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의 대화, 행동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그때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장 매니저가 마지막 노인에게 통지한 후 왠지 모르게 한결 편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그리고 노인이 향한 곳은 청해시대광장이다.보아하니 이미 전달을 다해서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염구준은 계속 뒤를 따랐다.왠지 이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그러다 외진 곳에 도착했다.“누구냐?”장 매니저가 갑자기 발을 멈추고 한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누군가 여기서 기다리는 것 같았다.그때 한 사람이 건물 안에 숨어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아직 무슨 상황인지 몰라 일단 지켜보았다.타타탁!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여러 명이 순식간에 장 매니저를 포위했다.모두 노인들이었다.생각지도 못하게 손태석도 그 무리에 있었다.“썩을 영감탱이. 우리 가족들을 속이다니 오늘 끝까지 따져야겠어.”“맞아. 우리 집은 돈이 많지 않은데 집 사람이 밑천을 다 너한테 갖다 바쳤어.”앞길을 막은 사람들은 바로 클럽 회원들의 가족이었다.“여기서 나를 막으면 바로 황천길로 보내주지.”장 매니저는 오히려 강하게 나왔다.가식적인 웃음이 흉악스럽게 변하더니 몸에서 무서운 기운을 발산하며 노인들을 공격했다.‘정진왕자다.’이런 실력은 염구준에게 애송이 수준이지만 일반 노인네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었다.힘없이 당한 노인들은 모두 숨이 넘어갈 비명소리를 냈다.“하하하. 실력도 없으면서 앞길을 막다니 죽어도 시체를 못 찾게 될 거야.”장 매니저가 미친듯이 웃더니 갑자기 손태석의 멱살을 집어들었다.촤아악!“특히 너, 여러 번이나 우리를 방해했어. 꺽다리가 따라다니지 않았다면 넌 진작에 죽었어.”그 꺽다리는 바로 용필이다.그에게 맞은 가슴이 아직도 욱신거렸다.“퉷. 이 뱀파이어 같은 놈들아.”손태석은 장 매니저의 얼굴에 피와 침이 섞인 액체를 뱉었다.아내가 속은 것을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이글거렸다.“죽고 싶어?”장 매니저가 무서운 표정을
“넌 권력을 내세워 사리를 챙겼으니 나를 배신한 거나 다름없다. 너의 직무를 말해 보거라.”염구준이 명령투로 말했다.물어볼 것이 많지만 갑자기 몰아붙이면 오히려 탄로나기 쉬웠다.자백을 강요하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했다.“아니, 넌 사장님이 아니야.”장 매니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쳤다.자백 약물은 무술인에게 큰 작용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괜한 헛수고를 했군.’정체가 발견되자 염구준은 상대방의 눈을 가린 천을 제거했다.“염구준, 너였구나.”“역시 회원들 가족을 훤히 꿰뚫고 있군.”이 사람들은 교묘하고 조심스럽게 부유한 사람만 골라서 작업했다.“날 건드리면 어떻게…”촤아악!매니저가 말을 끝내기 전에 염구준이 열 번은 되게 뺨을 후려쳤다.코와 입이 피투성이 된 매니저는 기가 한풀 꺾였다.“됐어, 이제부터 말해.”염구준은 손을 털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방금 매니저가 손태석을 때린 복수는 이것으로 끝났다.“휴. 염구준. 우리 조직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매니저가 거친 숨을 내쉬며 겨우 말했다.“그래? 내가 본 조직은 수없이도 많아. 결국은 다 내 손에 멸망했지.”염구준은 경멸하면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렸다.자신의 조직이 무시당하자 매니저가 분노했다.“우리 삼…”하지만 첫 글자만 말하고 입을 꼭 다물어버렸다.‘제법인데.’매니저는 이미 전문 훈련을 받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네 입으로 말해. 아니면 통째로 구워 버릴 거야.”염구준이 손에 힘을 모으자 불길이 타올랐다.“반천인 무술인이야?”그 모습을 본 장 매니저가 경악했다.속으로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 부하에게 욕을 퍼부었다.반천인 고수를 건드리면 조직은 바로 망하기 때문이다.“알아봤으면 솔직하게 말하지.”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동시에 강하게 뿜어내는 살기는 당장이라도 매니저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깜짝 놀란 매니저는 기운에 눌려 꼼짝도 못하고 식은땀을 흘렸다.이렇게 공포스러운 살기는 수많은 사람을 죽
