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를 한 후, 염구준은 우아하게 장식한 야외 무대에 올라갔다.그 위에 좌석은 이미 안배되었고 무대 아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분위기를 보니 이쪽 담당자가 센스가 있는 것 같았다.“염구준 씨, 오셨나요?”도착하자마자 자사 담당자 양희준이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전 그냥 보러 왔어요. 오늘 주인공은 양 대표님이십니다. 각자 볼일을 보시고 저는 상관 안 하셔도 됩니다.”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속심 말이었다.“오늘 개업식 준비는 어제 다 마쳤습니다. 구준 씨 좌석에 앉으세요. 곧 개업 커팅식을 시작할 겁니다.”양희준은 이미 염구준과 용준영의 자리를 마련한 상태였고, 일 처리가 꽤나 주도면밀했다.염구준은 그런 그의 행동과 일처리 능력을 보고 조금 호감이 갔다.30분 후, 양희준이 초대한 게스트, 기자, 그리고 직원들이 전부 모였고, 드디어 연설을 시작했다.“오늘, 저희 손씨 그룹 천약산시 자사가 개업하는 날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이봐, 거기 서!”아직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입구에서 경호원이 소리를 지르며 검정색 코트를 입은 남성을 제지했다.경호원은 남성의 어깨를 꼭 잡고 앞을 가로막았지만 상대방의 힘이 너무나 세서 경호원을 밀어 버렸다. “뭐 하는 거야? 빨리 가서 도와!”현장에 있던 경호대장이 지시를 내렸다.10명 넘는 경호원이 막대기를 들고 불청객을 포위했다.‘사람이 아니야.’멀리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염구준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지더니 이내 굳어졌다.“개조 로봇이에요. 어서 물러나세요!”염구준이 벌떡 일어서며 앞으로 걸어나갔다.개조 로봇이 왜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징조가 아니란 것은 단숨에 봐도 알 수 있었다.위잉잉!경호원이 그 말을 듣고 빠르게 옆으로 물러나갔다.펑!거대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며 개조 로봇이 폭발해버렸다.가까이에 있던 경호원은 도망가기 전에 폭발 잔여물에 찍혀 중상을 입었다.윙윙!염구준이 상황을 살피러 가려
본인 조차도 염구준과의 사이가 이토록 돈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용준영은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무사해줘. 제발..’“콜록콜록!”그렇게 영역의 산소가 소모되고 불길이 사라지자 염구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무슨 기름을 쓰길래 냄새가 이렇게 역해.”그에게 몸을 보호하는 기운이 있어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나 계획적인 습격에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것은 대놓고 손씨 그룹을 해치려 들거나 자신을 목표로 벌인 짓이다.“괜찮으세요?”용준영이 다가가며 물었다.“괜찮아. 그냥 소리가 요란해서 귀가 얼얼하네.”염구준은 새끼 손가락을 귓구멍에 넣고 살살 후볐다.“전부 포위하고 신분을 밝히기 전에 누구도 보내지 마세요.”양희준이 부른 경호원들도 현장에 도착했다.현장은 이미 철창으로 둘러싸여서 누구도 나갈 수 없었다.“줄 서서 한 명씩 나오세요. 다들 협조만 해주시면 곧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경호원들이 질서를 유지시키며 사람들을 안심 시켜 주면서 조사를 빠르게 진행했다.양희준의 순발력은 엄청났다.“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왜 우리 앞을 가로 막는 거지?”몇 사람밖에 조사하지 않았는데 젊은 여자가 꽥꽥거리며 가겠다고 난리를 쳤다.그렇게 기어코 귀찮은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한 사람이 먼저 나서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호응하며 경호원을 둘러싸고 따지고 들었다.“맞아. 당신 경호원들이 제대로 일을 못해서 발생한 것을 왜 우리가 조사를 받아야 해?”“집에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한다고!”“이거 인권을 침해하는 거야. 당신들 고소할 거라고!”소동으로 인해 현장은 시끌벅적했다.경호원들의 안색이 굳었지만 여전히 질서를 유지시키려고 노력했다.“다들 협조해 주십시오. 금방이면 끝납니다.”그 말에 다들 협조하기는커녕 더 소란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가게 냅둬요.”엽구준의 우렁찬 소리가 현장에 쩌렁쩌렁 울렸다.“하지만…”양희준이 말을 하려다가 그의 신분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삼켜버렸다.“내게
