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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Author: 목련청
가볍게 화장을 마치자 더욱 완벽하고 세련된 얼굴이 드러났다. 인성훈은 자신의 작품을 보며 몹시 흡족해했다.

그들은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가진 스타일리스트였지만 그래도 타고난 외모가 좋은 사람을 손보는 게 더 즐거웠다. 없는 걸 창조하는 것보다 있는 걸 살리는 게 훨씬 쉬웠고 효과도 확실했으니까.

마치 화장을 안 한 듯하면서도 완벽한 변화를 주는 것, 그게 바로 최고의 경지였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던 남설아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녀는 원래는 이렇게 눈에 띄는 색감을 좋아했었는데 배서준과 함께한 후부터 그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점점 자신의 색을 지워나갔다. 그가 저속하다고 평가한 후 무의식적으로 그의 눈치를 보며 칙칙한 색의 옷들만 골라 입게 됐다. 이제 와 돌아보니 그때는 자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했다.

“이거 아주 마음에 드네요, 계산은 배서준한테 하라고 하세요.”

남설아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 정도 돈은 배서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그 이상의 가치를 돌려줄 터였고 배서준이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으니까.

거울 속 자신을 다시금 찬찬히 바라보던 남설아는 문득 자신이 상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건 그룹.

배서준은 곧바로 도착한 4억의 명세서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이게?”

“사모님께서 오늘 저녁 파티에 입을 드레스와 주얼리입니다.”

천기준이 담담하게 보고했다.

그는 오랫동안 배서준을 보좌해 왔지만 사모님이 이렇게 큰돈을 쓴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같은 급의 사모님들은 매달 이 정도는 기본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남설아가 배서준의 와이프로 살면서 감정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배서준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불쾌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돈 쓰는 재미라도 붙인 건가?”

솔직히 그녀가 이 정도를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지금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면 자기한테도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에 결국 마지못해 결제 서명을 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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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970화

    소미란의 어머니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여나 딸이 이 중요한 순간에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그녀는 긴장한 채 반 발 앞으로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소미란을 부르려 했다.그때, 소미란이 아주 작고 가볍게 비웃음을 흘렸다.그 소리는 너무 작고 미세해서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이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는 유난히 선명하고 날카롭게 들렸다.그녀의 눈빛에서 마지막 남아 있던 빛이 완전히 꺼졌다. 남은 건 끝없는 공허와 광기에 가까운 차분함뿐이었다.“나, 소미란은.”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건조하고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엔 듣는 이를 오싹하게 만드는 차가움이 스며 있었다.“이 자리에서 엄숙히 약속드립니다. 앞으로 배건 그룹, 이설 그룹, 화승 그룹이 속한 분야에는 영원히 관여하지 않겠습니다.”마지막 몇 단어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짜내듯 말했다.그 속에는 얼음 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말이 끝나자, 그녀 얼굴에 걸린 묘하고 싸늘한 웃음이 순식간에 더 크게 번졌다. 눈빛은 여전히 무섭도록 공허했다.그리고 이내 몸이 휘청, 중심을 잃었다.소미란의 어머니가 재빨리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오늘 기자회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소미란의 어머니 목소리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그녀는 거의 반쯤 끌고 안아 올리듯 정신을 잃어가는 딸을 안고 보안 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뒤에 남은 기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속삭였다.“방금 웃은 거 맞지?”“맞는 것 같아... 근데 그 표정, 와... 대단하더라.”“속으론 하나도 안 굽힌 거네.”“안 굽히면 뭐 해? 강씨 가문이랑 배씨 가문이 손잡았는데, 소씨 가문이 뭐로 버텨?”“영원히 사업에 관여 안 한다... 그건 소미란한테 죽으라는 말이랑 똑같을걸?”카메라 셔터 소리는 계속 울렸고 기자들은 그녀의 초라한 뒷모습을 끝까지 쫓았다.이 재벌가의 진흙탕 싸움은

