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의 말을 들은 원종은 피를 내뿜을뻔했다!당당한 무성이 원씨 가문에 도전을 내걸다니!이건 대놓고 사람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닌가?지난번에 염구준과 싸워 졌지만 아무도 어떻게 된 건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집안 명성에는 영향이 없었다. 염구준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도전을 내건다면 원종은 응할 수밖에 없다. 둘이 싸운다면 결과는 명백했다. 원씨 가문은 철저하게 패배할 것이다. 그 외의 결과는 없다!여지없이 참패할 것이다!만약 이 소식이 북방에 전해지고 전국에 퍼지면 원씨 가문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져 다시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많은 명문 세력이 불난 집에 부채질할 것이고, 그러면 원씨 가문은 철저히 망할 것이다.참 잔인하다. 거절하지도 응하지 않을 수도 없이 응전할 수밖에 없다!“뭘 묻고 싶은 거야?”원종이 몸을 돌려 염구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 자네가 뭘 묻든, 내가 아는 건 아무 숨김도 없이 모두 털어놓을 것이다!”진작 이렇게 나오면 좋았잖아!염구준은 웃음을 거두고 가볍게 말했다. “흑풍.”흑풍?원종은 몸이 떨려왔다. 그는 숨을 고르고 한참을 소리 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다른 걸 물어보면 뭐든 대답할 수 있겠는데, 흑풍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오직 아주 신비로운 조직이라는 것뿐이다. 많은 무림 세력이 엮여 있을 거다.”“그들의 수령과 조직구성은 아마도 그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꽤 높은 자리에 있어야 알 수 있을 것이야.”여기까지 말한 원종은 깊은숨을 내쉬며 정중하게 말했다.“내가 보증하지. 흑풍에 관한 정보가 있으면 바로 청해로 소식을 전해줄게. 염구준, 이걸로 됐나?”염구준은 잠시 침묵하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원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흑풍” 조직은 너무 신비로워 제경용정, 지존 용주밑의 정보기관에도 오직 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도저히 그들
아무리 전략을 세워도 손가을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태세를 전환하지 못했다. 지금 부딪힌 가장 큰 문제는 제품 공급망이 폭력적으로 파괴 당한 것이다.바다로 운송하려던 대량의 제품은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강제로 압류되었다!“운수직원을 구하려면 반드시 우리가 북방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손가을은 입술을 깨물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북방 시장을 지키는 건 이미 불가능해졌다. 상대방이 제시한 기한은 오직 3일. 3일 후에도 손씨 그룹의 제품이 보이면 압류된 직원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다들 안색이 좋지 않네.”더 이상 회의 진행이 되지 않을 때,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의실 입구에서 명랑한 웃음소리가 흘러 들어왔다.“뭐야, 또 무슨 문제가 생겼어?”염구준이다!작잉산에서 돌아온 후 염구준은 바로 회사로 돌아왔고 마침 긴급회의 중인 사람들을 만났다!“염 부장!”“정말 염 부장이네요, 돌아오셨어요!”“구준 씨...”염구준이 돌아온 걸 보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굴의 근심이 말끔하게 사라졌다.손가을의 남편, 손씨 그룹의 경호원 부장, 청해의 무관의 왕, 염구준이다!언제 무슨 어려움이 닥쳐도 염구준이 나서면 모든 잘 해결이 됐다. 이는 손씨 그룹의 임원진들이 믿어 의심치 않은 진리이자, 그들의 확고한 신념이다.한번 또 한 번의 위기는 염구준의 실력을 증명했다. 그는 명실상부 청해의 왕이다!“관씨 가문의 일은 나도 들었다.”염구준은 회의실로 들어가며 임원들더러 앉으라고 손을 흔들고 가볍게 웃었다.“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다들 안심해도 된다.”후!회의실 안을 감돌았던 긴장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염구준이 그렇게 말하니 하늘이 무너져도 두려울 게 없었다. 단씨 가문에서도 총력을 기울였지만 염구준이 다 쉽게 해결했었잖아? 이번 위기도 예외 없이 잘 넘길 것이다!“구준 씨, 어떻게 할 거야?”임원들이 있었지만 손가을은 숨길 수 없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곁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봤다.