차가 멈추더니 출입 카드를 긁고 다시 주택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스스슥!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딛으며 경공으로 재빨리 뒤를 따랐다.차 한대가 한 별장 앞에 주차되고, 세 사람이 차에서 내린 뒤,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돌아왔어? 어떻게 됐어?”그들이 들어가자 집안에 또 누가 있는지 인사를 건넸다.“말도 하지 마. 두 개나 폭발했는데 상대방 머리카락도 상하지 않았다고.”젊은 여자가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를 꺼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번 작전은 완전히 패배한게 분명했다. “걱정 마. 존주님께서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이니 우리가 실패해도 용서해 주실 거야.”남자가 그녀를 위로했다.“이번 작전은 네가 안배한거니 네가 혼자 감당해.”여자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침묵만 유지하고 있는 남자를 노려봤다.“알았어.”그러자 남자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돌아올 때 꼬리를 달고 오지 않았지?”“없어. 몇 바퀴 돌고서야 여기까지 왔는데, 따라오는 사람 없었어.”여자는 아주 확실하게 대답했다.펑!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갑자기 방법용 문이 날아서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그러고는 기럭지가 긴 그림자가 입구에 나타났는데, 마침 뒤에 해가 비쳐서 윤곽이 아주 신비롭게 보였다.그림자가 그들 앞으로 다가와서야 상대방의 얼굴이 드러났다.“염구준.”그의 모습에 그들은 깜짝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너… 너 어떻게 왔어?”여자는 말을 더듬거렸다.“네 뒤를 따라서 왔지.”염구준은 말하면서 별장 내부를 둘러봤다.총 9명, 벽에 붙은 흑풍의 초상화를 보고 흑풍 조직원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흑풍은 어디 있어?!”염구준이 기운을 조절하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도망쳐!”누가 소리를 지르자 염구준을 노려보던 남자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창문을 뚫고 나가버렸다.“굳이 시간을 낭비하네.”염구준은 손을 들어 솟구치는 기류를 전방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날렸다.그리고 몸을 번쩍 들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왼쪽 창문으로 도망친 세 사람을 해
”개조 로봇은 어디에서 가져온 거야?”염구준이 연신 물었다. 그는 예전에 흑풍과 싸울 때 그런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최근에 나왔다는 것은 누가 적지 않은 개조 로봇을 제공했다는 것을 설명한다.“존주님 다섯째 형님, 청목 존주님께서 주신 거야.”여자가 다급하게 대답했다.“청목 존주에 대해 말해 봐.”염구준이 떠돌이 7인조에 대해 아는 것이 꽤 많긴 했지만 다 알지는 못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난 평범한 일원이라 이것밖에 몰라.”여자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펑!염구준이 일장을 여자의 두정골에 날려 바로 죽여버렸다.개조 로봇을 이끌고 습격했다는 것만으로도 살려둘 수 없었다.별장 내에 가장 강한 고수는 종사 경지에까지 도달했다.그러니 그들에게서 핵심 정보를 캐내는 건 한계가 있다. “왜 그렇게 노려보냐?”염구준이 남자를 보며 물었는데, 그의 눈에서 발산하는 원한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네가 내 동생을 죽였으니 오늘 복수하고야 말겠어.”남자가 이유를 말했다.“네 동생? 그래서 흑풍 조직에 들어간 거야?”염구준은 남자의 동생이 누군지 몰라 물었다.“아니. 우린 원래 흑풍 조직에 있었어. 네 사람이 간우촌에서 내 동생을 죽였잖아!”남자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냅다 고함을 질렀다.“그건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야. 흑풍 조직은 악행을 일삼는 미친놈들이잖아.”염구준의 눈빛에는 전혀 동정심이라고는 한 운큼도 보이지 않았고, 흑풍 조직을 만나는 족족 제거하기 바빴다.“하하하. 죽어 마땅하다고? 우리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알아?”남자가 울분을 참으며 질문했다.“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너희들이 무슨 고초를 겪든 네가 미친놈으로 변할 이유가 되지 않아.”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발로 치명상을 날려 죽여버렸다.무고한 사람의 안위로 무시하고 개조 로봇으로 습격하는 미친놈은 이 세상에 살 가치도 없지 않은가.별장 내부를 둘러봤더니 7대 개조 로봇이 조용히 서 있었다.그는 보자마자
