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본원검의를 융합하자 구자검의 위력이 또 세졌다.“죽여라!”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자 몇몇 고수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고우혁이 이미 패배한 이상 그 누구도 염구준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염구준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몸을 돌려 놈들을 공격했는데, 단 세 번 베어서 모두를 죽여버렸다.그가 사용한 힘은 고우혁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약했다.그 장면을 본 고우혁은 이러다 다 죽임을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해 냅다 소리쳤다. “저놈을 상관하지 말고 고대영을 죽여!”목표 제거가 성사되지 않으면 다른 목표로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고수들은 명령을 듣고 갑자기 방향을 고대영 쪽으로 틀었다.“습격이라니 정말 죽고 싶은 거냐?”염구준은 재빨리 후퇴하여 고대영 앞에 서서 여러 차례 공격을 막아냈다.같은 가문이지만 고수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무참하게 공격했다.수 차례 검을 휘두른 후 또 고수 한 명을 제거했다.염구준은 여러 사람들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면서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그러다 또 두 명을 죽였다.격전이 계속되면서 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점점 늘어났다.한순간에 염구준은 네 명을 더 죽였다 .촤아악!이때 검광이 번쩍이며 또 한 명이 쓰러졌다.고우혁도 공격에 합류했지만 부하를 보호할 수도 고대영을 감히 죽일 수도 없었다.마음은 몹시 초조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놈들이 죽어 나가자 그의 압력은 다시 줄어들었지만 염구준의 검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기세가 거세졌다.살아남은 사람들은 더는 견딜 수 없었다.“철수한다!”고우혁은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자 이를 꽉 물고 결국 철수 명령을 내렸다.싸움을 계속하다가는 여기서 다 죽어버릴 것 같았다.부하들은 명령을 받고 염구준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 후 신속하게 후퇴했다.‘어딜 튀어?’염구준은 마지막 기회도 놓치지 않고 일검으로 한 사람의 목을 베었다.또 하나의 머리가 굴러 떨어졌다.고우혁 무리가 고씨 가문 쪽으로 도망가자 염구준은 검을 들고 뒤쫓았다.전부 살해할 작정이었다.자신을 가
”쯧쯧, 누가 저런 괴물을 만들어 낸거야?!”염구준이 혀를 차며 계속 공격을 이어 나갔다.“철수한다.”그때 멀리서 고우혁이 소리를 치자 개조 로봇이 일어서서 돌아갔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보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검기를 휘둘렀지만 철이 부딪치는 소리만 날 뿐 로봇은 끄떡없었다.고대영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그도 염구준이 유인 작전에 말려들까 걱정되어 추격을 멈추었다.“저기 봐, 염구준이야!”“업고 있는 사람이 고대영 장로야!”“염구준이 왔어. 빨리 도망쳐!”가면 유효 기간이 다 되어 염구준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난 것이다.그렇게 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에휴.”염구준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호텔로 향했다.바로 그때, 앞에 4, 5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앞을 가로막았다.두 손에 막대기 사탕을 들고 혀로 핥으며 맛있게 먹었다.순진한 남자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염구준을 빤히 쳐다봤다.“와우!”염구준은 괴물 표정을 지으며 놀렸다.그런데 남자아이는 무서워하기는커녕 막대기사탕을 입에 넣고 두 손으로 볼을 만지며 똑같이 괴물 표정을 지어 보였다.어린 것이 화를 내는 모습도 아주 귀여웠다.“재미있네.”다 큰 어른들은 자신을 보고 놀라서 도망치는데 어린아이는 두려워하지 않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리 와. 아저씨가 사탕 줄게.”그는 자신의 딸이 자주 먹는 사탕을 건넸다.남자아이는 그것을 받고 해맑게 웃었다.“고마워요. 아저씨.”“착하지.”염구준은 남자아이를 지나치고 계속 앞으로 갔다.“할아버지.. 아파요?”남자아이가 고대영을 가리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고대영의 손자구나.’염구준은 돌아서서 다정하게 말했다.“할아버지는 괜찮아. 잠시 잠들었을 뿐 곧 깨어나실 거야.”“네! 그럼 아빠 불러올게요.”남자아이는 안심하고 깡충깡충 뛰어갔다.염구준의 등에 업힌 고대영은 손자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웅덩이에 있을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한 사람을 업고 온 것을 보면 분명 계획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고씨 가문의 가주가 출관하면 모든게 해결될 거야.”