이미 두 번이나 막았는데 아직도 뭔가 남아있었다.그제야 염구준은 평범한 클럽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일이 꼬여서 이 신비한 클럽을 파헤치는 게 더 어렵게 되었다.염구준은 초상비와 합류한 후, 상대방 기록을 살펴봤는데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며칠 동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진숙영은 더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경을 읽었다.하지만 무엇을 읽고 있는지 누구도 알아듣지 못했다.그런 아내가 못마땅한 손태석은 불쾌했지만 어쨌든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겼다.사실은 장 매니저가 실종하여 클럽이 잠시 종적을 감췄다.상대방의 조심성은 염구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그동안 손가을도 물었지만 워낙 대단한 배후라 대충 얼버무렸다.오늘도 평범한 하루일 것 같았는데 염구준이 딸을 등교시킬 때 전화가 울렸다.“염구준 씨, 소란을 피우던 송대강이 또 나타났어요. 어떤 노인과 동행했는데 지금 만나자고 합니다.”“알았어요. 바로 갈게요.”염구준은 전화를 끊고 손씨 그룹으로 향했다.상대방이 계속 그런 태도라면 또 한바탕 참교육을 시킬 생각이다.회사에 도착하자 건물 입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였다.경비원들이 물리쳐도 구경꾼들은 떠나지 않았다.사람들 중간에 송대강이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등에 업은 가시나무가 살을 찔러서 옷에 피가 흥건히 묻었다.그날 집으로 돌아간 송대강은 사실을 과장해서 보고했다.열받은 송대강의 아버지는 바로 그를 냅다 발로 차버렸다.결국 송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에게 직접 가서 사죄하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사람은 없었다.“뭘 봐? 또 보면 너희들 눈알을 뽑아버릴 거야.”드디어 참지 못한 송대강이 욕을 퍼부었다.촤아악!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노인이 뺨을 쳤다.송대강은 머리가 윙윙거려서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둘째 할아버지. 평소 저를 제일 아끼셨잖아요. 왜 때리세요?”너무 억울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흘렀다.“네가 일을 망쳤으니 책임을 져야 한
“안녕하세요. 전 송윤호입니다. 손자 녀석을 데리고 사과하러 왔으니 제발 우리 가문을 도와주세요.”송윤호는 염구준을 보자마자 깍듯하게 인사했다,송씨 가문의 안위에 비하면 체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저희 회사 앞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시죠.”염구준은 아내의 손을 잡고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지난번에 송씨 가문과 잘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예의를 말아먹은 놈을 보냈으니 이번에 쌀쌀하게 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감사합니다.”송윤호는 바로 송대강의 등에 멘 가시덤불을 제거했다.이번 고비는 드디어 지나갔다고 생각했다.“둘째 할아버지, 나 병원에 가고 싶어요.”그런데 송대강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일이 다 해결되면 나랑 같이 가자.”송윤호도 가슴이 아팠지만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었다.손씨 그룹 회의실.세 사람만 있어서 그런지 더욱 조용했다.손가을은 강호에 대한 일에 관여할 수 없어서 참여하지 않았다.“무슨 일인지 먼저 말씀해 보세요.”염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한 달 전부터 얘기해야 합니다.”송윤호가 서류 봉투를 그에게 내밀며 천천히 말했다.한 달 전, 송씨 가문의 제조 공장에 도적이 들었는데 모두 로봇을 생산하는 부품을 훔쳐간 것이다.그때 수량이 적어서 도적을 의심하지 않고 순찰사에 신고한 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나중에 도적들이 당당하게 창고에 쳐들어와 약탈하기 시작했다.마지막에 도둑의 담이 점점 커져서 물건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공장 직원들에게 폭력을 가했다.송씨네 공장은 워낙 많아 공격하는 무리도 점점 많아졌다.하지만 그들은 도둑들에게 저항할 힘이 없어 특별히 염구준에게 부탁한 것이다.사실대로 얘기를 끝냈지만 수상한 부분이 많아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돈을 강탈하는 사건은 많아도 부품을 강탈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꽤 무거운 물건인데 그렇게 쉽게 가져갈 리가 없는데 말이다.“도적들의 신분은 밝혀졌습니까?”송윤호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정확하