”라이벌 기업들이 기회를 틈타 공격하고 있어서 파트너사들도 줄줄이 계약을 중단했습니다. 우리 자회사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어요.”양희준은 말할수록 언성이 높아졌다.천산약시 자사가 이제 막 설립되어 이런 시련을 감당하기엔 무척 어려웠다.“그 외에 다른 일은 없어요?”염구준은 덤덤하게 듣더니 한마디만 물었다.“없습니다.양희준의 얼굴은 급격히 파랗게 질렸다.심각한 상황에서 염구준은 태연하게 지시했다.“그럼 됐어요. 대표님이 할 일만 잘 처리하시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세요. 만약 자금이 부족하거나 물자가 부족하면 본사에 연락하면 됩니다. 이미 손 대표한테 말해뒀어요.”상사가 이렇게 말하는데 양희준도 더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끄덕거렸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휴대폰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윤씨 가문 저택.윤대약을 화장한 후, 조문객들이 떠나자 저택은 다시 조용해졌다.가주가 지내는 방에 상의하느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았다.“존주님… 임시 거주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흑풍 조직원이 전화로 조심히 보고했다.“무슨 문제?”흑풍이 테이블에 놓인 차를 들며 담담하게 물었다.그렇게 은밀한 거처에서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으니 별 문제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곳에 거주했던 부하들 9명이 살해당하고 개조 로봇은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장을 보러 나간 한 사람만 살아남았더라고요.”부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을 감지하고는 결국 솔직하게 보고했다.펑!상황을 전달받자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오른 흑풍이 손에 힘을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찻잔이 부숴졌다.“대체 무슨 상황이야?”분명 부하가 실수해서 임시 거처가 발견되어 쑥대밭이 되었다고 생각했다.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항상 조심성이 없는 부하들 때문에 화를 당하는 그였다.“구영이 사적으로 부하들 이끌고 나갔는데 염구준이 뒤를 미행해서 발견된 거 같습니다.”부하는 흑풍이 자신에게 화풀이를 할까 봐 두려워 보고를 하면서도 식은 땀을 흘렸다.“관두자. 모두한테 연락해. 내
붉은 빛깔이 참 고급스럽게 느꼈졌다.“듣자니 이 영지가 엄청 특이해서 윤씨 가문에서만 채집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흑풍은 백 년 산 붉은 영지가 모든 계획과 연관이 있어서 확실하게 얘기를 꺼내야 했다.“그럼요. 붉은 영지는 계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성숙할 때마다 약효가 한 단계씩 올라갑니다. 최근에 마침 성숙한 단계에 도달했어요.”윤성호는 약재에 그다지 열정이 없어서 설명할 때의 말투가 꽤나 담담했다.“좋습니다.”흑풍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염구준은 검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어깨에 중상을 입었는데 바로 이 영지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해 영지에 독을 묻혀서 염구준에게 팔 거예요. 그러면 염구준이 치료를 하다가 독살로 죽게 될 겁니다.”윤성호는 이 말에 어리둥절했다.“근데 왜 직접 거래하지 않고 경매장을 통해서 파는 겁니까?”그는 경매장을 이용하는 것은 괜한 짓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이미 손을 잡았으니 흑풍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 놓았다.“염구준은 의심이 많아서 쉽게 넘기면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됩니다. 이번 기회에 무조건 그놈을 죽여야 해요.”그제야 윤성호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그래서 거액으로 거래하시려는 거군요.”“맞습니다.”윤성호가 단번에 알아채자 흑풍은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 계획은 겉보기에 쉬워도 진행하기엔 쉽지 않다.“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할게요.”윤성호가 대답했다.“누구냐?”갑자기 흑풍이 돌아서며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그 바람에 윤성호가 화들짝 놀랐다.“걱정 마세요. 여긴 누구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하지만 흑풍은 안심이 되지 않아 굳이 지하실을 돌아보았다.“먼저 갈게요. 경매는 무조건 성사시켜야 합니다.”누구도 없다는 걸 확인해서야 흑풍이 한마디 당부하고 떠났다.하지만 계단 위쪽에는 한 그림자가 엎드리고 있는듯 했다.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숨소리 없이 완벽하게 숨은 것이다.윤성호가 기관을 돌려 석벽을 열
