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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하나술
도예나는 그 남자가 강현석이라고 확신했다.

‘왜 아니라고 한 걸까?’

그녀는 조금 전에 발생한 일을 다시 곱씹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강현석 씨 설마 내가 수아를 이용해 자기한테 접근했다고 생각한 거야?’

‘사람이 저렇게 나르시시즘에 빠져도 돼?’

도예나는 이미지고 뭐고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품속의 도수아를 보았다. 수아의 시선은 강현석의 차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도수아의 의외의 행동이 의아했다.

"수아야, 아까 아저씨 알아?"

하지만 도수아는 그녀의 질문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차가 도로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수아는 시선을 돌려 순순히 도예나의 목을 안았다.

도예나는 기사의 손등을 보며 자책했다.

"죄송해요. 수아가 초조하면 사람을 물어요. 일단 함께 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발라야 할 것 같아요..."

기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이가 사람을 무는 게 정상이죠. 우리 아들도 자주 물어요. 괜찮아요, 아가씨. 빨리 차에 타시죠."

도예나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줄곧 도수아의 이 버릇을 고쳐주려고 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차는 계속 달리다가 이내 서씨 그룹의 입구에서 멈췄다.

도예나는 두 아이를 휴게실로 데려온 뒤 도제훈에게 도수아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그녀와 함께 제품 프로그램에 칩을 끼워 넣을 사람은 서씨 가문 큰 사촌 오빠 서지우이다.

서지우는 8살 때부터 해외로 유학하러 갔고 매년 많아야 한 번 귀국했다. 도예나는 4년 전에도 그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지우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서씨 가문 십여 명의 또래 중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었다.

"나나야, 일단 코드부터 보여 줘."

서지우는 사업가답게 만나자마자 일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도예나도 세심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곧 한 페이지의 코드가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서지우도 프로그래밍 전공이다.

그는 스크린에 있는 일련의 코드를 보고 멍해졌다.

도예나는 뜻밖에도 가장 간단한 C언어로 가장 복잡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만약 이 코드로 칩을 최적화한다면, 서씨 그룹의 제품은 반드시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쩐지 그의 아버지는 서둘러 계약서에 사인했다.

"오빠, 최적화 코드는 내가 이미 입력했어요. 그룹 내부만 연결하면..."

도예나는 일사불란하게 상세한 설명을 하면서 최소한의 세부 사항도 놓치지 않았다.

서지우가 그녀를 보는 눈빛에는 존경심이 더해졌다.

"만약 이번에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다 네 덕분이야."

도예나는 미소를 지었다.

"큰외삼촌과 오빠가 나를 믿었기에 이 칩이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아닌가요?"

하지만 서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수많은 회사가 도예나에게 연락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서씨 그룹이 아니더라도 왕씨, 이씨 그룹 등 수많은 회사가 앞다투어 도예나와와 손을 잡으려 했을 것이다.

서씨 그룹이 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도예나가 서씨 가문의 외손녀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샘플을 보러 가려고 할 때 비서가 갑자기 들어왔다.

"도련님, 도씨 가문 아가씨 오셨어요."

도예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도씨 가문 아가씨?

도설혜?

하긴 도씨 그룹이 설립된 초기에 서씨 가문은 그들을 전폭적으로 도왔다.

두 회사는 깊이 연관되어 있다.

4년 전에 서씨 가문과 도씨 가문에는 불쾌한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쇼핑몰을 그렇게 분명하게 분할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물어봤다.

"오빠, 지금 서씨와 도씨 그룹 사이에 주고받는 업무는 뭐가 있죠?"

"이번 스마트 제품 말인데, 도씨 그룹도 한몫 챙기고 싶어서 우리와 손잡고 싶어 하네."

서지우가 말했다.

"하지만 도씨 그룹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아 우리 아빠도 망설이는 중이야. 계약도 아직 체결되지 않았어."

도예나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말했다.

"오빠, 날 믿는다면 이 일은 나한테 맡기는 게 어때요?"

서지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호수처럼 잔잔했다.

하지만 서지우는 이 잔잔한 호수 밑에 무엇이 있는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어젯밤에 그는 이미 노부인에게서 4년 전의 일을 들었다. 말 그대로라면 도씨 가문은 도예나의 아들을 죽였다.

만약 사람 목숨이 걸리지 않았다면 서씨 그룹은 눈감고 계속 도씨 그룹과 손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지금 두 아이의 목숨이 걸려있었다.

서지우가 아무리 도예나에 대해 감정이 없다 한들 보고도 못 본 체할 수는 없다.

서지우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나나야, 너는 이 프로젝트의 기술 투자자이니 너에게도 결정권이 있어. 이 일은 너에게 맡길게."

"고마워요, 오빠."

도예나는 한숨을 돌렸다.

같은 시간 응접실.

도설혜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있었다.

벌써 20분을 기다렸는데 누구도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그녀는 서씨 그룹이 감히 자기를 무시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서씨 가문! 도예나 그 천박한 년의 외갓집! 도설혜은 평생 서씨 가문 사람들과 엮이기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씨 그룹의 후계자인 그녀는 그룹이 또다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야 했다.

그녀는 강현석이 자기의 신분을 공개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고 나면 보나 마나 수많은 사람이 그녀 앞에서 꼬리를 흔들어 댈 테니 말이다.

그러나 강현석은 그녀에게 아이들에 관한 일을 입 밖에 꺼내지 말라 하였거니와 더욱이 그녀가 강씨 가문과 어떤 관련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강현석이 자기를 아이들의 엄마라고 인정하게 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강씨 가문에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다.

그녀는 화가 났다!

도설혜는 분해서 커피를 원샷했다. 이때 문밖에서 또각거리는 구둣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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