둘째는...염 부장이 직접 해결할 것이다!...진북시.이곳은 남쪽 세 바다를 통제하고 북쪽 아홉 성까지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자고로 사람들이 서로 자기 걸로 만들려고 다툼이 빈번한 곳이다. 진북의 상업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적게라도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이류 명문 정도의 위치는 충분히 지킬 수 있다.그래서 진북은 여러 명분의 사냥터가 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외국에서도 여러 세력이 몰려들어 도시의 사회구조가 매우 복잡했다.청방, 홍문, 삼연방, 흑수당... 그중 지방 세력도 많았는데 그들도 만만치 않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소도회”가 바로 지방 세력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조직이다!그 시각.진북 부두 항구, 허리에 합금 단도를 찬 마른 체구의 남자가 부두 주위를 떠도는 세척의 화물선을 바라보며 앞에 서 있는 회장님을 향해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했다.“형님, 손씨 그룹 사람을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까? 다 죽이는 게 어떨까요?”마른 체구의 남자가 말하는 “형님”은 바로 소도회의 지배자인 원활이다.이름처럼 원화는 일 처리가 원활했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가끔 명문가 자제들과 요트를 타고 휴가를 즐기기도 하고 길거리 청소하는 청소부랑도 형제처럼 지낼 수 있었다. 진북의 어장 상인은 모두 그의 밀정이나 다름이 없어 소식도 아주 빨랐다.관씨 가문에서 손씨 그룹에 전쟁을 선포하자 원활은 바로 이 지름길을 노리게 되었다. 그가 수하들을 데리고 손씨 그룹의 화물선을 억류한 것은 관씨 가문과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원 회장!”부두 옆의 화물선에서 꽁꽁 묶인 양복 차림의 남자가 목을 꼿꼿이 세우고 겁 없게 소리쳤다.“우리를 죽이려고?”“우리를 죽이기는 쉽지, 하지만 우릴 죽이는 후폭풍은 잘 생각해 봐야 할 거야! 우리 손 대표의 남편은 염구준, 청해의 무관의 왕이라고! 우리를 죽이면 염 부장이 반드시 복수하러 올 거야! 그럼 너희 소도회 사람들 자 죽어!”원활은 배를 내밀고 시가를 피웠다. 그는 양복 차림 남자의 얼굴을 향
“손발을 끊어버리고 다 바다에 던져버려. 고기밥이나 줘! 화물선에 실린 물건들은 모두 관씨 가문으로 보내. 처음 만나는데 선물은 제대로 챙겨야지.”쏴, 쏴, 쏴!원활 뒤에 있던 남자들, 아까 말을 하던 마른 체구의 남자를 포함해 50명이 넘는 사람이 전부 손에 합금으로 된 단도를 쥐고 화물선 갑판을 뛰어내렸다. 그들은 바로 전지봉과 손씨 그룹의 사람을 처리하려고 했다.그때...“원활, 원 회장.”갑자기 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서운 바닷바람 사이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게 전해졌다.“친구를 많이 사귄다고 들었는데, 그 많은 친구들이 오늘 자네 목숨을 구해줄지 모르겠네.”뭐라고?원활의 뚱뚱한 몸이 가볍게 떨렸다. 그는 조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염구준이다!앞에 나타난 젊은 남자는 캐주얼 양복 차림에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그의 뒤에 얼굴이 시커먼 건장한 남자가 따라왔는데 소도회의 정보에 의하면 그가 바로 청해의 무관의 왕 염구준이다!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온 남자는 바로 뢰인이다!“두 사람뿐이다...”원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빠르게 염구준과 뢰인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누가 더 따라오는지 그들의 뒤를 살펴보았다. 그는 속으로 추측했다.염구준과 그를 따르는 뢰인이라는 부하, 두 사람의 힘으로 직원들을 모두 구하겠다고?죽는 게 두렵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의지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형제들, 돌아와!”그는 바로 싸우지 않고 손을 들어 50여 명의 형제들을 모두 부두로 돌아오게 했다. 그는 염구준을 훑어보며 나지막하게 웃었다.“염구준 당신 실력이 남다르다고 듣긴 했지만, 아까 한 말은 잘 못 들은 것 같다.”“나를 죽이려고? 그 말, 다시 할 수 있겠어?”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미 한 말이다.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는 상관없다. 화물선과 사람들을 찾았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이 필요 없다. 손씨 그룹을 건드렸으니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염구준이 고개를 저었다...고개를 젓다니. 과연 무슨