천약산시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손 씨 그룹 자사를 몰아내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염구준 씨. 기사가 또 떴습니다. 근데 저희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양희준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염구준에게 보여줬다.“윤씨 가문에서 하자 약을 생산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약물이 중독되었고 3명이 사망했다.그 뉴스를 보던 염구준은 머릿속이 울리면서 분노가 치솟았다.이 사건은 십중팔구 윤씨 가문에서 벌인 짓이다.전에 분명 경고를 했는데 끝내 사달을 내고야 말았다.심지어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장담했었다.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윤씨 가문에 따지러 가려고 했다.“준영아. 우리 병원으로 가자.”염구준이 서둘러 일어서며 재촉했다.용준영과 양희준은 서로 마주보더니 한 마음 한 뜻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우리 코도 석자인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연히 회사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다.염구준은 두 사람을 보며 조곤조곤 말했다.“그거랑 달라요. 중독자들을 해결하면 회사 위기도 벗어날 수 있어요.”그는 이미 회사의 위기 따위 해결했다고 여겼다.“알겠습니다. 어쨌든 형님 말을 따르면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요.”방금 한 말처럼 염구준은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저는 여기 남아서 회사를 돌볼게요.”양희준은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염구준이 처리를 하든 말든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필경 회사 대표이자 천산약시 자사 담당자니까.병원으로 가는 길에 염구준이 이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씨 가문의 뉴스를 봤어요?”“그렇게 큰 사달을 냈는데 진작에 다 알고 있죠. 중독자는 200명 넘고 4명이 사망했어요.”이제마다 대답했다.제약을 담당하는 윤씨 가문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쌍두 성뱀의 역린 분말을 갖고 천약산시에 구조하러 오세요. 빨리 오셔야 해요.”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물건은 세상의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기에 이름 모르는 독이라도 문제없
”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 가.. 계속 토하고 있어요. 와서 좀 봐주세요.”“내 아들이 호흡이 미약해요. 누가 와서 도와줘요…!“ “너무 괴로워요. 제발 살려주세요...”한 병원에서 수백 명이나 되는 응급 환자를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도 계속 몰려들고 있을 뿐이였다. “젠장. 윤씨 방계들은 시장에 얼마나 많은 약을 판 거야?”염구준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본인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다니 흑풍 조직과 별반 다를바 않았다.이런 인간들은 아예 세상에 남겨서는 안 된다.염구준은 다시금 처참한 현장을 둘러볼 수중에 있는 역린 가루 한 병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혹시나 양을 조절하지 못해 모두를 구하지 못하면 오히려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제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네가 내 아들을 해쳤어.”병원 입구에서 몇몇 성인이 젊은 의사를 둘러싸더니 팔다리를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의사는 얻어맞으면서도 연신 사과했다.환자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자 그도 너무 괴로웠지만 약의 약효가 너무 강해서 손쓸 방법이 전혀 없었다.“네 목숨을 내놔.”보호자들은 가족들이 죽자 감정을 통제 못하고 무자비로 때렸다.이러다가 의사가 죽을 것 같았다.한 남자가 어디서 벽돌을 들고 와서 의사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그대로 내리치면 의사는 바로 황천길 행이다.탁!중요한 순간에 염구준이 나서서 그 남자의 팔을 잡아 불상사를 막아냈다! “이보세요. 이러면 안 돼요.”이미 이성을 잃은 남자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화를 참다 못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질렀다.“이거 놔. 아니면 너도 죽여버릴 테니까.”이성을 잃은 사람은 눈에 뵈는 것이 없어 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촥!그는 인파를 누비면서 두 손으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뺨을 날렸다.그들이 무슨 일인지 반응하기 전에 뺨을 맞고 옆으로 튕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