“최근 2년 간, 금강은 떠돌이 7인조 다섯째인 청목 존주라고 자칭하면서 나타났어요.”자초지종을 들어보면 청목이 가문에 복수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그제야 염구준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두 사람이 한통속이기 때문에 흑풍의 손에 개조 로봇이 있었던 것이다.“상대방의 본거지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소란을 피우러 오는 로봇만 해결할 뿐, 근본은 해결할 수 없었어요.”그 말에 염구준의 안색이 굳어졌다.“염구준 씨, 우리를 반드시 도와주셔야 합니다.”송윤호가 간절히 부탁했다.그가 나서지 않으면 송씨 가문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두 사람을 쳐다봤다.“국주께서 부탁했고 오늘 태도도 좋으니 당연히 도와 드려야요. 하지만 까다로운 사건이라 헛수고는 할 수 없어요.”이익을 따지는 그에게 송대강은 싫은 티를 냈다.가족들이 떠받들던 반천인 고수도 속물일 줄은 전혀 몰랐다.“그럼요. 저희 가문 산업의 10% 주식을 드리겠습니다.”송윤호는 매우 기뻐하며 미리 준비한 주식 양도 계약서를 내밀었다.송씨 가문은 독자적으로 산업용, 민간용, 군용 로봇을 생산한다.로봇 업계에서 선두주자인 기업으로서 자산이 손씨 그룹보다 더 많았다.그러니 10%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돈이다.옆에서 그 말을 듣던 송대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둘째 할아버지. 아무리 그래도…”“넌 닥쳐. 넌 끼어들 자격도 없어.”송윤호가 버럭 화를 냈다.어렵게 염구준이 도와주겠다고 승낙했는데 여기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때 염구준이 손을 뻗어 계약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슬쩍 앞으로 밀었다.‘받지 않는다고? 설마 돈이 적다는 건가?’하지만 송윤호는 이미 거액의 돈을 줄 준비를 해왔다.“다른 조건이 있다면 더 제시해도 됩니다.”송씨 가문의 위기만 극복할 수 있다면 모든 대가는 가치가 있었다.한참을 생각하던 염구준이 대답했다.“조건이라면 있긴 한데 돈과 관련이 없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송씨 가문과 손씨 그룹의 계약을 원합니다. 돈이라면 시
“급하지 않아요. 내 조건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송윤호와 친한 사이도 아니니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염구준 씨,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지금 가주와 얘기해 볼게요.”송윤호가 가는 길을 막았다.염구준은 시간을 끌 수 있지만 송씨 가문은 손해가 막중해 시간을 끌 수 없었다.하루 빨리 해결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알겠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드리죠.”염구준이 흔쾌히 승낙했다.“감사합니다.”송윤호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휴대폰을 들고 가주에게 연락했다.곁에 있던 송대강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가주가 친할아버지니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편을 들거라 생각했다.“네, 네. 알겠습니다. 가주님.”송윤호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화를 끊었다.워낙 시간이 촉박하여 간단하게 얘기를 나누었다.“염구준 씨, 가주께서 모든 조건을 허락하셨어요. 10% 주식도 받아주세요.”송윤호는 일이 성사되어 너무 기뻤다.하지만 송대강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어리둥절해 있었다.친할아버지가 중요한 때에 다른 사람의 편을 들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었다.“둘째 할아버지. 잘못 들으신 거 아니에요?”“네가 직접 물어봐. 앞으로 네 여동생이 후계자가 될 거다.”송윤호는 혼란스러웠다.보수적인 그는 여자가 가주가 되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하지만 가주가 결정한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억울한 송대강은 바로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했지만 욕만 잔뜩 먹었다.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한 것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망했다.’원래 좋은 카드였고 간단한 일인데 자신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송씨 가문의 내부 일에 관심이 없었다.오로지 조건만 허락하면 되었다.“마지막으로 공격당한 공장에 가서 봅시다.”며칠 동안 마침 신비로운 클럽이 조용해서 시간을 낼 수 있었다.아니면 송씨 가문의 일을 뒤로 미루려고 했다.“좋습니다. 계약서는 나중에 사모님과 만나서 사인할게요.”