  • 굿바이 쓰레기   제969화

    그 목소리 속에 담긴 증오는 풀어낼 수 없을 만큼 짙었고 더 이상 단순히 강연찬을 갖지 못한 집착이 아니라 치밀어 오르는 수치와 완전히 버려졌다는 광기가 뒤섞여 있었다.그녀 눈에는 강연찬이 이렇게 여지조차 주지 않는 건 과거 자신이 보였던 모든 호의와 이른바 헌신을 발밑에 짓밟아버리는 행위였다.소미란의 어머니는 딸의 이런 모양새를 보며 겨우 가라앉혔던 절망이 다시 파도처럼 몰려와 온몸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녀는 한 걸음 다가서더니 소미란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손끝의 힘이 느껴질 만큼 강하게 쥐어 소미란이 아프다고 찡그릴 정도였다.“후회? 그 사람이 후회할지 말지는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네가 조건을 안 받으면 소씨 가문은 당장 끝장난다는 거야! 네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서 의식조차 없고 깨어날 수 있을지도 장담 못 해! 회사 통장은 바닥났고, 은행에선 매일 독촉 전화가 쏟아지고, 전에 형님, 동생 하던 협력업체들은 모조리 줄행랑쳤어! 네가 해온 그 짓들이 평생 들통 안 날 거로 생각했어?”“난 상관없어요!”소미란은 힘껏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며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끝내 흘리지 않았다.“다 같이 끝장나면 그만이에요! 남설아도 절대 편하게 지내지 못할 거예요!”그녀는 마치 강연찬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양, 점점 격해졌다.“네가 그 사람을 위해 뭘 했다는 거야?”소미란의 어머니는 온몸을 떨며 목소리를 높였다.“네가 한 건 그 사람을 점점 멀어지게 만든 거야! 네가 한 건 온 소씨 가문을 진흙탕에 처박아 넣은 거라고! 미란아, 제발 정신 좀 차려! 지금은 네가 철없는 아가씨 행세할 때가 아니야!”“내가 철부지 짓 한다고요?”소미란은 짧고 차가운 웃음을 내뱉으며 조롱 섞인 눈빛으로 바라봤다.“엄마, 혹시 강연찬 말 몇 마디에 벌써 겁먹은 거예요? 우리 소씨 가문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그저 예전부터 잘 지낸 아저씨들한테 부탁만 하면...”“이제 그런 건 없어!”소미란의 어머니는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그

  • 굿바이 쓰레기   제9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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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967화

    소씨 가문의 하늘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먼저 거래 은행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태도는 책장 넘기듯 단번에 바뀌었고 입만 열면 리스크 평가를 운운하며 빚을 갚으라는 독촉뿐이었다.소만석이 숨 고를 틈도 없이 이번엔 규제 당국에서 보낸 공문이 책상 위에 내려앉았다. 새까맣게 찍힌 글씨에는 소명 그룹이 배씨 가문과의 협력 프로젝트에서 재무 데이터를 조작했고 상업 사기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그 자리에서 소씨 가문의 주요 회사 계좌들이 전부 동결됐다.이미 독촉에 시달려 머리가 어질어질하던 소만석은 계좌가 막혔다는 소식을 듣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몸이 굳은 채로 앞으로 쓰러졌다.구급차가 요란하게 병원으로 달려갔고 의사는 급격한 분노와 스트레스로 심혈관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중환자실로 직행했고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소미란의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남편은 온몸에 관이 꽂힌 채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평생 이런 모습을 본 적 없던 그녀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그러나 병상 위 남편을 바라보다가 다시 소씨 가문의 처지를 떠올린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라는 걸 말이다.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회사로 돌아온 소미란의 어머니는 어떻게든 상황을 안정시키려 애썼다.하지만 재무 이사가 떨리는 손으로 진짜 장부를 내밀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소씨 가문의 구멍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걸 알았다.굴릴 수 있는 돈은 거의 전부 적자를 메우는 데 쓰였고 장부에 적힌 숫자들은 눈속임에 불과한 껍데기였다.소미란의 어머니는 분노와 절망으로 몸이 떨렸다.“이건 소씨 가문을 완전히 끝내려는 거잖아!”사방이 막힌 상황에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단 한 사람, 강연찬이였다.지금 소씨 가문에 숨구멍을 틔워줄 수 있는 건, 어쩌면 이 젊은 남자뿐이었다.그녀는 모든 체면을 내려놓고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이어지다가 곧 연결됐다.“강 대표, 나... 소미란 엄마야. 지금 바빠?”강연찬의