염구준은 구체적인 절차는 말하지 않았다.옆에서 사과를 먹던 용필이는 궁금해져 고대영을 물끄러미 쳐다봤지만 이유를 알아내지는 못했다.그는 머리를 굴리기 딱 귀찮았다.그냥 염구준이 무엇을 지시하면 따라하면 되니 생각이 없는 것도 나름 장점이기도 했다. 다다닥!룸 밖의 복도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룸으로 들어왔다.방이 커서 다행이지 아니면 이 많은 사람들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아버지.”그 무리에 고대영의 아들 세 명도 있었고, 그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곁에 다가와 고대영을 불렀다.하지만 아무리 흔들고 불러도 고대영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아직 숨이 붙어 있어. 죽지 않았어.”큰아들이 손가락을 고대영의 코에 가져가서 확인하더니 기뻐하며 소리쳤다.“어서. 병원으로 가자!”둘째 아들이 고대영을 부축하려고 했다.아버지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으셨다니 정말 기뻤다.“여기 두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이 세 사람을 힐끗 쳐다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우리를 막는 거야?”고대영의 큰아들이 염구준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러자 나머지 두 아들도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로 노려 보았다.“한 명은 단진 무성이고 두 명은 정진 왕자이고 정말 훌륭한 자식들을 뒀구나.”염구준은 탄복했다.무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가족은 참 드물었다.“계속 막고 있을 거야”큰아들이 또박또박 말했다.“아버지가 죽기를 원하면 지금 병원에 모셔가도 돼.”염구준은 문을 가리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강경한 태도로 나오면 가끔은 역효과를 낳을 때가 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행동해야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그게 무슨 말이야?”큰아들은 무서운 효자라 그 말을 듣고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고대영을 노리는 자들이 있어. 반
”됐다. 네가 염구준을 죽이길 바란 건 아니야.”지금은 고우혁에게 따지기도 귀찮았다.“그리고…”고우혁은 더 보고할 것이 있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말을 흐렸다.“할 말이 있으면 해. 꾸물거리지 말고.”그러자 가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을 해도 안 해도 죽을 판이니 고우혁도 더는 감추지 않았다.“염구준이 고대영을 구덩이에서 찾고 가문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가주님 개조 로봇도 팔 하나가 부러졌어요.”그는 하나도 숨기지 않고 전부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안은 쥐가 죽은 듯 조용해졌다.겁을 먹은 고우혁은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곧 폭풍우가 몰아질 징조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쿵!바로 그때, 갑자기 강력한 힘이 폭발하더니 문짝 하나가 무릎을 꿇고 있는 고우혁에게 날아왔다.그러고는 한 노인의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썹과 머리 위에는 작은 결빙들이 맺혀 있었다.바로 얼음 원소의 힘이다!“쓸모 없는 놈!”고중천은 분노했지만 감히 공격할 염두는 내지 못했다. 고중천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해 고우혁에 비해 훨씬 강했지만 염구준과 싸우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부하를 다치게 하면 그의 손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가주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고우혁은 무릎을 꿇은 채로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고중천이 어떤 사람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당장 치료하고 T봇을 고쳐라. 오늘 밤에 움직인다.”고중천이 차갑게 말했다.만약 고대영이 깨어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니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일찌감치 끝내야 했다.“네.”고우혁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서둘러 일어섰다.이곳에 1초도 더 있을 수 없어 빨리 준비하러 달려나갔다.…어둠이 드리자 염구준이 묵은 방에 밝은 조명이 켜졌고, 염구준 일행 3명과 고대영의 아들 세 명이 방에서 고대영을 지키고 있었다.“하음.”손가을이 하품을 했다.다크서클까지 생긴 걸 보니 정말 피곤한 모양이었다.
