 주작보다 더 대단할 수 있어."청용은 사람의 기질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