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여는 기운 없이 두 몸종에게 부축을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걱정하지 마라. 태후 마마께서 궁중 법도를 가르치시느라 말씀이 길어졌을 뿐이다.”“네.” 매상이 대답하자, 자소가 호통을 치며 말을 가로막았다. “태후 마마를 감히 입에 담다니! 그리 경솔한 말버릇으로 언젠가 화를 자초할 것이다, 차라리 액정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듯하구나.”매상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함부로 말하지 않겠다.”자소는 이를 악물고 매상을 노려보았다. 어제 강만여가 했던 말이 떠올랐던 자소는 매상을 의심 어린 눈길로
강만여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그동안 기양 앞에서 말을 삼가고 조심하던 태후가, 은밀히 기양을 제거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는 물론 기양이 무너지길 바랐다. 자기 손으로 기양을 처단하고 싶을 지경이다. 강만당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것은, 강연해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싫어하던 두 사람과 손을 잡아야 했다. 비록 지금은 그들이 자신을 믿는다 해도, 그녀는 그들을 믿지 못했다. 이미 한 번 배신당했고, 만일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들은 거리낌 없이 그녀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렇다고
태후는 한숨을 쉬며 자애로운 얼굴로 타일렀다.“네 동생을 원망하지 말아라. 저 아이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네게 몇 마디 투정하는 게 정상이다.”강만당이 목메어 고개를 끄덕였다.“저 때문에 동생이 고생을 했는데 제가 무슨 낯으로 원망하겠습니까? 저를 때리고 욕하고 칼로 찌른다 해도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지 마라. 그때의 일이 모두 네 탓만은 아니다.태후가 강만당을 위로하며 만여에게 말했다.“비록 네가 진왕비 대신 몇 년 고생했다지만, 당년에 널 궁에 들인 것은 네 아비였다. 진왕비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강만여는 자신과 닮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태후의 손을 놓아버렸다.문 앞에 멈춰 선 그녀는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태후는 강만여와 일어서서 두 사람을 맞이하는 강만당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네 언니가 네가 폐하의 후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더구나. 내게 특별히 부탁하여 이리 불렀다.”“그래, 만여야.”강만당이 빠르게 다가와 강만여의 손을 잡으려 했다.“내가 네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는지 아느냐? 이리 오거라. 얼굴 좀 보자꾸나.”강만여는 손을 등 뒤로 감추며
더는 할 말이 없었던 호진충은 조용히 기양을 따라갔다. “알겠습니다!”강빈도 황제가 이렇게 빨리 떠나리라 예상하지 못한 듯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폐하, 벌써 가시는 겁니까? 강채녀를 벌하지 않으시렵니까?”기양이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눈빛으로 강빈을 쏘아보았고 등골이 오싹해진 강빈이 급히 허리를 굽혔다.“폐하, 안녕히 가십시오.”가마에 오른 기양이 호위 무사들에게 둘러싸여 떠났다.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호진충은 강빈에게 당부했다.“강채녀의 몸으로 더는 벌을 받기 어렵습니다. 강빈 마마께서 벌을 주시겠다면 며칠만 더
호진충도 이 점을 깨달았는지, 눈이 반짝였다.“폐하께서 저 두 몸종을 액정에서 빼낸 것은, 강채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써먹을 때가 왔다.’그는 앞으로 나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폐하, 주인의 실수는 모두 아랫것들이 잘 보필하지 못한 탓입니다. 강채녀가 아니라 저 눈치 없는 계집종들을 벌해야 마땅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저 둘에게 각각 오십 대의 태형을 가하십시오!”강만여는 가슴이 철렁하며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기양은 동요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그리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