말을 하면서도 용필 쪽을 힐끗 쳐다봤다.“또 개소리치면 바로 혀를 뽑아버릴 것이다.”그러자 용필이 두 사람을 노려봤다. 그가 머리는 나쁘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어떤 말이 옳고 그름을 정확히 알았다.“당신…”고대영의 둘째 아들이 뭐라고 화를 내려다가 애써 참았다.눈앞에 근육질 남자는 고우혁이 겨우 덤벼볼 수 있어도 자신은 상대가 되지도 않았다.스스슥.그때, 창밖에서 뭐가 스쳐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많은 화살과 침들이 방안으로 쏟아졌다.“습격이다!”용필이 고함소리를 지르며 고대영의 앞에 우뚝 섰다.“진짜 왔어.”세 형제가 깜짝 놀랐다.그것도 고씨 가문의 영역에서 습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리를 자세히 들어 보니 마치 기계의 힘으로 쏘는 것 같았다.세 형제도 아버지를 보호하려고 노력 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인해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 앞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에 바빴다.탁!이때 고대영의 셋째 아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여 화살에 다리를 맞았다!피가 사방으로 튀기며 철철 흘러내렸다.고대영의 큰아들과 둘째 아들이 그 장면을 보고 앞서 나가 대신 공격을 막았다.펑펑!그 반면 용필은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그는 두 손으로 눈만 가리고 모든 화살을 받아도 끄떡없었다.‘이것이 내 실력이라고!’곧이어 화살 공세가 누그러지자 놈들은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스스슥.그때 검은 그림자 무리가 창문을 부수고 들어왔다.전부 복면을 썼는데, 가장 약한 놈도 전신 경지 이상이었다.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있는 고대영을 덮쳤다.“아버지!”세 형제가 소리치며 구원하려고 했지만 전신 이상의 고수가 나타나 앞을 막았다.이런 고수 입장에서 세 형제는 애송이와 같아 싸울 의욕도 나지 않았다. 상황을 보니 용필한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스스슥!용필이 두 손을 뒤로 가져가 합금 쌍곤을 들고 다섯 명을 상대했다.슝!한 팔을 뻗어 공격했지만 상대방이 교묘하게 피해버렸다.“저놈 조심해. 힘이 보통이 아니야.”한 고수가 쉰 목소리로
우두머리의 실력은 고우혁을 초월했으니 고씨 가문의 가주 고중천임이 틀림없다.고중천은 상대방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릴까 봐 걱정되어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내가 저놈을 상대할 테니 너희들은 고대영을 죽이거라!”싸움에 욕심을 부린 것에 조금 후회가 되었다.진작에 고대영을 죽였더라면 오늘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을테고 위험을 무릎 쓸 일도 없을 것이다. 말을 마친 고중천은 바로 염구준을 공격했는데, 신분을 감추기 위해 원소의 힘, 검법 그리고 눈에 띄는 초식은 사용하지 않았다.촤아악!그에 맞서 염구준도 손을 들어 빠른 속도로 검기를 휘둘렀다.고중천은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옆으로 비키며 계속 접근했다.‘하! 싸우는데 감히 몸을 사린다고?’염구준은 상대방의 의도를 단숨에 알아차리고 검법을 계속 펼치며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가까이서 그의 검을 봉인하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지!“젠장. 미꾸라지처럼 빠르네.”하지만 그는 속도가 빨라 염구준이 차마 공격할 수 없어 나지막하게 욕을 뱉으며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시간을 끌면 상대방이 버티지 못하겠지만 그에게는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았다.용필을 쳐다보니 온몸으로 네 명의 공격을 받아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오랫동안 공격을 받으면 중상을 입을 것 같았다.“나오지 않으면 바로 갈 겁니다!”염구준이 문쪽을 향해 소리쳤다.사실 따져보면 고씨 가문의 일인데 본인의 일인 것처럼 힘을 빼고 있으니 말이다. “염구준 씨, 조급해 마세요. 바로 갈게요.”미리 도착한 고영준이 부하들을 데리고 용필을 도와주었다.그는 뒷끝이 심하기에 지난번 빚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았다.고영준은 실력이 뛰어난 부하들만 데리고 와 전투 상황을 완전히 뒤엎었다.“방금 네놈이 제일 세게 쳤지?”용필이 욕설을 퍼부으며 개조 로봇과 싸우기 시작했다.비록 로봇일지라도 건장한 사내가 맞붙으니 한순간에 승부를 가리기 어려웠다.고우혁은 눈에 띄는 초식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바로 고영준에게 제압당했다.오늘 습격한 무리는 고대영을