보장? 뭔 수로 보장한다는 거야?원활은 합금 비수를 잡고 참지 못해 큰 소리로 웃었다."염구준, 넌 정말 네가 백전백승하는 전신인 줄로 아느냐? 전신이라도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사람은 내 손에 있는데 네가 무슨 수로 구하겠니?""문을 나설 때 '오늘의 운세'를 확인해 보지 않았지? 여기는 진북시야, 우리 소도회의 지역이라고!""네가 청해에서 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진북시에서는 개방귀보다도 못하지!"말하고 나서 부두 위에 서 있는 수척한 남자를 향하여 흉악스러운 눈길을 던지더니 "광대야! 시작해! 염구준과 뢰인의 어깨 한쪽 씩 만 잘라내! 반항이라도 하면 나는 즉시 전지봉의 목을 딸 거야!"쑥쑥쑥광대와 50여 명의 소도회 성원들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한꺼번에 몰려갔다. 손에는 모두 합금 단도를 휘두르고 있었는데 새하얀 칼빛 바람을 일으키며 염구준과 뢰인을 향해 덮쳐왔다."뢰인아, 이 자식들은 네가 맡아."염구준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갑판 위의 원활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인질로 나를 위협하려는가 아니었어? 전부장의 인후는 바로 너의 칼날 위에 있으니 손을 쓰려면 어디 해봐!"말하는 사이에 뢰인은 이미 분노하며 출전하였다. 종사 경계에 처음으로 진입한 뢰인은 염구준으로부터 몸소 무공을 전수받아 광대와 소도회 성원들을 대처하기에는 식은 죽 먹기였다. 펀치와 킥마다 신체를 하나씩 날려버렸는데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하나, 둘, 셋...광대를 포함한 50여 명의 졸개들은 뢰인의 옷자락조차 만지지 못하고 모두 쓰러졌다. 어떤 이는 팔다리가 끊어지고 어떤 이는 가슴이 가라앉아 입으로는 내장 조각이 섞인 피를 끊임없이 토해냈다. "미, 미쳤다!"갑판 위의 원활은 어리벙벙해지더니 부두 위에서 몸부림치고 뒹굴고 있는 졸개를 보고서 합금 비수를 더욱더 굳게 잡고 전지봉의 인후 앞에 갖다 댔다. 그리고 염구준을 향하여 영악하게 포효하며 "염씨, 전지봉의 생사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지? 뢰씨더러 그
염구준는 당연히 저격수를 배치하지 않았었다. 원활이 칼에 힘주는 그 순간 그는 단지 앞으로 한보 나갔는데 몸은 갑자기 커진 듯하였다가 또 아무 변화도 없는 듯하기도 하였다. 주위의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공기 중에는 마치 한순간에 모호한 느낌이 나타나는 듯하였다. 무도 합일 경계, 전신 영역!주위 50미터 내에는 울부짖으며 불어오던 바닷바람은 갑자기 진정되더니 파도가 출렁이던 바다 표면까지도 점차 평온해졌다. 시간은 마치 특별히 늦춰진 듯하였는데 매 사람의 움직임, 호흡은 저도 모르게 늦어지고 지연되었다. 영화 속의 느린 동작같이 이 순간적으로 형성된 영역 내에 모든 사물은 기존의 속도를 잃어버렸다.염구준만 빼고.그는 영역에 대한 제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가볍게 화물선 갑판에서 뛰어내려 원활의 수중에서 합금 단도를 빼앗아서 바닷속으로 던져버리고는 몸을 날려 부두로 돌아왔다. 싹영역이 해제되었다. 전체 과정은 0.01초밖에 걸리지 않았고 염구준은 이미 구원을 완성했고 갑판 위의 원활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다시 한번 해볼까?"원활의 몸은 철저히 굳어버렸고 뼈를 찌르는 한기가 머리끝으로부터 발꿈치까지 퍼져 내렸고 온몸은 마치 얼음구덩이에 빠진 듯하여 심지어 사고능력까지 잃어버렸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무도 몰랐다. 원활은 몰랐고 전지봉도 몰랐으며 뒤에 있던 120여 명의 직원들도 몰랐고 심지어 뢰인조차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오직 원활 손에 있던 단도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전지봉의 목은 완전하고 아무런 손상도 없으며 심지어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이게 바로 염구준의 영역이었고 무도 합일 경계의 슈퍼 수환이며 염구준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대한 전신으로 손색이 없다."아니, 아니야! 방금 난 꿈을 꿨을 거야!"갑판 위의 원활은 혼비백산하더니 고개를 떨구어 아무것도 없는 자기 오른 손을 바라보더니 눈앞에서 발생한 이 모든 일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손에 잡혀있던 단도는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았다. 1초 전