염구준은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어 놓고 왜 갑자기 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차에 타시죠. 제가 자리를 만들었는데 일단 모시겠습니다.”송청연은 얼굴을 붉히며 차 옆에 다가가 문을 열었다.“감사해요.”염구준은 인사를 하며 차에 올라탔다.만난 지 몇 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송청연의 말투나 행동은 송대강보다 훨씬 훌륭했다.나이는 많지 않지만 비즈니스에서 슈퍼우먼의 강한 인상을 주었다.송청연은 여전히 빨개진 얼굴로 염구준의 옆자리에 올라탔다.“출발하시죠.”한마디에 차 대열이 천천히 움직였다.가는 길에 그녀는 자꾸 염구준을 힐끗 쳐다봤다.“내 얼굴에 꽃이 핀 것도 아니고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염구준이 장난치듯 말했다.그에게 들통나자 송청연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못할 짓을 한 것처럼 가슴이 쿵쿵 뛰었고 귀까지 빨개졌다.그동안 남자들의 구애만 받다가 이제 와서 유부남 앞에서 얼굴을 붉히는 꼴이라니 정말 창피했다.“그… 그러니까 제가 할 말은 우린 가망이 없어요.”송청연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뭐라고?’염구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아니, 목소리를 높여서 말할 수 있어요?”그가 고의로 이런다는 생각에 화난 송청연은 용기를 내서 큰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가 저더러 당신 애인하라고 하는데 애인하기 싫다고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더 숙이고 눈물을 글썽거렸다.지금까지 가족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경영을 배웠는데 결국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참 나, 이렇게 꽃 같은 아가씨를 선뜻 넘기다니 정말 통이 크시네요.”염구준이 혀를 끌끌 찼다.송씨 가문에서 그에게 아부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송청연은 그 말을 오해해 듣고 갑자기 눈썹 칼을 들고 그에게 겨누었다.“함… 함부로 했다가 내가… 그냥 죽여버릴 거예요.”어쩌면 송청희도 송씨 가문의 늙은이들에게 협박당했을지도 모른다.염구준은 더는 농담하지 않았다.“걱정 마세요. 난 가정이 있고 평소에 조신하게 행동해요. 그러니까
“염구준 씨, 좋아하는 걸로 주문하세요. 여기 음식들 중에서 마음에 안 들면 바꾸셔도 돼요.”염구준은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을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이거면 충분해요. 나 편식하지 않거든요.”세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매니저가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염구준, 송윤호, 송청연 세 사람은 룸에 들어가고 부하들은 다른 룸으로 안배되었다.어떤 일들은 부하들 앞에서 말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염구준 씨, 먼저 잔을 올릴게요. 전에 제가 오해했어요.”송청연이 술잔을 들고 사과하자 송윤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청연아, 이분은 귀한 손님이셔. 얼른 술을 권해야지.”염구준을 술에 취하도록 마시게 하지 않으면 둘의 사이가 가망이 없다고 여겼다.송청연이 고민하는 사이 염구준이 술잔을 들고 해맑게 웃었다.“괜찮습니다. 호의를 받을게요. 대단한 일도 아니니 앞으로도 신경 쓰지 마세요.”염구준의 말에 송윤호는 반박할 수 없었다.오히려 이런 면이 송청연의 호감을 샀다.만난 지 20분도 안 되었지만 송대강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는 아니었다.음식과 술이 올라오자 염구준은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쾅!바로 그때 송씨 가문의 두 부하가 문짝과 함께 날아들어왔다.“아가씨, 죄송합니다. 저희가 막지 못했습니다.”바닥에 쓰러진 부하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너희들 탓이 아니야.”송청연은 입구에 떡하니 서 있는 남자를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구현준, 무슨 짓이야?”이 남자는 구씨 그룹의 도련님이다.구씨 그룹을 말하자면 강철 도시에서 주로 강철 원재료를 공급한다.“그냥 네가 남자친구를 찾았다고 하길래 어떤 놈인지 보러 왔어.”구현준은 염구준을 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그에게 염구준은 평범하게 차려 입은 촌놈으로 보였다.송청연이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 씨는 우리 가문에서 귀한 손님이야. 말을 가려서 해.”송씨 가문의 권력으로 끝까지 싸워도 무서울 게 없지만 다른 가문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체면을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