염구준은 손에 든 검을 아래로 베어 상대방을 죽이려 했다.‘나를 죽이려고? 꿈 깨.’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고중천은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얼음 원소의 힘을 움직였다.딱딱한 얼음 결정이 왼쪽 어깨를 감쌌다.촤아악!하지만 어깨에 검이 닿은 순간 얼음 결정이 부서지고 검기도 사라졌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검기의 위력을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고중천은 숨을 고를 틈이 생기자 재빨리 몸을 비켜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방금은 방심한 탓에 염구준의 공포스러운 폭발력을 우습게 본 격이 됐다.멀지 않은 곳에서 고영준이 익숙한 기운을 감지하고 복면을 쓴 고중천을 힐끗 쳐다봤다.그가 작은 범위로 사용해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원소의 힘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아직도 격전을 벌이고 있어서 나중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어르신, 제법인데요. 공격을 다 피하고 있군요.”싸울 의욕이 급증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맞섰다.그는 강력한 상대를 만날 때면 늘 이렇게 피가 끓어올랐다.“너, 제법이구나…!”고중천은 어깨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힘들게 참으며 말했다.이제야 염구준의 전투력을 똑똑이 알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전력으로 싸워도 그를 제압할 수 없었다.“다시 붙어보죠!”염구준은 검을 빙빙 돌리며 다시 공격했다. 오늘 고중천을 죽일 수 있다면 고유란의 유골을 가져오는 데 아무런 방해꾼도 안 생기기 때문이다.“철수한다!”고중천이 우렁찬 소리로 명령을 내리더니 뒤로 돌아 창문을 뚫고 어둠속에서 사라졌다.데리고 온 부하들도 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빠르게 뒤를 따랐다.너무 결단력 있게 후퇴해서 누구도 막지 못했다.“도망친다고? 나한테 허락받았어?!”염구준이 검기를 휘두르며 퇴로를 막아 전신 경지에 이른 고수 한 명은 창문을 뛰어내리다가 막혀 버렸다. 이어서 염구준이 뒤를 바짝 쫓아 그 사람을 제압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영준도 가만 있지 않았다. 살아 있는 인질을 잡으려고 부하들을 이끌고 주변을 포위했다.“협조하면
”가족끼리인데 너무하네. 어떻게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거냐?”“가자. 사람을 불러서 수호사에 따지러 가야겠어.”한 무리가 시끌벅적 떠들면서 결판을 내러 성큼성큼 걸어갔다.“거기 서!”그러자 고영준이 꾸짖었다.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따지러 가면 모순만 커질 뿐 아무도 해결되지 않기에 부가주로서 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염구준은 그들의 말에 끼어들지 않았다.만약 주범이 고씨 가문의 가주 고중천이라고 말하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되지 않았다.“염구준 씨.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습니까?”고영준이 되물었다.‘늙은 여우 같으니라고.’염구준은 속으로 욕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씨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저더러 말을 하라면 가주가 출관한 후에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말은 아끼라고 많이 말할수록 오히려 오해만 사게 되기에 간략하게 말했다. 모든 일이 그의 계획대로 흐르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다.“네, 그럼 가주가 출관할 때가지 기다리죠.”고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방금 습격할 때 두 사람은 누가 우두머리인지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발설하지 않았다.한편, 밀실에서는 패배하고 돌아온 고중천이 엄한 사람들한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병신 같은 놈들! 어떻게 여럿이서 한 놈도 죽이지 못해?”고중천 본인은 염구준을 제압했는데 부하들이 용필의 방어를 뚫지 못해서 고대영 살인 작전에 실패한 것이라 생각해 꾸짖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열이 받은 듯 했다.“그자는 무식하게 힘만 세서 아예 공격이 먹히지 않았습니다….”한 부하가 죽어가는 소리도 대답했다.“퉷! 아직도 말대꾸냐?”고중천이 발로 걷어차자 부하가 바닥에 넘어져 뒹굴고 말았다.그 장면을 보던 나머지 부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오늘 저녁 작전에서 다쳐도 괜찮지만 한 부하를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혹시나 모든 것을 자백하면 일을 전부 망치게 되고 모든 고씨 가문이 그를 적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끼익!그때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