  • 굿바이 쓰레기   제966화

    천기준이 보고했다.“소미란의 아버지는 아마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먼저 강연찬 쪽에서 특허 문제가 터졌고 이번엔 저희 폭로까지 겹쳤으니까요. 오늘 소명 그룹 주가는 장 시작과 동시에 곧장 하한가를 찍었습니다. 원래 소명 그룹과 협력하려던 회사 몇 곳에서도 저희 쪽으로 슬쩍 연락이 왔는데 분위기를 보니 전부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더군요.”배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좋아. 소씨 가문이라는 낡은 배는 너무 무거워. 난 절대 같이 가라앉을 생각 없어.”이렇게 되자 소미란은 배서준에게 완전히 버려진 카드가 되었고 소씨 가문의 신뢰도 역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인터넷상에서는 소미란과 소씨 가문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진짜야? 소씨 가문 맏딸, 남자 뺏기도 실패하더니 이번엔 회사까지 훔치려 한 거야?”“집안 교육 수준이 참... 이런 사람을 후계자로 키웠다고? 소명 그룹이 몇 년째 휘청거리는 이유가 있었네. 뿌리부터 썩었구먼.”“꼴 좋다! 저런 인간은 가진 거 전부 잃어야 해!”소씨 가문으로 걸려 오는 전화는 불이 난 듯 쏟아졌다. 따져 묻는 목소리, 거래를 끊겠다는 차가운 통보가 뒤섞여 쉴 새 없이 이어졌다.소만석은 변명 한마디 할 틈도 없이 그 냉혹한 말들이 소씨 가문을 끝없는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밤이 깊었다. 남설아의 휴대폰 화면이 고요한 공기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낯선 번호가 깜빡였다.그녀는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저기... 남설아 씨 맞나요?”전화기 너머 남자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고 떨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남설아는 담담히 대답했다.“네, 맞습니다.”“저... 저는 예전에 소미란... 아니, 소씨 가문 아가씨 부탁으로 남설아 씨 사진을 찍었던 사설탐정입니다.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소미란, 그 여자 진짜 위험한 인간입니다. 지금 강 대표님하고 배 대표님, 두 쪽에서 다 소씨 가문을 치고 있잖아요. 소씨 가문이 곧 무너질 판입니다. 저는 더 이상 그 여자한테 끌려 같이 망하고 싶지 않아

  • 굿바이 쓰레기   제965화

    소만석의 마음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이 조건 하나만으로도 소명 그룹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껍데기만 남을 게 뻔했다.“둘째.”강연찬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소미란 씨는 앞으로 설아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설아 앞에 나타나 방해하거나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회장님, 제 말뜻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소만석은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그제야 깨달았다. 강연찬이 내놓은 건 단순한 사업 조건이 아니라 사적인 절대명령이라는 것을 말이다.남설아를 위해서라면 강연찬은 정말로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을 사람이었다.“만약 회장님이 이걸 지키지 않거나, 제가 농담이라 생각하신다면.”강연찬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저는 소명 그룹이 업계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저에겐 그럴 능력도, 결심도 있습니다.”소만석은 무력하게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그는 강연찬은 말로만 위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승 그룹의 규모를 생각하면 소명 그룹은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한평생 계산적으로 살아왔지만 결국 딸의 경솔함과 자신의 한순간 오판으로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몰린 것이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두 눈을 떴다.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쉰 목소리를 짜내듯 말했다.“알겠어. 미란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말씀하신 대로 하시길 바랍니다.”강연찬은 여유로운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만석을 내려다봤다.“설아를 위해서라면 저는 절대 봐주지 않을 겁니다. 소미란이 또다시 어떤 행동을 한다면 그땐 단순히 소명 그룹 파산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그 말만 남기고 강연찬은 변호사와 함께 서재를 나갔다. 한 번도 소만석을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서재 안에는 소만석 혼자만이 남았다. 공기 속에는 절망이 짙게 깔려 있었다.그는 소씨 가문의 남은 재산을 지키려면 가슴을 도려내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강연찬이 소씨 가문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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