염구준은 임의로 손을 휘두르고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표시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소도회 빼고 다른 세력이 손씨그룹에 대해 나쁜 꿍꿍이를 하고 있나요?"전지봉은 잠깐 사색하더니 머리를 흔들었다. 그와 선원들이 소도회에 의하여 구금당하여 외계의 일에 대해서는 아는 부분이 국한적이었다. 하지만 진북시로 여러 차례 왕복하면서 다소 알아들은 정보가 있었다. "진북시에는 꿍꿍이수작을 부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관씨가문이 저희 손씨그룹에 선전하고부터 많은 세력이 슬슬 꿈틀대고 있어요!"전지봉은 잠시 생각하다가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 옆에 다가가더니 소리를 낮추어 "구체적으로 어느 세력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원활이 죽었다는 소식은 빨리 확산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적대세력들은 염 부장님이 왕림하신 것을 알고 나서 반드시 행동을 취할 것으로 봅니다."염구준의 눈썹을 올리더니 눈길은 전지봉의 얼굴에서 한참을 머물더니 극찬의 눈빛을 감출 수 없었다.전지봉이 제대로 분석하였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부족한 사람은 바로 권세에 빌붙어 아부하는 소인들이다. 적대세력은 원활을 위해 복수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반드시 대대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관씨 가문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사람 될 자격이 없었고 개로 태어나서 개로 되어야 하는 운명이다."뱀을 유인하여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하고 나무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려야 한다."그는 전지봉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부두 옆에 있는 3척의 화물선을 가리키더니 담담하게 "전지봉, 이 일은 자네가 맡아서해! 3척의 화물선이 정비가 필요하여서 한 주 뒤에 다시 짐을 내리고 발송한다고 말을 전하고.""한 주 사이에 그 누구든지 소란을 피우면 예외 없이 죽여버려!"전지봉은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호흡이 급해졌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염부장의 믿음이었다. 임무를 순조롭게 완성하기만 하면 창고부 부장의 직무는 물론 진일보로 손씨그룹의 진정한 임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염 부장님,
당일 심야찌악...북방, 인가가 없는 벼랑기슭 아래, 오랜 시간 비워둔 낡은 나무집원종의 종이쪽지에 적혀있는 주소가 바로 여기였다. 나무집에는 거미줄이 사처에 걸려있었고 30년 전의 낡은 장식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으며 바닥에도 먼지들이 몇 센티미터 두께로 덮여있었는데 오랫동안 사람이 오지 않은 게 분명하였다. "30년 전, 여기가 바로 흑풍의 근거지 중의 하나였다."원기는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침묵하더니 북방 지도를 꺼내어 위에 붉은색으로 X로 표시하고 천천히 고개를 흔들더니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그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신원통배권의 직계 자제로서 원종은 정성껏 종파의 후대를 양성하였고 이러한 임무도 수없이 수행하였으며 종래로 그 어떤 차질이 생긴 적도 없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무집에 들어서서부터 그는 고도의 경각성을 유지하였으며 정신을 극도로 집중하여 나타날 수 있는 그 어떤 위험에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나무집을 떠나기까지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나무집을 떠나려던 찰나, 쑥원기는 갑자기 마음이 조여오더니 무엇인가 느껴서 아무 주저함도 없이 주먹을 날렸다. 두 다리는 땅을 딛으며 힘을 받아 권풍은 마치 타오르는 불길 마냥 신체의 좌측 후방으로 날렸다. ‘콰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른 주먹은 마치 견고한 초고강도의 합금에 부딪힌 것처럼 손목은 그 자리에서 부러지고 끊어진 뼈는 근육 아래로 뚫고 나가서 시뻘건 피를 뿜어냈다. 실력 차이가 너무 현저했다.어두움 속에서 맨눈으로 식별이 불가한 어렴풋한 검은 그림자가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왼손으로 임의로 휘두르더니 원기의 반쪽 오른팔이 바로 끊어져 나갔다. 그러고는 뒤로 비스듬히 다리를 벌리더니 오른손으로 가볍게 원기의 인후를 잡았다. "노, 놔!"팔이 끊어진 고통은 심장을 뚫는 것만 같았다. 원기는 아파서 온몸을 떨더니 목소리는 목구멍으로부터 악착스레 비집고 나왔다. "각하, 사정을 봐주세요! 이것은 오해입니다."오해?"신원통배권, 원씨가문의 사람이 나한테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